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vs 이메일, 사랑은 탄소를 싣고
러브레터 vs 이메일, 사랑은 탄소를 싣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한세민, 22기 류나연, 23기 진희윤, 24기 도영현, 유현지, 25기 윤영서
[봄 사랑, 벚꽃 말고]
추운 겨울 지나 따뜻해지는 날씨만큼, 마음 한편에 내려앉아 따뜻한 분위기를 전하는 분홍빛 무언가. 만개한 벚꽃과 따스한 봄날의 온도는 어딘가 간지러운 기분을 전한다. <벚꽃 엔딩>이나 <봄 봄 봄> 같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곡들이 음원 차트의 승자가 된다. 관심 있는 그녀에게 편지를 쓰려 문구점에 가니, 핑크빛 세상 속에 유일한 초록색 포스터가 눈에 띈다. ‘4월 4일은 종이 안 쓰는 날’, ‘더 이상의 산림 파괴는 없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담은 러브레터가 사실 환경 오염의 원인이라는 말은 꽤 낭만이 깨지는 발언이다. 뉴스 기사나 각종 교육자료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저 문구. 과연 사실일까? 정말 러브레터는 지구를 아프게 하는 것일까?
[자료 1. 벚꽃이 만개한 봄 풍경]
출처 : 디스커버리뉴스
디지털을 이용하는 것이 종이를 사용하는 것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생각이 사회에 만연하다. 지난 2023년 한국제지연합회에서는 제7회 종이의 날을 맞아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종이의 인식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85%를 웃도는 대부분의 응답자에게 종이의 생산 대부분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원시림에서부터 온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종이에 대한 억울한 편견을 바로잡아보자.
[종이는 과연 숲을 파괴하는가?]
[자료 2. 나무를 인용한 환경보호 표현]
출처 : 조선일보
과거 환경보호 캠페인을 보면, ‘KTX로 서울에서 부산을 이동하면 소나무 12.4그루를 심는 것과 같습니다’와 같은 나무와 관련된 표현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나무 한 그루가 가진 효과를 직관적으로 전달하여, 나무는 지구를 보호하는 친환경인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반면, 종이는 나무를 베어 만든다는 이유로 환경 파괴적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종이의 주원료는 나무 섬유소 성분인 펄프로, 종이를 생산할 때 나무를 이용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더 면밀히 살펴보면 종이는 그 무엇보다 ‘환경친화적’인 소재이다. 실제 종이를 생산하는 데 드는 나무는 천연림의 나무가 아닌, 종이 생산을 위해 별도로 조성된 인공 조림지에서 경작한 나무이다. 쉽게 말해, 제지회사와 펄프회사가 운영하는 ‘나무농장’과 같은 것이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조림지에서 종이 생산을 위해 나무를 베어낸 공간에 다시 새로운 나무를 심는 순환 경작을 통한 공정을 거쳐, 종이가 만들어진다.
종이 생산이 산림 훼손을 부추긴다는 통념에 대한 반증은 최근 조사에서도 증명됐다. 세계 종이 생산량은 2000년 3억 1천 톤에서 2020년 4억 90만 톤으로 꾸준히 증가한 반면, 해당 시기의 숲의 면적은 되레 커졌다. 2022년 6월 미국 메릴랜드 대학(MICA)과 세계자원연구소(WRI)의 공동발표에 따르면, 2000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페루의 면적보다 넓은 1억 390만 헥타르(ha)의 땅이 새롭게 나무로 덮였다. 또한 주요 펄프 생산지인 유럽, 아시아, 중국 등을 포함한 세계 36개국에서는 20년간 얻은 나무 면적이 20년간 잃은 나무 면적보다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3. 전국 최대의 도심 인공림, 대전 한밭수목원]
출처: 뉴스핌
게다가 인공적으로 조성된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 온난화 현상을 방지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어린 묘목이 성장하면서, 베어낸 성체의 나무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다량의 산소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성장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나무는 여러 번 재생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으로 생산한, 합법적인 나무를 원료로 하는 제지 산업은 거의 유일하게 지속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환경 친화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손편지와 이메일 - 탄소를 드려요]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또 상대방의 답장을 기다린다. 그런데 우리가 전달하는 것은 비단 편지지뿐만이 아니다. 탄소도 함께 전달한다. 2021년 환경부 자료 기준에 따르면 A4 용지 1장 생산 시 5.264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또한 천연펄프로 종이 1t을 만드는데 나무 24그루, 전력 9671kWh, 물 8만 6503L가 사용되며 폐기물 872kg을 발생시킨다. 편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자동차, 오토바이와 같은 운송수단을 이용하면서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발생시킨다. 편지 한 통이 보내는 곳에서 받는 곳까지 가는 데 평균 36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자료3. 우편 집배용 초소형 전기차]
