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책

플라스틱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법, 독일 Pfand의 힘

R.E.F 27기 김주희
2026-03-15

플라스틱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법, 독일 Pfand의 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김주희

재활용을 넘어, 회수율을 높이는 제도는 무엇인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활용 이후를 말하기 전에, 먼저 사용된 용기가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구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활용은 오랫동안 플라스틱 문제의 대표적인 해법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 역시 분리배출 의무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폐기물 부담금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며 재활용 체계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플라스틱 문제를 단순히 재활용률만으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재활용한다고 집계되느냐 뿐 아니라, 사용된 용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회수해 다시 순환 체계로 연결하느냐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독일의 Pfand 제도는 주목할 만하다. Pfand는 음료용 플라스틱병과 캔, 다회용 병 등에 보증금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이를 반환하면 환급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단순히 ‘버려진 뒤 처리하는 체계’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반환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높은 회수율을 만들어내는 제도다. 결국 Pfand의 강점은 재활용 자체보다도, 소비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자원을 회수 체계 안으로, 안정적으로 되돌린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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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 무분별한 배출: 쓰레기통 속의 시선]

출처 : ⓒ27기 김주희(Gemini 생성) 


한국도 제시했던 방향, 회수와 재사용이 가능한 구조로의 전환
이러한 문제의식은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이미 반영돼 있다. OECD는 지속가능한 성과 창출을 위해 자원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효율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속가능한 물질관리(Sustainable Materials Management, SMM) 개념을 제시해 왔다. 이는 자원을 단순히 폐기물 단계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유통·소비·회수·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접근이다. 다시 말해, 폐기물이 발생한 뒤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원이 처음 시장에 투입된 순간부터 다시 회수되어 순환되는 경로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OECD가 제시한 물질흐름 주기와 정책 구조 역시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자원 관리의 책임을 특정 주체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책임 속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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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 물질흐름 주기와 정책 프레임워크 시스템 도식화(OECD)]

출처 :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2018~2027)

이와 같은 흐름은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도 반영돼 있다. UN은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공동 목표 가운데 하나로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양식의 보장’을 제시하며,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폐기물 발생 감량, 재활용 촉진을 핵심 과제로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폐기물을 잘 처리하는 문제를 넘어, 자원이 소비 이후에도 다시 순환할 수 있도록 소비와 생산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한국 역시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감량-재사용-재활용-에너지재활용-안전처리’로 제시하며, 단순히 버려진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원이 다시 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계획은 폐기물 발생 이후의 선별·처리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생산부터 소비, 수거,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의 자원 순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빈용기보증금 적용 대상 확대 검토, 회수용 박스 보급, 무인회수 체계 확산 등 소비자가 보다 쉽게 반환에 참여할 수 있는 회수 체계 개선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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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3. 순환이용률 부문 자원순환 지표 설정]

출처 :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2018~2027)

이는 한국 역시 정책적으로는 단순한 재활용률 제고를 넘어, 회수와 반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즉, 한국도 정책 문서 차원에서는 폐기물 발생 후 재활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회수와 재사용이 가능한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이 실제 생활 속 제도와 시스템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현되었느냐에 있다.


독일의 5단계 폐기물 위계와 Pfand의 작동 방식 
독일은 자원순환 정책의 기본 철학을 폐기물 처리 체계에 분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독일의 폐기물 정책은 ‘폐기물 예방-재사용 준비-재활용-회수(에너지 회수 포함)-최종처리’의 5단계 위계로 구성된다. 이는 먼저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고, 그다음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며, 이후 재활용과 회수, 최종처리로 이어지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소각이나 폐기는 가장 마지막 수단일 뿐이며, 자원을 가능한 한 오래 순환 구조 안에 머물게 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이러한 철학을 소비 현장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구현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독일의 Pfand다. 독일 마트에 가면 여러 개의 빈 페트병이나 캔을 들고 무인회수기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쓰레기를 버리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불했던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병을 반환하러 온 것이다. Pfand는 독일어로 ‘보증금’을 뜻하며, 음료를 구매할 때 상품 가격 외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이 포함된 가격을 지급하고, 이후 사용한 용기를 반환하면 그 보증금을 환급받는 구조다. 즉, 소비자가 포장재를 단순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회수 체계 안으로 돌려보내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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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4. Pfand 기계]

