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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 폐기물 문제는 나몰라라

R.E.F. 22기 류나연 2024. 8. 26. 09:00

팝업스토어, 폐기물 문제는 나몰라라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류나연, 24기 도영현, 25기 손동찬, 26기 윤민서

 

바야흐로 팝업스토어의 시대

여성 속옷 브랜드인 베리시, 패션 브랜드 토리버치, 그리고 게임 개발사인 크래프톤. 언뜻 보기엔 접점이 전혀 없는 이 기업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번 달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팝업스토어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팝업스토어(이하 ‘팝업’)의 인기가 대단하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준 2025년 전 세계 팝업 시장 규모 전망치는 950억 달러로, 지난해 전망치였던 800억 달러 대비 18.8% 증가했으며,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팝업’ 검색량은 2016년 1,785건에서 지난해 1만 463건으로, 7년 새 486% 증가했다. 시장조사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성인 남녀 1,000명 중 75.6%가 팝업 방문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팝업은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이 즐겨 방문하는 지역에 들어서는데, 서울을 기준으로 이는 이태원과 서울숲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이 있다. 팝업의 성지라 불리는 성수동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성수동에선 매주 적게는 50개, 많게는 100개의 팝업이 운영된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팝업을 보러 성수로 몰려드는데, 그 규모가 상당하다. 서울시 지하철 승하차 인원 정보에 따르면 지난 6월 오후 6시에 성수역을 이용한 승객은 24만여 명으로, 이는 9년 전 동기 대비 10만 명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와중 성수역의 출입구 수를 비롯한 교통 여건은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팝업을 보러 몰려드는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 목소리가 높아질 정도로 팝업의 인기는 뜨겁다.

 

팝업스토어가 뭐길래?

그렇다면 팝업이 뭐길래, 이렇게 인기를 끄는 걸까? 우선 팝업은 우리가 웹사이트 이용 시 접하는 ‘팝업창’, ‘팝업 광고’와 같은 맥락에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시적으로만 운영되는 일종의 임시매장으로, 통상 2~3주 동안, 길게는 3개월 동안, 짧게는 이틀이나 심지어는 하루만도 운영되는 방식이다. 짧게 운영한 후, 매장은 또 다른 브랜드의 팝업을 위해 철거되는 식이다. 때문에 빠른 조성과 철거를 위해 패널(건축용 널빤지), 가벽이나 현수막, 플라스틱 등의 재료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팝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인기 포인트는 (잠재)고객에게 브랜드를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브랜드의 서비스나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방문객에게만 제공되는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통해 기존 브랜드를 잘 모르는 이들에겐 긍정적 이미지를 선사하고,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브랜드 충성도를 제고하는 효과를 가진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크래프톤 팝업의 경우, 인기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맵인 ‘사녹’을 구현한 정글 콘셉트로 꾸며져 있는데, 방문객들은 여기서 게임 소품 착용이 가능한 포토존, 게임 속 전투를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존 등에서 여러 이벤트를 즐길 수 있었고, 특정 미션을 완료할 경우 스티커 팩, 키링 등 굿즈를 증정받을 수도 있었다.

[자료 1.  포토존을 즐기는 크래프톤 팝업 방문객]

출처 : 굿모닝경제

 

화려함의 이면, 폐기물 문제

대중의 팝업을 향한 관심이 늘어나는 동시에, 이를 향한 환경훼손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좋아하는 캐릭터나 제품으로 가득한 공간이 한정된 기간 내에 운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기자재 역시 한정된 수명을 갖는다. 이때 팝업에서 발생하는 콘크리트나 가벽, 벽돌 등의 폐기물은 기준 이상일 시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구분된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팝업이 속하는 사업장 일반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기준 일당 162,129t이었으나,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1년에는 232,603t에 달했다. 그뿐만 아니라, 팝업의 성지라고 일컫는 성동구의 경우, 사업장 일반폐기물 양이 2018년 51.2t에서 2022년 518.6t으로 약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성동구 내 사업장 일반폐기물 성장 요인 중 하나로 팝업을 꼽고 있다. 33㎡(10평) 내외의 팝업에서 약 1t의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평이다.

