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K-배터리 지원책의 엇박자

R.E.F 30기 김대형
2026-09-10

K-배터리 지원책의 엇박자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30기 김대형

CATL 하나에 밀린 K-배터리 3사
지난 8월 3일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태양광, 풍력,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AI로봇부품 등 6대 분야에 적용되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했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판매한 물량에 비례해 세금을 깎아주는 이 제도는, 흔히 '한국판 IRA'로 불린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첨단산업 생산을 세제로 밀어붙인 것처럼, 한국도 비슷한 틀로 국내 생산기반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이 정책이 배터리 분야에 신설된 배경에는 갈수록 좁아지는 K-배터리의 입지가 있다. 올해 1~5월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 SDI의 합산 점유율은 28.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국 CATL 한 기업의 점유율은 33.7%였다. 한국 3사를 다 합쳐도 중국의 한 회사보다 못 한 셈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배터리 생산국이라는 지위를 자부해 왔지만, 이제 그 격차는 기업 대 기업이 아니라 기업 대 국가의 구도에서도 뒤집히고 있다. 정부는 이런 위기감 속에서 세액공제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이 카드가 정말 K-배터리가 처한 문제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책은 '얼마나 국내에서 생산하느냐'를 지원하는 방식인데, 정작 배터리 산업의 위기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층위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세액공제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이 정책이 실제로 K배터리와 중국의 격차를 좁히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를 소재 경쟁력과 투자 흐름이라는 두 축에서 짚어본다.
ef81aca6019af.jpg