우체국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우편물 배송으로 인한 탄소배출 문제에 대응하여 2018년부터 우편 오토바이를 대체할 우편 집배용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오토바이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배원들의 근무환경과 배달 사고 등의 문제도 개선할 수 있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생산업체 경영난 등의 이유로 지난 2023년까지 전국적으로 도입된 초소형 전기차는 계획의 10의 1 수준인 약 1천 300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전기차 화재 문제도 발생하여 아직은 활발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편지는 우리의 진심을 전달하는 최적의 수단이다. 하지만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편으로 편지를 전달하기보다 이메일이나 전자우편으로 편리하고 빠르게 메세지를 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종이가 산림파괴의 원인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데, 과연 이메일은 친환경적일까? 오늘날 대부분의 문서 작업은 이메일을 활용할 정도로 디지털 시대에서의 이메일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종이와 같이 눈으로 보이는 부산물을 생성하지 않아, 탄소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이메일.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메일 한 통을 보낼 때 약 4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우리가 주고 받는 이메일은 데이터센터라는 곳에 쌓이는데, 데이터 센터에서는 이메일을 저장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전력이 소모된다. 실제로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이메일 사용자는 총 23억 명에 이르는데, 스팸 메일을 보관하기 위해서만 연간 17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한다. 영국의 에너지 기업인 오보 에너지(Ovo Energy)에 따르면, 영국에서 하루 한 통의 불필요한 메일 송수신으로 디젤 차량 3,334대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헌 종이 줄게, 새 종이 다오!]
[자료 4. 종이 1160만 톤 생산 시 주원료 비중]
출처 : 제지연합회 생산보고서
손편지의 감성을 살리고 싶다면 재생종이에 주목해 보자. 종이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고, 한 번 쓴 종이를 녹여서 다시 만든 종이를 재생종이라고 한다. 한국제지연합회에서는 한 번 이상 사용한 종이를 일컫는 기존 단어 ‘폐지’ 대신에 ‘종이자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쓸모가 없어져 버리게 된 종이라는 뜻의 폐지의 용어적 한계를 극복하고, 한 번 이상 사용한 종이라도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자원이라는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2021년 생산한 1160만톤의 종이 가운데 ‘종이자원’을 주원료로 하는 재활용 종이가 전체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이렇게 재활용한 재생종이는 자원순환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종이자원의 순환은 새로운 나무를 필요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이 원료 상품 운반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필요도 없으며, 재생 종이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이 일반 종이 생산 대비 1%에 불과해 매우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 5. 연애편지를 재활용한 휴지]
출처: Who Gives A Crap
다음은 종이자원을 활용한 사례들이다. 호주의 한 화장지 제조회사는 ‘플러시 유어 엑스(Flush Your ex)’ 프로젝트를 통해 헤어진 연인에게 받았던 연애편지를 휴지로 재활용하기도 했다. 과거의 연인이 보낸 오래된 연애편지, 사랑이 담긴 메모, 데이트 영수증 등을 100% 재활용해 친환경 화장지로 사용한 것이다.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는 이벤트로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큰 호응을 이끌었다.
일본의 프린터와 복합기기 제조업체 엡손은 사용한 종이를 재활용하는 종이재생장치인 ‘페이퍼랩(paperlab)’을 개발하기도 했다. 기존의 재활용 방법은 종이를 수거하고 선별 및 압축한 후에 해리(분리)와 정선 공정 과정을 거친 후 건조, 농축의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종이에 있는 잉크 등을 분리 제거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폐수가 발생하지만, 이 종이재생장치는 습도 유지를 위한 약간의 물을 제외하고는 분해 과정에서 물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아 더욱 친환경적이다.
[실생활에서 종이를 덜 쓰는 방법]
종이가 항상 재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폐지는 물과 약품에 섞여 작은 섬유 입자인 펄프가 된다. 중요한 것은 종이 원료 속 잉크 입자를 제거하는 ‘탈묵실’ 과정이다. 상대적으로 쉽게 물에 용해되는 수성 잉크와 달리, 유성 잉크는 세척용 유기용제의 사용이 추가로 요구된다. 잉크 제거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폐수와 유해 물질이 배출되는 만큼, 수성 잉크 사용은 당신의 편지를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돕는다.
