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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여기도 원전, 저기도 원전, 과연 원전의 미래는?

by R.E.F. 23기 송시원 2023. 10. 26.

여기도 원전, 저기도 원전, 과연 원전의 미래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송시원

 
[원전으로 탄소중립 꿈꾸는 한국]

2023년 5월 분산에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기반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형 송전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목적이다. 기존에는 대규모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을 구축해야 했지만, 분산에너지법이 시행되면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할 수 있어 지역에너지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해당 법안은 분산에너지사업 범위에 신재생에너지 · 연료전지발전 · 수소 발전 · ESS(에너지저장시스템) · 소규모 전력 중개 등을 비롯하여 중소형 원전을 포함했다. 이에 소형모듈원전(SMR)이 신규 분산형 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으며 분산에너지법이 SMR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MR은 출력이 3,000MW 수준의 소형 원전으로 건설 기간과 비용을 최소화했지만, 아직 원자력 안전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의 실증단계에 있다. 그럼에도 분산에너지법 통과와 더불어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사업과 연계되며 SMR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경기도 평택-화성-용일 일대에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막대한 전력의 공급처로 SMR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에 정부의 친원전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자료 1.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

출처: 에너지 플랫폼 뉴스


현 정부는 2022년 8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NDC 상향안(2021년) 대비 2030년까지 원전은 23.9%에서 32.8%로, 신재생에너지는 30.2%에서 21.5%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을 확대하여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에는 CFE(Carbon Free Energy) 포럼을 출범하며,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제적 스탠다드인 RE100은 재생에너지 100% 조달을 목표로 하지만 원전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약이 많은 한국의 지형적 특성상 원전을 포함한 CF100이 더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CF100이 강조하는 실시간 조달 조건은 뺀 ‘한국형 무탄소 에너지 인증제도’를 수립할 것이라 밝혔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 기업에까지 RE100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CF100의 핵심 조건마저 뺀 한국형 CF100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적으로도 원전 확대 중]

여러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친원전 흐름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도 원전 확대가 진행 중에 있다. 실제로 미국과 중동부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원전을 확대해 가는 상황이다. 미국은 2022년 4월 노후화된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위해 60억 달러 규모의 민간 원자력 신용 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미국 중서부 지역은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 허브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폴란드는 미국의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첫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하여 2026년부터 착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여론 조사 결과, 폴란드인 약 60%가 SMR(소형원자로) 건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폴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오를렌은 미국 및 캐나다 기업과 협력하여 20여 개 지방에 SMR 건설을 준비하에 있다고 밝혔다. 체코는 2040년까지 전체전력의 46~58%를 원전으로 공급하려는 목표를 발표했다. 두코바니(Dukovany)에 신규 원전 발전소 입찰을 두고서는 한국, 미국, 프랑스의 글로벌 기업이 입찰 경쟁 중에 있다. 2024년 2월 최종 입찰을 거치면 2036년에는 두코바니에 1,200MW 규모의 원전이 건설될 예정이다.

[자료 2. 중동부 유럽 원자력 발전 현황]

출처: EMERICs

 
헝가리와 튀르키예는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스아톰과 협력하여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로스아톰은 세계 최대의 원자력 기업으로, 러시아는 전 세계 우라늄 농축 역무의 약 40%를 담당하며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서방의 러시아산 석유 · 가스 수입 금지 조치가 있었지만, 로스아톰과 러시아의 핵연료 공급만큼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이다. 헝가리는 러시아 로스아톰과 협력하여 팍스Ⅱ 원전에 2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2024년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로스아톰과 함께 2024년부터 첫 원자력 발전소인 아쿠유 원전을 운영할 예정이다. 2028년까지 4기의 원자로가 들어서면 튀르키예 전력 수요의 10%를 충당하게 된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체코,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벨기에, 이탈리아, 핀란드 등의 친원전 국가들은 EU의 재생에너지 목표에 원자력을 포함시키기 위해 논쟁을 이어왔다. 그 결과, 2022년에는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되었다. 2023년 6월에는 재생에너지 지침 개정안에서 2030년까지 EU의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로 상향함과 동시에, 원자력으로 생산한 수소로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에 합의를 보았다.
 
