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기후변화-환경

지구를 위한 옷은 없다?

by R.E.F. 22기 최정우 2023. 2. 20.

지구를 위한 옷은 없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최정우

 

유행 따라 빠르게 이루어지는 생산과 소비

계절에 앞서 옷을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행에 맞춰 옷을 바로바로 만들어내는 ‘자가상표부착제 유통방식’, 즉 SPA 브랜드가 패션 산업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생산에서 유통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여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 상품 회전율이 빠르므로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ZARA, 유니클로, 포에버21, GAP, H&M 등이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이다.

[자료 1. 패스트 패션 브랜드]

출처 : BBC NEWS 코리아

일반적인 의류 브랜드들은 계절의 변화에 맞춰서 신상품을 출시한다. 시즌에 맞춰 1년에 4번 상품을 교체하여 판매 수명도 6개월 정도이며, 잘 팔리지 않는 옷은 아울렛으로 보내 염가에 판매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은 이러한 과정을 극도로 단축해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을 예측하고 유행을 파악하여 1~2주 단위로 신상품을 선보인다. 즉, 기존의 브랜드들이 1년에 4번의 시즌이 있다면 패스트 패션에는 52번의 시즌이 있는 셈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트렌드에 맞는 옷을 더 많이 살 수 있어 SPA 브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패스트 패션은 21세기 패션 산업을 주도해 왔으며, 현재 세계 패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옷을 일회용품처럼 소비하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홍콩 비영리 환경단체 Earth.Org는 지난 2022년 지구 위기 보고서 ‘2022년의 가장 큰 환경문제 12가지(12 Biggest Environmental Problems Of 2022)’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다룬 12가지 환경문제에는 ‘패스트 패션과 섬유 폐기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패션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직물 생산 과정부터 의류 폐기물처리까지 패션 분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항공과 해운 분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셈이다.

[자료 2. 의류 생산 단계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패션 산업의 환경적 영향]

출처:세계일보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옷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원재료에서 나온다. 패션 산업에 쓰이는 면화는 세계 농지의 약 2.5%를 사용며, 염료 사용 등의 의류 생산 과정에는 4,300만 톤의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폴리에스터를 비롯한 합성 재료들은 매년 3억 4,200만 배럴의 기름을 요구하며,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는 완전히 분해되는 데 최장 200년이 걸리는데, 이는 타이어나 플라스틱 폐기물만큼이나 환경에 해롭다.

또한, 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만 물 7,500리터가 필요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물이 사용된다. 섬유 염색 등 의류 제조 과정에서 전 세계 폐수 발생량의 20%가 배출된다. 이는 약 930억㎥로, 매년 500만 명이 생존에 쓸 수 있는 물의 양에 해당한다.

[자료 3.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의 양]

출처: BBC NEWS 코리아

빠른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만큼 옷이 넘쳐나게 되면서 안 입는 옷이 늘어나고 의류 폐기물도 증가함에 따라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버려지는 옷들

사람들의 옷 소비는 정점에 달하면서 소비자 1명의 옷 구매량은 급증하여 전 세계적으로 매년 5,600만 톤의 의류 구매가 일어나고 있다. 이 기세로 보아 2030년이면 9,300만 톤으로, 2050년에는 1억 6천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의류 판매가 최대 65% 증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년 발생하는 섬유 폐기물은 현재 약 9,200만 톤에서 1억 3,400만 톤으로 급증할 것을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자료 4. 아타카마 사막에 버려진 옷들]

출처: 세계일보

오래전부터 엄청난 양의 의류 섬유가 저개발 국가에 버려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인 칠레의 아타카마(Atacama) 사막은 옷들에 뒤덮인 ‘쓰레기 산’으로 변모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칠레는 그동안 중고나 팔리지 않은 옷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해 왔다. 매년 칠레로 밀려오는 의류는 약 5만 9천 톤이며, 그중 최소 3만 9천 톤이 아타카마 사막에 버려진다. 대부분 생분해성이 없는 데다 화학 성분이 함유돼 있어 지자체 매립지들에서 퇴짜를 맞은 것들이다. 이와 같은 섬유 폐기물 문제는 패스트 패션에 의해 더욱 악화 중이다.

