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지구에 부채질하는 '슈퍼 엘니뇨'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9기 임혜원
중동전쟁에 이어 슈퍼 엘니뇨까지... 다가오는 여름의 위기
지속되는 중동전쟁으로 세계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가오는 여름의 기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쟁은 원유 공급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동시에 식량 가격의 상승을 가져왔다. 농업, 축산업 등 식량 산업은 화석연료와 천연가스 사용이 불가피하다. 트랙터를 가동하고 농산물을 수확·가공하며, 이를 화물선과 트럭으로 운송하는 모든 과정에 화석연료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또한,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인 질소·요소 비료의 주요 원료 역시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쟁 전까지 전 세계에서 해상으로 운송되는 비료 원료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렇듯 이번 전쟁은 화석연료와 특정 지역의 비료 생산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글로벌 식량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여름에는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슈퍼 엘니뇨는 극단적 기상을 유발해 농업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식량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동시에 전력 문제를 일으켜 에너지 가격까지 재상승시킨다. 엘니뇨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현상의 일종이지만, 현재 지구 기온 상승과 전쟁이라는 사회 문제와 복합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기후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는 코앞에 닥친 이 위기를 가만히 지켜볼 것이 아니라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료 1.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의 상승]
출처: ⓒ 29기 임혜원(chatGPT)
엘니뇨의 최강 단계, '슈퍼 엘니뇨'
그렇다면 엘니뇨가 무엇이기에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의 대기 순환과 바람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구에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대표적인 바람이 있다. 무역풍, 편서풍, 극동풍으로 여기서 엘니뇨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무역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역풍은 적도에서 가열된 공기가 상승해 고위도에서 하강한 뒤 지표로 돌아오며, 코리올리 힘에 의해 북반구에서는 이동 방향의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휘어 발생하는 바람이다. 여기서 '코리올리 힘(Coriolis Force)'은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로서 움직이는 물체가 회전하는 지구의 표면에서 경로를 변경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의 자전, 위도에 따른 자전 속도 차이, 지구 회전축의 기울기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태평양의 따뜻한 표층 해수는 무역풍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동태평양 적도 부근에서는 차가운 심층 해수가 위로 솟아오르는 ‘용승 현상’이 발생해 밀려간 해수의 자리를 채우게 된다. 이에 따라 따뜻한 해수와 바람이 모여드는 서태평양 부근 상공에는 강한 상승기류가 형성되고, 구름이 발달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된다. 인도네시아, 호주와 같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온난·습윤한 기후가 나타나는 것이 이러한 이유다. 반대로 차가운 해수가 용승하는 동태평양 부근에서는 한랭 습윤한 기후가 나타나게 된다. 동태평양 지역으로는 대표적으로 페루, 에콰도르가 있다.
하지만 이 무역풍이 약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서태평양으로 이동하던 따뜻한 해수 이동이 느려지게 되고 이에 따라 구름대가 만들어지는 지역이 서태평양이 아닌 중앙태평양과 동태평양 부근으로 형성된다. 그 결과 서태평양 지역에는 오히려 가뭄이, 동태평양 지역은 폭우와 홍수 같은 극단적 기상이변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엘니뇨’라고 부른다. 이처럼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엘니뇨 시작으로 본다. 보통 2년에서 7년 주기로 불규칙한 주기를 가지면서 나타난다. ‘슈퍼 엘니뇨’는 엘니뇨가 심화해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무려 2.0도 이상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폭우와 홍수, 장기적인 가뭄과 산불 등 극단적 이상 기후가 빈번해진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농작물 생산량 감소와 식량 공급 불안으로 이어지며, 결국 글로벌 식량 위기를 심화시킨다. 생산량 감소와 함께 수입 원료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과일, 채소를 비롯해 가공식품, 음료, 커피 등 생활 전반의 식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게 된다. 우리는 이를 물가 상승의 형태로 직접 체감하게 된다.

