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다. 그러나 모든 산업의 배출을 재생에너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처럼 제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산업은 에너지원이 바뀌더라도 배출을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 결국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에너지를 깨끗하게 바꾸는 것만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주목받는 것이 CCS, 탄소(Carbon) 포집(Capture) 및 저장(Storage) 기술이다. CCS는 산업 시설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바로 내보내지 않고 따로 모은 뒤, 지하 깊은 지질 구조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정부가 확정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순 배출량 대비 2035년 온실가스를 53~61%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CCUS는 53% 감축안 기준 1,120만 톤, 61% 감축안 기준 2,030만 톤 규모의 감축 및 제거 수단으로 제시돼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저장연구센터장 윤병준 박사는 CCS를 “재생에너지를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산업 부문의 감축 공백을 메우는 기술”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가 배출 자체를 줄이는 방향이라면, CCS는 불가피하게 남는 배출을 관리하는 기술에 가깝다는 의미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 CCUS 기술개발과 상용화가 반영된 만큼, CCS는 더 이상 “가능성 있는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앞으로는 실제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검증하고, 운영 경험을 쌓는 일이 국가 감축 전략의 일부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 산업 배출원이 해안 산업단지에 밀집해 있고, 향후 저장 후보지도 해저 지중저장소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해저 CCS는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한국의 산업 구조와 지질 조건을 함께 봐야 하는 주제다.
CCS의 핵심은 이산화탄소를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모아진 이산화탄소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찾고, 그곳에 주입한 뒤,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CCS는 발전소와 산업 시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한 뒤, 이를 해저 깊은 지질 구조에 저장하는 기술로 이해할 수 있다.
해저 지층이 탄소 저장소로 주목받는 이유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지하에 머물러 있던 원리와 맞닿아 있다. 석유와 가스는 수백만 년 동안 다공질 암석 속에 갇혀 있었고, 그 위를 덮은 치밀한 암석은 유체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뚜껑 역할을 했다. CCS는 이 구조를 반대로 활용한다. 과거에는 석유와 가스를 찾기 위해 읽어냈던 지층이, 이제는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저장소로 다시 해석되는 것이다.
저장된 이산화탄소도 단순히 지하에 넣어둔 채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덮개암 아래에 머물다가, 시간이 지나며 암석의 작은 틈에 붙잡히고, 지층수에 녹아들며, 더 긴 시간 규모에서는 암석과 반응해 광물 형태로 고정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단계적으로 작용할수록 이산화탄소의 이동성은 줄어들고 저장 안정성은 높아진다.
깊은 지층이 저장 후보지로 검토되는 이유에는 이산화탄소의 물리적 성질도 있다. 이산화탄소는 일정한 온도와 압력 이상에서 초임계 상태가 된다. 이때는 기체보다 훨씬 조밀해져 대량 저장에 유리하면서도 암석의 공극 사이로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해저 CCS에서는 단순히 바다 아래라는 위치보다,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주입하고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는 깊이와 지질 조건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주목하는 해저 저장소, 동해 가스전
[자료 3. 동해 가스전]
출처 : ⓒ29기 김서윤 Chat GPT 생성
우리나라에서 해저 CCS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동해 가스전이다. 동해 가스전은 울산 남동쪽 약 58km 해역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석유자원 생산시설로, 2021년 12월 31일 가스 생산이 최종 종료됐다.
이것이 동해 가스전이 CCS 후보지로 거론되는 이유다. 이미 천연가스를 품고 있던 지층이라는 점에서 유체를 저장할 수 있는 구조가 확인됐고, 탐사와 생산 과정에서 얻은 지질 자료도 축적돼 있다. 기존 해상 플랫폼과 해저 설비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저장소를 찾는 것보다 초기 검토가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건설은 한국석유공사와 동해 가스전 활용 CCS 실증 사업 사전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했으며, 해당 사업을 고갈된 동해 가스전에 연간 1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는 프로젝트로 설명했다.