칠레와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옷 약 1,000억 점이 만들어지며, 절반 이상은 구매 후 1년 안에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보내진다. 매립지에 묻힌 옷들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유독가스를 배출하며, 소각 처리할 경우에도 대부분이 합성섬유이므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지구를 위한 옷은 없다?

한편, 전 세계 기업 대부분이 기후변화에서 그들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각국 패션 업계 안팎에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 노력을 시작했다. 130여 개의 패션 및 섬유회사들이 ‘기후 행동을 위한 유엔 패션 산업 헌장(United Nations Fashion Industry Charter for Climate Action)’에 서명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 달성에 전념할 것을 기대했다.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ZARA는 사용하지 않는 의류에 새로운 용도를 더하는 것을 목적으로 의류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의류를 ZARA 매장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에 넣거나, 온라인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부 수거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기부된 의류는 ZARA와 협력하는 비영리 단체에 보내지며 그곳에서 새로운 용도로 활용된다.

[자료 5. ZARA 매장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

출처: ZARA

의류 재활용에 대한 노력 또한 이루어져 왔지만, 전 세계 의류 소재의 재활용 비율은 12% 정도였다. 재활용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는 주로 '옷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에서 비롯된다. 옷을 만드는 천은 섬유와 접착제 액세서리의 조합이다. 섬유는 천연 실과 인공 필라멘트, 플라스틱과 금속의 혼합물 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옷 소재를 분류해 재활용하는 게 쉽지 않다. 수작업으로 하는 직물 분류는 숙련된 노동력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게다가 혼합 섬유로 만든 옷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기계 작업도 어려워졌다. 또한, 분류되더라도 실을 재사용하려면 섬유 속 염료를 제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섬유 재활용 기술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지속가능한 의류 산업을 위해서는 직물과 섬유, 옷이 재활용이 쉽게끔 만들어지는 즉,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새활용, ‘업사이클링(Upcycling)’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은 버려진 트럭용 방수천과 자전거 내부튜브, 자동차 안전띠 등 폐소재로 심미적 디자인을 고려해 만든 가방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자료 6.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

출처: FREITAG

인도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 두들리지(Doodlage)는 옷 공장에서 수거한 자투리 천 조각을 잇대 드레스와 인도 전통 의상인 사리를 만든다. 옷을 만들고 남는 것은 버리지 않고 가방과 지갑, 봉제완구, 포장재를 만드는 데 쓴다. 세계 최초 중고 의류 수입국이자 가장 많은 의류 소비국 중 하나인 칠레의 에코시텍스(Ecocitex)는 버려진 섬유와 의류들로 실을 만든다. 매주 폐기물 약 1톤이 실로 재탄생하며, 그 과정에서 물이나 화학물질은 쓰지 않는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을 때 노숙인들에게 털모자 1,000여 개를 기부하여 화제가 되었다.

지속가능한 의류를 위한 새로운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패션 디자이너 데닛 펠레그는 집에서도 3D 프린팅 의류를 만들어 입을 수 있도록 특수 필라멘트 재질을 개발했다. 필라 플렉스(Fila flex)라 불리는 필라멘트와 3D 프린터만 있으면 집에서 직접 의상을 디자인해 만들어 입을 수 있다. 사과 껍질을 다른 폴리우레탄과 결합해 가볍고 내구성 있는 친환경 섬유를 만드는 등 과일 껍질로 만드는 과일 섬유도 등장했다. 이외에도, 태양전지를 천 형태로 제작해 접어서 옷을 제작하는 ‘태양광 발전 섬유’ 등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Buy Less, Wear Longer

이처럼 곳곳에서 친환경 패션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소비자의 역할 역시 중요하게 자리했다. 의류 소비량과 폐기물이 급증하는 지금,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의류를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는 것이다.

친환경 의류 소비 습관으로는 품질이 좋거나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사기, 훼손된 옷을 수선하여 입기, 옷을 바꿔 입거나 입지 않는 옷 나누기, 온라인 거래 등의 방법이 대표적이다. 또한, 옷에 의미를 부여하면 더 오래 입을 수 있다. 특별한 날 입은 옷은 쉽게 버리지 못하며, 특정 바지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면 그 바지를 더 자주 입게 된다. 이처럼 옷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 옷을 입을 때 기분이 좋아질뿐더러 옷을 더 사랑하고 아껴 입을 수 있다.