[자료 2.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정상 상태와 엘니뇨의 비교]
출처: 미국 해양대기청(NOAA)
뜨거워진 지구 위에 덮친 엘니뇨, 기후위기의 악순환
온실가스로 인해 이미 기온이 상승한 지구에 엘니뇨라는 자연적 기후 변동성까지 더해지면 기온 상승은 더욱 심각히 체감될 것이다. 엘니뇨는 단순히 일시적인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고,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엘니뇨는 아마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지구의 온실가스를 흡수해 주는 3대 열대우림 지역에 심각한 가뭄과 고온 현상을 일으킨다. 비가 오지 않아 거대한 숲이 말라죽거나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면, 나무와 토양이 오랜 시간 저장해 왔던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고스란히 방출된다. 지구의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던 숲이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배출원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바다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차가운 바닷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엘니뇨로 인해 수온이 높아진 바다는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오히려 바다가 머금고 있던 탄소와 다량의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며 온실효과를 더욱 강화한다. 결국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화석연료를 태워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더해, 자연 생태계마저 추가적인 탄소 폭탄을 터뜨리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 사회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안하기 위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영국 기상청(UKMO)과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제임스 한센 박사팀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사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5℃를 넘어 최대 1.7 ℃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와 같은 온난화 속도에 슈퍼 엘니뇨까지 겹친다면, 사실상 1.5℃ 목표 달성은 매우 어려워졌다는 비관적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

[자료 3. 엘니뇨로 인한 이상 기후]
출처: ⓒ 29기 임혜원(chatGPT)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한국의 움직임
다만 엘니뇨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복합적이다. 엘니뇨의 발생 지역이 적도 부근 태평양에 자리 잡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멀고, 다른 기후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엘니뇨와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항상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엘니뇨는 전 지구적인 기온 상승에 영향을 주어 간접적으로 우리나라 기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동아시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대기 중 열과 수증기가 증가하면서 여름철 더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엘니뇨로 인해 형성된 대기 파동이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 고온의 남풍을 유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남쪽의 뜨겁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폭염과 열대야가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여름이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가오는 슈퍼 엘니뇨와 이상기후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전라남도는 올해 하반기 엘니뇨로 인한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재해가 우려됨에 따라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태풍·우박·집중호우와 같은 자연재해로 발생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이다. 농업 종사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농작물재해보험'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교통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대비를 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과 대기 불안정으로 강한 태풍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코레일은 여름철 열차 운행 안정성 확보에 나섰다. 특히 폭염은 철제 레일의 팽창을 유발하여 선로가 휘어지는 '좌굴(Bcukling)' 현상을 일으키는데, 이는 고속열차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기존 고속철도 선로에서 효과가 검증된 선로변 자동살수장치를 일반선 구간까지 추가 확충해 폭염 대응에 강화하고 있다. 또한 태풍과 강풍으로 인해 선로 주변의 건설장비가 전도되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하고, 선로 인근 수목과 승강장 안내표지 등 낙하 위험 시설도 미리 정비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안전과 경제를 위협하는 재난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은 적극적으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자연의 경고를 외면하지 않는 자세
