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공정으로 읽는 지속가능성 ③] 건식 전극, 배터리 공정의 병목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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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30기 박시영2026-09-14 14:49
건조 오븐만 없애면 다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함침이랑 화성 단계에서 시간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부분 보고 좀 놀랐습니다. 기술 하나 바꾼다고 공정 전체가 쉽게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R.E.F 30기 김지아2026-09-16 17:00
습식 공정의 에너지 부담을 구체적 수치와 시스템 경계까지 밝혀 제시해주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건식으로 전환하면 건조 오븐 자체가 사라지는 만큼, 폐열 회수보다는 니딩·압연 등 새로 생기는 열·기계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구실 스케일의 에너지 절감률이 양산 라인에서도 유지되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R.E.F 29기 박유리2026-09-17 00:53
이번 기사를 읽으면서 최근 배터리 연합경진대회에 참여했던 경험이 떠올라 더욱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번 대회에서 후막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주제로 준비했는데 기사에서 후막전극의 에너지밀도 향상 뿐만 아니라 이온 이동거리 증가에 따른 출력 저하, 전해액 함침 문제까지 함께 다루고 있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배터리 공정을 하나의 단계가 아닌 전체적인 흐름에서 바라볼수 있어 좋았고, 직접 관련 주제를 경험해본 만큼 더 즐겁게 읽은 기사였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공정으로 읽는 지속가능성 ③] 건식 전극, 배터리 공정의 병목을 바꿀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이희원
건조 공정 이후, 병목은 어디로 가는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리튬이온배터리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배터리가 친환경 기술이라는 사실이 배터리를 만드는 공정까지 친환경이라는 뜻은 아니다. 전극을 코팅하고 말리는 건조 오븐부터 조립된 셀을 활성화하는 후공정까지 생산라인 곳곳에는 많은 열과 전기가 투입된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 전극은 주로 습식 공정으로 제조된다.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를 용매와 섞어 슬러리로 만든 뒤 집전체에 코팅하고, 긴 건조 오븐을 통과시켜 용매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특히 양극 제조에는 바인더인 PVDF를 녹이기 위해 NMP가 주로 사용되며, 건조뿐만 아니라 증발한 NMP를 회수하고 정제하는 과정에도 에너지와 설비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를 줄일 대안으로 주목받는 기술이 건식 전극 공정이다. 건식 공정은 용매 없이 전극 소재를 혼합하고, PTFE 바인더를 섬유화해 필름을 만든 뒤 집전체에 압착한다. 건조 오븐과 NMP 회수 설비를 생략할 수 있어 에너지 사용량과 공장 면적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섬유화된 바인더가 입자를 연결해 자립형 필름을 형성하므로 습식 공정보다 두꺼운 전극을 구현하기 유리하다.
그러나 건식 공정이 가능하게 하는 후막 전극은 새로운 변수를 만든다.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가 길어져 고율 충·방전 성능이 저하될 수 있으며, 전해액이 전극 내부를 채우는 함침 과정과 이후 활성화 공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습식과 건식 전극 공정의 에너지 사용 구조를 비교하고, 후막 전극의 성능과 전해액 함침을 ‘경로’와 ‘계면’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를 통해 건식 전극이 건조 오븐의 병목을 실제로 해소하는지, 혹은 다른 공정의 병목으로 바꾸어 놓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자료 1. 습식, 건식 전극 제조 공정]
