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친환경 반도체를 넘어,'기후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반도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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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30기 최이현2026-09-16 11:50
최근 반도체 팹 건설이 여기저기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팹이 가동되기 위해 필요한 자원에 대한 관심은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특히 물과 전력, 원자재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보니 기후 위기가 산업 전반의 안정성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R.E.F 23기 김태현2026-09-16 20:00
삼성전자는 평택 팹을 확장해나가고 있고 SK하이닉스가 용인 팹을 건설하고 이번 채용을 용인을 포함해서 뽑는 것으로 보면 더 많은 반도체와 물, 석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기후 안정성이 너무 낮은 시기라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물은 현대 기업들이 다방면으로 대처하고 있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데 석영은 물과 같이 많은 분야에 쓰이는 물질은 아니다보니 아직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분야기 때문에 이것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듣고 더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이상 기후들이 없어져 반도체 산업도 안정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R.E.F 29기 조성현2026-09-16 22:58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우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팹의 유지가 매우 중요한 산업인 만큼 꾸준한 공급이 필수적인 산업인데 산업을 우선시 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기후변화를 등한시하는 것은 어불성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도체 산업 와 기후변화 양 방향을 모두 살피고 한가지에 치우지지 않게 조율하고 관리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친환경 반도체를 넘어,'기후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반도체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30기 박시영
기후위기, 반도체 산업까지 흔들다
가뭄이 길어지면 땅이 굳어 오히려 홍수로 이어지고, 폭염은 토양을 메마르게 해 산불 위험을 키운다. 서로 다른 재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셈이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기상청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은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여름을 겪었고,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과 108년 만의 강원 영동 가뭄까지 한 해에 동시에 발생했다. 2026년 6월에는 유럽 전역이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경신해 폭염에 휩싸이기도 했다.
기후 위기는 환경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산업 현장의 생산 안정성까지 흔들고 있고, 반도체 산업도 여기서 비갈 수 없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고, 전력과 용수가 끊기지 않아야 하며, 온도와 습도도 늘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게다가 생산 시설과 원자재가 몇몇 국가·지역에 몰려 있고, 여러 나라에 걸쳐 촘촘하게 연결된 공급망까지 갖고 있다 보니, 반도체 산업은 기후 위기에 유독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과 가뭄, 홍수는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반도체 산업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반도체 공장이 극한기후에 취약한 이유
[자료 1. 클린룸]
출처 : Pexels
반도체 공장이 극한기후에 유독 약한 건 공정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번 멈추면 다시 가동하기 쉽지 않고, 단 1초만 멈춰도 미세한 오차가 생겨 만들던 웨이퍼를 통째로 버려야 한다. 안정적인 전력과 물, 일정한 온도·습도가 갖춰져야 공장이 돌아가는데, 바깥 인프라가 조금만 흔들려도 이 전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6년 3월 대만 신주 과학단지는 75년 만의 겨울 가뭄을 겪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한 현지 기업들은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 대응에 나서야 했다. TSMC는 2021년 가뭄을 겪은 뒤 공정수 재활용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지만, 가뭄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문제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문제는 물 뿐 만이 아니다.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를 덮친 기록적인 한파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을 3일간 완전히 멈춰 세웠다. 정전으로 만들던 웨이퍼 약 71,000장이 버려졌고, 피해액은 3~4억 달러에 달했다.