현재 우리 사회는 전쟁과 기후위기라는 문제를 동시에 직면해 있다. 원유와 비료 공급망 불안, 에너지 가격 급등, 식량 물가 상승과 같은 사회적 위기는 이제 국가 차원의 문제를 넘어 개개인의 삶 속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오늘날 사회와 개인, 경제와 환경은 결코 분리된 존재가 아니며, 모든 것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인간의 산업화와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은 자연환경에 큰 부담을 주었고, 결국 지금의 기후위기를 초래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이상기후는 다시 인간 사회의 전반을 위협하며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엘니뇨 역시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자연현상이지만, 지구온난화가 심화된 현재에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 재난을 일으킬 가능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쩌면 슈퍼 엘니뇨와 극단적 이상기후는 자연이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가올 재난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줄이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기후위기를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현실로 인식하며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이상 기후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지금, 올여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기후·식량·에너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덥다', '습하다'와 같은 일시적인 날씨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기후위기가 이미 우리 삶 한가운데에 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참고문헌
[중동전쟁에 이어 슈퍼 엘니뇨까지... 다가오는 여름의 위기]
1) 김병욱, "“전쟁에 슈퍼 엘니뇨까지” … 역대급 무더위 예고에 가스·석탄·원자력株 ‘들썩’", 뉴데일리, 2026.04.28,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6/04/28/2026042800089.html
2) 김해동, "슈퍼 엘니뇨, 폭우와 가뭄 오락가락...식량 안보를 뒤흔들다", 교수신문, 2026.03.11,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00175
[슈퍼 엘니뇨로 인한 극단적 기상이변]
1) 기상청, 날씨누리 날씨정보시스템, "엘니뇨·라니냐 전망", 2026.04.23, https://www.weather.go.kr/w/climate/prediction/el-la.do
3) NOAA, El Niño Theme Page, "Pacific Ocean Temperatures", https://www.pmel.noaa.gov/elnino/la-nina-pacific
4) NOAA, El Niño Theme Page, "What is El Niño?", https://www.pmel.noaa.gov/elnino/what-is-el-nino
[뜨거워진 지구 위에 덮친 엘니뇨, 기후위기의 악순환]
2) 전채은, "11년 연속 지구 가장 더워… 파리협약 기온 상승 한계선 눈앞", 동아일보, 2026.04.07,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60407/133687265/2
[자연의 경고를 외면하지 않는 자세]
1) 김재훈, "올여름 슈퍼 엘니뇨 오나…극한 폭염·폭우 경고", 연합뉴스TV, 2026.05.09,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60509185324WDB
2) 안희민, "좌굴·노반 유실·침수…코레일, 여름철 기후재난 대비 나서", 데일리한국, 2026.04.18,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9505
3) 이학수, "전남도, “농작물재해보험은 필수”... 보험료 90% 지원하며 가입 독려", 브레이크뉴스, 2026.04.21, https://www.breaknews.com/1201941



불난 지구에 부채질하는 '슈퍼 엘니뇨'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9기 임혜원
중동전쟁에 이어 슈퍼 엘니뇨까지... 다가오는 여름의 위기
지속되는 중동전쟁으로 세계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가오는 여름의 기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쟁은 원유 공급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동시에 식량 가격의 상승을 가져왔다. 농업, 축산업 등 식량 산업은 화석연료와 천연가스 사용이 불가피하다. 트랙터를 가동하고 농산물을 수확·가공하며, 이를 화물선과 트럭으로 운송하는 모든 과정에 화석연료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또한,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인 질소·요소 비료의 주요 원료 역시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쟁 전까지 전 세계에서 해상으로 운송되는 비료 원료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렇듯 이번 전쟁은 화석연료와 특정 지역의 비료 생산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글로벌 식량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여름에는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슈퍼 엘니뇨는 극단적 기상을 유발해 농업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식량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동시에 전력 문제를 일으켜 에너지 가격까지 재상승시킨다. 엘니뇨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현상의 일종이지만, 현재 지구 기온 상승과 전쟁이라는 사회 문제와 복합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기후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는 코앞에 닥친 이 위기를 가만히 지켜볼 것이 아니라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료 1.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의 상승]
출처: ⓒ 29기 임혜원(chatGPT)
엘니뇨의 최강 단계, '슈퍼 엘니뇨'
그렇다면 엘니뇨가 무엇이기에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의 대기 순환과 바람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구에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대표적인 바람이 있다. 무역풍, 편서풍, 극동풍으로 여기서 엘니뇨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무역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역풍은 적도에서 가열된 공기가 상승해 고위도에서 하강한 뒤 지표로 돌아오며, 코리올리 힘에 의해 북반구에서는 이동 방향의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휘어 발생하는 바람이다. 여기서 '코리올리 힘(Coriolis Force)'은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로서 움직이는 물체가 회전하는 지구의 표면에서 경로를 변경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의 자전, 위도에 따른 자전 속도 차이, 지구 회전축의 기울기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태평양의 따뜻한 표층 해수는 무역풍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동태평양 적도 부근에서는 차가운 심층 해수가 위로 솟아오르는 ‘용승 현상’이 발생해 밀려간 해수의 자리를 채우게 된다. 이에 따라 따뜻한 해수와 바람이 모여드는 서태평양 부근 상공에는 강한 상승기류가 형성되고, 구름이 발달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된다. 인도네시아, 호주와 같은 서태평양 지역에서 온난·습윤한 기후가 나타나는 것이 이러한 이유다. 반대로 차가운 해수가 용승하는 동태평양 부근에서는 한랭 습윤한 기후가 나타나게 된다. 동태평양 지역으로는 대표적으로 페루, 에콰도르가 있다.
