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기술-산업-정책

CFRP의 재활용

알 수 없는 사용자 2024. 7. 31. 09:00

CFRP의 재활용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송현승

 

하네다 기적으로 재조명받은 CFRP

2024년 1월 2일 일본 도쿄의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서 일본항공 여객기와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의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여객기 내 탑승자 전원이 탈출에 성공했다. '하네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적절한 대응과 승객들의 침착한 대처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다.

하네다의 기적은 또 다른 성공 요인이 있다. 바로 CFRP(탄소섬유 복합재)가 여객기 기체에 사용됐다는 점이다. CFRP는 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혹은 polymer의 약자로 탄소섬유와 합성수지를 혼합해 만든 복합재료이다. 폴리머 매트릭스 내부에 탄소섬유가 들어간 상태로, 폴리머 매트릭스는 섬유를 감싸 내충격성을 부여하고, 탄소섬유는 내열성 및 전기전도성이 뛰어나 다른 섬유보다 비강도, 내열성 등 물성이 우수해 가벼우면서 강도가 뛰어난 복합체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탄소섬유를 적용한 CFRP는 철과 비교해 무게는 4분의 1, 강도는 10배 이상에 이르는 특징을 가진다. 사고가 발생한 일본 여객기에는 날개를 포함한 기체의 53%가 CFRP로 이뤄졌다고 파악됐다. CFRP의 우수한 내열성을 바탕으로 불에 잘 견뎌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승객들이 대피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자료 1. CFRP의 비행기 기체 적용]

출처: ResearchGate

 

CFRP 발전과 이면

탄소섬유의 고강도, 경량, 내열성 등의 특성을 활용해 풍력 발전용 회전날개, 건설 분야, 의료기기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항공·우주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GE의 항공 엔진 GE 90은 최초로 팬 블레이드에 CFRP를 적용했다. GE 90 엔진의 직경은 이전 모델에 비해 커졌지만, 무게는 400파운드가 줄어들었다. 엔진뿐 아니라 기체 소재에도 CFRP는 활용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사례인 일본 JAL 사의 여객기와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제작한 누리호에도 CFRP가 활용되고 있다. 항공기 외에도 고압과 고열에 견뎌내면서 가벼워야 하는 발사체에도 CFRP가 활용되고 있다. 차량 및 운송수단의 경량화를 위해서도 CFRP는 활용되고 있다. 차량을 경량화하면 연료 사용이 줄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경량화는 필수적이다. 초기에는 CFRP의 높은 가격 때문에 일부 스포츠카에만 적용됐으나, 점차 많은 차량에 적용되고 있다. BMW는 자체 개발한 CFRP를 차체와 내장재로 사용한다. BMW i3 약 150kg의 CFRP가 사용되며,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BMW i8은 약 43%가 CFRP가 사용된다.

[자료 2. BMW i8 CFRP 적용]

출처 : 탑라이더

이처럼 많은 장점이 있는 CFRP이고 꾸준히 개발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존재한다. 먼저 가격이다. CFRP의 생산 단가가 다른 경량화 소재에 비해 비싸다. 또한 CFRP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사용량이 증가해 폐 CFRP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 CFRP는 내열성이 좋아 저온에서 열분해가 힘들어 처리 방법으로 고온에서 소각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태울 때 독성물질을 배출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기존의 CFRP에 비해 성질도 저하된다. CFRP의 다른 처리 방식으로 매립을 하는데 이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매립 시 유해가스 방출과 CFRP가 썩지 않아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심지어 유럽에 매립 방식은 법으로 금지된다. 따라서 CFRP의 재활용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CFRP 재활용 기술의 개발

2016년 8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복합 소재 기술연구소의 고문주 박사팀이 CFRP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물을 반응 용매로 해 저렴한 첨가제를 사용한 화학적 방법으로 100℃, 10기압의 저에너지가 소요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CFRP를 재활용할 경우 95% 이상의 탄소섬유가 회수되며, 회수된 탄소섬유의 물성도 우수하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700도 이상의 열을 가해 에폭시를 태우는 '열 소각법'을 사용한다. 이는 고온을 가해 탄소섬유까지 열에 손상이 되어 고품질 탄소섬유의 수율 40~45%에 그친다. 하지만 KIST가 개발한 '화학적 분해법' 원 탄소섬유 강도의 85% 이상 유지하며, 원 탄소섬유 전기전도도의 90% 이상을 유지한다. 고온 소각법 대비 초기 투자비가 1/10 수준으로 경제성이 아주 뛰어나다. 또한 5톤 반응기 기준 연간 250톤의 CFRP를 재활용할 수 있고, 사용되는 물질이 물과 첨가제뿐이라 1,500원 내외의 비용으로 CFRP 1kg을 재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인 기술이다.

