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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저널기사

차세대 태양광 발전의 선두주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새로운 패러다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7. 31.


차세대 태양광 발전의 선두주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새로운 패러다임

-경희대학교 임상혁 교수 인터뷰-


[사진 1. 경희대학교 화학공학과 나노에너지 융합시스템 연구실 임상혁 교수님(중앙)과 기자단]


19세기경 1~2%의 에너지 변환 효율에서 시작된 태양전지가 많은 연구와 개발 끝에 24%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 기준)의 효율까지 도달했다.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의 걱정이 없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방식인 태양전지가 이미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력에 다다랐음에도, 왜 우리 사회는 아직 태양광이 아닌 원자력과 화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걸까?


태양광 발전에 사용되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원가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화석 및 원자력 에너지와 비교했을 때 경제성이 부족해 시장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Perovskite solar cell)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013년에 등장했으며, 그 이후로 태양광발전 연구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었으며, 3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20%가 넘는 효율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재료 원가 및 생산 공정이 다른 차세대 태양전지(CIGS, CdTe 태양전지 등)에 비해 저렴하며, 최고 에너지 변환 효율이 2016년 현재 22.1%로 실리콘 태양전지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까지 향상되었다.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선도적 연구가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히스테리시스’와 ‘장기적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성과를 발표한 경희대학교 임상혁 교수 연구팀과 더불어, 상기한 세계 최고의 22.1%의 에너지 변환 효율은 한국화학연구원의 석상일 박사 연구팀에서 발표되었다. 또 성균관대학교 박남규 교수 연구팀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인 그레인 바운더리(grain boundary)의 치유 기술 개발을 통해 20.4%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발표했다. 이처럼 미래 태양광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국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해당 분야의 신규성 및 복잡함으로 인하여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대학생 태양에너지 기자단(이하 대태기)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화학공학과 임상혁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및 태양광 발전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환기하고자 하였다.



[그림 1.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출처 :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1.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의의와, 특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차세대 태양전지로서 중요한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신재생에너지 연구 및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경적/자원적 한계를 가지는 기존의 화석,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서입니다. 태양광 발전은 신재생에너지의 하나로서 환경오염을 야기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조차 발전단가는 $0.6/W로, 기존 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성이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현재 태양전지 연구의 목표는 태양광 발전이 화석, 원자력 에너지를 대신할 정도로 발전단가를 낮추는 것입니다. 한국 기준으로 그리드 패리티(태양광 발전 단가와 기존 발전 단가가 동일해지는 시점)는 2020년 정도에 달성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문제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단가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가 필요합니다.

차세대 태양전지란,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유기태양전지나 화합물 반도체, 양자점 및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상용화된 디스플레이가 대면적 용액 공정으로 생산이 가능한 만큼, 유기 및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또한 동일한 용액 공정 생산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춤으로써 상기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의 최고 효율인 24%에 육박하는 22.1%의 효율이 발표되어 있기 때문에,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태양전지 물질로써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2.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페로브스카이트란, 물질명이 아닌 결정 구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페로브스카이트에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말씀한 대로 페로브스카이트란 물질이 아닌 구조의 이름입니다. 재료공학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연구되었던 구조인데, 옛날에는 금속산화물(ABO3)을 주로 사용했었습니다. 이는 메모리 소자나 강유전체, 압전체 등에 사용되었습니다.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페로브스카이트가 기존의 그것들과 다른 점은, 금속산화물이 아닌 금속 할로겐 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금속 할로겐 화합물(무기물)의 정팔면체 구조 사이에 메틸암모늄(유기물)이 정육면체 구조로 들어가면서 기존과는 다른 특성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엄밀히 이야기하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정식 명칭은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의 특성은 소금(NaCl)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소금물을 증발시키면 소금들이 Na+와 Cl-의 이온결합의 영향으로 정교한 결정을 쌓으면서 뭉치게 됩니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도 이와 마찬가지로 용액 공정을 통해 정교한 결정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때문에 태양전지의 효율에 치명적인 트랩이 적게 발생하여 평균적으로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제가 소금을 예로 들었듯 페로브스카이트 또한 수분에 매우 약합니다. 따라서 실제 사용하기에는 아직 내구성이 부족한 것이 단점입니다.

3.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최근 연구 성과를 보면, 근 3년 내에 에너지 변환 효율이 8%나 상승하는 등 기존의 태양전지를 제치고 실리콘 태양전지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환 효율 상승이 가능했던 원인은 무엇입니까?

