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사라진 혁신, 흔들리는 지속가능성 – 서울혁신파크 철거의 의미를 다시 묻다
[취재] 사라진 혁신, 흔들리는 지속가능성 – 서울혁신파크 철거의 의미를 다시 묻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27기 함예림
서울혁신파크를 둘러 싼 논란들
서울혁신파크는 단순한 건물이 아닌, 사회혁신과 도시재생을 실험하는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이곳은 2015년 개관해 2023년까지 운영됐으며, 약 10만㎡ 부지에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시민단체 등 600여 개 단체가 입주해 공공성과 환경을 고려한 혁신적 활동을 펼쳤다. 또한, 도심 속 개방형 녹지로서 시민들에게 개방된 공유지 역할도 해왔다.
[자료 1. 서울혁신파크의 구성]
출처 : ©23기 김경훈
그러나 2022년 12월, 서울시는 이 부지를 60층 규모의 주상복합단지와 서울시립대 캠퍼스를 포함한 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2월 운영이 종료됐으나, 공공성과 환경 훼손, 노동자 해고, 민간 매각 반대 등의 논란이 이어졌다.
혁신파크 운영 종료로 67명의 노동자가 실직 위기에 놓였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용 승계를 약속했음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위탁 계약은 종료됐다. 환경단체와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 등은 민간 매각과 상업 중심 개발이 녹지 축소와 소비 중심 공간 전환을 초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2024년 11월, 서울시는 기존 개발 계획을 철회하고 새로운 개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 3월 현재, 혁신파크의 활용 방안은 불확실한 상태이며, 공공성과 환경을 고려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 도심 속 지속가능성을 실험하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서울혁신파크가 어떤 공간이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가운데, 서울혁신파크는 단순한 공유 공간을 넘어 환경 친화적인 실험장으로 기능했다. 2015년 공식 개관 이후, 다양한 환경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내 친환경적 삶의 방식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탐색했다.
서울혁신파크는 기존 국립보건원 부지를 재활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다. 불필요한 신규 건축을 최소화하고 기존 건축물을 개조해 활용한 것은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공간 운영 방식이었다. 또한, 건물 내외부의 녹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공유텃밭과 도시 농업 실험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도시 속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운영 측면에서도 친환경 실천이 이뤄졌다. 서울혁신파크 내 카페 ‘카페쓸(SSSSL)’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카페를 표방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철저히 배제했다. 다회용 컵 사용을 의무화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며, 지속가능한 소비 방식에 대한 인식을 널리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환경 관련 실험과 프로젝트도 진행됐는데 그 중 공유텃밭은 단순한 채소 재배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가꾸고 수확하는 공간으로 운영됐다. 특히, 기존의 토양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퇴비를 활용한 친환경 농법을 적용하며, 환경적 가치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됐다. 또한, 비건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친환경적인 식문화를 확산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채식 장려를 넘어, 식재료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지속가능한 음식 소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동시에, 다양한 시민들이 환경 보호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외에도, 서울혁신파크에서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전시 및 워크숍을 개최하며 폐기물을 활용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거나,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방법을 시민들에게 교육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일회성이 아니라, 서울혁신파크가 문을 닫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도시 내 친환경 실천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공공의 실험장에서 소비의 공간으로?
[자료 2. 2022년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안]
출처 : 서울특별시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과 관계 속에서 의미를 형성하는 사회적 구성물이다. 서울혁신파크의 녹지는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사회혁신과 협업이 이루어지는 실험의 장이었으며, 시민들은 이곳에서 환경 친화적인 삶을 실천해왔다. 그러나 상업 개발이 진행되면, 이러한 공간적 특성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랜드마크 빌딩과 복합문화시설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공공성을 단지 접근성의 문제로 축소하는 시각이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공공성이란 단순한 공간 제공이 아니라, 그곳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활동에 의해 결정된다. 서울혁신파크가 사회혁신의 실험장으로 기능했던 것은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네트워크가 가능했던 환경 덕분이지, 단순히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대규모 상업 개발이 이뤄지면, 기존 공공성은 경제적 소비 행위 중심의 공공성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녹지와 공유 공간의 축소이다. 서울혁신파크는 도심 속에서도 공유텃밭과 개방형 공원을 유지하며,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대표적 사례였지만, 개발이 진행되면 녹지는 단순한 조경 요소로 축소되거나 소비 중심 공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성을 말하며 공공을 배제하다
[자료3. 서울혁신파크 내에 붙어있는 포스터]
출처 : ©27기 함예림
공간적 특성의 변화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들리고 있다. 서울시는 2021년 10월,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한 이후 2022년 12월 조성 계획을 공개할 때까지 시민 대상 설명회를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시민과의 소통 시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자료 4. 혁신파크 미래청 1층 공간]
출처 : ©23기 김경훈
[자료 5. 혁신파크 미래청 1층 공간]
출처 : ©23기 김경훈
서울혁신파크 내 소통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원활하지 않았다. 본 기자들은 불이 켜진 미래청 1층으로 들어갔다. 해당 공간은 시민 참여와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소처럼 보였지만, 현재는 직원 휴게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휴게실에 있던 한 직원은 “여기 오픈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휴게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어떤 공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조감도 하나만 공개한 채 구체적인 계획 발표나 토론 없이 철거를 강행했고, 이제는 공유지인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았다.
