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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만든 생수병의 역설 — 살리는 물, 남는 플라스틱

R.E.F 27기 함예림
2026-08-16

  폭염이 만든 생수병의 역설 — 살리는 물, 남는 플라스틱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함예림, 29기 한정민, 30기 장시현, 최한결
 
폭염이 심해질수록 늘어나는 생수 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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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광산구청은 얼음생수 나눔 냉장고의 위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도를 제작해 시민들을 돕고있다. ]

출처 : 광산구청

최근 한반도가 이중 열돔에 갇히며 전국 곳곳에서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온열질환 피해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집계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부터 8월 10일까지 전국 누적 온열질환자는 3,320명, 누적 사망자는 30명으로 보고됐다. 온열질환 피해가 증가하면서 올해 6월에는 기존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에 더해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새롭게 도입됐다. 폭염중대경보는 폭염특보가 이미 발효된 지역에서 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기온 39도 이상이 하루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사망 등 중대한 피해가 우려될 때 발표된다. 올해 여름 신설된 폭염중대경보는 도입 이후 8월 6일까지 전국 76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총 101차례 발령됐다.
이에 각 지방자치단체도 무더위 쉼터를 마련하고 시민들에게 물을 제공하는 등 폭염 대응에 나서고 있다. 화성시는 유동 인구가 많은 어천역·병점역·동탄역 3곳에 9월 말까지 ‘스마트 무인 생수 냉장고’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시원한 생수를 무료로 제공한다. 용산구의 ‘용산구샘터’, 서초구의 ‘서리풀원두막 샘물’ 등에서도 무더위 쉼터와 주요 거리의 냉장고를 통해 시민들에게 500mL PET병 생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가 폭염 대응책으로 생수를 제공하는 이유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폭염 속에서 많은 땀을 흘리면 체내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져 열탈진 등의 온열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생수 한 병은 단순한 갈증 해소를 넘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제공되는 생수 한 병이 늘어날수록 그 뒤에 남는 플라스틱도 함께 늘어난다. 지자체가 제공하는 생수 대부분이 일회용 PET병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생수 한 병이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동안 또 다른 환경 부담이 쌓일 수 있는 셈이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건네는 생수 한 병이 환경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폭염 대응책이 된 일회용 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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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 일회용 페트병에 담긴 생수 ]

출처 : unsplash

생수는 편의점과 마트, 자판기 등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폭염 대응 수단 중 하나다. 지자체가 시민들에게 생수를 제공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접근성과 편의성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생수를 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생수가 한 번 사용한 뒤 버려지는 일회용 PET병에 담겨 제공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구매하고 바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으로 국내 생수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생수 소비가 더욱 크게 증가한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열대야가 이어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7일까지 편의점 브랜드 CU의 생수 배달 매출은 361.9% 증가했다.
생수 소비 증가는 이를 담는 PET병 사용 증가로 이어진다. 국내 PET병의 물질 흐름과 재활용 함량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국내에서 유통된 PET병은 약 34만 톤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약 28만 1,000톤이 수거되고 26만 8,000톤이 재활용됐지만, 전체 사용량을 기준으로 실제 재활용된 비율은 약 65%에 그쳤다. 또한 재활용된 PET의 상당량은 다시 생수병으로 순환되기보다 단섬유나 밴드 등 다른 제품의 원료로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PET병은 다른 일회용 플라스틱에 비해 비교적 재활용이 용이하고, 사용한 자원을 다시 활용하기 위한 여러 제도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한 번 사용한 생수병이 모두 새로운 생수병이나 다른 제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수거와 선별, 세척, 재생 원료 생산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내용물에 의한 오염이나 잘못된 분리배출, 다른 재질의 혼입 등으로 재활용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무더운 여름날 빠르고 편리하게 전달되는 생수 한 병은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사용 후 처리해야 할 플라스틱도 함께 남긴다.


