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유턴 후 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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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손동찬
‘계통포화 해소 대책’?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5월 30일 ‘계통포화 해소 대책’을 통해 전국 205곳의 변전소를 계통 관리 대상, 즉 ‘계통관리 변전소’로 지정했다. 계통관리 변전소란 연계된 발전설비에 출력제어가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변전소로, 계통관리 변전소로 지정되면 주변압기·변전소·배전선로 등에 여유 용량이 있더라도 발전소(전력 생산), 변전소(전압 조절), 송전시설 등 계통 접속이 제한된다.
지정과 함께 정부는 해당 변전소에 접속하려는 신규 발전설비의 경우 ‘전력망 보강 예상 시점인 2032년 이후 접속’ 조건을 수용하는 경우에 한해 설치를 허가하기로 했고, 3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 9월부터 해당 조치 시행 중에 있다.
현재의 전력 계통 포화 문제를 관리하고 효율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정부 설명인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를 저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당장 7여 년 동안 일부 지역에선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신규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인데, 문제는 2020년 기준 전국 태양광 발전의 41%를 차지한, 현재 제주와 함께 전국 신재생에너지 61%를 생산하고 있는 호남 지역의 모든 변전소가 계통관리 변전소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자료 1. 2020년 기준 국내 태양광 발전 현황]
출처 : 한국일보
당장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정부 입장도 일견 합당해 보이긴 한다. 실제 전력거래소의 풍력발전 및 태양광 출력제어 횟수가 지속 증가하고 있고, 호남의 경우 발전전력이 총수요를 훌쩍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려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신규 설치를 일체 제한하는 한편 구체적 예산 등 세부 계획이 부재한 점, 계통 관리 대상 지역 간 수급 불균형에 차이가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전면 제한을 단행한 점을 고려했을 때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고, 재생에너지가 귀찮고 부담스럽기 때문에 발생한 일’, ‘산자부가 가장 쉬운 길을 택한 것’이라 평가했다.
본 기사는 이 같은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왜 문제인지 기업 및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조명해 보고, 정부의 정책 노선 조정을 촉구한다.
하락하는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매력
첫째,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국제사회는 여러 규범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경제 운영을 강조 또는 강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RE100이 있다. RE100의 경우 민간 주도 이니셔티브인 만큼 참여 자체로 인한 목표 달성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일부 글로벌 대기업, 우리 기업들이 납품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우리 기업들을 포함한 협력사들에 목표 달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요구는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 일례로 구글의 경우 최근 주요 하드웨어 공급사들의 협조 하에 2029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부품을 납품 받겠다 선언했다고 한다. 이때 공급사들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되는데, 금년 기준 양사의 RE100 달성률은 25~30% 수준이다. 또 하나의 국제규범으론 CBAM이 있는데, 이는 법적 강제력을 가지는 제도이며, 우리나라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재계는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의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또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인데, 지난해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9.3TWh로, RE100에 가입한 31개 사의 전력수요(60TWh 이상)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억제하는 정책 결정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아닌가 싶다.
둘째,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넘어 생산지와 투자처로서 우리나라의 매력 저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상기한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역량이 매우 취약하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수출 시 경쟁력이 떨어질 리스크가 있다. 이에 반해 미국 등지에선 IRA와 같은 적극적 유인책을 펼치고 있고, 동남아의 경우 낮은 인건비와 더불어 재생에너지 확보가 용이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그렇다면? 해외투자자들의 국내기업 투자 의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생산기지 유출 리스크가 발생한다. 실제 무역협회가 국내기업 61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일부 기업(46곳,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포함)은 RE100 대응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의 사업장 이전’을 선정했으며, 최근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같은 이유로 해외 이전을 검토하거나, 실행에 옮기는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가 회사의 지속가능발전 관련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주식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은 과장된 표현이지만, 신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인한 ‘국내 산업기반의 공동화’로 일자리와 국부가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온적 태도와 궤를 같이하는 정책 비(非)일관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있어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정책의 비(非)일관성이다.
단적인 예로 정부는 지난 10차 전력기본수급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을 기존의 30.2%에서 21.6%로 낮추었다. 저먼워치(GermanWatch) 등 국제기구가 매해 발표하는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2024년 보고서는 이 같은 사실을 부정 평가했다. 당해 우리나라의 CCPI 순위는 64위로, 전년도 60위 대비 하락했다. 전체 조사 대상국은 67개국이었다.