[자료 6. 서울혁신파크 입주기업이었던 어느 기업의 우편함]
출처 : ©23기 김경훈
[자료 7. 서울혁신파크 내 현수막]
출처 : ©23기 김경훈
또한 서울시는 입주단체에게는 더욱 냉혹하게 대했으며,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게 했다. 서울시는 250여 개 입주단체에 사전 의견수렴 없이 강제 퇴거하도록 했다. 혁신파크 내 노동자들은 해고 조치됐고, 일부는 최저 임금 수준으로 고용 중인 상황이다.
[자료 8. EU 공급망 실사 지침에서 요구하는 실사 항목]
출처 : 대한상공회의소
서울시의 강제 퇴거 조치로 인한 노동권 박탈, 시민의 의견 수렴없는 사업 진행은 최근 EU에서 발효된 ‘기업의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에 어긋난 행위이다. 물론 서울시는 CSDDD의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이 지침이 나오게 된 배경과 목적은 의미 있게 봐야한다.
CSDDD는 기업의 공급망에서 인권 및 노동권이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윤리적 소비와 지속가능한 제품, 서비스를 구매하기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서 발효됐다. 해당 요구에 맞는 기업을 소비자가 구별하기 위해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지표가 있어야 했고, 지침과 실사의 형태로 등장한 것이다. 실사의 항목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ESG에서 해당 실사 지침은 환경(E)와 사회(S)를 주로 평가한다. 서울시 역시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국제적인 기준과 흐름에 역행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환경𑛀사회𑛀투명 경영(ESG) 활성화에 관한 조례(‘24.03.26)」를 통해서 서울특별시의 공공기관 ESG 활성화를 목표하고 있다.
제6조 | 중점관리목표, 환경𑛀사회𑛀투명 경영(ESG) 활성화를 목표함 |
8항 | 노동권 보장과 노동조건의 향상 |
11항 |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에 대한 기여 |
12항 | 시민적 권리로써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 실현 |
14항 | 그 밖에 공동체의 이익 실현과 공공성 강화 |
[자료 9. 서울특별시 환경𑛀사회𑛀투명 경영(ESG) 활성화에 관한 조례 중 일부]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하지만 제6조(중점관리목표) 8항에는 ‘노동권 보장과 노동조건의 향상’, 11항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에 대한 기여’, 12항 ‘시민적 권리로써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 실현’, 14항 ‘그 밖에 공동체의 이익 실현과 공공성 강화’라는 조항으로 서울혁신파크에 대해서 서울시가 행한 행위는 이 조항들을 어긴 것으로 판단된다.
공공성과 개발의 균형, 서울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자료 10. 혁신파크 부지 내에 있는 조형물]
출처 : ©27기 함예림
서울혁신파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글로벌 혁신 생산기지”를 목표로, 지난 8년간 약 600여 개의 기관 및 단체, 그리고 40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이곳을 이용했다. 한국의 도시개발 흐름 속에서, 3만 3천 평 규모의 공공 부지를 고밀도 개발이 아닌 기존 구조물(국립보건원) 리모델링을 통해 사회혁신 거점으로 조성한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나 혁신은 오래가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혁신파크 내 협업과 예술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고, 2021년에 실시된 서울시의 감사는 혁신센터 운영의 정당성을 흔들었다.