출처 : ⓒ 27기 이희원 ChatGPT 생성
습식 전극, 건조와 용매 회수에 묶인 에너지
습식 전극 공정의 에너지 부담은 슬러리가 집전체에 코팅된 뒤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한다. 양극은 일반적으로 활물질과 도전재, PVDF 바인더를 NMP 용매에 섞어 슬러리로 만든 뒤 알루미늄 집전체에 코팅한다. 이후 가열된 오븐에서 NMP와 수분을 제거하는 건조 공정을 거친다. 이때 열을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열된 공기를 순환시키고 배출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며, 충분히 건조되지 않으면 전극에 남은 용매가 접착력과 셀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건조 오븐에서 증발한 NMP는 그대로 공기 중에 내보내지 않고 회수해 다시 사용한다. 이를 위해 배기가스에 포함된 NMP를 냉각·응축하고 회수 설비를 가동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Ahmed 외 연구진의 공정 모델에서는 양극 건조와 NMP 회수에 투입되는 에너지가 NMP 1kg당 약 10kWh로 계산됐다. 이는 순수한 NMP의 증발 잠열보다 약 45배 큰 값으로, 실제 공정에서는 용매의 증발뿐만 아니라 열풍 순환과 냉각, 회수 설비 등 주변 시스템에 상당한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셀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하나의 수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Degen 외 연구진이 기존 문헌을 검토한 결과, 원료 채굴과 정제를 제외한 배터리 셀 공장의 에너지 사용량은 셀 용량 1kWh당 약 30~55kWh로 추정됐다. 반면 동일 연구진이 셀 종류와 공정 조건을 통일해 계산한 결과는 리튬이온배터리 종류에 따라 약 20.3~37.5kWh로 나타났다. 앞의 값은 여러 문헌에서 제시된 범위이고 뒤의 값은 하나의 통일된 공장 모델에서 얻은 결과이므로, 서로 다른 조건에서 산출된 수치를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절대적인 에너지 사용량뿐만 아니라 건조 공정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분석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한 연구에서는 NMP의 증발과 회수를 포함한 전극 건조가 전체 셀 제조 에너지의 약 47%를 차지한다고 제시했다. 반면 Degen 외 연구진의 전체 공장 모델에서는 코팅·건조·활성화 공정이 주요 에너지 소비 구간으로 나타났으며, 개별 항목 중에는 드라이룸의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컸다. 이는 어떤 설비와 공정을 전체 에너지에 포함했는지에 따라 각 공정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드라이룸은 전극 공정을 건식으로 전환해도 곧바로 사라지는 설비가 아니므로 건식 전극의 절감 효과와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편차에는 공장의 생산 규모와 가동률, 셀의 화학 조성, 전극의 면적당 용량, 보조 설비의 포함 여부 등이 함께 작용한다. 특히 문헌마다 가정한 전극의 면적당 용량이 다르면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같은 면적을 처리하더라도 생산되는 셀 용량이 달라져, 셀 용량 1kWh당 에너지 사용량도 달라진다. 따라서 습식과 건식 공정을 비교할 때는 하나의 절댓값보다 동일한 단위와 시스템 경계에서 어떤 공정이 사라지고 어떤 에너지 소비가 새로 발생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자료 2. NMP 기반 습식 양극 제조 공정과 주요 에너지 투입 지점]
출처 : ⓒ 27기 이희원 ChatGPT 생성
건조 오븐을 지운 자리, 무엇이 들어왔나
건식 전극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슬러리 제조와 건조 단계를 생략하는 공정이다. 다만 건식 전극이 하나의 방식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분말을 집전체에 직접 도포하는 방식도 있지만, 여기서는 대표적인 PTFE 바인더 기반 자립형 필름 방식을 살펴본다. 활물질과 도전재, PTFE를 분말 상태로 혼합한 뒤 기계적 힘을 가하면 PTFE가 미세한 섬유 형태로 늘어난다. 이 섬유가 활물질 입자들을 그물처럼 연결하고, 혼합물을 압연하면 집전체 없이도 형태를 유지하는 필름이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이 필름을 알루미늄이나 구리 집전체에 라미네이션해 전극을 완성한다.
