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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배터리 고속 충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R.E.F. 23기 김태현 2023. 9. 4. 09:00

니켈, 배터리 고속 충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태현

 

[배터리 고속 충전의 방해 요소]

휴대폰을 충전하다 보면 충전 속도를 옛날보다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더 빠른 충전 속도를 원하고 있다. 전기차 역시 충전소 부족 및 고 등의 문제를 이유로 급속 충전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현재 배터리 고속 충전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요구와는 다르게 실제로 배터리 고속 충전은 많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전지 1팀은 ‘배터리 급속 충전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하였다.

해당 스터디에서는 배터리의 급속 충전이 불가능한 이유 중 첫 번째 요인으로 전자의 이동 속도에 대한 상대적으로 느린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를 들었다. 배터리에서 리튬 이온은 분리막의 공극을 따라, 전자는 도선을 따라 이동한다. 여기서 리튬 이온보다 전자가 더 빨리 이동하면 리튬 이온과 전자가 만나는 평면인 OHP 면에서 리튬 이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OHP면 이후의 리튬 이온의 농도가 매우 낮아 전지 내 리튬 이온 농도 구배가 커진다. 전지의 양극과 음극의 활물질 농도 구배가 커지면 전지의 특정 깊이 이하의 활물질을 사용하지 못해 고속 충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료 1. 리튬 이온 전지에서의 이온과 전자의 이동]

출처 : Horizon

이외에도 배터리 셀에서 부적절한 충전 프로토콜, SEI(리튬 이온의 이동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으로 인해 음극 계면 앞에 생기는 전극 표면 보호층)의 높은 저항,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온도, 과도하게 높은 전류 속도 역시 배터리의 고속 충전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리튬 이온의 삽입 운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음극 표면에 리튬 이온이 증착하는 리튬 도금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리튬이 음극 표면 위에 나뭇가지 모양으로 쌓이는 덴드라이트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 덴드라이트는 흔히 알고 있는 쇼트 현상으로 인한 화재 발생과 더불어 전지의 성능을 저하하며, 고속 충전의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료 2. 전지의 성능 저하와 화재를 야기하는 덴드라이트]

 출처 : 노컷뉴스

 

[배터리 고속 충전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 새 촉매 개발]

이처럼 배터리 고속 충전에는 제약 조건이 많고, 일종의 trade-off도 존재하기 때문에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이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니켈과 CNF(탄소나노섬유)의 복합체를 촉매로써 전지 내부의 집전체 위에 코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이를 살펴보기 전에 니켈 및 탄소 나노 섬유 각각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양극재뿐 아니라 촉매로도 주목받는 니켈]

니켈은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배터리 양극 활물질로 많이 쓰이던 소재이다.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값비싼 코발트를 줄이고 니켈 비중을 늘리자는 하이니켈 배터리를 제작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니켈은 이 외에도 저렴한 가격과 공기 중의 낮은 반응성으로 인해 값비싼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촉매의 재료로 주목받고 있었다. 최근 연구진들은 니켈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양극재뿐 아니라 배터리 내부 화학 반응의 촉매로써 사용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니켈 촉매는 상용화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바로, 백금 촉매의 1/100도 안 되는 성능 때문이다. 백금 촉매 사용 시 전지 내부의 전류 밀도는 1.0mA/cm2이지만, 니켈 촉매는 10μA/cm2도 안 된다. 성능 외에도 안정성 문제도 상용화에 발목을 잡았다. 니켈 함량을 높이면 열적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특성으로 인해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촉매까지 니켈이면 화재 위험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니켈에 다른 물질을 혼합한 촉매를 제작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탄소 나노 섬유가 있다.

[자료 3. 실제 산업에서 사용되는 니켈 촉매]

출처 : Milestone Catalyst

 

[고효율 배터리를 위한 소재로 주목받는 탄소 나노 섬유]

탄소 나노 섬유는 흑연 층이 원기둥, 콘, 컵 접시 등의 입체적인 모양으로 배열된 것을 의미한다. 이 중 규칙을 갖고 있으면서도 완전한 원기둥의 모양으로 배열된 것이 탄소 나노 튜브이며, 이는 탄소 나노 섬유의 하위 개념이다. 현재 탄소 나노 섬유와 탄소 나노 튜브는 반도체와 배터리의 핵심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두 소재 모두 그 자체로 에너지 저장 기능을 가지며, 높은 열전도성과 전기 전도성을 가져 반도체나 배터리의 성능 및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금속에 비해 가벼운 원소인 탄소로만 구성되어 있어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경량화 및 무게당 에너지 밀도 상승이 가능하며 여러 웨어러블 기기의 에너지 저장 장치 및 마이크로배터리 분야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소재이다.

[자료 4. 탄소 나노 섬유(왼쪽)과 탄소 나노 튜브(오른쪽)]

출처 : GlobalSpec, The World of Nanoscience

탄소 나노 튜브는 탄소 나노 섬유의 완성된 형태인 만큼 물성 역시 더 완전하다. 탄소 나노 튜브는 기계적 강도가 철의 100배에 달할 정도로 강하다. 탄소 나노 섬유는 전체에서 1%만 변형되어도 부서지는 섬유가 있지만, 탄소 나노 튜브는 전체에서 15%가 변형돼도 파괴되지 않고 견딜 수 있다. 균일성에서도 탄소 나노 튜브가 더 우수하다. 탄소 나노 튜브는 탄소 나노 섬유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균일한 물질이므로 열 및 전기를 더 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탄소 나노 튜브는 탄소 나노 섬유의 장점만 가지면서도 한계점을 보완한 소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탄소 나노 튜브의 한계점도 존재하는데, 완전한 탄소 나노 튜브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열역학적으로 일정 결함 수까지는 특정 물질이 완전 결정에서 결함이 늘어날수록 자유 에너지가 감소하게 된다. 즉, 결함이 없는 완전한 결정이 자유 에너지가 가장 작은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완전한 탄소 나노 튜브는 존재할 수 없으며, 완전한 탄소 나노 튜브에 가깝게 성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탄소 나노 섬유는 촉매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탄소 나노 튜브와는 달리 불규칙한 구조로 인해 표면적이 더 넓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기화학 반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리튬이 니켈 및 탄소 나노 섬유 복합체에 더 고르게 전착될 수 있도록 한다. 앞서 언급했듯, 탄소 나노 섬유는 열 전도성과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화학 반응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배터리 고속 충전을 쉽게 할 니켈-탄소 나노 섬유 복합 촉매]

