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버려지던 것들의 반란, 산업 부산물에서 찾은 미래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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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30기 함명아2026-09-14 14:18
폐자원의 재발견이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양한 연구 예시와 함께 설명해주셔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리그닌의 화려한 변신, 키틴과 키토산의 활용 방법, 균사체의 쓰임까지,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대체소재가 정말 많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생분해성 포장재가 널리 보급됐으면 좋겠습니다!!
R.E.F 29기 이예람2026-09-16 11:33
해산물 껍데기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물질들이 폐자원으로써 이용될 수 있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소각을 줄이고 에너지로 최대한 이용하는 움직임이 더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F 29기 김민주2026-09-16 19:09
폐기물의 재활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폐기물의 재활용이 의미있는 연구가 되기 위해서는 상용화 가능한 기술과 공정의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연구 되어 오던 3가지 폐기물 재활용이 상용화되기를 바랍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R.E.F 23기 김태현2026-09-16 19:32
버려지는 물질을 유용한 소재로 변환하면서 나오는 에너지가 얼마인지, 버려지는 것을 살리는 것의 효용은 무엇이고 만약 에너지가 더 들더라도 이를 지속할 가치가 있는지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딱지 역시 쓸 곳이 없으니 일반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데 이것으로 유용한 물질을 만들 수 있다면 이것도 다른 것으로 분류될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럴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버려지던 것들의 반란, 산업 부산물에서 찾은 미래 소재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30기 신정원
쓰레기와 자원 사이
[자료 1. 쓰레기와 자원 사이]
출처 : ⓒ30기 신정원 Gemini 생성
"버려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상대적인 개념이다. 제지공장에서 나오는 찌꺼기, 수산물 가공장에서 나오는 껍데기, 농장에 남는 줄기와 톱밥. 이런 부산물들은 오랫동안 '처리해야 할 폐기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이 부산물을 향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였던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래 산업의 원료가 되고 있다.
이 변화는 어느 한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지 산업에서도, 수산업에서도, 심지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유기 폐기물 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오랫동안 소각되거나 매립되던 부산물이 새로운 소재 기술을 만나 의약품이 되고, 대체 가죽이 되고, 첨단 소재의 원료가 되는 사례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세 가지 사례를 통해, 폐자원이 어떻게 가치 있는 소재로 전환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소각로에서 소재 공장으로
[자료 2. 소각로에서 소재 공장으로]
출처 : ⓒ30기 신정원 Gemini 생성
나무 한 그루가 곧게 서 있을 수 있는 힘의 상당 부분은, 눈에 잘 띄지 않는 한 성분에서 나온다. 그것은 바로 목재 무게의 15~30%가량을 차지하며 세포벽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리그닌이다. 그런데 이 리그닌은 제지산업과 바이오에탄올 생산 현장에서 매년 약 5천만 톤씩 부산물로 쏟아져 나오면서도, 정작 95% 이상이 그대로 불태워지는 신세다. 나무를 지탱하던 성분이 정작 산업 현장에서는 폐기물 취급을 받는 셈인데, 원인은 리그닌의 복잡한 화학 구조에 있다. 리그닌은 매우 복잡한 방향족 고분자로, 분자량 분포가 일정하지 않고 구조를 예측하기 어려워 다른 바이오매스 성분에 비해 화학적으로 다루기가 까다롭다. 그 결과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 전환되는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 복잡한 구조를 오히려 활용하려는 연구가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리그닌을 잘게 분해하는 해중합 과정을 거치면 하이드록실기 같은 반응성 작용기가 늘어나는데, 이 작용기를 이용해 에폭시 수지나 폴리우레탄 같은 바이오플라스틱을 합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름알데히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접착제를 리그닌 기반 에폭시 수지로 만든 사례도 보고되었다. 국내에서는 UNIST 연구팀이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크라프트 리그닌을 태양광·전기·생물 촉매 시스템으로 분해해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산업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유럽에서는 제지기업 스토라엔소가 리그닌을 기반으로 한 접착제를 개발해 합판 제조에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은 리그닌으로 만든 리그노설포네이트를 납 배터리용 첨가제 원료로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리그닌을 경량 부품 소재로 연구해 연비 개선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2023년 2월 '미래 소재 자원으로서 리그닌의 가치'를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버려지던 목재 찌꺼기가 화학 소재와 배터리 산업의 원료로까지 이어지는 이 변화는, 폐자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껍데기의 반란
출처 : pixabay
수산업 현장에서도 비슷한 부산물 문제가 반복된다. 게, 새우 같은 갑각류를 가공하는 과정에서는 껍데기가 대량으로 남는데, 국내 동해안 지역 가공업체에서만 매년 상당한 양이 배출되며, 이를 방치할 경우 주요 환경오염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껍데기의 핵심 성분은 키틴이다. 키틴은 셀룰로스 다음으로 지구상에 풍부한 생물자원이지만, 대부분의 용매에 녹지 않아 오랫동안 성형 가공이 어려웠다.