[원전 확대, 에너지 자립으로 보기 어려워]

원전 확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력수요의 대폭적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체 전력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기반한다. 더군다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수급 제한이 발생하면서, 원자력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전 가동을 위해 필요한 우라늄 농축 역무는 러시아, 프랑스, 영국 · 독일 · 네덜란드, 미국, 중국으로 한정되어 있다.
현재 우라늄 농축 시장은 러시아 로스아톰(40%), 영국 · 독일 · 네덜란드 합작회사 유렌코(27%), 프랑스 오라노(14%), 중국 원자력 공업집단공사(12%)가 과점하고 있다. 미국에는 유일한 상업용 농축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이 있지만, 유렌코의 자회사로 전 세계 농축 수요의 10% 이하를 차지한다. 현재 각광받고 있는 SMR 또한 5~20% 사이의 고순도 · 저농축 우라늄(HALEU)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아직 러시아가 유일하다. 즉, 원전이 에너지 공급망 불안전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료 3. 국가별 우라늄 농축 역량]

출처: CLEARPATH

 
이에 원전을 확대하는 폴란드, 우크라이나, 불가리아를 비롯한 나라들은 러시아산 핵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웨스트하우스 등과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마저 핵연료의 원료가 되는 농축 우라늄에 있어서는 1/3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나머지를 유럽에서 충당하는 구조이다. 미 에너지부는 원전에 있어 대러 의존도를 낮추고자 IRA 법안에서 고순도 · 저농축 우라늄(HALEU) 공급망 구축에 7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충하는 데에 적어도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대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들이 천연가스 대신 원전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줄이면서 러시아-중국과 유럽-미국의 두 축으로 나누어진 새로운 에너지 냉전 체계가 구축될지도 모른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 확대했던 원전이 도리어 우라늄 농축 역무 권한이 없는 국가에는 불확실성을 가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친원전 정책, 공급망은 안전할까]

한국은 국내의 지형 특성상 재생에너지 확보에 한계가 있기에 원전을 통해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전이 경제적 효율성과 에너지 안보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허가 없이는 우라늄 농축 권한을 가질 수 없다. 현재 한국은 러시아, 영국, 프랑스에서 각각 농축 우라늄의 약 33%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특징상, 미국을 대상으로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
국제정세에 따라 농축 우라늄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다고 해도, 원전의 높은 에너지 효율성 덕분에 단기적으로는 원자력 발전단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을 것이다. 우라늄 농축부터 핵연료 제조까지 포함하는 비용이 에너지 발전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낮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를 3년 정도 돌릴 수 있는 농축 우라늄을 비축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자원을 무기로 한 갈등과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충 노력 없는 원전 확대 정책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자료 4. 우라늄 현물 가격 추이]

출처: 뉴시스

 
[한국의 에너지 정책,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

각국의 에너지 정책은 환경적 차원에서의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많은 부분이 세계 패권 싸움 속 자국의 이익 극대화라는 이해관계에서 결정된다. 아직까지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할 것이냐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원전이 천연가스보다는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는 상황이다. CFE 포럼 출범, 원전 발전 비중 확대, SMR 설치 지원 등 한국의 친원전 정책도 세계적 추세와 흐름을 같이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위험성 문제, 핵 폐기물 처리 문제, 농축 우라늄의 높은 대외 의존도 등을 고려하면 원전이 완전한 해답이 아님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즉, 원전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며 안정성 있는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교량 역할일 뿐, 원전 이외의 다른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단편적으로 원전 확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대외 불확실한 상항에서도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농축 우라늄의 수급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에 미국이 진행하는 고순도 · 저농축 우라늄(HALEU)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는 것과 더불어 해외의 우라늄 농축공장에 대한 지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35년 한미 원자력협정에 앞서서는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와 우라늄 농축에 대한 논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한국이 추진하는 ‘한국형 CF100’에 있어서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부족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이외에 ESS(에너지 저장 장치), 폐배터리 재활용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에 집중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이 주변국가와 상호 전력망 연결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최대한 에너지의 낭비를 막으면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활발한 논의와 투자가 진행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원자력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신재생과 원전 양자택일이 아닌, 상생은 답이 될 수 없나?", 15기 김민서, 19기 이희정,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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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미 정상회담, 원자력 발전의 미래는?", 21기 안연빈,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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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원자력 발전의 미래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안연빈 한미 정상회담 [자료 1. 한미 정상회담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 출처: 아주경제 2022년 5월 21일

renewableenergyfollowers.org

 