[자료 2. 연별 사업장 폐기물 발생량 (톤/일)] 

출처: e-나라지표 

현재 국내 팝업 대부분은 두께 10㎜ 미만인 저렴한 합판에 목공용 스테이플러를 고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해체 시 합판 파손이 불가피해, 재활용 불가한 폐기물이 대량 발생하게 된다. 오늘날 팝업의 모순점은 ESG 경영과 친환경을 표방하는 기업조차 재사용이 불가능한 팝업의 구조를 계속하여 이용한다는 데에 있다. 서울 거리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ESG’나 ‘친환경’ 단어의 ‘팝업’과의 결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러한 행사장조차 지구에 직간접적 위해를 가한다. 

더불어 사용된 모든 소품은 길면 3개월, 짧으면 단 하루만 쓰이는 단발성 요소다. 일반적인 팝업 행사 기간이 1~2주임을 감안했을 때, 이를 주기로 반복적인 폐기물 발생이 이뤄지는 셈이다. 문제는 공장형 팝업에서 더욱 심각해진다. 인테리어가 완료된 여타 팝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인기를 끄는 공장형에선 기업이 직접 인테리어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임대 기간이 종료되면 사라지고 말 인테리어 폐기물이 다량 생성되는 것이다. 

 

팝업스토어 폐기물, 어떠한 규제도 없기에

팝업스토어의 또 다른 문제는 폐기물 관리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환경부는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산업 활동 중에 발생한 폐기물 즉, 사업장 폐기물을 관리하고 있다. 사업장 폐기물은 건축과 건설 공사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 환경 및 인체에 위해가 되는 지정폐기물, 그 외의 사업장 일반폐기물 3가지로 다시 분류할 수 있다. 벽돌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건설폐기물과 폐유와 폐산 등의 지정폐기물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처리된다. 특히 건설폐기물은 재활용 촉진을 위한 명확한 법률이 존재하기도 한다.

[자료 3. 성수동 매장 인테리어 철거 뒤 나온 목재 폐기물들] 

출처: 투데이신문

하지만 국내 팝업 대부분이 사용하는 저렴한 합판에 스테이플러를 고정하는 방식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사업장 일반폐기물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팝업스토어가 끝난 후 발생한 수 톤의 폐기물들은 건설폐기물에 속하지 못한다. 법적 기준이 부재하다 보니 처리 방식을 기업의 자율성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팝업스토어의 인기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정작 철거된 폐기물들은 우후죽순으로 쌓이며 멋대로 처리되고 있는 실상이다. 

 

팝업스토어의 미래는?

그렇다면 팝업스토어는 전부 친환경적이지 않을까? 여기 실천 가능한 친환경 활동을 체험하고 확산하는 경험을 통해 ‘행동하는’ 클린 뷰티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욘드의 팝업스토어가 있다.

[자료 4. 비욘드 팝업스토어]

출처: 네이버 블로그

팝업스토어 오픈 전 화장품 공병을 가져오면 리워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통해 모인 플라스틱 공병들이 인테리어 연출물로 재활용됐다. 팝업스토어의 행사로는 화장품 분리배출 상식 관련 모의고사 진행과 함께 실제로 분리배출을 해보는 활동을 진행하여, 분리배출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했다. 모의고사 진행과 분리배출 활동 모두 마친 고객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증정했다. 분리배출 이후에는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실천 가능한 목표와 다짐을 적어 챌린지 조명에 거는 활동도 진행했다.

이 팝업스토어의 또 다른 장점은 눈에 보이는 대부분이 종이 제품이라는 것이다. 자료 4의 사진 속 벽면, 굿즈, 가구, 소품들이 모두 다양한 페이퍼 오브젝트이다.