먼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의 염료감응태양전지와 유기태양전지 구조에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응용함으로써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때문에 기존 태양전지 구조 연구에서 파악되었던 문제점 개선 및 장점들을 융합할 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말씀드린 것처럼 페로브스카이트는 소금물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금물이 증발하면 소금 결정들이 불균형하게 생기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균일한 박막을 얻는 것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균일한, 즉 고품질의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만들 수 있는 박막 제조 기술의 발전이 두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태양전지 기판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용액을 도포하면 위치에 따라 용매의 증발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균일한 박막을 만들기 어렵고, 이는 태양전지 효율 저하의 원인이 됩니다. 우리 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화 과정의 원리에 대해 연구하였고, 이를 토대로 한 박막 공정법 개발에 성공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기존의 메틸암모늄을 포름아미디늄으로 대체해서 기존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보다 더 넓은 파장대역의 태양광을 에너지 변환에 사용이 가능해지는 등, 물질에 대한 연구 또한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4. 에너지 변환 효율 향상에 대해 낙관적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도 개선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해결하신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문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태양전지의 성능 평가는, 태양전지에 태양과 유사한 인공광을 쬐어주면서 특정 전압을 가해서 나오는 전류를 측정함으로써 전력을 측정하게 됩니다. 이 때, 저전압에서 고전압으로 전압을 가하거나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하는가에 따라 태양전지 성능이 다르게 나오는 현상을 히스테리시스라고 합니다. 이는 태양전지 성능 평가에 있어서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의 가설이 제안되어 있습니다. 첫번째는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이온결정과 비슷하기 때문에, 성능 측정시 발생한 전기장에 의해 이온이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내의 유기물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전압 방향에 따라 특정 방향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를 원 위치로 되돌리기 위해 히스테리시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연구팀에서 제안한 가설은,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에서 발생한 전자와 정공이 각각 전자와 정공의 전도층으로 빠져나와야 하는데, 전도층의 전도도가 일치하지 않아서 전자와 정공의 흐름에 불균형이 발생하게 됩니다. 불균형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한 전자 또는 정공이 쌓이게 되면 필연적으로 재결합하게 되고, 이것이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자 및 정공 전도층의 전도도가 비슷한 물질을 이용하여 성능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과 태양전지 구조의 개선을 통해 히스테리시스를 더욱 더 개선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5. 히스테리시스 외에 개선해야 할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에 사용되는 납은 환경적으로 유해하다는 의견도 있을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납을 대체할 물질을 찾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납을 대체할 물질 중의 하나로 주석(Sn)을 사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성능 및 내구성에 있어서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연구가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두께는 약 300nm 정도이기 때문에, 당장 상용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납 규제량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납이 사고 등으로 인해 유출되어 한 곳에 모이게 된다면 이는 환경에 유해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납을 대신할 물질을 사용하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드는 것이 옳은 방향이고, 또 정부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니 긍정적으로 진행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자체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상용화의 관점에서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공정법 및 대면적 기술 개발, 내구성 및 효율 향상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6.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태양전지 외에 다른 분야에도 응용이 가능합니까? 예를 들어 유기태양전지와 유기 발광 소자 (Organic Light-Emitting Diode; OLED)처럼,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이용해 LED 로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존의 LED에서 현재 OLED가 개발되어 상용화되었고, 그 뒤로는 양자점LED (Quantum Dot LED; QDLED)가, 그 다음으로 페로브스카이트 LED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OLED에서 QDLED로 바뀌는 이유가 OLED의 색순도가 낮기 때문인데, QDLED의 경우는 양자점의 크기를 명확히 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색순도 또한 정밀한 제어가 쉽지 않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의 경우 물질 자체가 양자우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향상된 색순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아직 발광 효율 등에서 부족하지만, OLED를 대체하여 미래의 디스플레이로 상용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7.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의 한 방법으로써, 실리콘 또는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와의 적층 구조 또한 제안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가장 큰 문제는 내구성입니다. 초기 성능이 좋더라도 성능이 떨어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발전 단가는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비싸질 것입니다. 때문에 내구성 및 성능 향상을 고려하면, 이미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과 장기적 발전이 검증된 실리콘 및 화합물 반도체 태양전지와의 적층 구조가 실제 생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당장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의 징검다리 역할 또한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태양전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시장 규모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태양광 발전에 대한 한국의 상황, 그리고 대학생 태양에너지 기자단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 교수님의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사회 전반적으로 태양광 발전 및 태양전지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태양광 발전 산업은 환경에 무해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다는 당위성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태양전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태양전지 소재를 연구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이 소재를 최적 상태의 박막으로 증착하기 위한 기업, 봉지재로 코팅하는 분야, 모듈화 및 패키징 등 많은 분야의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태양광 발전이 상용화 된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부각하여 사회의 주목을 끌 수 있다면 이 분야에 관심있는 인력의 유입이 늘어나게 되고, 새로운 기술 및 시장의 개발이 계속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서 여러분들과 같이 태양광 발전에 관심있는 대학생 기자단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역시 기술적 이점과 경제적 이점을 아울러서 많은 독자들에게 홍보하여 태양광 발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것입니다. 이 때 단순히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태양광 발전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등 객관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준다면 한국의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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