앞으로 이런 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학술지 iScience의 2024년 연구를 보면, 기존 반도체 생산시설의 40%가 2030~2040년 사이 고위험 또는 극고위험 물 스트레스 지역에 놓이게 된다. 세계경제포럼(WEF)과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이 수치를 인용하며 물 리스크를 업계가 다음으로 마주할 과제로 꼽는다. 2025년 말 SEMI의 분석에서도 같은 수치가 다시 나온 걸 보면, 이 전망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구리 공급망이 마주한 가뭄 리스크
[자료 2. 노천 광산]
출처: Pexels
반도체는 원자재 채굴부터 소재·부품 생산, 웨이퍼 제조, 후 공정, 완제품 조립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이 과정이 한 나라 안에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은 반도체 기업들이 후 공정은 말레이시아, 조립·테스트는 베트남, 그 외 공정은 인도·일본 등으로 생산기지를 나눠 짓는 '다거점화' 전략까지 쓰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 산업은 한 나라의 문제가 그 나라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구조가 됐다. 한국 공장이 멀쩡해도 해외 원자재 생산지나 협력업체에 기후 재난이 닥치면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게 구리다. 구리는 반도체 안에서 전기 신호를 나르는 배선재로 쓰이는 핵심 원자재다. 문제는 구리를 만드는 데 물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를 비롯한 주요 산지에서는 광석에서 구리를 뽑아내는 제련 과정에 막대한 물이 필요한데, 이 지역들이 기후변화로 가뭄에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PwC 분석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32%가 가뭄으로 구리 공급에 차질을 빚을 위험에 놓이고, 온실가스 배출이 줄지 않으면 2050년에는 이 비율이 최대 58%까지 오를 수 있다. 반도체 공장의 물 부족만이 아니라, 그 공장에 원료를 대는 지구 반대편 광산의 물 부족까지 반도체 생산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구리만의 얘기도 아니다. 2024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헬렌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프루스파인의 석영 광산 가동을 멈춰 세웠다. 이곳은 반도체 웨이퍼 제조에 꼭 필요한 초고순도 석영을 전 세계 공급량의 최대 90%나 담당하는 곳이다. 광산 몇 곳이 멈췄을 뿐인데도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기후 위기는 특정 공장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공급망을 타고 지구 반대편 다른 기업으로까지 옮겨갈 수 있다. 그러므로 반도체 기업의 기후 대응 역시 공장 내부의 탄소 배출 감축 그 이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완화를 넘어 적응이 필요한 이유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완화가 온실가스를 줄여서 기후변화 자체를 늦추려는 노력이라면, 적응은 이미 벌어지고 있거나 앞으로 벌어질 피해에 미리 대비하는 노력이다. IPCC도 2023년 낸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완화와 적응 둘 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반도체 업계가 신경 써온 건 대부분 완화 쪽이었다. RE100 가입,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공정 가스 저감 같은 식이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 공장과 공급망 자체가 기후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적응도 함께 챙겨야 할 문제다. 몇몇 기업은 벌써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SML은 2025년 TCFD 보고서에서 4℃ 시나리오를 가정해 자사 공장과 고객사가 폭염·홍수·가뭄·태풍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평가하고, 건물 보강·빗물 관리·비상 전력 확보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TSMC도 2년마다 기후 위험을 다시 점검해 11개 위험 요소를 뽑아내고 사업장별 대응 계획을 짜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국가별 물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2025년 12월 발표된 '제4차 국가 기후 위기 적응 대책'에는 기후 재난 대비 인프라 정비와 함께 '산업계별 맞춤 지원'이 담겼다. 다만 이 대책이 반도체 같은 특정 산업의 공급망 문제까지 다루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없이는 RE100도 탄소중립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완화 정책조차 아직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정책이 '적응'까지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제는 적응까지 고민해야 할 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기후변화는 반도체 공장 자체는 물론, 원자재와 협력업체, 물류망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의 기후 얘기는 주로 ‘반도체가 환경에 주는 영향을 어떻게 줄일까'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 방향, 즉 기후변화가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봐야 할 때다.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도 지속되려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가 어떻게 변하든 생산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대응도 함께 필요하다. '친환경 반도체'를 넘어 '기후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반도체 산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반도체 산업과 기후위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반도체 폐수 재이용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27기 조희선,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power-grid/?bmode=view&idx=169017510
