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길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길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송현승
전고체 배터리란?
이차전지는 전기차,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차전지와 달리 이차전지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충전해서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차전지 기술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시대에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계속해서 발생하는 화재와 에너지 밀도의 한계 등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주행거리 제약은 이러한 한계 중 하나로, 안전성과 성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이차전지에서 전해질이 액체인 것과 달리, 전해질이 고체로 된 배터리를 의미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유기용매 기반 전해질은 충격이나 고온 상태에서 발화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발화 시 유기용매가 연료가 되어 다 연소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 열폭주를 일으킨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이러한 위험이 적고, 에너지 밀도도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훨씬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 Research 전망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시장규모는 지난 2022년 약 2750만 달러(약 369억7100만원)에서 오는 2030년 약 400억 달러(약 53조812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1. 전고체 배터리 구성]
출처: 배터리 인사이드
전고체 배터리는 크게 산화물계, 폴리머계, 황화물계로 나뉘며, 각각의 특성과 장점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이온 전도도와 비용 절감 가능성으로 인해 차세대 배터리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에 초점을 두고 기술적 이점과 한계, 그리고 최신 연구 동향을 다뤄보고자 한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로 무기 고체 물질인 황화물을 사용한 전고체 배터리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약 10^-1 S/cm 수준)와 유사한 이온 전도도를 가지고 있고, 안정적인 전극-전해질 접촉 계면을 형성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고체 배터리로 평가된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전해질은 크게 LISICON계(Lithium Superionic Conductor)와 아지로다이트계((Argyrodite)로 나뉘며 각각 고유한 특성과 장점이 있다.
[자료 2. 고체 전해질 종류]
출처: 배터리 인사이드
아지로다이트계(Argyrodite)
아지로다이트계 전해질은 Li6PS5X (X = Cl, Br, I)와 같은 물질로 구성되며 리튬이온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지로다이트 구조는 리튬 이온을 가두는 특성이 있으나 일부 원소를 염소로 대체하면 이온 전도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Li6PS5Cl과 같은 물질은 상온에서 약 10^-2 S/cm의 이온 전도도를 보여 전고체 배터리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고속 충전 및 방전이 가능해 전기차 및 고출력 배터리에 적합하다.
가공성도 뛰어나 박막으로 만들기 쉽다. 따라서 다양한 전극과의 계면 호환을 통해 배터리 제조에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후 소개할 LiSICON계 전해질보다 가격 면에서도 우수하다.
하지만 아지로다이트계 전해질 기반의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먼저 아지로다이트계 전해질이 수분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이다. 아지로다이트계 전해질이 수분과 접촉하면 H2S와 같은 독성 가스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공기 중에서 장기간 사용하기 힘들고, 제조 공정도 글로브 박스와 같은 철저한 건조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해 섬세한 작업을 힘들게 한다. 또한 기계적 강도가 낮아 물리적 충격에 취약할 수 있고, 고체전해질의 전기화학 안정영역 평가 결과 1V 이하의 좁은 안정 영역을 가진다.
삼성 SDI는 아지로다이트계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형철 박사 연구팀은 아지로다이트 신공정을 개발해 고온 열처리 공정 없이 약 13.23 mS/cm의 슈퍼 이온 전도도를 가지는 할로겐 완전 치환형(약 90.67% 치환률) 아지로다이트 합성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상온·상압 신공정으로 고탄성·고이온 전도성 고체 전해질 신소재를 개발했다.
[자료 3.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고체 전지' 기술 관련 인포그래픽]
출처: 삼성뉴스룸
LiSICON계
LiSICON(Lithium Super Ionic CONductor)계 전해질은 산화물 전해질에서 시작됐으며, 이후 황(S)을 기반 전해질로 진화한 Thio-LiSICON이 개발되었다. Thio-LiSICON은 Li4SiO4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산소(O)를 황(S)으로 대체해 이온 전도도를 높였다. 다양한 원소 치환이 가능해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지만, 이온 전도도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LGPS는 2011년 개발된 전해질로 1D 리튬 이온 확산 경로를 가져 리튬 이온의 빠른 이동이 가능해 전기차와 같은 고출력이 필요한 분야에 적합하다. LGPS는 상온에서 12 ms/cm에 달하는 전도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액체 전해질과 비슷한 수준이다. Thio-LiSICON과 LGPS는 LiSICON계 전해질로 묶이지만, LGPS는 그 특유의 구조와 성능으로 인해 독립적인 물질로 구분된다. Thio-LiSICON은 더 전통적인 LiSICON 구조에서 변형된 계열로 볼 수 있고, LGPS는 더 높은 이온 전도도를 가진 차별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두 물질을 같은 LiSICON계로 묶으면서도 별도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LGPS는 2011년에 발견된 이후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연구의 핵심 재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LGPS의 큰 단점은 고가의 게르마늄(Ge)이 포함돼 대량생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게르마늄을 값싼 원소로 대체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떨어져 고전압에서 전해질 분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리튬 금속 음극과의 접촉에서 불안정한 SEI(고체 전해질 간섭층)를 형성해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이 있다.
