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씨, 이런 원자력은 어때요?
오펜하이머 씨, 이런 원자력은 어때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류나연, 박재욱
[최고의 에너지원, 원자력]
[자료 1.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아크 원자로]
출처 : Amazon
변화무쌍한 슈트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2010년대 극장을 주름잡았던 ‘아이언맨’.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어 지구를 지켜낸 그의 따뜻한 가슴에는 항상 동그랗고 시퍼런 기계가 달려있었다. 이것은 아이언맨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한국판 번역으로는 ‘아크 리액터’라고 불린다. 영화의 설정상, 아크 리액터는 반응 물질을 손실 없이 그대로 에너지로 바꾸기 때문에 그 효율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물론, 오염 물질도 존재하지 않아 사고의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다. 한마디로 꿈의 에너지원이다. 이러한 에너지원이 실제로 구현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지금으로서는 ‘원자력’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다. 원자력 발전이란, 말 그대로 ‘원자’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며, ‘우라늄(U)’이라고 불리는 원소가 주로 사용된다. 우라늄은 원자번호 92번 원소로,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원소이다. 따라서 매우 불안정하다. 우라늄을 향해 ‘중성자’라고 하는 매우 작은 입자를 발사하면, 중성자에 맞은 우라늄은 두 개의 가벼운 원소로 쪼개진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와 또 다른 중성자가 생성된다. 만약 이렇게 새로이 탄생한 중성자가 근처에 있는 다른 우라늄들을 자극하고 그것이 수없이 반복된다면, 짧은 순간에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연쇄반응’이라고 하는데, 최근 영화 ‘오펜하이머’에 등장하며 화제가 된 원자폭탄의 기본 원리이다. 하지만 우라늄 간의 거리를 떨어뜨리거나 다른 물질을 첨가하여 연쇄반응의 속도를 느리게 조절할 수만 있다면, 폭발물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즉, 이것이 현재 최고의 발전 효율을 자랑하는 원자력 발전이 되는 것이다.
[자료 2. 2020년 대한민국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출처 : 연합뉴스
환경문제가 인류 문명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지금, 원자력 발전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발전 비용이 저렴하고 연료의 고갈 걱정이 적은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온실가스의 배출이 없다는 장점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다. 건설 비용 자체가 매우 비싸며, 발전 과정에서 처치 곤란 방사성 폐기물이 나온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그 예시이다. 게다가 원전 운영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원자력 발전은 한순간에 우리를 집어삼킬 폭탄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의 에너지 효율은 약 33%로, 이는 연료의 3분의 1을 전기로 변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효율 자체는 타 신재생에너지를 가뿐히 능가하며, 비슷한 효율을 자랑하는 화력 발전에 비해 대기 오염이 없다는 점에서 가히 최고의 발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신형 원자로 APR1400 1대의 발전 용량은 약 1.5GW로, 이는 한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작은 아이언맨의 아크 리액터의 발전 용량(3.0GW)의 절반에 그친다. 크기도 효율도 모두 뛰어난 꿈의 원자로. 우리의 원자로는 지금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을까?
[소형모듈원자로 SMR의 등장]
[자료 3. 대형 원전과 소형 원자로]
출처 : 네이버블로그
아이언맨의 기술력은 아직 따라가지 못했지만, 우리 인류도 원전을 기존 대비 100분의 1로 축소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런 원전을 ‘소형모듈원자로(SMR)’라고 한다. 크기가 작아지며 발전 용량 역시 1,000~1,500MW에서 300MW 이하로 줄어들긴 했지만, 안전성이나 비용 절감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 SMR은 공장에서 제작 및 조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건설 기간이 매우 짧고, 비용도 1~3조 원으로 5~10조의 기존 원전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또한, 원자로, 증기 발생기, 가압기 등의 설비가 모두 분리된 기존 원전과 달리 일체형으로 설계되었다. 원자로는 주로 수조 속에서 작동하는데, 모든 설비가 원자로에 내재된 SMR의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수조의 물이 곧바로 열을 식힐 수 있어 안전성 면에서도 탁월하다. 냉각 방식에서도 이점이 있다. 기존 원전의 경우, 냉각수를 사용해 강제로 냉각해야 하므로 해안가 근처에만 건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연순환 냉각 방식을 채택한 SMR은 냉각수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내륙에도 건설할 수 있다.
정리하면, SMR은 기존 원전에서 불필요한 배관을 제거함으로써 그 크기는 줄이고, 설비들을 하나의 원자로 안에 포함함으로써 배관 파손에 의한 방사능 폭발의 위험을 제거한 원자로인 것이다. 발전 단가, 운용 인원의 수, 개선된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이 주는 위험 부담 등 아직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분야이지만, 탄소중립 실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SMR의 개발에 전 세계 국가들이 혈안이 되어있다.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영국 국립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SMR의 시장 규모는 2035년에 약 390~630조 원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역사 문화도시에서 첨단과학도시로]
이렇게 낮은 건설비와 다양한 활용성, 기존 전력망 활용 등 각종 매력적인 장점을 고루 갖춘 SMR(소형모듈원자로)을 둘러싼 전 세계의 각축전 속에서, 우리 정부도 SMR 독자 개발 등 원전 기술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그중 SMR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역사 문화도시에서 첨단과학도시로 거듭나는 경주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경주는 6기의 원전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있어 원전산업의 최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료 4. SMR 산업단지 조감도]
출처 : 경북뉴스
지난 3월 15일 경주시는 SMR 국가산업단지 최종 후보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사업비 3,966억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경주시 문무대왕면 일원에 150만㎡ 규모의 SMR 국가 산단이 들어서게 된다. SMR 국가산단에는 원자력·전력, 원전 해체, 연구개발 서비스 등 핵심 23개 업종과 그린에너지, 소재부품, 전기설비 등 29개 연관 업종이 입주할 전망이다. 경주시가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에 앞서 SMR 연관기업을 대상으로 한 ‘SMR 국가산단 경주 지정 시 입주 의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을 포함한 225개 기업에서 275만㎡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정 시설 용지(97만 ㎡) 대비 283%에 해당하는 것으로, SMR 국가산단에 기업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는 방증이다.
