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ke] 보험업계도 비상 : 기후위기와 재보험 비용 급증
[Remake] 보험업계도 비상 : 기후위기와 재보험 비용 급증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진희윤
[역대급 더위가 찾아온다]
2020년 한반도 폭우 사태를 비롯해, 우리나라는 매년 극한 기후를 갱신하고 있다. 기상청과 정부가 합동 발간한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 호우로 인해 총 53명(사망 50명, 실종 3명)의 인명피해와 8,071억 원(공공 5,751, 사유 2,320(잠정))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해 연평균기온은 13.7도로 기상관측망 확충 이래 가장 높았으며, ‘이상고온’이 발생한 날은 57.8일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 여름, 역대급 폭우와 찜통형 더위가 예고됐다. 대구, 울산은 작년보다 일주일 빠른 지난 11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으며, 세계기상기구 또한 작년보다 더 뜨거울 가능성이 86%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사태에 가장 민감한 업계 중 하나는 바로 보험업계이다. 특히, 이상기후로 인해 보험사의 보험사인 재보험사의 비용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자료 1. 텍사스주의 한 주택 앞의 온도계]
출처 : 중앙일보
[기후변화로 흔들리는 보험시장]
기후변화로 인해 각종 보험사의 작년 해외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계의 해외 지사가 거둔 실적은 1590만 달러(약 208억) 적자로 집계했다. 전년도의 1억2250만 달러 흑자와 비교했을 때, 정반대의 실적을 거둔 것이다.
[자료 2. 보험회사 해외점포 당기손익 현황]
출처: 금융감독원
모든 보험사가 쓴맛을 본 것은 아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생보사가 지난해 해외영업에서 6030만 달러 당기순이익을 거둔 반면, 손보사는7620만 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괌에서 발생한 제2호 태풍 ‘마와르’와, 지난해 8월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발생한 산불로 총 1억6000만 달러의 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기후변화에 따라 해외점포의 재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보험사는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해외점포의 재무 건전성 및 사업 진행 상황 등을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호주는 기후변화가 심한 지역은 보험사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기후 변화로 재해 지역에서의 보험과 금융 서비스 등이 취약해지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에서 보험사를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 재난의 피해가 날로 심해지며 이에 대한 보상 청구도 증가함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역을 떠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된다면, 보험이 없는 지역은 금융 기관에서 신규 대출을 받기도 어렵고, 재난 피해를 보았더라도 기존 보험금을 수령하기 어려워지는 악의 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로 보험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보험사의 보험사, 재보험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의 보험’인 재보험에 줄을 서고 있다. 보험이 개인이나 기업의 손실을 보상해 준다면, 재보험(reinsurance)은 보험사의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상해 준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가 급증했지만, 실제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액이 약 400억 원에 그쳤던 것도 재보험사의 역할이 컸다. 손해보험사의 재보험 가입으로 피해액의 28.2% 수준만 지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재보험사의 비용 부담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 3. 각국의 재보험사]
출처: 서울경제
스위스 재보험사인 스위스리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 손실은 2022년 1,252억 달러로, 1992년 500억 달러에서 2.5배 늘어났다. 그리고 이는 재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무디스가 2023년 1월 갱신된 재보험을 중심으로 실제 요율이 얼마나 올랐는지 분석한 결과, 7.5%를 훨씬 웃돌았다. 장윤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보험 갱신 시기인 지난 7월, 보험회사들의 재보험 수요가 증가했지만, 희망 수준의 조건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자연재해의 위험 모델 측정이 어렵고 관련 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재보험사도 담보 제공을 꺼리는 상태이다.
[보험업계의 발 빠른 대비책 필요]
[자료 4. 증가하는 경제적 피해액과 피해 보상액]
출처: 중앙일보
이상기후는 가속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대응은 한발 느리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변화 영향을 늦게 반영한 탓에 손실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이 보험사와 재보험사의 뒤처진 대응의 원인으로 몇 가지 이유를 꼽았는데, 보험 계약 기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을 매년 갱신하는 것이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보험 회사들은 아직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고수하며, 기후변화 가속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부랴부랴 기후변화를 예측할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기후변화는 언제나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미지수이다.
국내 보험사들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다. 기후보험 관련 상품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보험료 산정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의 기후 관련 보험 활성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이상 기후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보험 상품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2차 위험까지 고려한 위험 대비 모델을 구축하여 기후 리스크가 만성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올해 여름에도 무시무시한 폭우와 더위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최대한의 대비를 한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하지 않을까. 보험업계와 더불어 국내외 기업들은 기후 리스크가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집중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와 금융업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기후위기, 보험업도 피해갈 수 없다", 24기 변지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64
2. "기후변화와 금융의 대응, 녹색금융 길라잡이 [입문] ", 19기 김세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297
참고문헌
[역대급 더위가 찾아온다]
1) 윤슬기, "韓·中 역대급 더위 온다…기상이변에 불가마 더위 속출", 아시아경제, 2024.06.15, https://view.asiae.co.kr/article/2024061410361804885
[기후변화로 흔들리는 보험시장]
1) 김연지, "호주, 기후변화 심한 지역 보험사 철수 검토..."경제 전반에 연쇄적 영향 ”", ESG경제, 2024.03.12,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6069
2) 신도, "기후변화 때문에…보험사 작년 해외실적 적자전환", 아시아타임즈, 2024.04.30,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40429500388#_mobwcvr
[보험사의 보험사, 재보험사]
1) 오효정, "기후변화가 흔드는 보험시장…보험사의 보험 '재보험'에 줄 선다", 중앙일보, 2023.10.0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6405#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