하지만 키틴을 탈아세틸화하여 만든 키토산은 사정이 다르다. 키토산은 유리 아민기를 갖고 있어 약산 수용액에 녹는다는 점에서 키틴보다 활용도가 훨씬 높다. 최근에는 게 껍데기에서 키틴과 키토산을 분리하는 추출 공정 자체도 개선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게 껍데기에서 키틴과 키토산을 분리하는 반응을 시도했으며, 국내 학술논문 중에는 게 가공업체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키틴을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최적 조건을 제시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확보한 키틴과 키토산의 활용처가 넓어진다는 것은, 석유화학 기반 소재에 의존하던 영역들이 조금씩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로 대체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폐수처리 분야에서는 합성 응고제 대신 키토산이 중금속 흡착제나 염료 폐수 정화제로 쓰이고, 의약 분야에서는 상처 치료 촉진제나 수술용 봉합사, 콘택트렌즈 소재로 활용된다. 화장품 분야에서도 크림이나 린스 원료로 쓰이며, 농업 분야에서는 살충제나 살균제 형태로도 응용된다.
국내에서는 게, 새우 같은 갑각류 외에 곤충에서 키틴을 추출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누에 번데기, 울도하늘소, 박각시나방, 바퀴벌레 등 곤충산업 부산물에서 키틴과 키토산을 추출해 탈아세틸화도, 결정성 등 물리화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원래 합성화학이 담당하던 자리에 재생 가능한 해양 부산물이 파고드는 이 흐름은, 폐자원의 재발견이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배지 위에서 자라난 대체 소재
[자료 4. 배지 위에서 자라난 대체 소재]
출처 : ⓒ30기 신정원 Gemini 생성
농업 현장을 벗어나 버섯 재배 현장으로 눈을 돌리면 또 다른 부산물이 보인다. 버섯을 수확하고 나면 균사체, 톱밥, 쌀겨가 뒤섞인 '배지'가 남는데, 국내에서 발생하는 배지는 연간 약 80만 톤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16.9%만 수거되어 퇴비 등으로 재활용될 뿐, 나머지는 단순 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
이 배지 위에서 자라나는 균사체 자체가 최근 새로운 소재로 재해석되고 있다. 균사체는 유기물을 서로 엉기게 만드는 성질이 있어, 배지 속에서 그물망처럼 자라나며 일종의 자연 접착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자란 균사체를 압축하고 건조하면 스티로폼과 유사한 물성의 소재가 만들어진다. 국내 특허 중에는 폐기되는 버섯 균사체에 커피박과 톱밥, 낙엽을 섞어 배양한 뒤 압축해 스티로폼을 대체하는 포장재를 만드는 기술이 등록되어 있다. 국내 스타트업 어스폼은 이 원리를 이용한 생분해성 포장재를 개발했는데, 일반 스티로폼의 분해에 500년이 걸리는 것과 달리 50일 만에 자연 분해된다. 또 다른 스타트업 바이오룸도 균사체와 자연 부산물을 활용한 포장재 '마이로폼'을 개발하고 있다.
단열재 분야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진다. 새송이버섯 균사체로 만든 내열 단열재를 대상으로 한 비교 실험에서는, 내압력성과 내열성, 단열성 모두 같은 크기의 스티로폼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 패션 산업에서는 균사체가 동물 가죽의 대안으로도 쓰인다. 국내 기업 마이셀은 균사체를 배양해 대체 가죽을 만드는데, 소가죽 생산에 최소 6개월에서 3년이 걸리는 것과 달리 균사체 가죽은 2주에서 4주 만에 생산할 수 있다.