그러나 후보지가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사업 가능한 저장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저장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지층을 실제 저장소로 활용하려면 단순히 저장용량만 계산해서는 부족하다. 이산화탄소가 안정적으로 주입될 수 있는지, 덮개암이 장기간 밀폐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주변 단층이 압력 변화에 안정적인지, 주입 이후에도 이상 징후를 꾸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저장연구센터의 연구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연구원은 해양 탐사 자료를 기반으로 국내 CCS 저장소 후보지를 탐색하고 지질 모델을 구축하며, 저장층과 덮개암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광섬유를 활용한 분포형 감지 기술로 비용 효율적인 이산화탄소 모니터링 기술을 확보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국내 대륙붕의 탄성파 자료와 시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어느 지역에 추가적인 3차원 탐사와 평가 시추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체계도 중요하다. 결국 해저 CCS는 바다 밑에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능한 기술이 아니다. 그 공간이 실제로 안전한지, 장기간 관리할 수 있는지, 이상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기술이 성공하려면 신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CCS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산화탄소가 새어 나오지는 않을지, 주입 과정에서 지진이 유발되지는 않을지, 해양 환경에 영향은 없는지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저 CCS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저장소를 얼마나 정밀하게 조사하고 얼마나 투명하게 감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윤 센터장은 “기술적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은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지질조사와 위험성 평가, 주입 전과 주입 중, 주입 후에 이어지는 모니터링,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체계가 갖춰져야 국민과 지역사회도 CCS를 신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사회적 수용성은 홍보 문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되고, 검증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며,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CCS는 지하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둘러싼 신뢰는 지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노르웨이, 호주, 미국 등이 이미 고갈 가스전이나 대수층을 활용한 저장 경험을 쌓아왔다. 이들 국가는 석유, 가스전 운영 경험과 유체 주입 경험을 바탕으로 CCS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장소 평가와 모니터링 연구 역량은 축적해 왔지만, 대규모 해저 저장소를 장기간 운영한 경험은 아직 제한적이다. 그래서 동해 가스전과 같은 실증 사례는 단순한 하나의 사업을 넘어, 한국이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운영 자료와 검증 경험을 확보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장기적으로는 동해 가스전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 CCUS 기여가 정량적으로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대륙붕의 추가 저장소 평가와 국내 실증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필요한 경우 국경을 넘는 CCS 협력과 해외 저장소 활용 가능성까지 검토될 수 있다. 이는 CCS가 단일 기술을 넘어 국가 감축 전략, 산업 기반 시설, 국제 협력까지 연결되는 분야임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지층에 필요한 보이는 신뢰
모든 기술이 그렇듯, CCS 역시 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답은 아니다. 저장소 검증, 장기 모니터링, 경제성, 주민 수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배출을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산업이 존재하는 한, CCS는 탄소중립 전략에서 중요한 선택지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해저 CCS의 성패는 보이지 않는 지층 속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안전하게 저장하느냐, 그리고 그 과정을 사회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 과학적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해저 CCS는 탄소중립을 뒷받침하는 현실적인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취재] 탄소중립의 또 다른 길, 해저 CCS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9기 김서윤
해저 CCS가 탄소중립의 또 다른 길이 되는 이유
탄소중립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다. 그러나 모든 산업의 배출을 재생에너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처럼 제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산업은 에너지원이 바뀌더라도 배출을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 결국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에너지를 깨끗하게 바꾸는 것만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자료 1. CCUS 과정 모식도]
출처 : Wikimedia commons(재가공 29기 김서윤)
이 지점에서 주목받는 것이 CCS, 탄소(Carbon) 포집(Capture) 및 저장(Storage) 기술이다. CCS는 산업 시설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바로 내보내지 않고 따로 모은 뒤, 지하 깊은 지질 구조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정부가 확정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 순 배출량 대비 2035년 온실가스를 53~61%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CCUS는 53% 감축안 기준 1,120만 톤, 61% 감축안 기준 2,030만 톤 규모의 감축 및 제거 수단으로 제시돼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저장연구센터장 윤병준 박사는 CCS를 “재생에너지를 대체하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산업 부문의 감축 공백을 메우는 기술”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가 배출 자체를 줄이는 방향이라면, CCS는 불가피하게 남는 배출을 관리하는 기술에 가깝다는 의미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 CCUS 기술개발과 상용화가 반영된 만큼, CCS는 더 이상 “가능성 있는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앞으로는 실제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검증하고, 운영 경험을 쌓는 일이 국가 감축 전략의 일부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 산업 배출원이 해안 산업단지에 밀집해 있고, 향후 저장 후보지도 해저 지중저장소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해저 CCS는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한국의 산업 구조와 지질 조건을 함께 봐야 하는 주제다.
