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취재][거꾸로 보는 아메리카] ② 녹색 시카고 강, ‘친환경’과 ‘그린워싱’의 저울

R.E.F 25기 김승현
2026-05-10


[취재][거꾸로 보는 아메리카] ② 녹색 시카고 강, ‘친환경’과 ‘그린워싱’의 저울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김승현



[거꾸로 보는 아메리카]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미국의 일상과 문화를 에너지와 기후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기획 시리즈다.

 현지 교환학생의 시선으로 미국 일상을 들여다보며, 화려한 생활 방식과 문화적 차이에 가려진 환경 이슈를 연속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녹색으로 물든 '성 패트릭 데이' 문화
올해 3월 17일, 미국 시카고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시카고 강(Chicago River)이 온통 녹색으로 물들었다.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는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성 파트리치오를 기념하는 성인 축일로, 매년 3월 17일이면 미국, 캐나다 등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많은 세계 곳곳에서 지켜지는 대형 명절이다.
이날이 되면 사람들은 녹색 옷과 샴록(클로버) 장식을 이용해 온몸을 치장하고 축제를 열어 미국의 거리가 온통 초록색으로 변한다. 특히 시카고는 미국에서 아일랜드계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이기에, 매년 시카고 강을 녹색으로 물들이며 이날을 기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거대한 강을 녹색으로 물들이는 행동이 지속가능성의 의미에서 ‘친환경적’일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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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 녹색 기념품을 판매하는 시카고 상점]

출처 : ⓒ25기 김승현


친환경 염료로 만드는 '그린' 강물
시카고 강에 녹색 염료를 푸는 행사는 1962년부터 이어져 온 시카고시의 오랜 전통이며, 이 모습을 보기 위해 매년 100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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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 초록빛으로 물든 시카고 강]

출처 : ⓒ25기 김승현

얼핏 보면 강의 녹조처럼 보이는 이 발상은 역설적으로 강의 수질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서 기원했다. 당시 시카고 배관 노동자들이 강에 유입되는 하수 폐기물을 찾기 위해 사용하던 염료가 물을 초록색으로 바꾸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성 패트릭 데이에 강을 초록색으로 물들이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행사 초기에는 강을 염색시키기 위해 플루오레세인과 같은 화학 물질을 사용했으나, 수질 오염을 우려가 제기되자 1966년부터 채소, 과일 분말 같은 식물성 분말 염료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이 특수 염료는 친환경 오렌지 파우더를 원료로 하여 강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밝은 녹색을 표현하는 조제 기술이 사용됐다. 따라서 물과 접촉하기 전에는 오렌지빛을 띠다가, 물과 섞이면 밝은 초록색으로 변하게 된다.
다만 제조 방법은 철저히 비밀 부쳐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카고시는 축제에 사용되는 재료나 염료의 종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 염료는 미 환경보호청(EPA)의 승인을 받고,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표준 60인 음용수 첨가물 규격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식수에 첨가해도 인체나 생태계에 무해한 수준으로 밝혀져 있다. 또한 일리노이주 환경보호국이 관료 관련 정보와 안전성 자료를 검토한 결과 독성 영향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즉 기술적으로는 안전한 ‘그린’을 구현하고 있다.

무해 인증에도 남아 있는 '그린워싱'의 과제
그러나 화학적 무해함이 곧 ‘친환경’과 동의어는 아니다. 우리는 단순히 축제를 위해 강에 대량의 화학 물질을 첨가하는 것이 장려할 만한 일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일부 환경 단체에서는 여전히 이 행사가 전형적인 그린워싱의 사례라는 시각을 유지하기도 한다. 시카고 강 친구들(Friends of the Chicago River)은 강물을 염색하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에게 강이 자연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결국 강을 하수구처럼 취급하는 것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한다. 염료 자체가 생태학적으로 해롭지 않더라도, 강을 염색하는 과정 자체가 해로운 생태적 관념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염료의 정확한 배합과 성분이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우려와 함께, 행사 당일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리며 발생하는 부가적인 쓰레기나 소음이 실제 수질 오염보다 생태계에 더 즉각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성분의 안전성이라는 사실 뒤에 생태계에 대한 그린워싱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속 가능한 축제를 위한 공존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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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3. 시카고 일리노이 주기와 시카고 강]

출처 : ⓒ25기 김승현

시카고의 초록빛 물결은 단순한 관광 이벤트가 아닌, 이민 역사와 문화가 함께 만들어낸 도시의 전통이다. 독성 염료를 배제하고 환경 기준을 준수하며 점차 변화해 온 과정은 문화와 환경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물리적인 무해함을 넘어 강을 하나의 생태계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 또한 귀 기울여야 한다. 인공적인 초록빛이 친환경적인 ‘그린’일지, 자연의 본연을 가리는 ‘그린워싱’일지는 생태계와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책임감에서부터 결정될 것이다.

축제와 환경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취재][녹색 나들이 시리즈] 한강 분리수거, 이거 진짜 해요?", 26기 류호용,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series/?idx=169500537&bmode=view
2. "[Remake]프로야구 매진 행렬 뒤에 숨겨진 폐기물 폭탄", 29기 송유빈,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environmental-policy/?idx=170805059&bmode=view

참고문헌 
[녹색으로 물든 성 패트릭 데이 문화] 
1) 서희원, “美 도심 한복판 강이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왜?”, 전자신문, 2026.03.18. https://n.news.naver.com/article/030/0003408915
[친환경 염료로 만드는 ‘그린’ 강물] 
1) 박은혜, “시카고강, ‘형광 녹색’ 되는 진풍경…‘성 패트릭 데이’ 행사:”, 세계일보, 2023.03.15,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316522290
2) 주간기쁜소식, “시카고 강에 녹조(綠潮)현상? NO! ‘성 패트릭의 날’ 기념 축제에 환호”, 2023.03.18, http://www.igoodnews.or.kr/news/articleView.html?idxno=13421
3) KBS 뉴스, “[톡톡 지구촌] 강부터 분수대까지 ‘성 패트릭 데이’ 기념하는 초록빛 물결”, 2022.03.15,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415299 
[무해 인증에도 남아있는 ‘그린워싱’의 과제] 
1) Isaac Green, “Dyeing to be Green: The Chicago River and St. Patrick’s Day”, Niche, 2017.3.17, https://niche-canada.org/2017/03/17/dyeing-to-be-green-the-chicago-river-and-st-patricks-day/
2) Lydia Larsen, “Should Chicago Dye Its River Green for St. Patrick’s Day?”, Sierra Club, 2024.3.16, https://www.sierraclub.org/sierra/should-chicago-dye-its-river-green-st-patrick-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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