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수소충전소, 늘리기보다 한 곳을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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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30기 신정원2026-09-16 20:20
몇 년 전부터 전기차에 비해 수소차는 왜 이렇게 보급이 더디고 주변에서 보기 힘든지 궁금했었는데, 이 기사를 통해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수소차의 진짜 무대가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 분야라는 점, 그리고 무작정 충전소 개수만 늘리기보다 손익분기점과 가동률을 고려해 거점 중심으로 효율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 등 궁금했던 정보를 많이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수소충전소, 늘리기보다 한 곳을 제대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9기 임혜원
수소 상용차 시대, '충전할 곳'이 필요하다
전기차냐, 수소차냐의 논쟁은 이제 정답을 운운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특정 기술의 우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있기 때문에 각 기술이 가진 특성에 맞게 적절한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구동하는 전기차는 도심 주행과 승용차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넓히고 있다. 반면 수소차는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수소 모빌리티의 진짜 무대는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 시장이기 때문이다. 수소차는 장거리 운행이 많고 운행 시간이 긴 상용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다. 수소 버스의 주행거리는 약 500km 이상, 충전 시간은 약 15~20분으로, 전기버스 급속충전의 약 1시간보다 짧다. 하지만 차량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충전할 곳이 없다면 차량은 도로 위를 달릴 수 없다. 충전소가 부족하면 소비자는 수소차 구매를 망설이고, 차량이 부족하면 충전소 역시 수익을 내기 어렵다. 문제는 지금 수소충전소가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수소 상용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충전소의 ‘개수’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충전소 한 곳의 지속적인 ‘가동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1. 마곡 에코 수소충전소]
출처: 수소유통정보시스템
충전소를 세우면 끝일까?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소충전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최근 정책에서도 2030년까지 전체 수소충전소 660기, 이 가운데 액화 수소충전소 280기 이상을 보급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재의 인프라 정책이 충전소의 ‘설치 보조금’에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충전소를 새로 구축할 때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지만, 정작 충전소가 문을 연 이후 발생하는 유지 보수비와 운영비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수소충전소는 일반 주유소와 달리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고, 초고압 압축기 등 핵심 설비의 유지 비용도 많이 든다. 문제는 현재 수소차 보급량이 충분치 않아 수소 판매량 자체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수요가 없으니 사업자는 필연적으로 적자를 떠안게 되고, 적자가 누적되면 시설 투자와 정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확인된다. 환경부가 2022년 상반기 수소충전소 운영사업자의 수입·지출 자료를 회계 검증한 결과, 적자를 기록한 충전소는 93곳이었다. 수소충전소의 적자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수소 구매비와 판매 가격 사이의 낮은 마진, 그리고 아직 충분하지 않은 시장 규모였다. 실제로 환경부는 2020년부터 적자 충전소의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수소 구매단가와 사업자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는 기준단가의 차액을 보조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평균 수소 구매단가는 7,600원/kg, 손익분기점 기준단가는 3,600원/kg으로 설정됐다. 이는 결국 단순히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현황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구축된 수소충전소는 총 276개소이지만, 실제 운영 중인 곳은 243개소에 그친다. 구축된 충전소 가운데 약 12%에 해당하는 33개소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충전소의 절대적인 숫자만 보면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구축된 시설보다 적은 셈이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차이는 나타난다. 충전소의 '개수'를 늘리는 것과 실제 이용 가능한 '운영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자료 2. 수소충전소 구축 및 운영 현황(’26.7.31.기준)]
출처: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수소충전소의 과제, 손익분기점을 넘겨라
수소충전소가 지속 가능한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립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판단하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가 손익분기점(BEP)이다. 손익분기점은 충전소에서 발생하는 총매출과 고정비·변동비 등 총비용이 일치해 이익도 손실도 없는 상태를 말한다. 수소충전소 사업에 이를 적용하면, 막대한 고정비를 수소 판매로 얻는 마진(기여이익)으로 나누어 ‘최소 몇 대의 차량이 와야 적자를 면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과거 국내 수소충전소 운영 자료를 바탕으로 단순히 역산하면 이러한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한 충전소의 연간 수입은 약 3억 3,100만 원이었지만 수소 구매비와 인건비, 유지 보수비, 전기료 등을 포함한 비용이 더 크게 발생해 적자가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고정비 성격의 비용과 수소 판매에 따른 기여이익을 단순히 계산하면,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판매량은 하루 약 515kg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실제 판매량은 하루 약 106kg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손익분기점에 필요한 판매량과 실제 판매량 사이에는 약 5배의 차이가 발생한다. 다만 하루 515kg이라는 이 수치는 현재 모든 수소충전소에 적용되는 공식 손익분기점이 아니다. 