바다 아래 지층은 어떻게 탄소 저장소가 되는가?
[자료 2. CCS trapping 다이어그램]
출처 : Wikimedia commons(재가공 29기 김서윤)
CCS의 핵심은 이산화탄소를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모아진 이산화탄소가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찾고, 그곳에 주입한 뒤,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CCS는 발전소와 산업 시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한 뒤, 이를 해저 깊은 지질 구조에 저장하는 기술로 이해할 수 있다.
해저 지층이 탄소 저장소로 주목받는 이유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지하에 머물러 있던 원리와 맞닿아 있다. 석유와 가스는 수백만 년 동안 다공질 암석 속에 갇혀 있었고, 그 위를 덮은 치밀한 암석은 유체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뚜껑 역할을 했다. CCS는 이 구조를 반대로 활용한다. 과거에는 석유와 가스를 찾기 위해 읽어냈던 지층이, 이제는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저장소로 다시 해석되는 것이다.
저장된 이산화탄소도 단순히 지하에 넣어둔 채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덮개암 아래에 머물다가, 시간이 지나며 암석의 작은 틈에 붙잡히고, 지층수에 녹아들며, 더 긴 시간 규모에서는 암석과 반응해 광물 형태로 고정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단계적으로 작용할수록 이산화탄소의 이동성은 줄어들고 저장 안정성은 높아진다.
깊은 지층이 저장 후보지로 검토되는 이유에는 이산화탄소의 물리적 성질도 있다. 이산화탄소는 일정한 온도와 압력 이상에서 초임계 상태가 된다. 이때는 기체보다 훨씬 조밀해져 대량 저장에 유리하면서도 암석의 공극 사이로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해저 CCS에서는 단순히 바다 아래라는 위치보다,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주입하고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는 깊이와 지질 조건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주목하는 해저 저장소, 동해 가스전
출처 : ⓒ29기 김서윤 Chat GPT 생성
우리나라에서 해저 CCS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동해 가스전이다. 동해 가스전은 울산 남동쪽 약 58km 해역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석유자원 생산시설로, 2021년 12월 31일 가스 생산이 최종 종료됐다.
이것이 동해 가스전이 CCS 후보지로 거론되는 이유다. 이미 천연가스를 품고 있던 지층이라는 점에서 유체를 저장할 수 있는 구조가 확인됐고, 탐사와 생산 과정에서 얻은 지질 자료도 축적돼 있다. 기존 해상 플랫폼과 해저 설비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저장소를 찾는 것보다 초기 검토가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건설은 한국석유공사와 동해 가스전 활용 CCS 실증 사업 사전 기본설계 계약을 체결했으며, 해당 사업을 고갈된 동해 가스전에 연간 1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는 프로젝트로 설명했다.