[자료 7. MC 해머가 애용하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바지']

출처:BBC NEWS 코리아

옷의 전체 수명에서 세탁, 건조 및 다림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적으로 36%를 차지한다. 세탁 횟수 줄이기, 세탁기 물 온도 낮추기, 다림질이나 건조 횟수를 줄이는 것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세탁 전에 옷의 색상과 세탁온도에 따라 옷을 분류하고 옷을 세탁기에 넣은 후 옷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이 하나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여유로 세탁기를 채워 세탁하면 불필요한 세탁을 줄일 수 있다. 대부분의 세제는 낮은 온도에서도 세탁이 잘 된다. 40도 온도로 세탁하면 60도 온도로 세탁할 때보다 에너지 소모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빨래 후에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조기 대신, 자연적으로 건조하는 것을 권장한다. 드라이클리닝은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세탁 방법으로, 유기용제가 배출되면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재생 가능 이산화탄소를 사용하여 옷을 세탁하는 친환경적인 방법도 생겨나고 있으므로 드라이클리닝 시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실적으로 패션 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옷장 안에 있는 옷을 더 많이 입는 것이다. 순환 경제로의 전환 촉진을 위해 활동하는 영국의 엘런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기존 옷을 입는 횟수를 2배 늘리면 의류 부문 탄소 배출량을 44%까지 감축할 수 있다.

[자료 8. 유행에 따른 의류 소비]

출처: 대신증권

호주 보그지의 지속가능성 편집자이자 '옷장의 위기(Wardrobe Crisis)'의 저자인 클레어 프레스는 "속도를 늦추고, 옷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엇을 입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자원과 창조적인 자원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세요."라고 말했다.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유행이 지나가면서 어느덧 쉽게 소비하고 쉽게 버리는 것에 익숙해졌다. 우리가 무심코 소비해 온 옷들과 현재 소비 경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패션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Fast Fashion, 그리고 의류의 제품 환경성", 20기 김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19

2. "내면의 멋까지 가져보자! 국내와 해외의 지속가능한 패션", 15기 김상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2851


참고문헌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1) DEENA ROBINSON, Earth.Org, “14 Biggest Environmental Problems of 2023”, 2023.01.09., https://earth.org/the-biggest-environmental-problems-of-our-lifetime/

2)  “사막에 나타난 쓰레기산? 대체 무슨 일이”, MG새마을금고, 2021.12.16.,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940060&memberNo=10186554&vType=VERTICAL

3) “환경 우려 부르는 패스트 패션... 해결책은?”, BBC NEWS 코리아, 2022.06.26.,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1864499

 

[버려지는 옷들]

1) 나명진, “버려지는 옷들 ‘어디로 갈까’”, 뉴스트리, 2021.09.27., https://www.newstree.kr/newsView/ntr202109070002

2) 박진영, “합성섬유 완전 분해 200년 걸려… ‘패스트 패션’ 폐해 심각 [세계는 지금]”, 세계일보, 2021.12.04., https://www.segye.com/newsView/20211129518841

 

[지구를 위한 옷은 없다?]

1) “옷을 재활용하기가 어려운 까닭”, BBC NEWS 코리아, 2020.07.19., https://www.bbc.com/korean/53461066

2) ‘친환경 의류: 자라에 헌옷 수거함이 생기는 까닭’, BBC NEWS 코리아, 2019.07.19.,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49028607

3) “패션: 힙한 친환경 패셔니스트가 되는 10가지 방법”, BBC NEWS 코리아, 2019.01.15.,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46833968

4) 김경은, “프라이탁, 친환경이 ‘트렌디’함을 얻기까지[플라스틱 넷제로]”, 이데일리, 2022.11.06.,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61126632523096&mediaCodeNo=257&OutLnkChk=Y

 

[Buy Less, Wear Longer]

1) “환경을 보호하는 세탁 방법”, H&M, https://www2.hm.com/ko_kr/customer-service/product-and-quality/garment-care/conscious-washing.html

2) “옷을 재활용하기가 어려운 까닭”, BBC NEWS 코리아, 2020.07.19., https://www.bbc.com/korean/5346106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