기업들은 비욘드의 친환경 팝업스토어를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발성으로 생겨났다 사라지며 많은 폐기물을 생성하는 팝업스토어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폐기물 문제뿐만 아니라,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 위해 사용되는 조명기구와 냉방 기구의 전력 소비 등을 고려하면 팝업스토어의 환경문제는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기업은 팝업스토어를 대체할 마케팅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는 지하철의 출입구를 늘리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재미를 위해 방문하는 것이 아닌, 그 이면의 환경문제를 떠올리며 팝업스토어를 재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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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바야흐로 팝업스토어의 시대]

1) 김나영, “팝업스토어, ‘ESG 경영’의 위선 혹은 모순? [르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2024.06.27., https://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064

2) 김소라, “[르포] 성수동 배틀로얄 '혈전'…'PUBG 성수'서 사녹을 만나다”, 굿모닝경제, 2024.08.07., http://www.good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243769

3) 오동욱, ““이러다 일 터질 것 같아요”···몰려드는 인파, 감당 못하는 성수동”, 경향신문, 2024.07.10.,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101640001

4) 이다연, “‘팝업스토어 성지’ 성수동 현실… ‘폐기물 폭탄’ 신음”, 국민일보, 2024.06.09.,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182456

5) 이현주, “삼성물산 토리버치, 11일까지 성수동서 첫 팝업스토어 오픈”, 뉴시스, 2024.08.02.,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802_0002835648

6) 장준영, ““팝업스토어 인기는 언제까지?” 마케터 108명에게 물었다”, 디지털 인사이트, 2024.08.01., https://ditoday.com/%ed%8c%9d%ec%97%85%ec%8a%a4%ed%86%a0%ec%96%b4-%ec%9d%b8%ea%b8%b0%eb%8a%94-%ec%96%b8%ec%a0%9c%ea%b9%8c%ec%a7%80-%eb%a7%88%ec%bc%80%ed%84%b0-108%eb%aa%85%ec%97%90%ea%b2%8c-%eb%ac%bc/

7) 정채윤, “서울 트렌드의 성지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모든 것”, 월요신문, 2024.07.15., https://www.wo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3609

8) 황소영, ““헌 속옷 줄게, 새 속옷 다오”... 베리시, 성수동 팝업스토어 운영”, 동아일보, 2024.08.08.,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807/126396498/1

[화려함의 이면, 폐기물 문제]

1) 김나영, “팝업스토어, ‘ESG경영’의 위선 혹은 모순?[르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2024.06.27., https://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064

2) 네이버 법률, 네이버 포스트, “‘팝업스토어 성지’ 성수동의 이면···한번 짓고 부술 때마다 1톤 쓰레기가”, 2024.07.02.,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8023261&memberNo=38212397&vType=VERTICAL

3) 한지은, “[포켓이슈] 팝업스토어 전성시대··· 끝난 자리엔 폐기물 ‘한가득’”, 연합뉴스, 2023.10.21., https://www.yna.co.kr/view/AKR20231020061300797 

4) 황교현, “식지 않는 열풍, 팝업스토어의 이면 “폐기물 문제 심각해””, 순천향대신문, 2023.12.27., http://news.sch.ac.kr/news/articleView.html?idxno=1197

5) “생활, 사업장(일반, 건설)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enara

[팝업스토어 폐기물, 어떠한 규제도 없기에]

1) 이다연, “‘팝업스토어 성지’ 성수동 현실…’폐기물 폭탄’에 신음”, 국민일보, 2024.06.09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182456

2) 왕보경, “한 달에 50개 이상 열리는 팝업스토어…인기만큼 쌓이는 폐기물 어쩌나”, 투데이신문, 2023.08.14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005

3)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정보마당, 폐기물이란?

https://me.go.kr/gg/web/index.do?menuId=2272#water_location4 

[팝업스토어의 미래는?]

1) 정지은, “LG생활건강, ‘비욘드’ 친환경 캠페인 팝업스토어 오픈”, 포인트데일리, 2023.05.23., https://www.point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