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취재][거꾸로 보는 아메리카] ③ 미국의 쓰레기통은 왜 하나인가

R.E.F 25기 김승현
2026-06-14

[취재][거꾸로 보는 아메리카] ③ 미국의 쓰레기통은 왜 하나인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김승현



[거꾸로 보는 아메리카]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미국의 일상과 문화를 에너지와 기후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기획 시리즈다. 

현지 교환학생의 시선으로 미국 일상을 들여다보며, 화려한 생활 방식과 문화적 차이에 가려진 환경 이슈를 연속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재활용 시스템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비율은 98%입니다. 우리도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배워야 합니다.” 2024년 8월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된 음식물 쓰레기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연간 엄청난 자원을 소비하는 미국은 음식물 쓰레기 중 60%가 고스란히 매립되는 반면, 한국은 지난 20여 년 전부터 음식물 쓰레기 매립을 금지하고 분리배출을 의무화해 98%의 재활용률을 달성하고 있다.
재활용품, 소각용, 음식물 쓰레기를 일일이 분리배출하며 세계 최초로 종량제를 시행하기도 한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미국 대부분의 주에는 모든 쓰레기를 하나의 통에 버리는 단일 체계를 사용한다. 세계 최대의 자원 소비국이자 유수의 선진국인 미국이 왜 여전히 ‘통합 배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지 문화적, 경제적 이유를 알아보고, 두 나라의 쓰레기 처리 방식과 그 효과를 고찰해 본다.

편리함의 두 축, ‘싱글 스트림’과 ‘디스포저’
미국의 재활용 규제나 강제성은 각 50개의 주와 도시마다 다르게 운영되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다수 미국 지역에서 쓰레기를 한 번에 모아 버리는 배경에는 '싱글 스트림(Single-Stream) 재활용' 시스템과 문화적, 지리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싱글 스트림이란 수거 단계에서 시민들이 재활용품을 세부 분류하지 않고 하나의 수거함에 모아 배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는 사후에 대형 자동화 선별장(MRF,Material Recovery Facility)으로 운반돼 기계와 인력을 통해 분리하는 방식이다. 배출지 입장에서는 분리수거하지 않아 편리하며, 수거 차량의 운행 효율도 높일 수 있다. 땅이 넓어 수거 비용이 많이 드는 미국 환경에 맞춘 ‘효율성 중심’의 선택인 셈이다
예를 들어 대학교 기숙사 퇴소 기간이 되면 ‘'레드박스(redbox+)'라 불리는 빨간색 대형 폐기물 컨테이너가 등장한다. 학생들이 떠나며 발생한 매트리스, 소형 가전, 음식물까지 분리배출 없이 모두 이 통 하나로 던져지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3816541df32e9.png

[자료 1. 기숙사 퇴소 당일, 쓰레기가 분류 없이 레드박스 한 곳에 버려진 모습]

출처 : ⓒ25기 김승현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역시 한국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뤄진다. 미국 싱크대 대부분에는 음식물을 잘게 갈아 하수도로 흘려보내는 음식물 ‘디스포저 (disposer)’가 설치돼 있다. 물을 틀어놓고 스위치를 켜서 작동시키면 분쇄기 안의 날이 회전하며 음식물을 잘게 갈아 하수구로 흘려보낸다. 너무 단단하거나 큰 일부 음식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부드러운 음식물 쓰레기는 싱크대에서 즉시 처리 되거나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다. 한국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모아 사료나 퇴비로 자원화하는 시스템이 미국 일반 가정에서 찾아보기 매우 어려운 이유이다.

38edb0c7ec4c1.png

[자료 2. 기숙사 싱크대 밑 설치 된 디스포저]

출처 : ⓒ25기 김승현


다양한 차이가 만들어 낸 '하나의 쓰레기통'
미국이 이러한 단일 배출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는 문화적 가치관, 경제적 이해관계, 그리고 광활한 지형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지형적 요인이다. 미국은 영토가 광활하여 쓰레기를 묻을 땅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풍부하다. 미국 환경 보호청(EPA)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운영 중인 매립지의 수는 약 2,000개 이상이며, 이 매립지들이 매년 수백만 톤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한국은 국토가 좁아 매립지 한계에 직면하면서 일찍이 분리배출과 자원화를 법제화했지만, 미국은 쓰레기를 단순히 매립하는 비용이 분리수거 시스템을 정교하게 운영하는 비용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저렴하다. 
또한 넓은 땅덩이 때문에 정책 강제성이 주마다 매우 달라, 어떤 곳은 재활용이 선택이고 어떤 곳은 필수다. 이러한 정책 통일성의 부재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효율성과 개인의 편리함을 중시하는 미국의 철저한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미국의 넓은 주거 지역을 돌며 쓰레기를 수거하려면 막대한 물류비용과 노동 비용이 든다. 또한 개인에게 일일이 분리수거를 강제하는 행정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차라리 섞인 쓰레기를 사후 선별 공정에서 AI 센서나 저렴한 자동화 기계로 가려내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편리함의 대가는 환경적 역풍 
편리함과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한 미국의 시스템은, 기후 위기 시대에 접어들며 심각한 환경적 역풍을 맞이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차 오염(Cross-Contamination)'과 이로 인한 재활용률 저하다. 하나의 통에 종이와 플라스틱, 액체가 남은 용기가 뒤섞이면서 수거 차량 내부에서 압착될 때 엄청난 오염이 발생한다. 깨진 유리 파편이 종이에 박히거나 남은 음료수가 종이를 적시는 등 선별장에 도착한 재활용품의 25~30%는 정작 재활용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폐기된다. 겉보기에는 거대한 재활용 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염 때문에 매립지로 직행하는 겉만 재활용인 셈이다. 
실제로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음식물 쓰레기는 연간 1인당 평균 배출량이 137kg에 달하지만, 그중 단 5%만이 퇴비화되고 15%가 에너지로 전환될 뿐이며, 나머지 60%는 분리되지 못한 채 그대로 땅에 묻힌다.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지에 묻힌 엄청난 양의 폐기물은 썩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을 다량 방출한다. 
또한 현재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의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달하고 있어, 새로운 매립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미국의 분리수거 시스템과 매립지 문제에 대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경고한다. 
이뿐만 아니라, 주방 디스포저로 갈아 보낸 음식물 물량은 하수처리장에 과도한 유기물 부하를 준다. 이 오폐수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 에너지가 소모되며, 미처 정화되지 못한 유기물이 하천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수질 오염 리스크를 유발한다.


