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하늘로!
산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하늘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이태환, 22기 류나연
풍력 발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흔히 대관령의 산림이나 제주도 해안가에 설치된 거대한 크기의 기둥과 날개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중들이 쉽게 떠올리는 풍력 발전의 틀을 깬 발전 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제는 바다에서 하늘로 풍력 발전은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자료 1. ALTAEROS 사의 공중 풍력 발전기]
출처 : ALTAEROS 홈페이지
[육상 풍력 발전과 해상 풍력 발전의 한계]
공중 풍력 발전이 등장한 배경에는 기존 육상 풍력 발전과 해상 풍력 발전이 갖는 한계가 있다. 먼저 육상 풍력 발전이 갖는 한계는 자명하다. 육상 풍력 발전의 제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를 들어볼 수 있는데, 양질의 풍력 자원 수급의 어려움, 환경 파괴 문제, 발전기 발생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그 내용이다. 먼저 양질의 풍력 자원 수급 문제부터 언급해 보자면, 풍력 발전이 경제성을 갖기 위해서는 풍속 5.0m/s에서 7.0m/s의 바람이 필요한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에 기상청의 공식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평균 4.5m/s 이상의 풍속이 확인되는 지역에만 설치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기상 변화가 잦고 평야에 비해 산지가 많은 국내 특성상 입지 선정에 어려움이 많다. 이에 대단위로 풍력 발전 단지로 조성하게 되면서, 동시에 환경 파괴 문제가 대두되었는데 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9월 멸종 위기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판단된 경북 영양군에 풍력발전기 설치 사업을 강행한 사건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풍력발전기 주위 거주하는 주민들의 소음으로 인한 피해 문제도 가볍게 넘어가기 어렵다. 환경부 권고기준 상 거주지로부터 1.5km를 이격해야 하나 작년 8월, 영광의 한 마을에서는 풍력 발전 업체가 이를 준수하지 않아 업체 측과 마을 주민 사이의 소송 분쟁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자료 2. 육상풍력발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영덕군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
출처 : 경북매일
그렇다면 해상 풍력은 어떨까? 해상 풍력 발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보인다. 먼저, 수산업 측면에서의 문제점이다. 특히 어업인들이 해상 풍력 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데, 정부의 해상 풍력 발전 목표치인 12GW 설치 시 여의도 면적의 약 1,000배 규모의 해역이 상실된다. 이로 인해 해양 생물 서식지가 파괴되고, 화학물질이 누출되며, 소음과 진동, 전자기장에 의한 생태계 교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고전압 전력선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으로 인해 전파 교란이 일어나 어선 통신망에 영향을 주어 안전 조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정책적 문제이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앞서 언급한 문제에 대한 실증 부족과 해상 발전 설비 안전성의 미검증, 그리고 해상 풍력 발전의 경제성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던 부분이 꼽힌다.
[하늘을 나는 풍력 발전기]
사실 공중 풍력 발전의 개념 자체는 새롭게 떠오른 개념이 아니다. 2011년 논문에 의하면, 10여 년 전부터 이미 공중 풍력 발전의 시장 성장을 전망하고 있었다. 기술 개발현황과 시장 전망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공중 풍력 발전이란 어떤 기술인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공중 풍력 발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발전기가 지상에 설치되는지, 고공에 설치되는지에 따라 각각 지상 거치형 공중 풍력발전기와 고공 거치형 공중 풍력발전기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지상 발전 방식이, 해외에서는 공중 발전 방식이 주를 이루며 시장이 성장해가고 있다. 각 기술의 자세한 원리는 뒤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풍력 발전과 어떤 차이를 보이기에 공중 풍력 발전이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었을까? 먼저 공중 풍력 발전은 에너지원 잠재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기존 타워형 풍력터빈이 지구상에서 바람으로 획득할 수 있는 잠재적 총에너지는 400TW이나 앞서 언급했던 지형적, 경제적, 자연환경적 문제를 이유로 실질적 누적 설치 용량은 총잠재력의 0.2% 수준에도 못 미치는 743GW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높은 고도에서 발전이 이뤄지는 공중 풍력 발전의 잠재적 총에너지는 이론상 1,800TW에 이른다. 타워형 풍력터빈 대비 4.5배의 수치이며,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인 약 20TW의 90배이다. 또한 해상 풍력 발전이 고려해야 하는 지형적 조건에 대한 고려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구 전역에서 발전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주민 수용성과 친환경성도 갖추고 있다. 동일 면적에서 연간 발전량이 타워형 풍력터빈 대비 6배 이상 높으며, 각종 구성품이 1/10 수준이기에 재료와 비용을 감축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절반 이상 감축할 수 있다. 환경 훼손이나 소음, 진동 등 주민과의 갈등을 유발할 논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이 강점이다.