[자료 3. 재활용된 탄소섬유의 물성]

출처: KIST

기존에 사용하던 고온 소각법은 CFRP를 구성하는 플라스틱인 에폭시 수지를 태워 탄소섬유만을 재활용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고문주 박사가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탄소섬유뿐 아니라, 에폭시 수지까지도 재활용할 수 있다. 2016년 8월 25일 CFRP 재활용 기술 설명회를 열어 기술의 사업화를 원하는 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카텍에이치에 기술을 이전했다.

 

CFRP 재활용 기술의 활용

2021년 3월 21일 카텍에이치는 KIST로부터 이전받은 CFRP 재활용 기술을 상용화시켜 연간 700~800톤 규모 CFRP 재활용 공장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화성공장의 최대 처리 규모는 연간 1500톤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물량은 대부분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문의가 쇄도해 전북 장수에 추가로 공장을 설립 중이다. 장수 공장의 처리규모는 4000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를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이 된다고 밝혔다. 카텍에이치에 따르면 CFRP 1kg을 생산하는데 약 3만5000원~5만원에 비용이 든다. 하지만 카텍에이치의 재활용 기술을 활용하면 1kg당 1만1000원 이하의 비용으로 CFRP를 재생할 수 있다고 했다.

카텍에이치의 재활용 기술의 공정은 폐기물을 잘게 파쇄한다. 파쇄물은 특수 용매를 이용해 에폭시를 분해한 후 탄소섬유만 분리한다. 이 에폭시를 제거해 주는 반응 기기는 1대는 폐 CFRP 약 150kg을 넣으면 탄소섬유 80~100kg을 얻을 수 있다. 기기에서 나온 엉킨 탄소섬유 다발은 섬유 정렬 공정을 거쳐 응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단섬유, 탄소섬유와 플라스틱이 결합된 복합소재, 밀드 카본, 카본 페이퍼 이렇게 네 가지 제품이 생산된다. 2024년 2월 29일 카텍에이치는 항공기술 기반 항공리스관리 기업 VMIC와 퇴역 항공기 리사이클링 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VMIC는 마켓데이터를 활용한 퇴역 항공기의 가치 평가를 담당하고, 카텍에이치는 퇴역 항공기에서 탄소섬유 회수 및 리사이클링 공정으로 다양한 복합소재 플리케이션 개발과 제품 양산을 통해 자원순환을 담당한다. 퇴역 항공기의 수가 늘어나는데 대다수의 퇴역 항공기들이 매립되거나 사막에 버려진다. 최근 항공기의 CFRP의 사용량이 증가하며 리사이클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카텍에이치는 이번 협력을 통해 아시아 지역 퇴역 항공기의 리사이클링 인프라 구축 목표로 한다고 했다.

 

CFRP 재활용 산업의 미래

CFRP 재활용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카텍에이치 정진호 대표는 "카텍에이치는 최근 3세대 리사이클링 장비를 개발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26년을 기점으로 유럽과 미국에 공장을 설립해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2023년 7월 16일 숏 파이버가 아닌 롱 파이버를 회수할 수 있는 파일럿 장비 시운전을 진행하는 공정 기술 확보를 마쳤다고 밝혔다. 또 공정에 사용한 화학약품을 재활용하는 기술과 처리 공정까지도 확보해 폐액 및 폐수에 의해 발생 우려가 있는 환경문제를 해결했다. 

재활용 기술의 발전도 계속되고 있다. KIST 정용채 단장 연구팀은 일정 수준 이상의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초임계 상태의 물을 이용해 수십 분 내 CFRP를 99% 이상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초임계 상태의 물은 높은 극성, 확산성, 밀도를 가져 CFRP의 에폭시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재활용된 탄소섬유를 얻을 수 있다. 별도의 첨가제 없이 물만을 이용해 고효율 재활용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추가로 글라이신을 초임계 상태의 물에 첨가하면 CFRP를 질소 원자가 도핑된 재활용 탄소섬유로 업사이클링 시킬 수 있다. 이 업사이클링된 탄소섬유는 기존의 재활용 탄소섬유보다 뛰어난 전기 전도성을 가진다. 따라서 E-모빌리티 배터리의 전극재로 적용했을 때 코인셀 평가에서 흑연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나타냈다.

