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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핵심은 전력

R.E.F. 24기 유현지 2024. 7. 1. 09:00

반도체의 핵심은 전력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유현지

 

[전기 먹는 하마, 반도체]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반도체 공장은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용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핵심 산업임과 동시에 환경 분야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산업이기도 하다.

[자료 1. 산업용 전력 많이 쓰는 기업]

출처 : 국민일보

이러한 막대한 전력 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업계는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RE100 목표 달성이 가장 어려운 편에 속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조달이 비교적 용이한 반면, 2023년 기준 삼성전자의 총 전력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31%에 그쳤으며, 반도체 부문에서는 23%에 불과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력을 삼성전자가 전부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RE100 달성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전력 수요 폭증하는 수도권]

대한민국은 622조 원의 민간 투자를 통해 2047년까지 경기 남부 지역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클러스터는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반도체 기업과 관계가 밀접한 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현재 19개 생산팹과 2개 연구팹이 집적된 이곳에 추가로 16개의 신규팹(생산팹 13개, 연구팹 3개)을 신설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용인 남사와 용인 원삼에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와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며, 투자액은 각각 360조 원과 122조 원에 달한다.

[자료 2.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방안]

출처 : 중앙일보

하지만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전력 확보' 문제가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2047년까지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투자가 마무리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필요한 전력은 최대 10GW(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현재 수도권 전력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원전 1기 용량이 보통 1GW인 점을 감안하면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전력이 새롭게 필요하다.

[자료 3. 2047년 반도체 클러스터 거점 도시 전력 수요]

출처 : 조선일보

비영리 기후·환경 연구단체인 기후솔루션은 지난 6월 12일 발표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문제점' 보고서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1년 동안 배출할 온실가스의 양이 현재 삼성전자가 동기간 전체 글로벌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보다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작성한 ‘국가산업단지개발사업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운영 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2년 1,722만 톤에서 2040년 2,384만 톤, 2050년 3,377만 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2022년 삼성전자 글로벌 사업장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인 1,607만톤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전력공급 3단계 방안, 문제는 전력망]

지난해 전력 당국은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한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 수급 대책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 로드맵은 세 단계로 구성돼 있다. 

[자료 4. 2047년 반도체 클러스터 거점 도시 전력 수요]

출처 : 이데일리

첫 번째 단계는 부지 내에 '3GW 규모 가스(LNG) 화력발전소 6기'를 신설해 초기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다. 이는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이를 가스 발전으로 대체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수소 혼소 방식을 통해 탄소를 저감한다.
두 번째 단계는 강원·경북과 수도권을 잇는 고전압 직류송전선로(HVDC)를 추가 건설해 강원·경북에 밀집한 석탄화력과 원자력발전소 생산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경북 울진에서 신한울 1~4호가 가동 중이거나 2030년대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추가 원전 건설 가능성도 있어 송선망의 확장이 필요하다.
세 번째 단계는 호남 지역에서 수도권을 연결하는 서해안 해저 HVDC 건설이다.  호남 지역에는 대규모 태양광 및 해양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고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이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전력 수요가 적은 봄가을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자료 5. 용인반도체 특화단지 전력공급 개요도]

출처 : 이투뉴스

따라서 2030년부터 2036년까지 필요한 3GW의 전력은 LNG 발전소에서 충당하고, 2037년 이후 필요한 7GW는 영동권에서 용인을 잇는 국가 전력고속도로를 신설해 원전 발전력 11.5GW의 일부를 활용하고, 호남권~용인을 연결하는 종축 송전선로 신설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에는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 서남해권에서 남는 재생에너지를 충청남도 태안 변전소에 모은 후 110km 떨어진 용인 반도체로 끌어오는 데는 막대한 송전선로 건설비용이 필요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많으며, 송전망 건설은 예상보다 미뤄지는 경우가 많아 산단 건설 상황에 맞춰 전력을 공급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료 6. 주요 전력망 건설 지연 사례]

출처 : 매일경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3년 10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추진했다. 이 법안은 전력망 건설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고, 송전망이 지나는 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보상책을 포함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발의 후 8개월이 지나도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를 넘지 못 했고 결국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결국, 원전인가?]