과거 특정 운영자료를 바탕으로 한 단순 역산 값이며, 충전소의 규모와 설비, 수소 공급 방식, 인건비, 부지 비용 등에 따라 실제 손익분기점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계산이 보여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충전소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속적인 충전 수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수소버스 보급 계획에서는 수소버스 1대당 연간 수소 수요를 약 9.7톤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를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26.6kg이다. 따라서 앞서 계산한 하루 515kg의 수요를 충족하려면, 19.4대가 필요하다. 즉 단순 계산상 약 20대의 수소버스가 매일 안정적으로 수소를 소비하는 규모의 수요가 확보된다면 하루 515kg 수준의 판매량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수소충전소의 사업성은 충전소를 먼저 짓는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충전소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출처: 환경부 &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많이 짓는 것보다, 필요한 곳에 짓는 것이 먼저
충전소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 모든 지역에 동일한 규모의 충전소를 분산시키기보다, 수소 상용차가 집중적으로 운행되는 곳에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버스 차고지와 복합 물류센터다. 일정한 노선을 반복적으로 운행하는 상용차는 운행 패턴과 충전 수요를 비교적 예측하기 쉽다. 여러 대의 상용차가 하나의 충전소를 지속적으로 이용한다면 충전소의 가동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고정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화물 이동이 집중되는 주요 항만 또한 훌륭한 대안이다. 전국에 소규모 충전소를 흩뿌리기보다, 이러한 확실한 물류 거점에 고용량 충전 인프라를 집중하는 ‘거점 집중형 네트워크’ 전략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후 수소 상용차가 증가함에 따라 주변 지역으로 충전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최근 수요지를 직접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형 수소충전소’가 늘고 있는 현상도, 결국 인프라의 핵심이 위치와 수요에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충전소를 많이 짓고 차량을 기다리는 방식’보다 ‘확실한 수요를 확보한 뒤 충전소를 구축하는 방식’이 충전소의 경제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자료 4. 수소 물류 네크워크]
출처: ⓒ29기 임혜원 Gemini 생성
수소 인프라, '확대'보다 '효율'에 답이 있다
수소 상용차가 도로 위를 달리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다. 차량의 성능이 아무리 향상되더라도 운전자가 필요할 때 수소를 충전할 수 없다면 수소 상용차의 보급은 확대되기 어렵다. 하지만 충전소를 많이 설치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실제 국내 수소충전소 가운데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했고, 정부가 적자 충전소에 연료 구입비를 지원해야 할 정도로 초기 시장의 수익성이 낮았던 것이 이를 보여준다. 결국 수소충전 인프라에는 ‘충전소가 있어야 차량이 늘어난다’와 ‘차량이 있어야 충전소가 운영된다’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충전소의 숫자 자체보다 한 곳의 충전소가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수소충전 인프라는 ‘얼마나 많이 지을 것인가’보다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버스 차고지, 물류센터, 항만, 산업단지 등 수소 상용차의 운행이 집중되는 거점에 충전소를 구축해 가동률을 높이고, 확보된 수요를 기반으로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수소 가격이 1만 원대를 넘어선 지금,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소 생산비만을 낮추는 것이 아닌 충전소의 설비와 운영비 부담을 줄이고, 수소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무분별하게 충전소를 늘리기보다,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쓸모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시장의 수요를 읽지 못한다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결국 수소경제는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실제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인프라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소 경제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수소 모빌리티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 수소의 '진짜' 미래를 묻다", 28기 홍서연, 29기 조성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journal/?idx=172381155&bmode=view
2. "지구엔 이롭지만 지갑엔 부담: 한국 그린수소의 경제성", 29기 임혜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renewable-energy/?idx=171810569&bmode=view
참고문헌
[수소 상용차 시대, '충전할 곳'이 필요하다]
1) 수소유통정보시스템, "마곡 에코 수소충전소", https://www.h2nbiz.or.kr/rt/sch/rtSearch.do#
[충전소를 세우면 끝일까?]
1)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수소충전소 구축 및 운영 현황(7월 말 기준), 2026.08.10,
https://www.ev.or.kr/nportal/board/generalView.do?ARTC_ID=25180&boardType=general&curPage=1&searchValue=
2) 박근호, "심야 수소충전 차량 시간당 겨우 1대 남짓…울산은 왜 수소충전소 더 늘리나", 글로벌이코노믹, 2026. 09. 02, https://www.g-enews.com/view.php?ud=202609021056339256f7ba87f45b_1
3) 송승온, "적자 시달리는 수소충전소… 가스기술공사가 운영 효율화 해법 찾는다", 에너지플랫폼뉴스, 2026. 05. 14,
https://www.e-platform.net/news/articleView.html?idxno=102223
4) 한상원, "수소충전소 가격 또 오른다···하이넷 인상, 적자 구조의 필연", 가스신문, 2026. 07. 15,
https://www.ga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084
[수소충전소의 과제, 손익분기점을 넘겨라]
1)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수소버스 개발 보급 동향 및 향후전망", 2020.12, https://kriti.re.kr/PDF/viewer.php?uid=571
[많이 짓는 것보다, 필요한 곳에 짓는 것이 먼저]
1) 이정근, "글로벌 수소충전소 4배 늘어난다, 2040년 4732곳 전망", 엠투데이, 2026. 08. 27,
https://www.auto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6920
2) 임장혁, "차만 좋으면 무슨 소용? "수소차 인프라 구축 시급"", 이코리아, 2026. 09. 03,
https://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8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