[자료 4. CFRP를 물로 재활용한 전/후 실사진 이미지 (CFRP - 재활용 전 / N-CF - 질소도핑 탄소섬유(재활용 후))

출처: KIST

환경 문제가 이슈화되며 리사이클링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CFRP 재활용 기술의 발전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원 보존과 경제적 효율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CFRP 재활용 기술의 발전을 통해 CFRP 가격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는 비싼 가격으로 많은 분야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가격의 안정화를 통해 우수한 소재인 CFRP가 더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것을 기대해 본다.


CFRP 재활용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완벽에 가까워지는 꿈의 신소재 '그래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김원경,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473

 

완벽에 가까워지는 꿈의 신소재 '그래핀'

완벽에 가까워지는 꿈의 신소재 '그래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김원경 [자료1. 신소재 그래핀 모형] 출처 : GRAPHENE SQUARE 그래핀이란? 현대사회에서 꿈의 신소재로 널리 알려져 있는 그

renewableenergyfollowers.org

2. "나노기술이 낳은 꿈의 신소재 탄소나노튜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0기 김보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1911

 

나노기술이 낳은 꿈의 신소재, 탄소나노튜브

나노기술이 낳은 꿈의 신소재, 탄소나노튜브 아이언맨의 슈트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나노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반도체나 의류 등에서 이전에의 소재들과는 달리 최근 탄소 소재

renewableenergyfollowers.org


참고문헌

[하네다 기적으로 재조명받은 CFRP]

1) 김성중, "탄소섬유복합재료와 응용분야 - 탄소섬유에 플라스틱 섞어 '21세기 꿈의 신소재'", 전북일보, 2012.04.25, https://www.jjan.kr/article/20120424433896

2) 최경민, 박미리, 이세연,"불붙은 여객기서 379명 전원탈출...'하네다의 기적' 만든 숨은 공신", 머니투데이, 2024.03.07,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30603190529542

[CFRP의 발전과 이면]

1) 김종화, “[과학을 읽다] 자동차는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아시아경제, 2019.02.06, https://www.asiae.co.kr/article/2019022515025134713

2) 이승현, "경량화 핵심 탄소섬유복합재 관건은 가격", 이데일리, 2015.10.22,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54566609535544

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비행기는 어떤 재료로 만들어질까? 더 가볍고 단단한 항공기를 위한 금속 소재와 신소재 이야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식블로그, 2021.08.26, https://blog.naver.com/haspr/222484682226

[CFRP 재활용 기술의 개발]

1) KIST 커뮤니케이션팀, "친환경,저비용 탄소섬유복합소재 재활용 기술이전 설명회 개채", KIST, 2016.08.31, https://kist.re.kr/ko/news/press-release.do?mode=view&articleNo=4413

[CFRP 재활용 기술의 활용]

1) 김윤수, ""헬기에서 버려진 탄소섬유 수소차 연료탱크로 재탄생"... 탄소섬유 재활용 독자기술 개발한 카텍에이치, 조선일보, 2022.10.07, https://biz.chosun.com/it-science/bio-science/2021/05/03/Z6652QU2MJHVZNVHIOKD4DBA3M/?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2) 윤대원, "카텍에이치, 친환경적 FRP재활용기술 상용화", 전자신문 etnews, 2021.03.22, https://www.etnews.com/20210319000034

3) 윤승한, "차세대 산업의 쌀 '탄소섬유' 소개 및 카텍에이치(CatackH) 친환경 CFRP 리사이클, MHN미디어, 2020.09.01,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297728&memberNo=22517376

4) KIST 커뮤니케이션팀, "KIST, (주)카텍에이치에 CFRP재활용 기술 이전", KIST, 2017.11.27, https://www.kist.re.kr/ko/news/press-release.do?mode=view&articleNo=4473&title=KIST%2C+%E3%88%9C%EC%B9%B4%ED%85%8D%EC%97%90%EC%9D%B4%EC%B9%98%EC%97%90+CFRP+%EC%9E%AC%ED%99%9C%EC%9A%A9+%EA%B8%B0%EC%88%A0%EC%9D%B4%EC%A0%84

[CFRP 재활용 기술의 미래]

1) 김영준, " CFRP '연속섬유' 재활용... 카텍에이치, 세계 최초 기술 구현", etnews, 2023.07.16, https://www.etnews.com/20230714000016

2) 문세영,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폐기물, 배터리 전극으로 99% 재활용", 동아사이언스, 2024.04.05,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4717

3) KIST RAMP융합연구단, "처치 곤란 CFRP 폐기물 재활용법 찾았다", KIST, 2024.05.05, https://kist.re.kr/ko/news/latest-research-results.do?mode=view&articleNo=13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