[자료 3. 고공 거치형 공중 풍력발전기 외형]
[공중 풍력발전기의 원리]
먼저, 지배적인 구조가 확립되지 않은 공중 풍력시스템은 다양한 구성으로 개발이 시도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주요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 윙 : 높은 고도에서 바람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
- 테더 : 윙을 지지하고 윙이 획득한 에너지를 지상으로 전달
- 지상 스테이션 : 테더를 지지하며 전력 변환, 에너지 저장 등을 수행
- 제어시스템 : 윙의 비행과 에너지 최적화를 위해 필요한 제어를 수행
[자료 4. 공중 풍력 발전 방식의 원리]
출처 : 조선비즈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중 풍력발전은 발전장치의 위치에 따라 발전기가 지상에 위치하면 지상 발전 방식, 공중에 위치하면 공중 발전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는 먼저 지상 발전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자료 5. 지상발전방식 공중 풍력 시스템의 구성]
출처 : KERI
발전장치가 지상에 위치하는 지상 발전(groud-gen)은 프로펠러가 없는 글라이더나 연이 공중에서 연줄을 당기는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발전기를 포함하는 지상 장치(지상 스테이션)와 높은 고도의 바람 에너지를 수집하는 연이나 글라이더 형태의 윙(wing),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로프(테더)로 구성되어 있다. 윙이 바람 에너지를 수집해 로프를 당기면 장력으로 변환된 에너지가 지상 장치의 발전기에 전달되고 이것이 회전에너지로 작용하면서 전기가 생산되는 것이다.
발전기의 위치와 상관없이, 두 가지 공중 발전 시스템의 윙은 공중에서 바람을 가르는 비행을 통해 바람 에너지를 수집하는데, 이는 바람개비를 빠르게 회전시키기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들고 달리는 이유와 같다.
[자료 6. 지상발전방식 공중풍력시스템의 운전방식]
출처 : KERI
최소 풍속 고도인 ‘초기고도’에서부터 허용 가능한 풍속 고도인 ‘제한고도’까지 8자 형태의 비행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모드’와 윙을 초기고도로 복귀시키기 위해 전력을 소비하는 ‘전동모드’를 반복하며 누적된 순 에너지를 발전전력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공중 발전(fly-gen)은 공중에 띄우는 항공기나 드론, 기구에 프로펠러와 발전기를 장착해 하늘에서 전기를 만들어서 지상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공중 발전 방식에서는 윙에 터빈을 포함하는 발전기가 위치하며, 바람 에너지를 이용하여 터빈을 구동함으로써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는 테더로 사용되는 케이블을 통해 지상 스테이션으로 송전 된다.
[신재생에너지, 보다 창의적으로!]
고공의 풍력자원은 지상의 풍력자원에 비해 더 높은 고도의 바람을 활용하여 상업성이 확보되지 않은 지역은 물론, 해상에서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만큼 지역 선정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연줄을 고정할 공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발전소 부지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곧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해가 잘 비치지 않거나 평지 공간이 부족한 산악 지역에도 적합함을 의미한다. 이 장점은 재난 현장에서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윙으로 사용되는 연이나 글라이더의 크기나 고도를 조절하면 바람 상황에 따른 전력 생산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바람이 평상시보다 강하게 불 경우 운영 고도를 낮추고 연의 크기를 바꿔 날리는 방식으로 발전하면 된다. 가장 큰 장점은 발전 단가가 낮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상 한 해 발전량이 기존 풍력 발전보다 6배 이상 많고 발전 단가는 10% 수준에 불과해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으로 손색이 없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하늘에 띄우는 풍력발전기는 케이블선이 버텨줘야 하고, 비와 바람에 노출되어있어 유지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까다롭다. 기술이 꽤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성이 충분하지 않은 이유에는 지상 풍력발전기의 효율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상 풍력 발전은 크기를 증가시켜 발전량도 비례하게 증가시킬 수 있지만, 상공에 띄워야 하는 윙은 일정 크기 이상의 프로펠러를 달기 힘들고 만약, 발전기가 추락하거나 하늘을 나는 새나 비행기와 부딪힐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따로 개발해야 한다.
