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생산하면서 해수 담수화까지, ‘일석이조’ 해수전지
전기 생산하면서 해수 담수화까지, ‘일석이조’ 해수전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김석언
[리튬이온전지의 한계, 해수전지의 등장]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차전지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현재 이차전지 시장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단연 리튬이온전지다. 리튬이온전지는 기존에 있던 이차전지와 비교할 때 용량과 수명 특성이 훨씬 뛰어나고, 부피가 작아 휴대성이 극대화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는 화재 위험이라는 안전성 문제가 있고, 사용되는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의 금속 채굴 과정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희귀금속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나트륨같이 지구상에 풍부한 다른 원소로 대체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중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졌을 뿐 아니라 한국이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해수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해수전지가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면서 바닷물을 마실 수 있는 수준의 담수로 만드는 ‘해수 담수화’까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측면이 특히 부각되고 있다. 해수전지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이를 해수 담수화에 이용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해수전지의 작동 원리]
[자료 1. 기본적인 해수전지의 구조]
출처 : Small
해수전지는 말 그대로 바닷물을 이용해 작동하는 전지이다. 구체적으로는 나트륨 이온이 풍부한 바닷물이 양극활물질이 되어 나트륨 이온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인 해수전지의 구조는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된 리튬이온전지와 비슷하다. 음극활물질과 집전체로 이루어진 음극이 유기 전해액에 담겨 있고, 양극활물질인 바닷물 안에 집전체가 담겨 있다. 양극의 경우 음극과 달리 대기에 노출된 개방 구조이다. 두 전극 사이에 있는 두 개의 고체 전해질은 나트륨 이온 또는 염소 이온만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면서 전극 간의 접촉을 막는 분리막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작동 원리도 리튬이온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충전 시에는 나트륨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음극에서는 나트륨 금속이 석출되고, 전자도 도선을 따라 음극으로 이동해 음극활물질에 저장된다. 양극에서는 산소 기체가 발생하는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방전 시에는 나트륨 이온과 전자가 다시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에너지가 생성되고, 양극의 산소는 다시 환원된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해수 담수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해수전지의 해수 담수화]
[자료 2. 해수 담수화 방법]
출처 : Texas Comptroller
바닷물과 담수의 가장 큰 차이는 아마 ‘짠맛’일 것이다. 바닷물에는 다양한 물질이 이온 형태로 용해되어 있는데, 이 중 9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소금(염화나트륨)이 이온화된 형태인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다. 따라서 바닷물을 마실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해수 담수화의 방법으로는 증발법과 역삼투법이 있다. 증발법은 바닷물을 가열해 발생한 증기를 응축시켜 모아 담수를 얻는 방법이고, 역삼투법은 삼투현상을 역으로 이용하여 반투막을 통과시켜 담수만을 얻는 방법이다.
[자료 3. 해수전지-해수 담수화 시스템]
출처 :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해수전지는 이와 다른 전기화학적 방식으로 해수를 담수화한다. 해수전지의 충전 과정에서 나트륨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고 양극에서는 산소가 발생하는 동시에 수소 이온도 발생한다. 수소 이온은 환원되려는 경향을, 염소 이온은 산화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염소 이온이 고체 전해질을 통과해 수소 이온과 직접 반응한다. 따라서 전지가 충전되면서 두 고체 전해질 사이에 있는 물의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 모두 제거된다. 해수전지가 방전되면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 원래 위치로 이동하므로 해수 담수화를 위한 해수전지는 양극이 한 개 더 있는 구조로 충전 부위와 방전 부위가 나눠진다.
[해수전지의 특징과 활용]
[자료 4. 해수 담수화 플랜트에서 해수전지의 활용]
출처 : Small
해수전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무한한 자원인 바닷물을 사용해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양극이 개방된 구조인 데다 물을 사용하는 만큼 열 제어와 화재에 강한 등 열적 안정성이 뛰어나다. 물론 리튬보다 더 무겁고 에너지밀도가 낮은 나트륨을 이용하고, 고체전해질의 저항이 높아 출력 특성이 떨어지기에 아직은 전기차와 같은 분야에 활용되기는 어렵지만, 해수 담수화 분야에서는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받는다. 해수전지는 다른 전기화학적 해수 담수화 기술보다 더 높은 처리 용량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해수 담수화 기술과 달리 고체 전해질의 이온 선택성에 의존해 나트륨과 염소 이온을 제거해 효율이 약간 떨어지지만, 이는 약간의 여과 공정을 추가하는 시도로 보완될 수 있다. 또 해수 담수화를 거치는 동시에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만큼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우수하다. 실제로 역삼투법 공정에서 일부 구간에 기존의 시스템 대신 해수전지를 도입했을 때 약 50kWh/m3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보고된 바 있다.
[해수전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이차전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리튬이온전지의 자리를 넘보는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도 짧은 시간에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흐름에서 해수전지는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충족하면서 해수 담수화까지 수행할 수 있는 독특한 기능을 갖는 만큼 특히 더 눈여겨 볼만하다. 연구 초기인 만큼 아직 극복해야 할 한계들도 있지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재와 셀 디자인 측면을 개선하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전지는 성능과 수명 특성이 좋고, 소재가 친환경적이면서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만능전지’를 개발하는 것은 힘들고 도전적인 일이지만, 이러한 연구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리튬이온전지가 몇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듯이, 해수전지도 성능향상 연구와 활용처 확장을 통해 미래에는 실생활에 활용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해수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바다가 주는 무한한 에너지 '해수전지'", 17기 백도학,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2939
2.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잡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담수화", 19기 정지영, 20기 김지원, 21기 장세희, 22기 유현서, 정이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794
참고문헌
[리튬이온전지의 한계, 해수전지의 등장]
1) 이건한, "바닷물로 소금만? 배터리도 만든다...'해수전지' [테크다이브]", 디지털데일리, 2023.07.09, https://www.ddaily.co.kr/page/view/2023070812242801400
[해수전지의 작동 원리]
1) Stefanie Arnold et al, "Dual-Use of Seawater Batteries for Energy Storage and Water Desalination", Small, 18, 2107913, 2022.08.31
[해수전지의 해수 담수화]
1) 두산백과, "해수 담수화",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62075&cid=40942&categoryId=32335
2) S. T. Senthilkumar et al, "Emergence of rechargeable seawter battery",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7, 22803, 2019.10.07
[해수전지의 특징과 활용]
1) 김영식, "리튬이온전지의 원리와 탄생, 그리고 노벨상", HORIZON, 2020.03.25, https://horizon.kias.re.kr/1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