편지를 꾸미기 위해 붙이는 아기자기한 스티커 대신 진심을 담은 문장으로 승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티커는 읽는 당시에는 글의 내용이 풍부하도록 돕지만, 재활용 단계에서는 이물질로 전락한다. 재활용의 첫 단추는 이물질 제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올바른 분리배출이 필요하다. 타 품목에 비해 종이는 분리배출이 간편하지만, 그만큼 잘못된 배출이 쉽게 일어난다. 흔히 종이류라고 여겨지는 전단지나 잡지, 영수증이 대표적인 예다. 광택이 나는 종이는 폴리에틸렌과 같은 플라스틱으로 코팅됐거나, 제거가 어려운 잉크 혹은 약품이 처리된 상태다. 만약 당신이 오랜 보존을 위해 코팅된 편지지를 사용했다면, 주저 없이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길 바란다.
수성 잉크 사용, 올바른 분리배출에서 더 나아가 더욱더 환경을 위하고 싶다면 재활용 편지지를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재생 종이나 코끼리 똥으로 만든 종이가 대표적인 예다. 재생종이는 비용이나 성능 면에서 일반 종이와 대등하며, 폐지 함유량과 제작 방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를 자랑한다. 또는 잡지를 재활용해 본인만의 감각적인 편지지를 만들 수도 있겠다.
결국 실생활에서 종이를 덜 쓰는 방법은 문자 그대로 종이의 사용을 줄이는 것과 재활용을 용이하게 해 종이의 순환을 돕는 것이 있다. 손 편지에 가득 담은 사랑이 되려 지구를 아프게 한다면 이 얼마나 비탄한가. 지구를 살리는 종이 사용으로 당신의 사랑과 환경, 두 가지를 모두 지킬 수 있기를.
종이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포장지, 너 잉크 그만 먹어!", 22기 박재욱, 24기 유현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293
2. "종이책vs전자책, 종이책의 미래", 21기 김채윤,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033
참고문헌
[봄 사랑, 벚꽃 말고]
1) 서금영, “종이 안 쓰는 날을 제안합니다”, KISTI의 과학향기, 2010,
https://www.bing.com/search?q=서금영%2C+
2) 한국제지연합회, 마크로밀엠브레인, 2023년 종이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2023.
[종이는 과연 숲을 파괴하는가?]
1) 김동호, “‘종이’ 사용이 환경에 해롭다? 지구 살리는 가장 자연적인 소재!”, 서울경제, 2019.11.20, https://www.sedaily.com/NewsView/1VQVD832BD
2) 김진두, “[특별기고]종이의 억울한 누명”, 파이낸셜뉴스, 2022.10.27, https://www.fnnews.com/news/202210271416479436
[손편지와 이메일 - 탄소를 드려요]
1)방재영, “‘종이없는 회의’로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선다”, 중앙타임뉴스, 2024.03.14, http://www.jnewstimes.com/news/article.html?no=408211
2)박영호, “[함께해요, 생태적 실천] 종이 아끼려면 불필요한 인쇄 줄이고 손수건 갖고 다녀요”, 가톨릭신문, 2022.04.17, https://m.catholictimes.org/mobile/article_view.php?aid=367885¶ms=page%3D1%26acid%3D810%26top%3D810
3) 이종탁, “[우정이야기]우정에 부는 ‘탄소 감축’ 바람”, 뉴스메이커, https://weekly.khan.co.kr/art_print.html?artid=15370\
4) 김은진, “‘집배원 안전은 나중’…우정사업본부 전기차 도입 ‘느릿느릿’”, 경기일보, 2023.11.12,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31121580289
5) 김형수, "페이퍼리스 시대…‘종이 대신 디지털’ 괜찮을까", 그린포스트 코리아, 2020.04.07, https://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278#google_vignette
[헌 종이 줄게, 새 종이 다오!]
1) 김동현, “제지업계, ‘폐지’ 용어 ‘종이자원’으로 바꾼다”, 서울경제, 2022.08.19, https://www.sedaily.com/NewsView/269UYUC6JA
2) 김정현, “폐지 넣으니 새 종이가 ‘뚝딱’… 세계 최초, 엡손 ‘페이퍼랩’”, 한국일보, 2023.5.27,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52610320001210
3) 전민재, “”과거 연애사 변기로”… 연애편지 재활용한 친환경 휴지 ‘화재’, SBS뉴스, 2024.02.12,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531158
[실생활에서 종이를 덜 쓰는 방법]
1) “종이의 재활용”, 김해분야포털, https://www.gimhae.go.kr/01544/02643/01745.web
2) 박영미, “‘종이류’ 가짜 쓰레기를 찾아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04.10,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3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