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녹색 나들이 시리즈] 유행 타는 의류 산업의 친환경성은 어떻게?
[취재] [녹색 나들이 시리즈] 유행 타는 의류 산업의 친환경성은 어떻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태현, 25기 김승현, 김해원
[패스트 패션의 건재함]
패션계의 유행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계절이 바뀌며 입는 옷도 달라지고, 올해 입었던 옷을 내년에 다시 입지 않을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마다 수 벌의 새 옷을 사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고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옷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
[자료 1. 매년 버려지는 많은 양의 의류]
출처 : 이투데이
실제로 매년 6천만 톤의 의류가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된 의류 중 70%가 넘게 판매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패스트 패션 때문에 판매됐던 옷도 금방 버려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심지어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의 60%는 잘 분해되지도 않는 합성 섬유 소재이며, 이들은 독성 물질도 배출해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들은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아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버려질 때마다 다방면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헌 옷 수거함에 버려진 옷도 95%는 개발 도상국으로 수출되고 그 중 상당 부분이 개발 도상국에서 버려지고 있다. 수출에도 온실가스를 배출하기에 이 방법이 친환경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더 많은 의류가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슬로우 패션 움직임을 장려하고 있다. 슬로우 패션이란 2007년에 영국의 지속 가능 패션 센터의 케이트 플래처가 처음 사용한 말로, 패션을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입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옷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자신의 개성에 맞는 옷을 입거나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의 옷을 입으며 옷을 최대한 오래 입고 버려지는 옷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미국에서는 저렴한 가격, 빠르게 바뀌는 유행 등의 이유로 패스트 패션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만연한 상태이다.
[라마홈에 방문하다]
[자료 2. 라마홈의 모습]
출처 : ⓒ25기 김해원
이처럼 많은 폐기물이 발생하는 의류 산업에서 온실가스를 덜 배출할 필요성을 느꼈지만, 이를 위해 어떤 옷을 구매하고, 그 옷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현재 패스트 패션과 슬로우 패션의 동향은 어떻게 되고 슬로우 패션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살펴보기 위해 슬로우 패션이 반영된 제품을 판매하는 라마홈을 방문했다.
[자료 3. 라마홈 가게 전경]
출처 : 라마홈 제공
라마홈은 친환경 의류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소품샵으로, 2019년에 서촌에서 개업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강도 원단을 통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부터 무농약 원료로 제작한 옷, 여러 친환경적인 방식을 이용해 만들어진 생활용품까지 다방면에 거쳐 판매하고 있다. 물건을 판매하는 곳 안쪽에는 옷을 만드는 작업장을 볼 수 있었다.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옷을 판매했고, 왼쪽에는 주로 생활용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마홈을 주로 방문하는 사람은 지난번에 취재한 나아지구와 사뭇 달랐다. 나아지구는 주변 중부시장이나 유명한 냉면 가게에 방문한 사람들이 중간에 들렀던 반면, 라마홈은 서촌과 주변 부암동, 삼청동, 평창동에 거주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방문했다. 라마홈 사장인 이하나(42) 씨는 "백화점이나 인터넷에서 옷을 사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자주 방문한다"고 했다. 또한, 주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 라마홈에 오는 사람들이 필요할 때마다 옷이나 생활용품을 사러 가게에 방문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연스러운 친환경 생활]
다른 제로웨이스트숍과는 달리 라마홈은 ‘억지로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보다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이 씨는 가게를 개업하기 전에 옷 한 벌을 10년씩 입었으며, 이전부터 실천했던 자신의 방식을 가게에 표현했다. 친구와 함께 이전에 실천했던 생활 양식을 가게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라마홈은 자연스러운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누군가는 티백을 이용하는 것보다 차를 우려먹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이 시간을 내고 환경을 만들어 차를 우리기는 쉽지 않다. 티백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친환경을 억지로 실천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접근한다면 기업의 단순한 마케팅에 그칠 것이다. 이는 친환경적 행위가 오래, 지속적으로 가지 못하고 단기적으로 끝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료 4. 로고를 새기지 않은 가방]
출처 : 라마홈 제공
이 사장은 더욱 자연스러운 친환경 실천을 위해 본인이 생활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을 하나하나 살펴봤으며, 이 부분 위주로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라마홈은 옷을 사 갈 때 담아주는 천 가방에 로고를 삭제했다. 이를 통해 인쇄비를 절약하고, 인쇄하는데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재활용률도 증가하며,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로고가 없는 해당 천 가방으로 물건을 담아 또 다른 제품을 선물할 수 있다는 많은 장점이 있다. 해당 친환경적인 생활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자연스러운 친환경 생활도 하나의 움직임으로 자리하고 있다.
[자료 5. 자투리로 만든 코스터와 고리]
출처 : 라마홈 제공
또한, 라마홈은 의류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옷을 제작하면 만들고 남은 작은 조각인 자투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투리로 코스터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 방법을 통해 제작된 코스터가 한쪽에 전시돼 있었다. 또한, 더 작은 조각은 예술가에게 판매해 예술가가 예술 작품이나 꾸미는 용도의 제품을 만드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자투리를 버리지 않음으로써 친환경에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의류 산업에 불어오는 변화]
아직도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의류 기업이 ESG를 지키기 위해 조금은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 씨는 옷을 생산하는 주기가 짧은 여러 기업이 조금이나마 친환경적인 요소를 추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의류 박람회에서도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씨는 일부 기업이 마케팅을 위해서 친환경적 요소를 사용하는 기업이 많다며 단순히 마케팅을 위해서 친환경을 사용하기보다는 의료 제작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를 재사용, 재활용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함을 피력했다.