[자료 1. 구윤철 부총리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

출처 : 재정경제부

처방전, 세액공제 정확히 어떻게 시행되나
국내 생산 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국내에서 판매한 물량에, 품목별로 정해진 기준 공제액을 곱해 공제 규모를 산정하는 정액제 방식이다. 미국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가 배터리 셀·모듈 생산량 1 kWh당 일정 금액을 깎아주는 구조와 뼈대가 비슷하다. 다만 무제한으로 지원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공제액은 적격 생산비용의 최소 50%까지만 인정된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내국법인이 국내에서 핵심 공정을 직접 수행해 생산해야 하고, 생산한 제품은 생산연도 또는 바로 다음 해 안에 국내 시장에 판매까지 마쳐야 한다. 해외에서 생산하거나, 국내에서 만들어 전량 수출하는 물량은 대상이 아니다. 지역에 따른 차등도 있다. 수도권에서 생산하면 기본 계수 1.0이 적용되지만, 비수도권 광역시는 1.1배, 그 외 비수도권은 1.3배, 인구 감소 지역 등 우대 지역은 최대 1.5배까지 공제액이 늘어난다. 반대로 서울 및 인천·경기 일부를 포함하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생산한 물량은 원칙적으로 이 제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도는 내년 1월 1일부터 2036년 12월 31일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다만 재정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마지막 3년간은 공제율을 75%, 50%, 25%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지점은, 당초 지원 대상으로 거론됐던 전기차 완성차가 최종안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전기차 자체보다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의 다양한 품목에 세액공제를 적용해 전기차가 경쟁력을 갖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대로라면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고성능 양극재처럼 완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부품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실제로 어떤 품목이, 얼마의 단가로 지원받을지는 아직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라 구체적인 그림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세액공제, 제대로 된 처방일까?
K배터리가 중국에 밀리는 데는 사실 하나의 원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이라는 완충지대를 발판 삼아 체격을 키운 뒤 해외로 확장하는 구조지만, 한국 기업들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에서 직접 경쟁해야 하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에 따른 전 세계적 공급 과잉, 배터리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리튬·니켈 같은 원자재 광산의 확보 경쟁, 나트륨이온·초고속 충전 같은 차세대 기술 격차까지 여러 층위가 겹쳐 있다.
이 기사가 그중에서도 소재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정부가 밝힌 지원 방향 자체가 소재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봤듯 정부는 완성차 대신 이차전지의 핵심 부품, 특히 고성능 양극재 같은 소재를 지원 대상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세액공제 같은 생산 지원책이 실제로 건드릴 수 있는 지점이 소재인 셈이다. 따라서 이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려면, 정작 그 소재 경쟁에서 한국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배터리 양극재는 크게 리튬과 인산철을 쓰는 LFP와, 니켈·코발트·망간을 쓰는 NCM으로 나뉜다. LFP는 원료가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대신 에너지 밀도가 낮고, NCM은 반대로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원가가 비싸다. 문제는 이 갈림길에서 중국이 LFP 공급망을 원료 단계부터 완성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 LFP 배터리 생산의 95%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고, 탄산리튬과 전구체 같은 업스트림까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이 덕분에 완성차 기준으로 LFP를 탑재한 모델은 NCM 대비 30~40% 저렴한 가격을 만들어낸다.
이 격차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테슬라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조차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 3·모델 Y의 보급형 트림에는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쓴다. 포드 역시 2023년부터 머스탱 마하-E에 CATL의 LFP를 채택했다. 다만 여기서 짚어야 할 균형점이 있다. 테슬라의 롱레인지·퍼포먼스 같은 고급 트림에는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의 NCM 배터리가 쓰인다. 즉 한국이 밀린 곳은 저가·보급형 시장이고, 고성능·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저가 전기차 수요가 점점 커지는 추세라는 데 있다. 한국 3사도 LFP를 아예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중심은 전기차용이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 ESS용이다. 전기차 캐즘 속에서 AI 데이터센터발 ESS 수요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며 나온 전략적 선택이지만, 그 사이 저가 전기차용 LFP 시장은 여전히 중국이 독점하는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격차가 생산량 세액공제로 메워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중국의 LFP 우위는 원료인 탄산리튬부터 전구체, 셀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를 국가 차원에서 갖춘 결과다. 반면 이번 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에 비례해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라, 이미 완성된 제품을 '더 많이' 만들도록 유인할 뿐, 그 제품을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공급망 자체를 새로 구축해 주지는 못한다. 한국이 부족한 것은 생산 능력이 아니라 값싼 원료에 접근할 공급망이라는 점에서, 이 정책과 실제 격차의 원인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세액공제와 어긋난 자본의 행선지
이번 세액공제가 겨냥하는 '국내 생산과 판매'라는 조건은, 정작 배터리 3사의 실제 투자 흐름과는 상당히 어긋나 있다. 3사가 지금 가장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ESS용 LFP 투자를 보면, 국내보다 미국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에서 연말까지 50 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삼성 SDI는 인디애나에서 30 GWh, SK온은 조지아 등에서 20 GWh 이상을 목표로 한다. 반면 국내 생산은 SK온 서산공장의 3 GWh 정도가 사실상 유일한 축이다.
기업들이 미국을 택한 것은 단순히 세제 혜택 때문만은 아니다. GM, 스텔란티스 같은 완성차 합작 고객사가 미국에 있고, 배터리는 부피가 커서 완성차 공장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물류비가 절감된다. 여기에 미국으로 수출할 때 붙는 관세를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자체가 배터리 핵심광물과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북미산이어야 지급되는 구조다. 즉 배터리 회사가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그 배터리를 쓰는 완성차 자체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셈이다. 이런 여러 이유가 겹쳐 미국 투자는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에 가까웠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전기차 캐즘으로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크게 꺾이면서 이미 지어놓은 미국 공장들의 가동률이 떨어졌고, 공장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 부담이 고스란히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133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미국의 AMPC가 2,410억 원을 차지했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1,277억 원 손실이었고, 보조금을 뺀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1.7%였다. 1분기에는 상황이 더 나빠서, AMPC를 제외한 실질 영업손실이 3,975억 원까지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사실상 보조금 없이는 버티기 힘든 인공호흡 상태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결국 지금 K배터리의 실적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세제 지원인 셈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 생산과 국내 판매를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이렇게 구조적으로 미국에 묶여 있는 투자와 실적에는 애초에 적용될 여지가 없다.

2075bc07e6e81.jpg

[자료 2. LG 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 ESS 전용 공장]