삼성 SDI가 아지로다이트계 고체 전해질의 상용화에 노력한다면, 도요타는 LGPS의 상용화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미래
이 글에서 소개한 아지로다이트계와 LiSICON계 전해질은 결정질계 고체 황화물 전해질로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고, 한계를 극복해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또한 이 글에서 다루지 못한 비정질계 황화물 전해질 역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또한 황화물계뿐만 아니라, 산화물계, 폴리머계 고체 전해질 역시 각기 다른 특성과 장점을 바탕으로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전해질에 대한 연구는 미래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차세대 배터리로의 변환을 앞당길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24년 전고체 배터리 현주소", 25기 백선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474
2.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 배터를 소개합니다", 21기 이영서, 22기 정의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906
참고문헌
[전고체 배터리란?]
1) 권일구, 뉴스퀘스트, ""어려워도 개발한다"... 업계, 황화물계 배터리 양산 '안간힘' 왜?", 2024.04.01,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817
2) Battery Lab, "전지전능한 전지 이야기 - 고체 전해질", Battery Inside, 2022.09.08, https://inside.lgensol.com/2022/09/%EC%A0%84%EC%A7%80%EC%A0%84%EB%8A%A5%ED%95%9C-%EC%A0%84%EC%A7%80-%EC%9D%B4%EC%95%BC%EA%B8%B0-%EA%B3%A0%EC%B2%B4-%EC%A0%84%ED%95%B4%EC%A7%88/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1) Battery Lab, "전지전능한 전지 이야기 - 고체 전해질", Battery Inside, 2022.09.08, https://inside.lgensol.com/2022/09/%EC%A0%84%EC%A7%80%EC%A0%84%EB%8A%A5%ED%95%9C-%EC%A0%84%EC%A7%80-%EC%9D%B4%EC%95%BC%EA%B8%B0-%EA%B3%A0%EC%B2%B4-%EC%A0%84%ED%95%B4%EC%A7%88/
[아지로다이트계(Argyrodite)]
1) 김재헌, "고체전해질과 양극의 계면 열화 반응", CORROSION SCIENCE AND TECHNOLOGY, 2024. 07. 30,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3109670
2) 김형철, "고온 열처리 없애고, 탄성·생산성 높은 전고체 전지용 고체전해질 개발", KIST, 2023.03.15, https://www.kist.re.kr/ko/news/latest-research-results.do?mode=view&articleNo=8974
3)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차세대 '전고체 전지' 혁신기술 공개", 삼성 뉴스룸, 2020.03.10, https://news.samsung.com/kr/%EC%82%BC%EC%84%B1%EC%A0%84%EC%9E%90-%EC%A2%85%ED%95%A9%EA%B8%B0%EC%88%A0%EC%9B%90-%EC%B0%A8%EC%84%B8%EB%8C%80-%EC%A0%84%EA%B3%A0%EC%B2%B4%EC%A0%84%EC%A7%80-%ED%98%81%EC%8B%A0
4) 유상민, “전고체 전지 개발 동향”, KDB미래전략연구소, 2024.03.05, https://rd.kdb.co.kr/index.jsp
LiSICON계
1) “전고체 배터리 전망_황화물 고체 전해”, 배터리 산업과 미래, 2023.11.15, https://battkcs.tistory.com/entry/%EC%A0%84%EA%B3%A0%EC%B2%B4-%EB%B0%B0%ED%84%B0%EB%A6%AC-%EC%A0%84%EB%A7%9D%ED%99%A9%ED%99%94%EB%AC%BC-%EA%B3%A0%EC%B2%B4-%EC%A0%84%ED%95%B4%EC%A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