뜨거워지는 여름에 고온에 노출되는 PET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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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3. 일회용 페트병에 담긴 생수 ]

출처 :  ©30기 장시현 Gemini 생성

늘어난 PET병의 사용은 재활용 과정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폭염이 이어지며 시민들에게 생수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일이 늘어나는 만큼, 이 생수병이 어떤 환경에서 보관되고 운반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수는 운송 과정에서 차량 내부에 보관되거나 야외에 장시간 놓일 수 있어 높은 온도와 햇빛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주목해야 할 현상 중 하나가 ‘용출’이다. 용출은 용기나 포장재를 구성하는 물질 일부가 내용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PET 용기는 온도와 자외선 등의 보관 환경에 따라 특정 물질이 물로 이동할 가능성이 연구돼 왔다. 서울 지역의 자외선 조사량에 따른 PET 용기의 용출 특성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고온에 노출된 생수 속 아세트알데하이드가 195 μg/L, 폼알데하이드가 114 μg/L로 나타났다. 이는 20 ℃ 지하 보관 조건에서 각각 59 μg/L, 22 μg/L로 나타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고농도 노출 시 호흡기와 눈 등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폼알데하이드는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연구에서 확인된 검출량이 실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노출량과 섭취 기간 등을 함께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PET병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용출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 쓰촨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차량 내부의 열과 햇빛에 노출된 PET병에서는 28일 후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최대 10.03 ppm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 1 L당 약 10 mg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수준이다. 연구 결과는 PET 용기가 고온 등의 환경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미세·나노플라스틱의 방출이 증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세·나노플라스틱은 크기가 매우 작아 환경으로 유입되면 물과 토양 등에 퍼질 수 있어 인체뿐 아니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폭염 속 생수 공급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일회용 PET병을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이를 고온 환경에 노출할 가능성이 있는 현재의 방식이 최선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생수의 보관과 운반 과정에서 고온 노출을 줄이는 동시에 폭염 속 식수 공급 방식 자체도 보다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물 공급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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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4. ‘식수대 찾기’ 사이트 ]

출처 : fountainsdirectory

그렇다면 일회용 생수병에 의존하지 않고 시민에게 식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안 가운데 하나가 공공 음수대다. 공공 음수대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식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설이나, 실제 이용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환경연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공 음수대를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54.8%였지만 직접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0.8%에 그쳤다. 음수대를 이용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청결 및 위생에 대한 우려’가 32.1%로 가장 높았고, ‘주변에 음수대가 없어서’라는 응답이 15%로 뒤를 이었다. 결국 음수대가 존재하는 것만큼이나 시민이 쉽게 찾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음수대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서울아리수본부의 ‘아리수맵’이나 ‘식수대 찾기’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리수맵은 서울 지역에 한정돼 있고, 접속 환경에 따라 지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식수대 찾기’ 사이트의 경우 비교적 상세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서비스 자체의 인지도가 낮아 시민들이 이를 쉽게 찾아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위생과 관리 측면에서도 개선할 부분은 남아 있다. 서울특별시는 공원과 자치구 등과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연 4회 pH·탁도·철·구리·잔류염소 등 5개 항목에 대한 수질검사를 진행한 뒤 결과를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가 2024년 서울시 내 음수대 297곳을 모니터링한 결과에서도 92.6%가 정상 운영되고 있었으며 82.8%는 주기적인 수질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수질관리와 별개로 시민이 직접 마주하는 음수대의 외형과 사용 환경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음수대에는 흙이나 나뭇잎이 묻어 있거나 오래된 호스가 설치돼 있었고 이용 과정에서 신체를 직접 접촉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아리수본부는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음수대 이용 에티켓을 정하고 안내 포스터를 게시하고 있으나 실제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고 있는지는 또 다른 과제로 남는다.