소비자 역시 슬로우 패션을 실천하고 환경친화적 생활을 실천함으로써 뿌듯함을 느끼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친환경 관련 가게들도 생기고 소비자도 이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 디자인]
슬로우 패션의 한 결로 타임리스 디자인(Timeless Design)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번에 방문한 라마홈도 타임리스 디자인을 주목적으로 한 가게이다. 타임리스(Timeless)란 일반적인 개념으로 시간의 흐름이나 패션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수년 동안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미적 가치만을 넘어서 지속가능성과 환경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변화하는 유행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데 이바지한다.
Timeless design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고전적인 디자인을 통해 제품의 수명을 연장한다. 이는 제품을 장기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의 소모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감소시킨다. 또한, 지속 가능한 소재의 선택과 결합하여 환경적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산업 제품군처럼, 의류 산업도 제품의 생산, 배송,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 Timeless design을 적용한 제품은 덜 자주 교체되므로, 전체 생산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고품질의 가구나 패션 아이템이 수십 년 동안 사용될 수 있으면, 그만큼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 채취, 가공,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Timeless design의 가치를 인식하는 소비자들은 더 지속 가능한 소비 패턴을 개발한다. 이러한 소비 패턴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질 좋은 제품에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환경보호에 이바지한다.
[자료 6. 리투아니아 린넨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
출처 : 라마홈 제공
라마홈의 주목할 만한 특징이자 라마홈의 모든 제품의 재료로 쓰이는 리투아니아 린넨은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에서 주목받는 소재 중 하나이다. 본래 린넨은 아마(Flax) 식물에서 얻어지며, 리투아니아는 이 린넨의 고품질 생산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린넨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그 가치가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 리투아니아 린넨의 지속 가능성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농업 방식, 높은 내구성과 재활용 가능성, 에너지 소비량 감소, 그리고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통해 입증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리투아니아 린넨을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에서 중요한 소재로 만든다. 따라서, 리투아니아 린넨은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게들이 겪는 어려움]
연희동에는 다양한 소품 가게가 줄지은 거리가 있다. 이 거리에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면 높은 원가로 수익을 많이 남기기 힘들며, 값싼 재료로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생산 방식이 아니므로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게는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가게를 운영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 쉬울 것이다. 또한, 서촌, 성수, 연희동 같은 이른바 ‘핫플레이스’에서 자리를 오래 잡아가기 위해선 가게만의 특별한 상품 혹은 마케팅 같은 일종의 무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영업난 극복을 위해선 다른 가게와의 차별성이 추가로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 가게와는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기에 이용하는 방문객의 폭이 작아지게 되는데, 여기에 특별성을 극복할 방법과 금전적인 문제까지 더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씨는 이같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게들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으로 운영하는 제로웨이스숍은 적은 인력과 자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서로의 도움이 중요하다. 실제로 이 씨는 코로나로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 주변의 가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촌은 여러 소품 가게가 자리 잡은 곳인 만큼 다른 지역에서 서촌을 놀러 오는 사람들은 한 가게만을 목적으로 동네를 구경하기보다는 여러 곳을 목적지로 설정한다. 이 씨는 이러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변의 친환경적 요소를 갖춘 가게들을 하나의 ‘루트’로 만들어 방문하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므로 가게끼리의 정보 공유와 이끎은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독립적으로 가게 운영하기보다는 가게끼리의 연대가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게의 유지에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미리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가게는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또 다른 가게를 손님에게 소개하고, 도움을 받은 가게도 다시 새로 시작하는 가게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을 통해 이 체재가 운영되고 있다. 가게 운영뿐만 아니라 제품 협업도 이루어진다. 라마홈은 라마홈의 주 소재인 리투아린넨을 이용해 서촌에 있는 다른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게와 함께 리투아니아 린넨으로 만든 커피 필터를 제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의류 산업에서 친환경성의 방향]
[자료 7. 라마홈의 유행을 타지 않는 옷]
출처 : 라마홈 제공
현대 사회에서 의류 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행과 소비자의 높아진 환경 의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타임리스 디자인의 개념과 현황, 그리고 이를 통해 의류업계가 다른 디자인에 비해 어떻게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지속 가능한 패션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이는 변화하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한다.
또한, 라마홈과 같은 친환경 요소들을 도입한 가게들의 사례는 의류 산업이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러한 가게들이 겪는 어려움과 이들 간의 연대는 친환경 의류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물들을 드러내며, 이를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다.
소비자에게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가 굳이 시간을 들여야 친환경을 이룰 수 있다면 일회성 실천으로 끝나게 된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친환경을 이룰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장기적으로 보고 친환경을 계획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할 때, 의류 산업의 미래 방향성은 단순히 패션 흐름을 따르는 것을 넘어서 환경과 인간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다. 타임리스 디자인의 채택, 친환경 제품의 생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커뮤니티의 연대는 의류 산업이 탄소중립을 실현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원칙들을 바탕으로,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의류 산업의 변화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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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자 집 NO! 옷 집 YES!", 22기 박주은, 이선민, 홍세은, 23기 강민수,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961
2. "지구를 위한 옷은 없다?", 22기 최정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921
참고문헌
[패스트 패션의 건재함]
1) 기소연, "'패스트' 가고 슬로우 온다... 버리지 말고 입자!", 오마이뉴스, 2024.05.11, https://ojs7.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29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