양국의 과제 
미국의 쓰레기통이나 기숙사 퇴소 시즌 마주한 풍경은, 역설적으로 매우 세분된 한국의 분리배출 시스템을 재발견하게 만든다. 편리함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자원 순환을 먼저 생각한 한국의 높은 재활용률은 시민들의 시민의식과 20년 전부터 다져온 매립 금지 같은 촘촘한 행정 제도가 만들어낸 값진 성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각국의 시스템은 각자의 환경에 맞춰 발달한 만큼 서로의 장단점이 뚜렷하다, 따라서 각국의 폐기물 관리의 장점을 조합해 규제를 보완한다면 보다 더 나은 자원 순환 모델 또한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분리수거의 정확성과 순도를 높이는 대책이, 한국은 시민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분리수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거꾸로 본 아메리카의 단일 쓰레기통은, 우리가 매일 실천하는 분리배출의 가치를 되새기는 동시에 더 나은 자원 순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재활용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재활용에서 감축으로, 탈플라스틱 로드맵 초안 공개", 27기 함예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journal/?idx=170033708&bmode=view
2. "[취재][녹색 나들이 시리즈] 한강 분리수거, 이거 진짜 해요?", 26기 류호용,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series/?idx=169500537&bmode=view

참고문헌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재활용 시스템]
1) 코리아넷뉴스, “"98% 재활용" ··· 외신이 극찬한 한국 음식물 쓰레기 처리”, 2024.08.12, https://www.korean-culture.org/koreanet/view.do?seq=1049112
[편리함의 두 축, ‘싱글 스트림’과 ‘디스포저’]
1) 국세청어린이신문, ‘세계가 놀라는 ‘재활용 및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도 ‘세금’으로 운영해요’, 2025.03.11,  https://www.xn--3e0bo6uv7ar6lv8bcwgwudszo.com/board3_3/32
2) 이강민, 소비라이프, “한국과 미국 쓰레기 분리수거 방식 비교: 더 효과적 폐기물 관리 방안은? “, 2025.02.10, http://www.sobilife.com/news/articleView.html?idxno=38325
3) Container Recycling Institute, "Single-Stream Recycling", 2025.03.12, https://www.container-recycling.org/index.php/issues/single-stream-recycling
4) Korean in American, ‘미국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 2019.02.10, https://koreaninamerica.com/usa-trash-recycling/
[다양한 차이가 만들어낸 ‘하나의 쓰레기통]
1) 홍성용, 매일경제, “종이·플라스틱을 왜 한 통에 섞어 버릴까? 미국의 ‘쓰레기 경제학’ [홍키자의 美쿡]”, 2026.04.13, https://www.mk.co.kr/news/photo/12003648
2) Environmental Research & Education Foundation, "2024 Analysis of Municipal Solid Waste Landfill Tipping Fees", 2024.06.15, https://erefdn.org/product/2024-analysis-of-municipal-solid-waste-msw-landfill-tipping-fees/
3) EPA, "National Overview: Facts and Figures on Materials, Wastes and Recycling”, 2025.11.20, https://www.epa.gov/facts-and-figures-about-materials-waste-and-recycling/national-overview-facts-and-figures-materials
[편리함의 대가는 환경적 역풍]
1) 코리아넷뉴스, “"98% 재활용" ··· 외신이 극찬한 한국 음식물 쓰레기 처리”, 2024.08.12, https://www.korean-culture.org/koreanet/view.do?seq=1049112
2) Container Recycling Institute, "Single-Stream Recycling", 2025.03.12, https://www.container-recycling.org/index.php/issues/single-stream-recycling
3) M. Kim, “Modeling the impact of food wastes on wastewater treatment plants”, Journal of Water Environment Research, 2019.5.1
4) Swapon Das, “Optimization of municipal solid waste collection and transportation routes”, ScienceDirect, 2015.09.18

0233c7ae9ace0.png

c484665e5d24e.png94ffad8b36f84.png


0 6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단은 비영리 조직으로 전국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단체입니다. 

저희와 협업 및 활동 제안을 위해서는 아래 정보로 연락 바랍니다. 

공식 이메일: ref2026re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