하지만 이 무역풍이 약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서태평양으로 이동하던 따뜻한 해수 이동이 느려지게 되고 이에 따라 구름대가 만들어지는 지역이 서태평양이 아닌 중앙태평양과 동태평양 부근으로 형성된다. 그 결과 서태평양 지역에는 오히려 가뭄이, 동태평양 지역은 폭우와 홍수 같은 극단적 기상이변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엘니뇨’라고 부른다. 이처럼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엘니뇨 시작으로 본다. 보통 2년에서 7년 주기로 불규칙한 주기를 가지면서 나타난다. ‘슈퍼 엘니뇨’는 엘니뇨가 심화해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무려 2.0도 이상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폭우와 홍수, 장기적인 가뭄과 산불 등 극단적 이상 기후가 빈번해진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농작물 생산량 감소와 식량 공급 불안으로 이어지며, 결국 글로벌 식량 위기를 심화시킨다. 생산량 감소와 함께 수입 원료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과일, 채소를 비롯해 가공식품, 음료, 커피 등 생활 전반의 식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게 된다. 우리는 이를 물가 상승의 형태로 직접 체감하게 된다.
[자료 2.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정상 상태와 엘니뇨의 비교]
출처: 미국 해양대기청(NOAA)
뜨거워진 지구 위에 덮친 엘니뇨, 기후위기의 악순환
온실가스로 인해 이미 기온이 상승한 지구에 엘니뇨라는 자연적 기후 변동성까지 더해지면 기온 상승은 더욱 심각히 체감될 것이다. 엘니뇨는 단순히 일시적인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고,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엘니뇨는 아마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지구의 온실가스를 흡수해 주는 3대 열대우림 지역에 심각한 가뭄과 고온 현상을 일으킨다. 비가 오지 않아 거대한 숲이 말라죽거나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면, 나무와 토양이 오랜 시간 저장해 왔던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고스란히 방출된다. 지구의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던 숲이 오히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배출원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바다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차가운 바닷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엘니뇨로 인해 수온이 높아진 바다는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오히려 바다가 머금고 있던 탄소와 다량의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며 온실효과를 더욱 강화한다. 결국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화석연료를 태워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더해, 자연 생태계마저 추가적인 탄소 폭탄을 터뜨리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 사회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안하기 위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영국 기상청(UKMO)과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제임스 한센 박사팀의 예측 모델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사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5℃를 넘어 최대 1.7 ℃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와 같은 온난화 속도에 슈퍼 엘니뇨까지 겹친다면, 사실상 1.5℃ 목표 달성은 매우 어려워졌다는 비관적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

[자료 3. 엘니뇨로 인한 이상 기후]
출처: ⓒ 29기 임혜원(chatGPT)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한국의 움직임
다만 엘니뇨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복합적이다. 엘니뇨의 발생 지역이 적도 부근 태평양에 자리 잡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멀고, 다른 기후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엘니뇨와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항상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엘니뇨는 전 지구적인 기온 상승에 영향을 주어 간접적으로 우리나라 기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동아시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대기 중 열과 수증기가 증가하면서 여름철 더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엘니뇨로 인해 형성된 대기 파동이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 고온의 남풍을 유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남쪽의 뜨겁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폭염과 열대야가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여름이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가오는 슈퍼 엘니뇨와 이상기후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전라남도는 올해 하반기 엘니뇨로 인한 폭염과 폭우 등 기상 재해가 우려됨에 따라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태풍·우박·집중호우와 같은 자연재해로 발생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이다. 