기존의 2030년 목표가 지나치게 높아 현실성이 없어 하향 조정한 것이라 치더라도, 우리나라가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서약‘에 동참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3배로 확충하는 데 뜻을 함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여태까지 보인 일련의 행보는 이러한 발걸음을 늦추거나,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100KW 이하의 소형 태양광 사업자에 대해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매입해 주는 소형 태양광 고정가격 제도를 폐지했고, 50만KW 이상 발전 사업자의 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도 2023년 14.5%에서 13.0%로, 2024년 17.0%에서 13.5%로, 2025년 20.5%에서 14.0%로 대폭 낮췄다. 관련 예산과 공공부문의 투자도 일제히 감소했다. 제주도 역시 호남과 같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상기한 것처럼 일부 변전소가 계통관리 변전소로 지정된 것이다. 이러한 와중 산자부는 제주도에 총 300MW 규모의 LNG 가스발전소 2곳을 짓도록 허가(2025년 착공 예정)했다.
이러한 비일관성은 기업과 산업에는 경쟁력 손실과 리스크를, 국가의 신뢰도와 평판에는 타격을 준다. 상기한 무역협회의 설문조사에서 대기업은 ‘불확실한 규제, 제도, 정책’을 가장 큰 ‘RE100 이행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이라고 답했으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기업의 경영과 투자전략 수립에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 만큼, 일관된 재생에너지 정책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IEEFA는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지연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한국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분석하며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연의 주요 배경에 정부 정책의 비일관성(inconsistent government policies)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일관성과 맥이 닿아있는 것으론 섣부른 정책 결정, 정책 발표도 있다. 5월말 계통포화 해소 대책을 발표하고 유예기간을 거쳐 9월부터 해당 대책을 시행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는 필요시 원격 출력 제어를 수용할 경우 올해 연말부터 계통 접속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안도와 함께 땜질식 처방, 주먹구구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제는 일관성을 보여줘야 할 때
금번 계통포화 해소 대책만을 놓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보 노력을 부정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계통포화 문제는 실재하는, 개중 난이도가 높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포함해 정부가 여태껏 보여왔던 미온적 태도와 정책 비일관성, 설익은 정책 발표나 대응을 보았을 때 정책 노선의 조정은 시급해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여전히 10% 미만으로 OECD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 때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전력계통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재생에너지, 아무리 늘려봤자 말짱 도루묵인 이유", 23기 차승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357
2. "전기를 생산할 수 없는 발전소", 24기 배장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452
참고문헌
[‘계통포화 해소대책’?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보인다]
1) 김원중, ""정부가 앞장서 신재생발전 사업 사실상 접으라고 강요"", 뉴스1, 2024.10.03, https://www.news1.kr/local/gwangju-jeonnam/5556924
2) 오기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AI 개발, 치명적 결함 있다", 오마이뉴스, 2024.10.18,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3070586&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3) 정대하, "호남지역 9월부터 신규 발전 허가 중단…광주시, 탄소 중립도시 계획 무산 위기", 한겨레, 2024.08.04,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1152177.html
4) 진경남, "반발 커지는 호남 재생에너지 불허 논란…해명 나선 산업부", 그린포스트코리아, 2024.08,28, https://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508
5) 최창영, "“RE100 요구하는데 정부 에너지 정책, 삼성전자 씨앗 말려 죽여”", 로리더, 2024.10.29, https://www.lawlead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02
[떨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매력]
1) 박상욱, "[박상욱의 기후 1.5] 수출기업 7.5% “RE100 대응하려 해외로 옮길 수도”", JTBC, 2024.06.24,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02251
2) 변국영, "“재생에너지 발전 허가 금지 철회하라”", 에너지데일리, 2024.10.17, 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083
3) 이재영, "삼성도 현대차도 국내 공장 RE100 힘들다", 뉴스토마토, 2024.08.13,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237755&inflow=N
[미온적 태도와 궤를 같이하는 정책 비(非)일관성]
1) 박상영, "COP28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제안” vs. 문닫은 국내 태양광 공장", 경향신문, 2023.11.30,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11301543001
2) 이신형, "한국도 COP28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서약' 동참", ESG경제, 2023.12.03,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5325
3) 주영재, "기후위기 속 재생에너지 홀대 심화…“한국판 IRA 시급”", 경향신문, 2023.04.18,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04180830001
4)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Republic of Korea", Germanwatch, Accessed 2024.11.05, https://ccpi.org/country/kor/
5) Michelle (Chaewon) Kim, "South Korea’s economy risks missing out on global transition to renewables", 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 2024.08.14, https://ieefa.org/resources/south-koreas-economy-risks-missing-out-global-transition-renewab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