출처 : LG 에너지솔루션 뉴스룸


세액공제, 그 다음 생각해야 할 것들
세액공제 발표 직후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환영한다는 입장이 우세했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뚜렷했다. 한 국회 토론회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먼저 해야 하는 산업 특성상 적자 기업은 당장 감면받을 법인세가 없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처럼 캐즘으로 적자를 겪는 배터리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는, 이 제도가 '그림의 떡'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미국 IRA에는 적자 기업도 현금으로 직접 돌려받을 수 있는 직접 환급이나, 자신이 다 쓰지 못하는 세액 공제권을 다른 흑자 기업에 팔 수 있는 제3자 양도 조항이 있지만, 한국의 이번 제도에는 두 장치 모두 빠졌다.
정리하면 이렇다. K-배터리의 위기는 내수 시장의 부재, 전 세계적 공급 과잉, 원자재 확보 경쟁, 차세대 기술 격차, 소재 경쟁력 차이가 겹겹이 쌓인 복합적인 문제다. 이번 세액공제는 이 가운데 생산이라는 좁은 구간만 지원하도록 설계됐는데, 그마저도 구체적인 지원 품목과 단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정작 기업들의 실제 투자와 성장동력은 이미 국내 조건이 닿지 않는 해외에 구조적으로 묶여 있다. 세액공제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얼마나 국내에서 만드느냐'를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지금 K-배터리가 처한 여러 겹의 위기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정면으로 풀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 시행령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는, 단순히 생산량을 지원하는 방식을 넘어선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전고체·나트륨이온 같은 차세대 소재 개발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개발 투자, 캐즘으로 적자를 겪는 기업도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직접 환급·양도 같은 지원 장치,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을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는 노력, 그리고 국내에 ESS 수요 자체를 만들어주는 정책까지 함께 논의될 때, 비로소 이 세액공제가 K-배터리와 중국의 격차를 실질적으로 좁히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폐배터리의 두 번째 삶과 도시 광산을 통한 대한민국의 자원 독립", 29기 염동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ev-battery/?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71218274&t=board 
2. "AI와 이차전지의 융합, 미래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 28기 이건혁, 남호정, 29기 박유리, 염동혁, 조수윤,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ev-battery/?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72378097&t=board

참고문헌 
[CATL 하나에 밀린 K-배터리 3사]
1) 박광범, "전기차 빠진 국내생산세액공제…반도체·이차전지 등 10년간 稅 지원", 머니투데이, 2026.08.03, https://www.mt.co.kr/economy/2026/08/03/2026080308415659247
2) 이건오, "[B트렌드] 중국외 배터리 시장도 '중국'… K-배터리 3사 점유율 28.4% 그쳐", 인더스트리뉴스, 2026.07.07, https://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3025
[처방전, 세액공제 정확히 어떻게 시행되나]
1) 김성서, "[2026 세제개편안] 반도체 등 GX·경제안보 품목 국내 생산시 10년간 세액공제",아주경제, 2026.08.03, https://www.ajunews.com/view/20260803120928779
2) 조용석, "반도체·배터리 업계…'국내생산촉진세제 환영하나 직접지원 제외 아쉬워'", 이데일리, 2026.08.03,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4437846645543712
[세액공제, 제대로 된 처방일까?]
1) 박진우, "[Interview] 장정훈 삼성증권 수석 연구위원 | '中과 배터리 가격 경쟁 어려워…ESS 전환·신기술 동시에 잡아야'", 이코노미조선, 2025.10.20,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5/10/17/2025101700020.html
2) 변국영, "[2026 세제개편안] 반도체 등 GX·경제안보 품목 국내 생산시 10년간 세액공제", 아주경제, 2026.8.3, https://www.ajunews.com/view/20260803120928779
3) 최재희, "중국 LFP 배터리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경제 포커스, 2023.04, https://www.kiep.go.kr/galleryDownload.es?bid=0004&list_no=10703&seq=1
[세액공제와 어긋난 자본의 행선지]
1) 이가영, "LG엔솔, 2분기 흑자전환했지만…美 세액공제 빼면 1277억 적자", 블로터, 2026.07.07, 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667428
2) 조용석, "'보조금 빼면 4천억 손실'…LG엔솔, 더 깊어진 분기 적자 '늪'", 비즈워치, 2026.04.07, https://news.bizwatch.co.kr/article/industry/2026/04/07/0030
[세액공제, 그 다음 생각해야 할 것들]
1) 유호승, "[배터리 인사이드] '이러다 다 죽어'…배터리산업 생존지원에 한목소리", 블로터, 2026.06.24, https://www.bloter.net/news/articleView.html?idxno=666413
2) 조용석, "반도체·배터리 업계…'국내생산촉진세제 환영하나 직접지원 제외 아쉬워'", 이데일리, 2026.08.03,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4437846645543712
a9d4ba6a4209c.jpgc484665e5d24e.png94ffad8b36f84.png


0 4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단은 비영리 조직으로 전국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단체입니다. 

저희와 협업 및 활동 제안을 위해서는 아래 정보로 연락 바랍니다. 

공식 이메일: ref2026re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