습식과 건식의 차이는 용매 사용 여부를 넘어 입자를 결합하는 방식에 있다. 습식 공정에서는 용매에 분산된 바인더가 건조된 뒤 입자 표면과 입자 사이에 남아 접착력을 만든다. 반면 PTFE 기반 건식 공정에서는 섬유화된 바인더가 전극 전체에 연결망을 형성해 입자들을 붙잡는다. 바인더가 입자 표면을 넓게 덮는 구조보다 섬유 형태로 연결되는 구조는 전해액이 통과할 공극을 확보하고 이동 경로의 굴곡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실제 함침 시간까지 줄일 수 있는지는 뒤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건식 전극을 ‘에너지가 들지 않는 공정’으로 볼 수는 없다. 건조 오븐과 NMP 회수 설비는 사라지지만, 분말을 균일하게 혼합하고 바인더를 섬유화하기 위한 믹싱·니딩과 분쇄, 필름을 만드는 압연, 집전체와 결합하는 라미네이션에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한 국내 공개특허의 특정 공정안은 분말 혼합물을 70~200℃에서 니딩한 뒤 분쇄와 캘린더링을 거치도록 제시한다. 즉, 건식 전환은 에너지 소비를 완전히 없애기보다 열과 용매 관리에 집중됐던 부담을 기계적 혼합과 필름 성형 공정으로 바꾸는 기술에 가깝다. 그러나 동일한 생산 규모와 조건에서 두 공정의 에너지를 직접 비교한 공개 자료는 부족해 특정 절감률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건식 공정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극을 두껍게 만들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습식 공정에서는 코팅층이 두꺼워질수록 내부의 용매까지 제거하기 위한 건조 부담이 커지고, 건조 과정에서 바인더와 도전재가 표면 쪽으로 이동하거나 전극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건식 공정은 용매가 빠져나가는 과정이 없고, 자립형 필름이 스스로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코팅과 건조에서 발생하는 두께 제약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단위 면적에 더 많은 활물질을 담고, 같은 셀 용량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집전체와 분리막의 비중을 낮춰 에너지 밀도를 높일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두껍고 균일한 전극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곧 높은 성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리튬이온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는 길어지고, 전극 내부의 활물질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건식 전극의 가치는 ‘얼마나 두껍게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두꺼워진 전극을 실제 충·방전에서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두꺼워진 전극, 에너지와 출력 사이
전극을 두껍게 만들면 단위 면적에 더 많은 활물질을 담을 수 있고, 같은 용량의 셀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집전체와 분리막의 비중도 줄어든다. 그러나 전극의 두께가 늘어날수록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와 이를 빠르게 꺼내 쓰는 성능 사이에는 차이가 생긴다. Singh 외 연구진은 이러한 두께 자체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습식 공정으로 제조한 얇은 전극과 후막 전극을 비교했다. 따라서 이 연구는 건식 공정의 성능을 직접 평가한 결과가 아니라, 건식 전극이 가능하게 하는 ‘후막화’의 이점과 한계를 보여주는 기준선으로 볼 수 있다.
연구진은 합성 흑연 음극과 NMC111 양극을 사용해 집전체를 제외한 두께가 각각 70㎛와 320㎛인 단면 전극을 제작했다. 양극의 활물질 로딩은 약 17mg/㎠에서 72mg/㎠로, 음극은 약 10mg/㎠에서 43mg/㎠로 증가했다. 또한 이온 전달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압연 조건을 조절해 양극 40%, 음극 45%의 기공률을 유지했는데, 이는 연구진이 일반적인 상용 전극의 약 30%보다 높게 설정한 값이다. 그럼에도 두 전극의 성능 차이는 충·방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NMC 양극 반쪽셀에서 C/10으로 방전했을 때 70㎛ 전극과 320㎛ 전극의 용량은 각각 142mAh/g과 137mAh/g으로 비슷했다. C/5에서도 각각 초기 용량의 97%와 96%를 유지했다. 그러나 C/2에서는 얇은 전극이 131mAh/g으로 초기 용량의 92%를 유지한 반면, 두꺼운 전극은 86mAh/g으로 63%만 활용됐다. 용량 손실로 바꾸면 각각 8%와 37%다. 특히 70㎛ 전극의 C/2 용량인 131mAh/g은 320㎛ 전극을 C/10으로 천천히 방전했을 때의 137mAh/g과 비슷했다. 두꺼운 전극이 얇은 전극에 가까운 용량을 내려면 방전 시간을 약 2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려야 했던 셈이다.
그렇다고 후막화의 이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연구의 파우치셀 평가에서 320㎛ 전극은 C/5 조건에서 70㎛ 전극보다 부피당 에너지밀도가 19% 높았다. 전극 한 층에 더 많은 활물질을 넣어 집전체와 분리막 같은 비활성 구성요소의 비중을 줄인 효과다. 결국 후막 전극은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지만, 높은 출력이나 빠른 충·방전이 필요한 조건에서는 저장한 용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반면 연구진이 정치형 에너지저장장치의 운전 범위로 제시한 C/10~C/3의 낮은 C-rate에서는 이러한 대가가 상대적으로 작아 후막화의 이점을 살리기 쉽다.