출처 : ⓒ27기 김주희

독일의 Pfand는 크게 다회용(Mehrweg)과 일회용(Einweg)으로 나뉜다. 다회용 Pfand는 재사용이 가능한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적용되며, 용기 종류에 따라 보증금이 다르지만 대체로 일회용보다 낮은 수준으로 0.08~0.15유로이다. 반면 일회용 Pfand는 일회용 플라스틱병과 캔 등에 주로 적용되며, 보통 0.25유로의 보증금이 붙는다. 이 금액은 얼핏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소비 상황에서는 꽤 큰 심리적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저렴한 생수 한 병의 본래 가격보다 보증금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 마트에서는 가격표에 제품 자체의 가격만 표시되고, 여기에 별도로 판트(Pfand) 금액이 추가된다는 점이 명시된다. 이 구조는 소비자에게 ‘내가 이만큼의 돈을 임시로 더 냈다’는 인식을 남기고, 결국 빈 병을 반환해 그 돈을 되찾아야겠다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결국 독일의 Pfand는 단순한 보증금 제도가 아니라, 반환 행동을 생활화한 회수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Pfand 제도는 소비자 참여를 바탕으로 높은 회수율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DPG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매년 200억 개 이상의 일회용 음료 포장재가 5만 개 이상의 무인회수기와 소매점을 통해 처리되며, 일회용 판트 포장재의 회수율은 98%를 넘는다. 이는 보증금 환급 구조가 소비자의 반환 행동을 일상화하고, 그 결과 사용된 음료 용기를 일반폐기물 흐름에 섞이기 전에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재활용 현실과 제도적 한계
반면 한국은 재활용률이 높다는 인식과 달리, 실질적인 순환 수준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환경부 통계상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높은 편이지만, 여기에는 에너지 회수가 포함돼 있어 유럽의 물질 재활용 중심 기준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같은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국의 실질적 물질 재활용률은 훨씬 낮아지며, 특히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문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재활용률과 실제 자원이 다시 원료로 순환되는 수준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정책 집행의 측면에서도 한계는 드러난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했지만 2008년 폐지했고, 이후 다시 도입하려던 제도 역시 유예와 축소를 거쳤다. 2022년 전국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결국 세종과 제주에서만 먼저 시행되는 형태로 조정되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빈용기보증금 제도는 일부 유리용기 중심 품목에 한정되어 있어, 독일처럼 일상적인 소비 전반에서 회수와 환급이 작동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결국 한국은 정책 문서에서는 감량과 재사용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생활 현장에서는 여전히 폐기물로 배출된 이후의 선별·재활용 과정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반면 독일의 Pfand는 소비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용기를 직접 반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사용된 용기가 일반폐기물 흐름으로 섞이기 전에 별도의 회수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만든다. 즉, Pfand는 완전히 ‘사전 예방’의 제도라기보다는, 사용 후 단계에서 자원을 보다 깨끗하고 안정적으로 회수해 재사용·재활용으로 연결하는 회수 중심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정책의 초점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의 경우 분리배출 이후 얼마나 잘 선별하고 처리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는 반면, 독일의 Pfand는 소비자가 반환 행동에 참여하도록 만들어 처음부터 비교적 품질이 유지된 상태로 용기를 회수하는 데 강점이 있다. 