참고문헌


[원전으로 탄소중립 꿈꾸는 한국]
1) 김정문, “RE100 대신 CF100 미는 정부, ‘잘못된 시그널’”, 에코타임스, 2023.05.18., http://www.ecotig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157 
2) 박병인, “분산에너지 특별법 시행…전력산업 구조 일대 변혁 예고, “에너지 플랫폼 뉴스, 2023.10.06., http://www.e-platform.net/news/articleView.html?idxno=80666 
3) 박상영, “’국제사회 합의 안 된 원전 정책 지양해야’ 국책기관도 쓴소리”, 경향신문, 2023.10.04., https://m.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310042203005#c2b
4) 이하영, “분산에너지법,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SMR 설치 청신호?”, 이코노믹 리뷰, 2023.06.18.,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614863
 
[세계적으로도 원전 확대 중]
1) 김철민, [이슈트렌드] 중동부유럽, 우크라이나 이후 원자력 수요 증가”, EMERICs, 2023.04.14., https://www.kiep.go.kr/aif/issueDetail.es?brdctsNo=345632&mid=a30200000000&systemcode=07 
2)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월간정세변화] 원자력 발전의 청정 에너지 논쟁 속 원전 건설에 박차 가하는 중동부유럽”, EMERICs, 2023.06.30., https://www.kiep.go.kr/aif/issueDetail.es?brdctsNo=350191&mid=a30200000000&search_option=&search_keyword=&search_year=&search_month=&search_tagkeyword=&systemcode=07&search_region=&search_area=4&currentPage=1&pageCnt=10 
3) 성재경, “라이스타드 에너지가 꼽은 美 ‘청정수소 허브’ 10곳, 월간수소경제, 2023.08.03., https://www.h2news.kr/news/article.html?no=11174
4) 에너지경제신문, “EU 내 재생에너지 확대 갑론을박…프랑스 등 친원전 6개국 지지 철회”, 에너지경제, 2023.06.07., https://m.ekn.kr/view.php?key=20230607010001427 
5) 황장석, “에너지 비상 걸린 미국, 원전 다시 뜬다!”, 동아일보, 2022.05.08., https://shindonga.donga.com/inter/3/04/13/3353341/1
 
[원전 확대, 에너지 자립으로 보기 어려워]
1) 이본영, “미국이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수입을?...’이중 플레이’ 논란”, 한겨레, 2023.06.15.,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096074.html
2) 이유호, “경제안보 시대의 새로운 뇌관 ‘우라늄 농축’ 시장에서 무슨 일 벌어지나”, 지구와 에너지, 2022.07.03., http://www.earthenerg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92
3) Jack Ridilla, “Re-establishing American Uranium Leadership”, CLEARPATH, 2023.09.27., https://clearpath.org/our-take/re-establishing-american-uranium-leadership/
 
[한국의 친원전 정책, 공급망은 안전할까]
1) 이승주, “러-우크라전에 우라늄 가격 2배…원전 생태계 복원은?”, 뉴시스, 2023.09.08.,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30907_0002442441
2) 이유호, “경제안보 시대의 새로운 뇌관 ‘우라늄 농축’ 시장에서 무슨 일 벌어지나”, 지구와 에너지, 2022.07.03., http://www.earthenerg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92 
 
[한국의 에너지 정책,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
1) 박상영, “’국제사회 합의 안 된 원전 정책 지양해야’ 국책기관도 쓴소리”, 경향신문, 2023.10.04., https://m.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310042203005#c2b
2) 정세영, “韓 우라늄 수급엔 문제없나…美 HALEU 공급망에 참여하거나 자급 기반 마련해야”, 전기신문, 2023.01.02.,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3497
3) 최준영, “유럽이 경쟁적으로 ‘원전 부활’ 외치는 이유[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시사저널, 2021.11.03.,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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