같은 C-rate라도 면적당 용량이 큰 후막 전극에는 더 높은 면 전류밀도가 흐른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 320㎛ 전극의 전극·분리막 계면 전류밀도는 70㎛ 전극보다 약 4.2배 높았다. 이처럼 흘려야 할 전류밀도가 커지는 데다 리튬이온이 통과해야 하는 경로까지 길어지면, 전해액으로 채워진 공극 내부의 농도 구배와 과전압이 함께 커진다. 그 결과 전극 안쪽의 활물질까지 리튬이온이 충분히 도달하기 전에 설정된 종지전압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이는 전해액이 전극 내부에 모두 채워진 이후의 성능 문제다. 그렇다면 두꺼워진 전극에 전해액을 채우는 과정 자체는 얼마나 원활할까.
전해액 함침, 경로와 계면이 함께 결정한다
앞선 실험은 전해액이 전극 내부를 충분히 채운 상태에서 후막 전극의 성능을 비교한 결과다. 그러나 실제 셀 제조에서는 주입된 전해액이 전극과 분리막의 미세한 공극 안으로 먼저 스며들어야 한다. 이 과정은 표면장력에 의한 모세관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Washburn 관계에서는 침투 거리의 제곱이 시간에 비례한다. 이때 함침 속도를 나타내는 계수는 전해액의 표면장력과 점도, 전극과의 접촉각뿐 아니라 기공 크기와 연결성, 굴곡도 같은 미세구조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따라서 접촉각이나 점도와 같은 하나의 물성만으로 실제 전극의 함침 속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 기준에서 보면 건식 전극의 함침 성능은 한 방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건조 중 바인더가 표면으로 이동하지 않고 PTFE 섬유가 연결망을 형성하면 전해액이 통과할 경로의 굴곡도를 낮추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반면 불소계 PTFE 표면은 카보네이트계 전해액과의 친화성이 낮아 초기 젖음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해 전극을 조밀하게 압연하면 기공률과 기공 입구도 작아져 함침에는 또 다른 저항이 된다. 즉, 건식 전극에서는 경로가 개선되는 효과와 계면 및 기공 구조가 불리해지는 효과가 같은 함침 과정에서 동시에 작용한다.
함침 부족은 단순히 전해액이 천천히 스며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공극 일부에 기체가 남거나 전해액이 닿지 않은 건조 구역이 형성되면, 전해액이 닿은 영역으로 반응이 집중되면서 국부 전류밀도가 높아지고 고체전해질계면(SEI)도 불균일하게 형성될 수 있다. 미함침 공극은 이온의 이동 경로를 끊어 내부 이온 저항을 높이고, 결국 셀의 용량과 수명을 떨어뜨린다. 셀마다 남아 있는 미함침 영역이 다르면 초기 성능과 열화 속도의 편차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양산에서는 전해액을 주입하는 것뿐 아니라, 전극 내부가 충분히 포화될 때까지 기다리고 상태를 균일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함침 개선 기술도 경로와 계면이라는 두 방향에서 개발되고 있다. 경로를 바꾸는 대표적인 방법은 레이저로 전극에 미세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Habedank 외 연구진은 중성자 영상을 이용한 파우치셀 실험에서 기공률이 높은 전극일수록 함침 시간이 짧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 레이저로 미세 채널을 형성하자 완전 함침에 필요한 시간은 최소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계면 쪽에서는 PTFE 표면 자체를 개질하는 접근이 가능하다. 성균관대학교와 KAIST 공동 연구진은 건식 전극에 전자빔을 조사해 PTFE 표면에 친수성 작용기를 형성하고, 초고로딩 전극 내부의 젖음성과 리튬이온 이동 균일성을 개선했다.