LNG 화력발전소를 세우고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다 하더라도 10GW의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월 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반도체 공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원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의 경우,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원전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며, 간헐성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 공급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실무안을 통해 2038년까지 1.4GW 대형 원전 3기와 0.7GW 규모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정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포함시킨 건 9년 만이고 SMR을 포함시킨 것은 처음이다. SMR은 대형 원자로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절감되며, 수요지 인근에 건설할 수 있어 송전망 설치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10GW가 넘는 전력을 원자력으로 생산하면 LNG보다 연간 4,0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 

[자료 7. 발전원 구성 변화]

출처 : 한경

하지만 LNG와 원자력은 반도체 산업이 목표로 하는 RE100 달성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몇 년 안에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반도체를 포함한 수출 품목의 수출이 막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나 녹색 프리미엄 등의 우회 방법을 통해 RE100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원전으로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해서 국내 업체의 수출이 막히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미래]

우리나라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선두에 서기 위해 중요한 산업 단지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전력 문제가 수반된다. 반도체 공장의 전력 소비는 막대하며,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상 재생에너지만으로 이를 모두 충당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전력 공급과 관련해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특히, 남부 지역에 밀집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을 경기 지역으로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송전선로가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있다. 이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송전망 확충은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한 비용과 시간, 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의 문제로 인해 실현이 지연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RE100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LNG와 원자력 발전은 RE100의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된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발전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환경 보호와 산업 발전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 간의 적절한 협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은 전력 문제 해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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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기도 원전, 저기도 원전, 과연 원전의 미래는?", 23기 송시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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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전기 먹는 하마, 반도체]

1) 김승훈, "전력 먹는 하마 AI반도체, 생산도 문제 운용은 더 문제", TECHWOLRD, 2024.03.15., https://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1248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전력 수요 폭증하는 수도권]

1) 김형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대책 밑그림 완성…송전망 등 난제 풀까", 이데일리, 2023.09.13.,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1230006635739792&mediaCodeNo=257

2) 나상현, "세계 최대 'K-반도체 클러스터' 622조 투입…일자리 346만개 만든다", 중앙일보, 2024.01.1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1950#home

3) 배문숙·김민지 ,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안정적 전력수급에 성패 달렸다", 헤럴드경제, 2023.09.18., https://biz.heraldcorp.com/view.php?ud=20230918000355

4) 옥기원, "‘화석연료 의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삼성전자 경쟁력 발목 잡을라", 한겨례, 2024.06.12.,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44542.html

5) 차대운·이슬기, "622조 투입 반도체클러스터 '세계 최대·최고'로…정부 총력지원", 연합뉴스, 2024.01.15., https://www.yna.co.kr/view/AKR20240112126600003

[전력공급 3단계 방안, 문제는 전력망]

1) 조재희, "'반도체 클러스터' 통째로 돌릴 전기가 놀고 있다", 조선일보, 2024.05.11.,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4/05/11/BQSXHS3KJJE6ZM7MG22YN366BM/

2) 홍혜진, "전력망법, 국회에 발목잡혀 … 반도체 '송전 고속도로' 차질", 매일경제, 2024.05.27., https://stock.mk.co.kr/news/view/442229

[결국, 원전인가?]

1) 김형식, ""반도체에 원전 필수" 大 발언에 논쟁 한창…답은 '공존'", 아시아타임즈, 2024.01.28.,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40127500003#_mobwcvr#_enliple

2) 김혜진, "용인 반도체단지 전기공급, SMR로 풀자", 매일경제, 2023.09.20.,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0834191

3) 정영호·이술기·황정환, "전기 10배 더 먹는 AI…원전없이 폭증하는 전력수요 충당 못해", 한경, 2024.05.3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3178811

4) 조대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LNG‧석탄 중심 전력공급에 우려", 에너지신문, 2024.06.12.,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