농업 종사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농작물재해보험'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교통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대비를 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과 대기 불안정으로 강한 태풍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코레일은 여름철 열차 운행 안정성 확보에 나섰다. 특히 폭염은 철제 레일의 팽창을 유발하여 선로가 휘어지는 '좌굴(Bcukling)' 현상을 일으키는데, 이는 고속열차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기존 고속철도 선로에서 효과가 검증된 선로변 자동살수장치를 일반선 구간까지 추가 확충해 폭염 대응에 강화하고 있다. 또한 태풍과 강풍으로 인해 선로 주변의 건설장비가 전도되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하고, 선로 인근 수목과 승강장 안내표지 등 낙하 위험 시설도 미리 정비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안전과 경제를 위협하는 재난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은 적극적으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자연의 경고를 외면하지 않는 자세
현재 우리 사회는 전쟁과 기후위기라는 문제를 동시에 직면해 있다. 원유와 비료 공급망 불안, 에너지 가격 급등, 식량 물가 상승과 같은 사회적 위기는 이제 국가 차원의 문제를 넘어 개개인의 삶 속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오늘날 사회와 개인, 경제와 환경은 결코 분리된 존재가 아니며, 모든 것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인간의 산업화와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은 자연환경에 큰 부담을 주었고, 결국 지금의 기후위기를 초래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난 이상기후는 다시 인간 사회의 전반을 위협하며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엘니뇨 역시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자연현상이지만, 지구온난화가 심화된 현재에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 재난을 일으킬 가능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쩌면 슈퍼 엘니뇨와 극단적 이상기후는 자연이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가올 재난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줄이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기후위기를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현실로 인식하며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이상 기후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지금, 올여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기후·식량·에너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덥다', '습하다'와 같은 일시적인 날씨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기후위기가 이미 우리 삶 한가운데에 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장마는 없다, 한국의 여름과 기후위기", 26기 신혜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869
2. "기후인플레이션, 기후 위기는 경제를 어떻게 흔드는가", 25기 김승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657
참고문헌
[중동전쟁에 이어 슈퍼 엘니뇨까지... 다가오는 여름의 위기]
1) 김병욱, "“전쟁에 슈퍼 엘니뇨까지” … 역대급 무더위 예고에 가스·석탄·원자력株 ‘들썩’", 뉴데일리, 2026.04.28,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6/04/28/2026042800089.html
2) 김해동, "슈퍼 엘니뇨, 폭우와 가뭄 오락가락...식량 안보를 뒤흔들다", 교수신문, 2026.03.11,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00175
[슈퍼 엘니뇨로 인한 극단적 기상이변]
1) 기상청, 날씨누리 날씨정보시스템, "엘니뇨·라니냐 전망", 2026.04.23, https://www.weather.go.kr/w/climate/prediction/el-la.do
2) 유상균, "[과학에세이] 슈퍼 엘니뇨의 귀환과 기후 재난", 국제신문, 2026.04.27,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260428.22018007280
3) NOAA, El Niño Theme Page, "Pacific Ocean Temperatures", https://www.pmel.noaa.gov/elnino/la-nina-pacific
4) NOAA, El Niño Theme Page, "What is El Niño?", https://www.pmel.noaa.gov/elnino/what-is-el-nino
[뜨거워진 지구 위에 덮친 엘니뇨, 기후위기의 악순환]
1) 김승환, "강력한 엘니뇨 발달 시작 "1.5도 저지선 붕괴 카운트다운"", MBC NEWS, 2026.04.18,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816203_29123.html
2) 전채은, "11년 연속 지구 가장 더워… 파리협약 기온 상승 한계선 눈앞", 동아일보, 2026.04.07,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60407/133687265/2
[자연의 경고를 외면하지 않는 자세]
1) 김재훈, "올여름 슈퍼 엘니뇨 오나…극한 폭염·폭우 경고", 연합뉴스TV, 2026.05.09, https://www.yonhapnewstv.co.kr/news/MYH20260509185324WDB
2) 안희민, "좌굴·노반 유실·침수…코레일, 여름철 기후재난 대비 나서", 데일리한국, 2026.04.18,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9505
3) 이학수, "전남도, “농작물재해보험은 필수”... 보험료 90% 지원하며 가입 독려", 브레이크뉴스, 2026.04.21, https://www.breaknews.com/12019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