2. "4대강 보 해체, 반도체 시대의 물 관리 해법은?", 29기 이연선,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journal/?bmode=view&idx=172343609
참고문헌
[기후위기, 반도체 산업까지 흔들다]
1)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기상청, "2025년, 다양한 이상기후로 확인된 '기후위기의 시대'", 2026.3.26, https://www.pcccr.go.kr/storage/board/base/2026/03/26/BOARD_ATTACH_1774499790443.pdf
2) 임주형, "기후 변화가 반도체 산업 위협한다고? [임주형의 테크토크]", 아시아경제, 2021.4.9, https://www.asiae.co.kr/article/2021040915012771931
3) Euronews Health, "Europe's record-breaking heatwave: What you need to know", Euronews, 2026.6.29, https://www.euronews.com/health/2026/06/29/europes-record-breaking-heatwave-what-you-need-to-know
[반도체 공장이 극한기후에 취약한 이유]
1) 김주원,"대만 신주 '75년 만의 가뭄' 비상…K-반도체 불확실성 커지나", 글로벌이코노믹, 2026.3.29,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6/03/202603290749586682fbbec65dfb_1
2)손희정, "가뭄 겪은 TSMC, 공정수 재활용률 90%…용수 확보 나선 기업들 [물의시대下]", 이투데이, 2026.6.17, https://v.daum.net/v/20260617050110978
3)Lepawsky, Josh, "Climate Change Induced Water Stress and Future Semiconductor Supply Chain Risk", iScience, 108791, 2024.1
4)SEMI, "Ripple Effects: Why Water Risk is the Next Major Business Challenge for the Semiconductor Industry", 2025.12.16, https://www.semi.org/en/blogs/ripple-effects-why-water-risk-is-the-next-major-business-challenge-for-the-semiconductor-industry
5)World Economic Forum, "How water stress is risking the semiconductor supply chain", 2024.12.2, https://www.weforum.org/stories/2024/12/how-climate-change-and-water-stress-is-risking-the-semiconductor-supply-chain/
6)이나리,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한파 정전 피해 크다" 未 보험사에 소송", ZDNet Korea, 2023.2.8, https://zdnet.co.kr/view/?no=20230208165902
[구리 공급망이 마주한 가뭄 리스크]
1) 김은, "허리케인 '헐린' 반도체 소재 공급망까지 훼손...美 석영 광산 파괴", 더구루, 2024.10.02, https://kr.investing.com/news/stock-market-news/article-1217755
2)김정아, "PwC 기후변화로 구리 공급 급감…반도체 생산 타격", 한국경제, 2025.7.8,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7085907i
3)삼일회계법인(PwC코리아),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9가지 주요 원자재 리스크", https://www.pwc.com/kr/ko/insights/global-trends/climate-risks-to-nine-key-commodities.html
4)안정훈, "美 작은 광산서 모래 생산 멈추자, 반도체의 미래가 흔들렸다", 한국경제, 2026.8.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0201131
5)PwC컨설팅,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 '제3 생산지'가 뜬다", https://www.pwcconsulting.co.kr/ko/insights/semicon-asia-realignment.html
[완화를 넘어 적응이 필요한 이유]
1)김원상, "한국 반도체 산업,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없이는 RE100도 탄소중립도 불가능", 기후솔루션, 2025.06.25, https://forourclimate.org/ko/newsroom/1088
2)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수립…댐·하천 등 국가 기반시설 혁신", 2025.12,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56982
3)삼성전자, "삼성전자,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수자원 환원 확대", 2026.6, https://news.samsung.com/kr/삼성전자-2026년-지속가능경영보고서-발간-수자원-환원-확대
4)외교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 승인 상세보기", 2023.3,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73483
5)ASML, "2025 TCFD Report: Climate-Related Disclosures", 2025, https://ourbrand.asml.com/m/1a1a5c89fe64e619/original/asml-2025-tcfd-report-climate-related-disclosures.pdf
6)TSMC, "TSMC ESG - TCFD/TNFD 기후리스크 공시", https://esg.tsmc.com/en-US/sustainable-management/tcnfd-disclos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