결국 건식 전극의 함침 성능은 ‘굴곡도가 낮으니 빨라진다’거나 ‘PTFE가 잘 젖지 않으니 느려진다’는 한 문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극 두께와 기공률, 바인더 분포, 표면 특성, 전해액 물성을 같은 조건에서 함께 비교해야 실제 포화 시간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습식과 건식 전극의 함침 시간을 양산 규모에서 직접 비교한 공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함침 거동이 이미 긴 시간을 차지하는 화성과 에이징 공정의 시간·공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후공정의 시간은 공장의 공간이 된다
셀에 전해액을 주입했다고 곧바로 화성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해액이 전극과 분리막의 공극을 충분히 채우도록 기다리는 함침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자동차용 셀 제조를 정리한 연구에서는 주입 후 상온에서 12~24시간 함침하는 공정 사례를 소개한다. LG화학의 국내 특허 역시 전해액 주입과 프리 에이징을 구분하고, 함침을 위한 프리 에이징 시간을 3~24시간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12~24시간은 주입 작업 자체가 아니라 주입 이후 전해액이 내부로 스며드는 시간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함침을 마친 셀은 초기 충·방전을 통해 음극 표면에 고체전해질계면(SEI)을 형성하는 화성 공정을 거친다. Wood 연구진에 따르면 화성 기술이 25년 이상 개선됐음에도 이 과정에는 여전히 3~7일이 걸리며, 이후 에이징에는 최대 2주가 추가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셀을 방치하는 시간이 아니다. 화성 직후 약 20~50μA/cm²인 누설전류는 며칠 뒤 약 2~5μA/cm²로 낮아지고, 수주 뒤에는 1μA/cm²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 수치는 에이징이 계면의 부반응이 안정되는 과정이자 자기방전이 큰 불량 셀을 가려내는 시간임을 보여준다.
긴 시간은 곧 공장의 공간과 비용으로 바뀐다. Wood 연구진은 화성과 에이징 설비가 공장 면적의 최대 25%를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NMC622·흑연 67Ah 셀과 연간 전기차 배터리팩 10만 개 생산을 가정한 BatPaC 기반 모델에서는 화성·에이징이 공정별 연간 비용의 32.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코팅·건조는 14.96%, 용매 회수는 별도로 4.60%였다. 화성·에이징 비용은 코팅·건조만 놓고 보면 약 2.2배, 용매 회수까지 합쳐도 약 1.7배다.
에너지와 비용의 순위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Liu 연구진이 함께 정리한 에너지 자료에서는 건조·용매 회수가 전체 공정 에너지의 46.84%를 차지한 반면, 화성·에이징은 0.53%에 불과했다. 비용과 에너지 자료의 출처와 산정 범위가 달라 두 값을 직접 빼거나 더할 수는 없지만, 건조 에너지 절감만으로 공장 전체의 경제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에너지를 적게 쓰더라도 셀이 며칠씩 설비에 머문다면 더 많은 사이클러와 항온챔버, 보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수치들은 모두 기존 습식 전극 기반 생산공정의 기준선이지, 건식 전극 때문에 늘어난 시간이나 비용은 아니다. 건식 전극의 균일한 바인더 분포와 낮은 굴곡도가 함침을 개선한다면 앞단과 후단의 부담을 함께 줄일 수 있다. 반대로 PTFE의 낮은 젖음성이나 조밀한 후막 구조가 함침을 늦춘다면 추가 대기시간과 재공품 증가는 건조 오븐에서 얻은 이익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특히 화성·에이징이 이미 가장 큰 비용 블록인 만큼, 함침 시간이 조금만 길어져도 설비 점유시간과 재공품 규모가 함께 늘어나 앞단의 절감 효과가 공장 전체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결국 건식 전극의 효과는 건조 오븐을 없앴는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셀 용량 1kWh당 에너지뿐 아니라 함침·화성·에이징에 걸리는 시간, 단위 생산량당 설비 면적과 수율까지 같은 저울에 올려야 한다. 건조에서 줄인 에너지만큼 후공정 시간이 늘어난다면 병목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이다. 반대로 함침과 화성까지 단축하면서 동일한 품질을 확보한다면, 건식 전극은 비로소 배터리 제조공정 전체의 병목을 줄이는 기술이 될 수 있다.