플라스틱이 다시 돌아오는 사회를 위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재활용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재활용률이라는 결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음료용기처럼 사용량이 많고 회수가 가능한 품목은, 사용 후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회수해 다시 재사용이나 재활용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자원순환의 성패를 좌우한다. 독일의 Pfand 제도는 소비자의 직접적인 반환 참여와 보증금 환급 구조를 통해 높은 회수율을 만들어내며, 회수 중심 자원순환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독일은 폐기물 예방-재사용 준비-재활용-회수-최종처리라는 위계 속에서, 보증금과 회수 시스템을 통해 자원이 다시 돌아오는 구조를 생활 속에 정착시켰다.
한국 역시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을 통해 감량과 재사용, 물질 재활용 중심 전환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회수 시스템으로 구체화하는 일이다. 특히 음료용기처럼 사용량이 많고 비교적 표준화된 품목은, 분리배출 이후의 선별과 처리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반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보증금 제도의 실효성 강화, 적용 대상 확대, 무인회수 인프라 확충과 같은 정책이 함께 뒷받침될 때, 사용된 용기는 일반폐기물로 흩어지기보다 다시 재사용이나 재활용의 경로로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을 잘 버리게 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회수 할 수 있는 용기가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독일의 Pfand는 바로 그 점에서, 높은 회수율이 어떻게 제도와 시민 참여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플라스틱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재활용에서 감축으로, 탈플라스틱 로드맵 초안 공개", 27기 함예림, 28기 김서진, 정예빈, 29기 이연선, 차종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journal/?idx=170033708&bmode=view
2. "플라스틱을 태우지 않고 분해한다? 열분해 기술", 27기 이서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journal/?idx=169445878&bmode=view

참고문헌 
[재활용을 넘어, 회수율을 높이는 제도는 무엇인가]
1) 윤혜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기본계획", 2025.04.02, https://www.mcee.go.kr/home/web/public_info/read.do;jsessionid=_6reEBvFgsiUVDdCIqRO2TypVd4jOIMiiEDUKAaf.mehome1?pagerOffset=42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all&searchValue=&menuId=10357&orgCd=&condition.orgCode=1480000&condition.deleteYn=N&publicInfoId=395&menuId=10357
[한국도 제시했던 방향, 회수와 재사용이 가능한 구조로의 전환]
1) 윤혜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기본계획", 2025.04.02, https://www.mcee.go.kr/home/web/public_info/read.do;jsessionid=_6reEBvFgsiUVDdCIqRO2TypVd4jOIMiiEDUKAaf.mehome1?pagerOffset=42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all&searchValue=&menuId=10357&orgCd=&condition.orgCode=1480000&condition.deleteYn=N&publicInfoId=395&menuId=10357
[독일의 5단계 폐기물 위계와 Pfand의 작동 방식] 
1) 윤혜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기본계획", 2025.04.02, https://www.mcee.go.kr/home/web/public_info/read.do;jsessionid=_6reEBvFgsiUVDdCIqRO2TypVd4jOIMiiEDUKAaf.mehome1?pagerOffset=42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all&searchValue=&menuId=10357&orgCd=&condition.orgCode=1480000&condition.deleteYn=N&publicInfoId=395&menuId=10357
2) 이윤진, "[지구를 살리는 100가지 방법 ⑯] 판트(Pfand) 제도를 아시나요?", 뉴스퀘스트, 2023.12.11,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707
3) 정서연, "재활용률 1위 독일' 이끈 공병보증금제도 '판트(Pfand)", 뉴스펭귄, 2023.03.28,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763
[한국의 재활용 현실과 제도적 한계
1) 김나라, 김병환, 권영선, 송하균, 장용철, 정지현, 최혜원,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그린피스, 2023.03, https://share.google/TZq8Y183gcrukJZ9M
2) 윤혜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기본계획", 2025.04.02, https://www.mcee.go.kr/home/web/public_info/read.do;jsessionid=_6reEBvFgsiUVDdCIqRO2TypVd4jOIMiiEDUKAaf.mehome1?pagerOffset=42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all&searchValue=&menuId=10357&orgCd=&condition.orgCode=1480000&condition.deleteYn=N&publicInfoId=395&menuId=10357
[플라스틱이 다시 돌아오는 사회를 위해
1) 윤혜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기본계획", 2025.04.02, https://www.mcee.go.kr/home/web/public_info/read.do;jsessionid=_6reEBvFgsiUVDdCIqRO2TypVd4jOIMiiEDUKAaf.mehome1?pagerOffset=42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all&searchValue=&menuId=10357&orgCd=&condition.orgCode=1480000&condition.deleteYn=N&publicInfoId=395&menuId=1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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