혁신파크가 실패의 무력감으로 채워질 때, 시민들은 이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입주 단체들의 공간이 아니라 도심 속 녹지와 휴식 공간으로서 시민들에게 열린 장소가 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디세이 학교와 같은 대안교육 기관, 비건・제로웨이스트 카페 ‘쓸’ 등 기존 규범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단체들이 여전히 존재했다.
[자료 11. 2025년 제1회 시유재산 매각 공고]
출처 : 서울특별시
그러나 현재 혁신파크는 운영이 중단됐고, 부지는 매각이 진행 중이다. 더군다나 혁신파크 부지에 주상복합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백지화됐다. 2024년 7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사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한 뒤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공고는 4월 10일(목)에 마감되며, 다음 날인 11일 개찰이 진행된다. 아직 서울시에게는 두 달이라는 시간이 있다.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공공성을 회복한 개발을 추진할 기회가 남아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릴지, 우리 모두는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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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서울혁신파크를 둘러 싼 논란들]
1) 서울특별시. 2022. “서울혁신파크, 창업·주거·문화 어우러진 서울 서북권 신경제거점으로 개발.” 서울시 미디어허브, 2022.12.26,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6477
[서울혁신파크, 도심 속 지속가능성을 실험하다]
1) 페이퍼백 아카이브. 서울혁신파크의 기억. 2024.
[공공의 실험장에서 소비의 공간으로?]
1) 김정덕, “Special Report 2 계획도 없는데 왜 입주자부터 밀어냈을까 : 서울혁신파크 이상한 개발”, 더스쿠프,(607),(2024, 7), pp.42-45.
2) 김흥준, “개발이 유예된 곳에서 서울혁신파크 개발 정책을 둘러싼 욕망과 역동”, 『비교문화연구』 제30집 1호(2024), pp. 5-45
3) 황소연. "서울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 (2)." 빅이슈 코리아, 2023.08.11, https://bigissue.kr/magazine/new/336/2518
[공공성을 말하며 공공을 배제하다]
1) 국가법령정보센터, “서울특별시 환경ㆍ사회ㆍ투명 경영(ESG) 활성화에 관한 조례, https://www.law.go.kr/ordinInfoP.do?ordinSeq=1915143
2) 김흥준, “개발이 유예된 곳에서 서울혁신파크 개발 정책을 둘러싼 욕망과 역동”, 『비교문화연구』 제30집 1호(2024), pp. 5-45
3) 노준호, “임규호 서울시의원 “서울혁신파크 개발, 공공성 확보 위한 재검토 필요”, 글로벌이코노믹, 2024.11.13, https://www.g-enews.com/article/General-News/2024/11/202411131527495810f83bf132e7_1
4) 법무법인(유)화우,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발효, ESG 센터, 2024.09, https://www.hwawoo.com/newsletter/2024_08_07/240807_k_esg.pdf
5) 서울녹색당, “[성명]서울혁신파크 철거와 민간 매각 시도 즉각 중단하라”, 2024.09.23, https://www.kgreens.org/statement2/?bmode=view&idx=110019143
6) 서울환경연합, “[취재요청]혁신파크 강제철거 반대, 서울시 항의 기자회견”, 2024.06.27, https://seoulkfem.or.kr/newsroom/?bmode=view&idx=31975917
7) 아름다운재단, “혁신은 퇴거해도 기억은 남아있다 - 2024 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 2025.01.10, https://beautifulfund.org/115141/
8) 정화령, “혁신하는 시민의 공간, 다시 공공의 관리로 돌아가다”, LIFEIN, 2024.01.03,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6544
9) 최봉, “[ESG 인사이드(46)] CSDDD 채택, 환경 및 인권 실사의 새 시대를 연다”, news2day, 2024.09.18, https://www.news2day.co.kr/article/20240917500024
[공공성과 개발의 균형, 서울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 박진성, “은평 혁신파크 부지, 주상복합 개발 백지화, 조선일보,2024.11.29,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seoul/2024/11/29/LNRXVNRLWFHFLOSMYKVEXGIV3Y/
2) 손성혜, “서울혁신파크 부지 헐값 매각 공고 즉각 철회하라”, Hello tv NEWS, 2025.02.27, http://news.lghellovision.net/news/articleView.html?idxno=498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