건식 전극의 성패는 오븐 밖에서 결정된다
건식 전극의 가능성은 분명하다. 용매와 건조 오븐을 없애 제조 에너지를 줄이고, 자립형 필름을 이용해 후막 전극의 두께 한계를 넓힐 수 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전극 한 장을 만드는 것과 양산 라인에서 동일한 품질의 전극을 연속 생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제 검증의 무대는 실험실이 아니라 양산 라인이다.
양산을 위해서는 분말 혼합과 PTFE 섬유화의 균일성을 전극 전체에서 유지해야 한다. 국부적인 두께·밀도·바인더 분포의 차이는 셀 간 성능 편차와 수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단 혼합부터 필름 성형, 압연, 라미네이션까지 각 공정의 속도를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에 PTFE 중심의 제한된 바인더 선택지는 전극 소재 및 전해액 조합에 따른 최적화의 폭을 좁힐 수 있다. 결국 양산의 핵심은 단순히 라인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높인 상태에서도 전극의 균일성과 품질을 유지하는 데 있다.
건식 전극의 효과를 판단할 데이터도 달라져야 한다. 특히 문헌별 편차를 키웠던 면적당 용량과 시스템 경계를 통일하고, 전극 소재와 셀 형식, 생산 규모 등 나머지 조건도 가능한 한 맞춰야 한다. 그 위에서 앞단의 에너지 원단위뿐 아니라 함침·화성·에이징 시간, 공정 면적과 수율까지 함께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공개 자료는 아직 실험실이나 파일럿 규모의 결과가 많아, 건식 전극이 양산 라인 전체의 부담을 실제로 얼마나 줄이는지는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앞선 식각가스 기사에서 온난화 지수가 낮은 물질로 바꾸는 것만으로 공정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었듯, 배터리 공정에서도 용매와 건조 공정을 없앴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지속가능한 공정은 하나의 장비나 물질을 지우는 기술이 아니라, 같은 성능의 제품을 더 적은 에너지와 시간, 공간으로 생산하도록 라인 전체의 균형을 다시 설계하는 기술이어야 한다.
공정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공정으로 읽는 지속가능성] ① 바이오의약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지속 가능한 제조공정의 시작 ", 27기 이희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etc/?idx=172334268&bmode=view
2. "[공정으로 읽는 지속가능성] ② 저GWP 식각가스, 양산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까?", 27기 이희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etc/?idx=173148493&bmode=view
참고문헌
[병목은 어디로 가는가]
1) 김병진, 유영재, “Dry-Electrode Manufacturing for High-Energy Lithium-Ion Batteries: Principles, Advances, and Challenges”, 엘라스토머 및 콤포지트, 60권 1호, 39-50쪽, 2025, https://doi.org/10.7473/EC.2025.60.1.39
2) Degen, F., Winter, M., Bendig, D., Tübke, J., “Energy consumption of current and future production of lithium-ion and post lithium-ion battery cells”, Nature Energy, Vol. 8, No. 11, pp. 1284-1295, 2023, https://doi.org/10.1038/s41560-023-01355-z
[습식 전극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쓰이나]
1) Ahmed, S., Nelson, P. A., Gallagher, K. G., Dees, D. W., “Energy impact of cathode drying and solvent recovery during lithium-ion battery manufacturing”, Journal of Power Sources, Vol. 322, pp. 169-178, 2016, https://doi.org/10.1016/j.jpowsour.2016.04.102
2) Degen, F., Winter, M., Bendig, D., Tübke, J., “Energy consumption of current and future production of lithium-ion and post lithium-ion battery cells”, Nature Energy, Vol. 8, No. 11, pp. 1284-1295, 2023, https://doi.org/10.1038/s41560-023-01355-z
3) Liu, Y., Zhang, R., Wang, J., Wang, Y., “Current and future lithium-ion battery manufacturing”, iScience, Vol. 24, No. 4, 102332, 2021, https://doi.org/10.1016/j.isci.2021.102332
[건조 오븐을 없앤 건식 전극]
