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COP 16: 자연과 평화
돌아온 COP 16: 자연과 평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김해원
생물다양성의 글로벌화와 기후 행동을 동시에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1일까지 콜롬비아 칼리에서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 16)가 열렸다. 이번 총회는 제15차 회의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생물다양성 관련 국제회의이다. 196개국의 당사국을 비롯해 국제기구와 생물다양성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펼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조홍식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를 수석대표로 해 환경부, 외교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산림청 등 관련 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이 참석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 협력에 힘을 보탰다.
CBD의 역사와 목표: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글로벌 노력
CBD는 유엔 환경 협약의 일부로, 1992년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목표로 탄생했다. 이후 2년마다 열리는 당사국총회를 통해 협약 이행에 관한 다양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고위급 회의를 개최해 국제적인 생물다양성 목표 설정 및 이행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 총회는 특히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채택 이후 첫 번째로 열리는 회의로, GBF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각국의 전략을 검토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와 이행 검토
‘자연과 평화’라는 주제로 시작한 이번 COP16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각국이 제출한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및 행동 계획(NBSAPs)이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목표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총회에서는 각국이 GBF에 맞춰 수정한 NBSAPs를 검토하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가별 계획과 그 진행 상황을 분석했다. 특히 프레임워크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모니터링 체계를 더욱 개선하고, 목표별 평가 지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COP16에서 다뤄진 또 다른 중요한 안건은 자원 동원이었다. 각국은 생물다양성 보전에 필요한 자금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생물다양성을 위한 별도의 금융 기구 설립 여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아울러,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DSI)의 이익공유 체제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질 계획이었다. DSI는 유전자 정보나 생물학적 서열을 디지털화해 연구자들이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유전자의 구조, 변이, 기능적 특성 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정보는 국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전 세계 연구자들이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나고야 의정서의 실물 유전자원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DNA 염기서열 등 디지털 정보에 대한 이익 공유 문제를 다루며, 디지털 생물다양성 정보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다.
COP16의 의장국인 콜롬비아는 현지 시각 기준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고위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은 조홍식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를 중심으로 제5차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의 이행 상황을 소개하고, GBF 이행에 대한 한국의 강한 의지를 표명할 계획이다. 또한, EU, 호주 등 주요 국가와 국제기구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해 한국의 생물다양성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국제적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COP16 유엔 생물다양성 총회는 11월 2일, 폐막을 앞둔 본회의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전례 없이 중단됐다. 따라서 자금 조달과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및 계획을 모니터링 등 중요한 결정들이 미완 상태로 남아 있다. 본회의는 11월 1일 저녁 늦게 시작되었으나, 이른 아침까지 계속된 협상으로 인해 여러 대표가 자리를 떠나 정족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COP16 의장인 수잔나 무하마드 콜롬비아 장관은 오전 8시 27분 회의 중단을 선언했으며, CBD 사무국은 회의 재개 여부와 일정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총회에서는 다양한 의미 있는 결정 및 안건들이 채택됐다. 다음은 크게 10개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변화들이다.
[자료 1. COP16의 포스터 ]
출처 : CBD
[자료 2. COP16 현장 ]
출처: IISD
새롭게 도입된 의미 있는 결정들
1. Cali Fund 도입
COP 16에서 "Cali Fund"가 도입돼,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DSI)로부터 이익을 얻는 대기업들이 개발도상국과 원주민, 지역사회에 공정하게 이익을 나누도록 의무화했다. 기금의 절반 이상은 원주민과 지역사회의 필요에 따라 직접 지원된다. 이 기금은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자금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투명한 모니터링과 보고 체계가 도입돼 기금의 효율성을 높인다. 이는 생물다양성 보전에서 공정한 이익공유를 위한 새로운 글로벌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되기도 한다.
