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수소의 잔혹 동화, 그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대해
그린 수소의 잔혹 동화, 그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대해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서정
[내러티브와 넘버스에 대해 아시나요?]
뉴욕 경영대 교수인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의 저서 '내러티브&넘버스(Narrative&Numbers)'에는 제목 그대로 내러티브와 넘버스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내러티브의 사전적 의미는 '실화나 허구의 사건들을 묘사하는 것,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조직하고 전개하기 위해 이용되는 각종 전략이나 형식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내러티브는 사업이나 기술이 가지는 스토리 인 셈이다. 잘 만들어진 스토리는 청자의 뇌에 화학적, 전기적으로 자극을 주며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러나 어느샌가 진실인지 허구인지 모를 공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수치, 즉 넘버스가 스토리를 탄탄하게 뒷받침해 줘야 한다. 비즈니스에서는 이 두 요소가 균형 있게 결합하고 있을 경우에 가치를 유지하며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만큼은 내러티브와 넘버스의 균형을 찾는 일이 매우 어렵다. 그리고 그들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수소에너지이다.
[자료 1. 청정에너지-수소의 대표 내러티브]
출처 : 에너지데일리
[매력적인 수소의 내러티브]
수소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인 '수소(Hydrogen)'는 오늘날 청정에너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대기의 산소와 반응해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물과 극소량의 질소산화물(NOx)를 제외하고는 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수소는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기반 기술 연구의 소스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수소 영역에 뛰어들고 있고 관련 주식이 들썩인다. 정부 및 지자체는 도시 운영에 수소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으로도 수소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수소는 곧 권력이고 돈이 되고 있다.
[자료 2. 물의 전기분해]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청정에너지 수소의 숨겨진 이면]
그러나 아무리 수소가 깨끗한 청정에너지라는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가졌어도, 그것이 기존 에너지원 대비 현저하게 적은 에너지를 생산한다면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내러티브와 넘버스의 충돌이 발생한다. 아직까지는 수소가 제시하는 숫자가 환상적인 내러티브를 충족할 만큼의 수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수소를 생산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탄화수소 개질'이다. 탄화수소 개질은 천연가스, 석탄 등 탄화수소(CnH2n+2)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개질반응은 수증기 개질, 이산화탄소 개질, 부분 산화 등의 방법이 있으며, 이 중 수증기 개질 반응이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수증기 개질 방법은 메탄(CH4)에 고온의 수증기를 주입해, 일차적으로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분리(수성 가스화 반응)한다. 이후 철 또는 구리 촉매를 활용한 고온 전환 반응기(HTS)에서 일산화탄소의 해리 반응을 통해 추가적인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이러한 방식은 폐열회수장치를 통해 전체적인 효율이 80%대까지 올라가 수소 제조 공정 중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3. 탄화수소(메탄)의 개질 방식]
출처: 가스신문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는 '그레이 수소(Grey Hydrogen)'라고 불린다. 색에서부터 청정한 이미지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화석연료인 탄화수소 화합물을 원료로 사용하며 공정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하여 격리하는 기술인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를 결합하여 탄소 배출을 줄인 '블루 수소(Blue Hydrogen)' 또한 그레이 수소 기반으로 100% 깨끗한 에너지라고는 할 수 없다.
[자료 4. 천연가스 기반 수소 개질 공정]
출처: 한화그룹
[진짜 우리가 원하는 수소는]
한편, 수소를 생산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바로 '수전해 기법'이다. 말 그대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방법이다. 전기분해 방식에는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한데, 화력발전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할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따라서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해야 한다. 이렇게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를 '그린 수소(Green Hydrogen)'라 한다.
[자료 5. 수소의 종류]
출처: GS칼텍스
우리가 그토록 찾던 청정한 에너지는 바로 그린 수소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린 수소가 가지고 있는 넘버스는 과연 유의미할까. 안타깝게도 현시점에서 수소 생산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풍부한 나라는 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따라서 세계 수소 생산량에서 그린 수소 비중은 전체 수소 생산량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굉장히 실망스러운 숫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수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장기적으로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태양과 바람을 이용해 그린 수소를 꺼내야 하지만, 지금은 그린 수소의 생산 비용이 수소로 얻는 이득보다 훨씬 큰 상황이다.
[자료 6. 국내 수소 생산 단가]
출처: 딜사이트
정부가 그린 수소의 생산량을 오는 2023년까지 25만 톤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정책까지 발표한 상황에도, 현재 생산되는 그린 수소는 사업 준비 및 기술력 부족으로 경제·환경·안전성이 모두 보장되지 못해 절반 이상의 양을 대기 중에 방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간과하면 안되는 사실]
비단 수소뿐만 아니라 초기 단계에 있는 모든 신재생에너지의 숫자는 우리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당혹스러움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수소가 가지는 '내러티브'가 현실이 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다소 부족한 수치와 그에 비해 과장된 스토리를 가진 수소일지라도 그린 수소는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어려울 수는 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소를 도입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구 환경과 지속 가능한 미래'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후 위기에 따른 에너지 전환은 인류가 꼭 풀어가야 할 숙제라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달콤한 내러티브에만 안주하거나 생각보다 낮은 넘버스에 실망만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요소가 가까워질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시점에서 우리가 해야만 하는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린 수소 및 수소의 현주소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대한민국 수소 경제의 현 주소 ②", 20기 김지원 ,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97
2. "수소 생산에도 그린라이트를 켜줘!", 19기 문서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379
참고문헌
[내러티브와 넘버스에 대해 아시나요?]
1)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공식 블로그 오일드림, "신재생, 그 환상적 스토리와 냉혹한 숫자 사이", 2021.05.27, https://m.blog.naver.com/knoc3/222367953624
2) 최지웅, GS칼텍스 미디어 허브, "일본 수소 전략의 배경과 의도는 무엇일까?", 2021.07.27, https://gscaltexmediahub.com/energy/column-japan-hydrogen-strategy/
[매력적인 수소의 내러티브]
1) 김병민 교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술정책플랫폼, "탐험의 끝은 시작에 도착하는 것" , 2022.02.25, https://www.kier.re.kr/tpp/energy/A/view/41?contentsName=sub5_4&menuId=MENU00963#
[청정에너지 수소의 숨겨진 이면]
1) 조민수, Q-STORY, 신재생에너지의 중심에 있는 ‘그린 수소에너지(Green Hydrogen Energy)’, 2022.09, https://new-q-cells.com/sub.phpidx=486&division=2&stx=%EC%8B%A0%EC%9E%AC%EC%83%9D%EC%97%90%EB%84%88%EC%A7%80%EC%9D%98%20%EC%A4%91&page=1
[진짜 우리가 원하는 수소는]
1) 탄소쟁이, greenium, "미래 지도로 살펴본 국가별 그린수소 생산가격···2050 한국은?", 2021.05.27, https://greenium.kr/%ea%b7%b8%eb%a6%b0%eb%b9%84%ec%a6%88-%ea%b7%b8%eb%a6%b0%ec%88%98%ec%86%8c-2050%ec%88%98%ec%86%8c%eb%af%b8%eb%9e%98%ec%a7%80%eb%8f%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