물을 나눠주는 도시에서, 물을 채울 수 있는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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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5.  물 마시는 아이]

출처 : unsplash

폭염 속 생수 한 병은 시민의 갈증을 해소하고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폭염이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매번 수많은 일회용 PET병을 사용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수 한 병이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동안 플라스틱 폐기물이 늘어나고 있고, 고온에 노출된 PET병의 보관과 안전성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생수 공급을 중단할 수는 없다. 폭염 취약계층과 야외 노동자에게 생수는 여전히 빠르고 현실적인 수분 공급 수단이다. 필요한 것은 생수 공급을 긴급 대응책으로 활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시민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 안전한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 음수대와 물병 리필 시설 등의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을 단순히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위치 정보 제공, 청결 관리, 수질검사, 이용 안내 등 시민의 접근성과 신뢰를 높이는 관리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제 폭염 대응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생수를 나눠줄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플라스틱 사용을 늘리지 않으면서 누구나 안전하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폭염이 일상이 된 도시에는 매년 더 많은 생수병을 쌓아두는 방식보다 시민이 자신의 물병을 들고 언제 어디서든 물을 채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플라스틱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법, 독일 Pfand의 힘", 27기 김주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environmental-policy/?idx=170405824&bmode=view
2. "이제는 축구장에도 다회용기가?", 23기 김태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series/?idx=169500569&bmode=view

참고문헌 
[폭염이 심해질수록 늘어나는 생수 한 병 ] 
1) 김시창, “‘재난 대응도 스마트하게!’ 화성특례시, 폭염 대비 ‘AI 무인 생수 냉장고’ 운영”, TIMES 뉴스, 2026.08.14, https://www.timess.co.kr/news/article.html?no=572922
2) 김유나·박수빈·이정헌·조민아, “[단독] 서울 용산 39.9도… 폭염중대경보 101차례 쉴 새 없이 내렸다”, 국민일보, 2026.08.06, https://v.daum.net/v/20260806190253886?f=p
3) 오경민, “6월부터 폭염, 9월까지 열대야···여름 더위, 50년 전보다 열흘 일찍 시작하고 열흘 늦게 끝난다”, 경향신문, 2026.07.24, https://www.khan.co.kr/article/202607241113011#ENT
[폭염 대응책이 된 일회용 생수] 
1) 김기범, “1년간 한국인이 쓴 플라스틱을 보니···생수병만 모아도 지구 14바퀴”, 경향신문, 2023.03.22, https://www.khan.co.kr/article/202303221511001
2) 박윤예·정슬기, “‘너무 더워 밖에 안나가요’ 폭염에 편의점 배달 ‘껑충’”, 매일경제, 2026.08.10, https://www.mk.co.kr/news/business/12123131
3) 이충희, “한국의 순환 경제를 향한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병의 재활용, 물질 흐름 및 재활용 함량 요구 사항”, MDPI, pp.1-2, 2024.01.25.
[뜨거워지는 여름에 고온에 노출되는 PET 생수병] 
1) 강상현, “서울 지역의 자외선 조사량에 따른 PET 먹는샘물 용기의 용출 특성 연구: 보관 조건 중심으로”, 환경분석과 독성보건, 제27권, 제4호, pp.257-267, 2024.12.
2) 김민정, “여름철 ‘생수’ 밖에 두면 큰일···31일부터 무조건 해야 하는 ‘행동’”, 위키트리, 2026.07.30, https://www.wikitree.co.kr/articles/1149508
3) Jinyuan Hu, “Unraveling microplastics release in bottled water under in-vehicle conditions using carbon quantum dots”,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Vol. 496, 139200, 2025.09.
[지속가능한 물 공급의 가능성]
1) “‘공공음수대’. 시민들이 마셔야 할 물인데 다른 용도로 이용... 1057개가 식수로 사용되지 못하고 방치”, 2024.07.21, https://www.yjb0802.com/news/articleView.html?idxno=42366
2) “공공음수대, 시민 절반 이상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결과”, 에코포커스, 2025.09.04, https://www.ecofocus.co.kr/news/article.html?no=71462
3) 한국상하수도협회, “음수대, 어떻게 이용하고 계신가요?”, 2025.08.08, https://m.blog.naver.com/kwwapr/22396364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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