포장재든 단열재든 가죽이든, 공통점은 분명하다. 원래 석유 기반 소재나 동물성 원료가 차지하던 자리를, 버려지던 배지 위에서 자라난 균사체가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장과 버섯 재배장에서 방치되던 부산물이 스티로폼과 가죽을 대체하는 소재로까지 이어지는 이 흐름은, 폐자원의 재발견을 시사한다.
버려진다는 말의 재정의
리그닌, 키틴/키토산, 균사체는 서로 다른 산업에서 나왔지만 관통하는 흐름은 같다. 한때 소각되거나 매립되던 부산물이, 화석 자원이나 동물성 원료가 차지하던 자리를 하나씩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지 산업의 찌꺼기는 화학 소재와 배터리 첨가제가 되었고, 수산업의 껍데기는 합성 응고제를 대신하는 폐수처리제가 되었으며, 버섯 재배장의 배지는 스티로폼과 동물 가죽을 대체하는 소재로 자라났다.
[자료 5. 전환]
출처 : ⓒ30기 신정원 Gemini 생성
이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폐자원을 향한 시선의 전환이 있다. 버려지는 양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안정적으로 확보 가능한 원료라는 강점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리그닌은 소각 비율이 95%를 넘고, 국내 버섯 배지는 80% 이상이 단순 폐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소재는 이미 대량으로 존재하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자원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물론 세 소재 모두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리그닌은 여전히 대부분 소각되고 있고, 키토산은 제약과 의료 분야에서 순도와 분자량 조절 문제가 남아 있으며, 균사체 소재 역시 전체 배지 발생량에 비하면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이 아직 미미하다. 코르크 부산물에서 추출하는 수베린이나 해조류 가공 부산물의 알긴산처럼, 이번 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사례들도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한 가지 분명한 전환이다. 부산물의 가치는 그것을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의 공장 뒤편에서는, 아직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다음 소재가 조용히 쌓여가고 있을지 모른다.
재생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식물 전투 시리즈 마지막] 카페에서 수거한 커피박, 미래 농업의 탄소 저장고로", 27기 조재경,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climate-change/?idx=172373980&bmode=view
2. "폐기물은 끝이 아니다: 수소로 이어지는 에너지 순환", 29기 임혜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renewable-energy/?idx=170810714&bmode=view
참고문헌
[소각로에서 소재 공장으로 ]
1) 김진현, 박찬범, KAIST, "식물 리그닌의 광촉매 특성 발견", 2022.03.28, https://www.kaist.ac.kr/news/html/news/?mode=V&mng_no=19490
2) 변종웅, "친환경 소재 리그닌(lignin), 화장품에서 배터리 생산까지?", 임팩트온, 2023.05.22, http://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6490
3) 장지욱, 김용환, 주상훈, UNIST, "폐목재를 화학물질로… '태양광·전기·생물촉매 시스템' 개발", 2019.11.18, https://www.mt.co.kr/tech/2019/11/18/2019111809214322558
4) Chitranshi Jaiswal, Market Research Future, "크래프트 리그닌 제품 시장", 2025.09.16, https://www.marketresearchfuture.com/ko/reports/kraft-lignin-product-market-36541
[껍데기의 반란]
1) 권해용, "곤충유래 키틴·키토산 이용", 농업과학기술원 잠사곤충부, https://www.gunsan.go.kr/_cms/board/eFileDownload/455/966954/74a7ae42ca2416b239b43aed0a790a51
2) 정우진, "천연고분자 키틴·키토산의 농업적 활용", 식품과학과 산업, 53권, 1호, 33-42쪽, 2020.03,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JAKO202010763204471
3) 조영화, "키토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2002.12,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Report.do?cn=TRKO201000015664#;
[배지 위에서 자라난 대체 소재]
1) 김종문, 유수경, "버섯균사체를 활용한 내열단열재 및 그의 제조방법", 특허등록번호 10-1619664, 등록일 2016.05.10.
2) 이범근, "버섯 균사체를 이용한 친환경 포장재 및 그 제조방법", 특허등록번호 10-2256335, 등록일 2021.05.26.
3) 조영은, "버섯 균사체로 만든 친환경 스티로폼… 50일이면 완전 생분해", 더나은미래, 2023.07.10, https://futurechosun.com/archives/78051
4) 한명환, "버섯 부산물 '배지', 친환경 포장재로 변신", 대한급식신문, 2022.10.20, https://www.f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