그러나 후보지가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사업 가능한 저장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저장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지층을 실제 저장소로 활용하려면 단순히 저장용량만 계산해서는 부족하다. 이산화탄소가 안정적으로 주입될 수 있는지, 덮개암이 장기간 밀폐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주변 단층이 압력 변화에 안정적인지, 주입 이후에도 이상 징후를 꾸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저장연구센터의 연구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연구원은 해양 탐사 자료를 기반으로 국내 CCS 저장소 후보지를 탐색하고 지질 모델을 구축하며, 저장층과 덮개암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광섬유를 활용한 분포형 감지 기술로 비용 효율적인 이산화탄소 모니터링 기술을 확보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국내 대륙붕의 탄성파 자료와 시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어느 지역에 추가적인 3차원 탐사와 평가 시추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체계도 중요하다. 결국 해저 CCS는 바다 밑에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능한 기술이 아니다. 그 공간이 실제로 안전한지, 장기간 관리할 수 있는지, 이상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기술이 성공하려면 신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CCS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산화탄소가 새어 나오지는 않을지, 주입 과정에서 지진이 유발되지는 않을지, 해양 환경에 영향은 없는지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저 CCS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저장소를 얼마나 정밀하게 조사하고 얼마나 투명하게 감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윤 센터장은 “기술적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은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지질조사와 위험성 평가, 주입 전과 주입 중, 주입 후에 이어지는 모니터링,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체계가 갖춰져야 국민과 지역사회도 CCS를 신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사회적 수용성은 홍보 문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되고, 검증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며,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CCS는 지하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둘러싼 신뢰는 지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노르웨이, 호주, 미국 등이 이미 고갈 가스전이나 대수층을 활용한 저장 경험을 쌓아왔다. 이들 국가는 석유, 가스전 운영 경험과 유체 주입 경험을 바탕으로 CCS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장소 평가와 모니터링 연구 역량은 축적해 왔지만, 대규모 해저 저장소를 장기간 운영한 경험은 아직 제한적이다. 그래서 동해 가스전과 같은 실증 사례는 단순한 하나의 사업을 넘어, 한국이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운영 자료와 검증 경험을 확보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장기적으로는 동해 가스전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 CCUS 기여가 정량적으로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대륙붕의 추가 저장소 평가와 국내 실증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필요한 경우 국경을 넘는 CCS 협력과 해외 저장소 활용 가능성까지 검토될 수 있다. 이는 CCS가 단일 기술을 넘어 국가 감축 전략, 산업 기반 시설, 국제 협력까지 연결되는 분야임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지층에 필요한 보이는 신뢰
모든 기술이 그렇듯, CCS 역시 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답은 아니다. 저장소 검증, 장기 모니터링, 경제성, 주민 수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배출을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산업이 존재하는 한, CCS는 탄소중립 전략에서 중요한 선택지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해저 CCS의 성패는 보이지 않는 지층 속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안전하게 저장하느냐, 그리고 그 과정을 사회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 과학적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해저 CCS는 탄소중립을 뒷받침하는 현실적인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환경정책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2050을 향한 전력 혁신: 대한민국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28기 민예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environmental-policy/?q=YToy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zOjQ6InBhZ2UiO2k6Mjt9&bmode=view&idx=169443777&t=board
2. "[취재]기후테크 창업가와의 만남: 탄소중립을 향한 세 공학도의 도전", 27기 권준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reporting/?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9370199&t=board
참고문헌
[해저 CCS가 탄소중립의 또 다른 길이 되는 이유]
1)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NDC)", 2026, https://www.pcccr.go.kr/base/contents/view?contentsNo=59&menuLevel=2&menuNo=109
2) 기후에너지환경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확정", 2025.11.12, https://mcee.go.kr/home/web/board/read.do?boardCategoryId=&boardId=1818900&boardMasterId=939&decorator=&maxIndexPages=10&maxPageItems=10&menuId=10598&orgCd=&pagerOffset=0&searchKey=titleOrContent&searchValue=2035+NDC
[바다 아래 지층은 어떻게 탄소 저장소가 되는가?]
1)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About CCUS", IEA, 2021, https://www.iea.org/reports/about-ccus
[우리나라가 주목하는 해저 저장소, 동해가스전]
1) 한국석유공사, "동해-1, 2 가스전 현황", https://www.knoc.co.kr/sub03/sub03_1_4.jsp
2) 현대건설, "현대건설-한국석유공사, 국내 최초 CCS 상용화 사업 교두보 마련", 현대건설 뉴스룸, 2023.07.13, https://www.hdec.kr/KR/newsroom/news_view.aspx?NewsListType=&NewsSeq=815&NewsType=LATEST
3)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탄소저장연구센터 연구분야", https://www.kigam.re.kr/menu.es?mid=a10403050000
4)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대용량 CO₂ 지중저장소 저장효율 향상 및 안전성 평가 기술 개발", https://www.kigam.re.kr/subjinfo.es?act=view&keyField=&keyWord=&mid=a10408010000&msubjsrlno=5273&nPage=5
[기술이 성공하려면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1)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기술보고서 1", https://data.kigam.re.kr/data/RP-62909?lang=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