2. 지역사회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채택
원주민과 지역사회가 생물다양성 보전, 지속 가능한 이용, 그리고 공정한 혜택 공유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제들이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은 원주민과 지역사회의 권리와 전통 지식을 글로벌 의제에 깊이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COP 16에서는 아프리카계 공동체의 중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이들이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협약 이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3. 생물다양성 자원 동원 전략 논의 재개 예정
030년까지 연간 2,000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한 "자원 동원 전략"에 대한 추가 논의가 예정돼 있다. 이 전략은 KMGBF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생물다양성 보전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는 2030년까지 5,000억 달러 규모의 해로운 보조금을 생물다양성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포함된다. COP 15에서 출범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기금(GBFF)은 현재까지 4억 달러의 약정을 받았으며, COP 16에서 추가로 1억 6,300만 달러가 약정됐다. 또한, COP 16에서는 중국이 2억 달러를 출연하여 시작된 쿤밍 생물다양성 기금(KBF)이 개발도상국의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 KMGBF 이행 현황 점검
각국 대표단은 2022년에 시작된 쿤밍-몬트리올 세계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의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현재 CBD 196개 당사국 중 119개국이 23개 목표 달성을 위한 국가별 생물다양성 목표와 정책 조치를 제출한 상태다. 44개국은 KMGBF 목표 이행을 뒷받침할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및 행동 계획을 제출했으며, 이를 통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COP 16은 지난 2년간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이행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5. 합성 생물학에 대한 행동 계획 채택
합성 생물학은 다양한 위험을 내포하는 기술로, 특히 고위험 바이러스 및 병원체의 합성이 가능해지면서 그 위험성은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 바이러스 유전자나 세균 유전체를 실험실에서 재구성하거나 새로 설계해 과거의 치명적 병원체를 재현할 수 있는데, 이는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제대로 된 규제와 법률이 제안돼야 한다. 따라서 합성 생물학은 국제적으로 생물안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COP16에서는 합성 생물학의 잠재적 이익과 위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개발도상국의 참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주제별 행동 계획이 채택됐다. 합성 생물학의 잠재적 이익과 최신 기술의 영향을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그룹이 구성될 예정이며, 이는 생물다양성 협약(CBD)의 세 가지 목표와 KMGBF 이행을 위한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COP 16은 이를 통해 생물다양성 보호와 혁신 장려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6. 외래종 문제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 강조
생물다양성 손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외래종 문제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개발도상국을 위한 국제 협력과 기술 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번 결정은 전자상거래, 다기준 분석 방법론 등 외래종 관리에 대한 더욱 체계적인 접근을 촉구하는 지침을 제안했다. 외래종 위험 관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데이터베이스 구축, 국경 간 무역 규제 강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의 협력 등이 계획됐다. 이러한 조치들은 KMGBF의 목표와 일치하며, 여러 부문 간의 협력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7. 해양생태학적 중요 지역(EBSAs) 선정 절차 재개
해양 생태학적 또는 생물학적 중요 지역(EBSAs)을 새롭게 지정하고 기존 지정을 업데이트하기 위한 새로운 절차를 마련했다. EBSAs는 해양의 가장 취약하고 중요한 지역을 식별하는 작업으로, 2010년부터 시작된 이래 법적·정치적 이유로 8년 넘게 중단돼 왔다. 이번 결정으로 최신 과학과 정보를 바탕으로 EBSAs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강화해 해양 보전과 관리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30x30 보호 구역 목표와 국가 관할권을 초월한 해양 생물다양성 보호 협정에 맞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8. 야생종 보호 및 식물 보전 전략 강화
야생종 보호와 지속 가능한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됐으며, 모니터링 강화, 역량 강화, 토착민과 여성의 참여 확대가 촉구됐다. 또한 야생동물 이용과 생물다양성 손실, 인수공통전염병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추진될 예정이다. 식물 보전 노력을 KMGBF 모니터링 체계에 맞춰 조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식물 보전 전략(GSPC)을 구체적인 지표와 보고서 형식으로 업데이트하여 식물 보호 목표를 측정할 수 있고 일관되게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9. 생물다양성-건강 글로벌 행동 계획 승인