[자료 7. 마카니 파워의 지상 풍력 발전용 글라이더]
출처 : 마카니 파워 홈페이지
신기술 도입에는 경제성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따른다. 글라이더 프로펠러로 전기를 생산하고 지상에 보내는 공중 풍력 업체 ‘마카니 파워’는 2013년 구글에 인수돼 화제가 됐으나 2020년 9월 사업을 접었다. 폐업 후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적 속도를 유지하기 어려워 기존 터빈의 1/10 밖에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구를 아예 포기한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Technische Universiteit Delft)이나, 이탈리아의 기업 카이트 젠(Kite Gen)에서도 여러 가지 해결법을 내놓고 있다. 델프트 공과대학에서는 선 하나에 수십 개의 에너지 연을 잇는 방식을 제안했고 이와 비슷하게 카이트 젠에서는 마치 회전목마처럼 수십 개의 에너지 연을 지름 3km의 거대한 원통에 매달아, 고도 800m 상공에 띄우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공중 풍력 발전은 이론적으로 괄목할 만하나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기에 부족하고 리스크도 크다. 공중 풍력 발전이 기존의 풍력 발전을 대체하는 대체재로 자리 잡기보다는 서서히 보완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고 신뢰성과 내구성을 우선적으로 확보한 후, 고공에서의 정밀한 풍력 자원에 대한 조사연구와 관련 법령 및 인허가 등의 조사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후에 하늘을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연을 목격하게 된다면, 지구를 위하는 창의적인 신재생 에너지들이 비행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풍력 발전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새바람, 바람 없이 풍력 발전하다", 작성자(20기 서범석),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816
2. "해상풍력 개발 컨소시엄, '코리안 플릿(Korean Fleet)'", 작성자(21기 조채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m/3854
참고문헌
[육상 풍력 발전과 해상 풍력 발전의 한계]
이순자. (2015). 한국에서 재생에너지의 한계점 및 개선사항. 환경법과 정책, 15, 1-32.
이상엽, "[밀착카메라] 풍력발전기 들어선 숲속…멸종위기종 '수색 작전'", JTBC, 2022.09.19.,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78566
곽인숙, “[찾아가는K] 법정으로 간 ‘풍력발전기 소음 분쟁’”, KBS NEWS, 2022.08.18.,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36342&ref=A
장승범, “해상풍력발전 현황 및 문제점”, 한국수산경제, 2021.06.28.,
http://www.fisheco.com/news/articleView.html?idxno=76407
[하늘을 나는 풍력 발전기]
강승원, 길두송, 박동수, 정원섭, 김의환. (2011). 공중 풍력발전 기술개발 현황 및 시장전망. 신재생에너지, 7(2), 36-42.
이재용. "풍력발전, 육·해상만 전부는 아냐… ‘공중 풍력발전’ 개발 박차 : 창원시·전기연구원·한전,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 협력 MOU_마산해양신도시 부지 활용 실증… 기존 타워형 대비 잠재력 높아" Electric Power 15, 6 (2021) : 56-57.
[공중 풍력발전기의 원리]
한국전기연구원. “‘하늘을 나는 발전소’ 공중풍력발전의 원리는?”, 사이언스타임즈, 2021.10.08.,
이영완. “[IF] 하늘로 올라가는 풍력발전소”, 조선비즈, 2019.02.28.,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8/2019022800141.html
이주훈. (2022). 공중풍력-100% 재생에너지화를 위한 고고도 바람에너지 이용기술, 71(5), 30
[신재생에너지, 보다 창의적으로!]
강규태. “[스토리] 새로운 발상! 연을 띄워 에너지를 얻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공식블로그, 2020.04.16., https://blog.naver.com/energyinfoplaza/221911254422
한국중부발전. “하늘을 나는 발전소가 있다? 공중 풍력발전소”, 한국중부발전 공식블로그, 2021.11.30., https://blog.naver.com/komipo_official/222581815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