앞서 언급한 니켈과 탄소 나노 섬유를 혼합하여 촉매로 사용하면 배터리 충전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이 촉매의 제조는 질산니켈(Ni nitrate)을 에탄올에 용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이후 탄소 나노 섬유를 추가하고 고속 혼합기를 사용하여 이들을 균일하게 혼합한다. 이후 혼합된 상태로 수소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 있는 소성로를 형성하여 질산니켈을 환원시키면 순수한 니켈을 추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니켈이 응집될 수 있는데, 이 경우 표면적이 감소하여 촉매 활성도가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다. 니켈이 응집 여부 및 응집되는 양은 환원 도중의 열처리 시간과 온도에 따라 결정되며, 30분 및 700℃에서 응집이 관찰되지 않았다.

[자료 5. 니켈 및 탄소 나노 섬유 혼합 촉매의 제조 과정]

출처 : 한국전지학회

이 촉매의 첫 번째 역할은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 촉매는 표면적이 넓어 리튬이 음극에 증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또한, 촉매가 리튬 이온이 활발하게 이동하여 균일하게 흡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리튬이 불균일하게 성장하여 형성되는 덴드라이트 억제에 도움을 준다.

이 촉매의 두 번째 역할은 배터리 용량 감소를 예방하는 것이다. 이 촉매를 사용하면 배터리의 사이클 수가 많아져도 최대 용량이 촉매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덜 줄어든다. C-rate(율속)란 1시간 이내에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횟수를 나타낸다. 10C의 고속 충전 조건에서 이 촉매를 사용하지 않으면 완충 시 최대 용량이 기존의 75% 정도였으나, 이 촉매를 사용하면 96%까지 늘어난다. 이를 통해 촉매 사용 시 시간이 지나도 배터리 용량이 줄어들지 않고 배터리 수명이 더 길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니켈과 탄소 나노 섬유를 합친 촉매는 배터리 고속 충전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촉매 역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첫 번째로 고온의 조건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촉매에서 니켈 증착이 일어나지 않는 온도는 약 700℃로, 이 온도를 형성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15C 이상의 초고속 충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완충 시 용량이 기존의 8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후 고속 충전을 끝내고 저속 충전을 진행하면 완충 시 원래의 최대 용량을 되찾기에 배터리의 손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배터리 고속 충전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의 필요성]

니켈과 탄소 나노 섬유를 혼합한 촉매를 통해 리튬 이온의 이동, 덴드라이트, 낮은 전기 전도성 등 배터리 고속 충전의 장애물 중 상당 부분을 넘었다. 그와 동시에, 고속 충전 시 배터리가 손상되는 문제도 거의 없어 이 촉매는 더욱 의의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촉매가 넘지 못한 고속 충전의 장애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를 넘기 위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료 6. 이전보다 빨라진 배터리의 충전 속도]

출처 : groovyPost

1분 1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현대인들, 고속 충전은 시간을 아끼려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전보다 충전 속도가 확연히 빨라지긴 했지만, 갑자기 사용하던 제품이 배터리가 없을 때 우리는 바로 완충되기를 바랄 것이다. 하루빨리 충전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배터리 고속 충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5분만에 완충되는 전기차가 있다고?", 22기 박주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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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기차의 수요를 늘려줄 Master&Slave 충전시스템", 11기 백승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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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배터리 고속 충전의 방해 요소]

1) 류현준, "전기차 몰고 휴가? 고속도로는 '충전 전쟁'", MBC, 2023.08.07,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today/article/6511597_36207.html 

2) 김예나, "대도시 주유소10% 사라졌는데 전기차는 충전 부족 여전", 에너지플랫폼뉴스, 2023.08.17, http://www.e-platform.net/news/articleView.html?idxno=79723 

[양극재뿐 아니라 촉매로도 주목받는 니켈]

1) 정태경, "KAIST, 니켈-몰리브데넘 촉매 개발", 신아일보, 2023.05.11, http://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1517 

2) 유은주, "GIST, 니켈 촉매 수소발생효율 40%↑", 신소재경제, 2023.02.20, http://amenews.kr/news/view.php?idx=52515 

[고효율 배터리를 위한 소재로 주목받는 탄소 나노 섬유]

1) 정도정, "경상국립대, ‘2023 탄소 스타트업 해커로드’ 대학(원)생 부문 대상 수상", 브릿지경제, 2023.08.06,  https://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30806010001585

2) 윤재현, "재료硏, 고강도 특성에 높은 에너지 저장 능력까지 갖춘 다기능성 탄소나노튜브 섬유 개발", 전기신문, 2022.01.10, http://amenews.kr/news/view.php?idx=52515 

3) 최용석,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급증'…탄소나노튜브 시장 덩달아 ‘껑충’", 글로벌이코노믹, 2023.07.18, http://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307181512596648b418061615_1/articl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