[자료 5. 경주 중수로 원전 해체기술원 조감도]
출처 : 경북신문
경주시가 현재 추진 중인 ‘SMR 프로젝트’는 기존의 원전 산업을 필두로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함께 산업구조 대전환에 대응하며, 경주의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경주시의 의지와 염원이 담겨 있다. 더하여 ‘중수로 해체기술원’까지 들어서면, 경주는 원전의 설계-건설-운영-해체-처분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사이클을 보유한 전국 유일의 도시가 될 전망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주시의 연구용역을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SMR 국가산단을 통해 유발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7,300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3,410억 원, 취업 유발효과 5,399명이다. 산단 조성 후 가동 시에는 생산유발효과 6조 7,357억 원, 취업 유발효과 2만 2,779명에 달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조사, 관계부처 협의 등 국가산단 지정까지 여러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SMR 국가산단이 경주는 물론 경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세계 최고의 산업단지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 원전]
소형모듈원자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원전’은 친환경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공약으로 신한울 3, 4호기 공사 재개와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등 전면적인 원전 산업 활성화를 내세웠다. 원전이 몰려 있는 경북 동해안 지자체는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환경단체는 후쿠시마의 교훈을 잊었냐며 원전 확대 공약에 크게 반발했다. 그들이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북은 지진이나 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2022년 울진 산불이 많은 원자로가 밀집된 한울 원전을 위협해 많은 주민이 방사능과 핵사고의 위험에서 불안에 떨었다.
SMP는 기존의 대형원전 대비 고유 안정성이 높고, 피동 안전 계통 등 신뢰성 높은 혁신 계통을 적용하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한국형 혁신 소형모듈원자로는 경쟁성 확보를 위해 내진성능 향상 및 테러를 포함한 외부 재해 대처 능력을 향상하고, 복잡한 안전 계통을 단순화해 사고 시 안전 등급, AC/DC 전력, 운전원의 조작이나 외부 지원이 없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이유로,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현재 EU(유럽연합)가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였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안에도 원전이 포함되어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원전건설에 대한 문제가 없어 SMR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지만, 상반된 시각 때문에 SMR 국가산단 건설은 진통을 앓을 전망이다.
[원자력 발전을 위한 맨해튼 계획]
[자료 6.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
출처 : Global Network
우라늄이라는 작은 원소에서 SMR이라는 혁신적인 기술까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원자력. 경주의 국가산업 단지화가 보여주듯, 이제 원자력은 탄소배출과 맞서고 있는 우리 인류의 일상에 스며들 요소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다양한 문제점과 두려움이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이 언젠가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여,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증명해내야 한다.
약 80년 전, 미국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는 개성이 강하기로 소문난 세계 각국의 물리학자들을 하나로 모아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그 결과 역사를 뒤바꿀 강력한 무기를 탄생시켰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지금 ‘원자력 발전’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가 필요하고, 그것을 이끌어 줄 오펜하이머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대한민국을 포함한 지구촌 모두가 원자력의 파급력에 휩쓸리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획기적인 발전이 절실한 때이다. 지구를 위한 ‘원자력 발전 맨해튼 프로젝트’를, 과연 인류는 오펜하이머처럼 성공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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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탈원전vs친원전? 제 10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20기 윤진수, 20기 이주선,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19
2. "한미 정상회담, 원자력 발전의 미래는?", 21기 안연빈,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665
참고문헌
[최고의 에너지원, 원자력]
1) 밀크, 네이버 블로그, “[원자력] 원자력 발전소의 장단점: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알아보다.”, 2023.07.29., https://blog.naver.com/dyrleowjs/223169013024
2) 샤이리, 티스토리, “[원자력 발전소란?]작동원리/장점/단점/안전성/규제/현재동향/”, 2023.07.11., https://shylian.tistory.com/1939
[소형모듈원자로, SMR의 등장]
1) 한국산업단지공단, 네이버 블로그, “[산단토픽]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에너지면서 더 안전해진 ‘SMR(소형모듈원자로)’”, 2023.08.11., https://blog.naver.com/kicox1964/223180853526
2) 한국수력원자력, 네이버 블로그, “5월 19일 발명의 날, 새로운 에너지 기술 SMR(소형모듈원자로)이 뜬다!”, 2022.05.17.,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813961&memberNo=478066&vType=VERTICAL
3) 홍시연, “[기고] 원자력 발전의 미래... 계속운전,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의 선택지”, 원자력신문, 2023.09.11., http://www.knp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115
[역사 문화도시에서 첨단과학도시로]
1) 구대선, “경주시, ’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단 유치로 세계 원전 수출시장 공략”, 아시아경제, 2023.04.04., https://cm.asiae.co.kr/article/2023040411053329013
2) 황기환, “[체인지 경주] SMR 국가산단 주춧돌 삼아 미래 첨단과학도시 발돋움”, 경북일보, 2023.08.29., http://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0868
[뜨거운 감자, 원전]
1) 김형일, “윤석열 정부 “탈원전 중단·원전 확대”, 포항MBC, 2022.03.24.,
http://www.phmbc.co.kr/www/news/desk_news?idx=179704&mod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