1) 김병진, 유영재, “Dry-Electrode Manufacturing for High-Energy Lithium-Ion Batteries: Principles, Advances, and Challenges”, 엘라스토머 및 콤포지트, 60권 1호, 39-50쪽, 2025, https://doi.org/10.7473/EC.2025.60.1.39
2) LG에너지솔루션, “건식 전극 필름을 포함하는 전기화학소자용 전극 및 이의 제조 방법”, 국제공개특허 WO2023014127A1, 2023, https://patents.google.com/patent/WO2023014127A1/ko
3) Jin, W. et al., “Advancements in Dry Electrode Technologies: Towards Sustainable and Efficient Battery Manufacturing”, ChemElectroChem, Vol. 11, e202400288, 2024, https://doi.org/10.1002/celc.202400288
4) Park, J. et al., “Sustainable and cost-effective electrode manufacturing for advanced lithium batteries: the roll-to-roll dry coating process”, Chemical Science, Vol. 16, pp. 6598-6619, 2025, https://doi.org/10.1039/D5SC00059A
[전극은 두꺼울수록 좋을까]
1) Singh, M. et al., “Thick Electrodes for High Energy Lithium Ion Batteries”, Journal of The Electrochemical Society, Vol. 162, No. 7, pp. A1196-A1201, 2015, https://doi.org/10.1149/2.0401507jes
[함침을 결정하는 경로와 계면]
1) Lautenschlaeger, M. P. et al., “Understanding Electrolyte Filling of Lithium-Ion Battery Electrodes on the Pore Scale Using the Lattice Boltzmann Method”, Batteries & Supercaps, Vol. 5, No. 7, e202200090, 2022, https://doi.org/10.1002/batt.202200090
2) Park, J. et al., “Sustainable and cost-effective electrode manufacturing for advanced lithium batteries: the roll-to-roll dry coating process”, Chemical Science, Vol. 16, pp. 6598-6619, 2025, https://doi.org/10.1039/D5SC00059A
3) Won, J. U. et al., “Hyper-Areal-Capacity Dry Electrodes (22.6 mAh cm⁻²) Enabled by Electron Beam-Induced Functionalization of Fibrillated PTFE for High-Energy-Density Li-Ion Batteries”, Advanced Energy Materials, e202504841, 2025, https://doi.org/10.1002/aenm.202504841
[앞단의 절감과 후공정의 시간]
1) 황규옥, 배준성, 구자훈, “이차전지의 전해액 함침도 측정방법”, 대한민국 등록특허 KR102149874B1, 2020, https://patents.google.com/patent/KR102149874B1/ko
2) LG에너지솔루션, “전지전능한 전지 이야기 – 배터리 만들기 Step 3. 활성화 공정 편”, LG에너지솔루션 인사이트, 2022.07.26, https://inside.lgensol.com/2022/07/전지전능한-전지-이야기-배터리-만들기-step3-활성화/
3) Liu, Y., Zhang, R., Wang, J., Wang, Y., “Current and future lithium-ion battery manufacturing”, iScience, Vol. 24, No. 4, 102332, 2021, https://doi.org/10.1016/j.isci.2021.102332
4) Wood III, D. L., Li, J., An, S. J., “Formation Challenges of Lithium-Ion Battery Manufacturing”, Joule, Vol. 3, No. 12, pp. 2884-2888, 2019, https://doi.org/10.1016/j.joule.2019.11.002
[건식 전극의 성패는 오븐 밖에서 결정된다]
1) 김병진, 유영재, “Dry-Electrode Manufacturing for High-Energy Lithium-Ion Batteries: Principles, Advances, and Challenges”, 『엘라스토머 및 콤포지트』, 60권 1호, 39-50쪽, 2025, https://doi.org/10.7473/EC.2025.60.1.39
2) Liu, Y., Zhang, R., Wang, J., Wang, Y., “Current and future lithium-ion battery manufacturing”, iScience, Vol. 24, No. 4, 102332, 2021, https://doi.org/10.1016/j.isci.2021.102332
3) Park, J. et al., “Sustainable and cost-effective electrode manufacturing for advanced lithium batteries: the roll-to-roll dry coating process”, Chemical Science, Vol. 16, pp. 6598-6619, 2025, https://doi.org/10.1039/D5SC00059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