인간, 동물, 생태계 건강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One Health' 접근 방식을 채택한 생물다양성-건강 글로벌 행동 계획이 승인됐다. 이 계획은 인수공통전염병 예방, 만성질환 방지, 지속 가능한 생태계 촉진을 목표로 한다. 생물다양성 손실과 건강 악화의 공통 원인인 삼림 벌채, 오염,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으며, 특히 취약 계층, 토착민, 청소년의 역할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또한, 보건 전문가, 환경 보호 활동가, 정책 입안자들 간의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각국은 생물다양성-건강 정책을 통합할 국가별 연락 창구를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10. 유전자 드라이브를 포함한 생명체 변경 유기체(LMO) 리스크 평가 지침 승인
COP 16에서는 생명체 변경 유기체(LMO)에서 유전자 드라이브의 위험 평가를 위한 새로운 자발적 지침을 채택했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야생 개체군에서 유전적 변이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어 해충 통제, 질병 예방,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 지침은 과학적 투명성과 정확성을 우선시하며, 전 세계적으로 LMO 관리의 안전 기준을 통합하는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각국의 고유한 생태적 특성을 반영하여 국가별 맞춤형 리스크 평가를 가능하게 하여, 규제자들이 LMO의 이점과 위험을 모두 고려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전 COP15와 달라진 점 및 앞으로의 시사점
회의가 중단됨으로써, 국제사회가 지향해야 할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협력과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했다. 국가 간의 지속적인 협력과 책임감이 요구되기도 했다. 이번 총회에서 승인된 ‘칼리 펀드(Cali Fund)’는 생물자원 이용으로 발생한 이익을 생물다양성 보존에 기여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이기에, 제약, 화장품, 생명공학, 식품 산업과 같은 분야에서 이익의 일부를 해당 자원의 원산지 공동체에 배분하도록 했다. 이는 생물다양성 자원의 공정한 이익 분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있다. 또한 자원 이용 이익을 자원의 원산지 국가 및 공동체와 공유함으로써, 지역 사회가 생물다양성 보존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의의가 있다. 나아가 후속 회의가 내년에 ‘COP16-bis’라는 형식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협약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으며,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한 것이다.
2030년까지의 목표 달성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COP 16의 합의는 다자주의와 협력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이 진정한 전 세계적 의제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각국은 COP 16에서의 합의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협력과 자원 지원을 통해, 생물다양성과 인간 사회의 공존을 위한 실질적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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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생물다양성의 글로벌화와 기후 행동을 동시에]
1)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Agreement Reached at COP-16," 2024년 10월 31일, https://www.cbd.int/article/agreement-reached-cop-16
[CBD의 역사와 목표: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글로벌 노력]
1)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https://www.cbd.int/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와 이행 검토]
1) 이수진 기자, "COP16 회의, 총회 인원 미달로 막판 결렬," Impacton, 2024년 11월 3일, http://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2864
2)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https://www.cbd.int/
[새롭게 도입된 의미있는 결정들]
1) IISD Earth Negotiations Bulletin, "UN Biodiversity Conference - CBD COP16 Coverage,"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2024년 10월 25일, https://enb.iisd.org/un-biodiversity-conference-cbd-cop16-25Oct2024
2) Samuele Minnini, "Engineered Pathogens and Unnatural Biological Weapons: The Future Threat of Synthetic Biology," Combating Terrorism Center at West Point, 2024년 10월 30일, https://ctc.westpoint.edu/engineered-pathogens-and-unnatural-biological-weapons-the-future-threat-of-synthetic-biology/
3) United Nations, "Biodiversity COP-16: Important Agreement Reached Towards Goal of Making Peace with Nature," United Nations Sustainable Development, 2024년 11월 1일, https://www.un.org/sustainabledevelopment/blog/2024/11/biodiversity-cop-16-important-agreement-reached-towards-goal-of-making-peace-with-nature-2/
[이전 COP15와 달라진 점 및 앞으로의 시사점]
1) Lisa Friedman, "COP16 in Cali, Colombia, Highlights Nature and Biodiversity Goals," The New York Times, 2024년 11월 2일, https://www.nytimes.com/2024/11/02/climate/cop16-cali-colombia-nature-biodiversity.html
2) Patrick Greenfield, "COP16 Ends in Disarray and Indecision Despite Biodiversity Breakthroughs," The Guardian, 2024년 11월 3일,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4/nov/03/cop16-ends-in-disarry-and-indecision-despite-biodiversity-breakthroug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