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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Remake] [취재] 친환경 야구, 진짜 친환경일까?

by R.E.F. 23기 김태현 2024. 4. 24.

 

[Remake] [취재] 친환경 야구, 진짜 친환경일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태현

 

[이전 기사에서 언급한 친환경 정책]

2020년대에 들어오며 프로야구도 친환경 관련 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일회용 응원 도구 사용 금지다. 고척스카이돔과 수원KT위즈파크를 시작으로 여러 야구장이 일회용 응원 도구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서 파는 응원봉에 대한 규제는 이루어지지 않아 잠실야구장에서는 2024년에도 일회용 막대풍선을 볼 수 있다. 2023년 11월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계도 기간이 끝나 야구장에서 일회용 응원 도구 판매 적발 시 3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경기장 밖에서 파는 사람들에게는 이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잠실야구장에서도 일회용 막대풍선의 비중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구단에서는 공식적으로 일회용 응원 도구를 전면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KBO 10개 구단은 다회용 응원 도구인 응원 배트를 도입했다. 이 배트는 막대풍선보다 내구성도 좋고 휴대하기도 편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응원 배트 외에도 kt 위즈는 응원 배트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는 비트배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KT 응원단이 컨트롤러로 구장에 있는 모든 관중의 비트배트를 조종하며 응원이 진행되는 것이다.

 

[짝짝이, 클래퍼와 중앙 제어식 LED 응원봉]

[자료 1.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짝짝이와 클래퍼]

출처 : 롯데 자이언츠 샵SSG 랜더스 샵

이후에도 일부 구단에서는 또 다른 응원 도구를 출시했다. 먼저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는 짝짝이(클래퍼)를 출시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짝짝이라는 이름을, SSG 랜더스는 클래퍼라는 이름을 채택했다. 짝짝이는 흔들면 소리가 나는 손바닥 모양의 응원 도구로, 우리에게 친숙한 응원 도구이지만 지금껏 야구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던 응원 도구였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롯데 자이언츠가 비말 감염을 우려해 새 응원 도구인 짝짝이를 출시했다. 2023년에는 기존 플라스틱 짝짝이보다 더 친환경적이고 환경 호르몬도 적게 검출되는 나무로 된 우드 짝짝이를 출시했다. 가격은 2024년 4월 기준 플라스틱 짝짝이가 3,000원, 우드 짝짝이가 9,000원이다. SSG랜더스는 2022년부터 클래퍼를 출시했는데, 팀 마스코트인 랜디의 발 모양을 본떠 제작했다. 가격은 2024년 4월 기준 3,990원이다. 2023년에는 손가락으로 팀 이름 Landers의 첫 번째 철자인 L 모양의  클래퍼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구단은 기존 응원 도구와는 다른 다회용 응원 도구를 출시했다.

키움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SSG 랜더스도 kt 위즈의 비트배트와 같은 중앙 제어식 LED 응원봉을 출시했다. 해당 응원봉은 중앙 제어식 시스템으로 홈 경기 때 경기장에 있는 같은 종류의 응원봉이 모두 같은 색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수동으로도 빛을 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자료 2.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LED 응원봉]

출처 : 키움 히어로즈 샵  삼성 라이온즈몰

키움 히어로즈는 올해 ‘영웅의 봉’이라는 이름의 중앙 제어식 응원봉을 출시했다. 가격은 49,000원으로 건전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 응원봉은 플라스틱 손잡이 위에 투명 볼이 있고 볼 내부가 빛나는 방식이다. 삼성 라이온즈도 비슷한 형태의 응원봉을 출시했다. 이 응원봉의 이름은 ‘라봉이’이며, 키움 히어로즈의 응원봉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손잡이 위에 투명 볼이 있고 내부가 빛나며 응원하는 방식이다. 가격은 건전지를 포함하지 않고 55,000원이다.

[자료 3.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LED 응원봉]

출처 : LG 트윈스 샵 SSG 랜더스 샵

LG 트윈스도 응원봉을 출시했는데, 팀 엠블럼 모양대로 출시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45,000원이며 건전지는 별도다. 이 응원봉은 짝짝이 역할까지 가능하다. SSG 랜더스의 응원봉은 배트 모양이며, 가격은 49,000원이다. 건전지는 별도다. 이 응원봉에는 삼성 라이온즈, 키움 히어로즈의 응원봉과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손잡이 위에 투명한 부분이 있고 이 안에 과거 팀의 엠블럼에 있는 UFO가 있다.

 

[플라스틱을 탈피한 페이퍼 스틱스]

[자료 4.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페이퍼 스틱스]

출처 : 두산 베어스 샵  ⓒ23기 김태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는 조금 다른 응원 도구를 출시했다. 바로 '페이퍼 스틱스'다. 페이퍼 스틱스는 100% 종이로 만들어진 친환경 응원 도구로, 기존 플라스틱 응원 도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얼핏 보면 막대가 한 개인 것 같지만, 한 막대를 다른 하나 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어 실제로는 한 쌍이다. 두산 베어스의 페이퍼 스틱스는 한 쌍에 5천 원, 기아 타이거즈는 한 쌍에 6천 원으로, 가격도 비싸지 않다. 기아 타이거즈는 2023년부터, 두산 베어스는 2024년부터 기존 플라스틱 응원 배트 판매를 중단하고 전면 페이퍼 스틱스로 전환했다. 전환 시점이 두산 베어스가 더 늦기 때문에 아직은 기아 타이거즈의 페이퍼 스틱스 사용자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난다.

2020년 이후 새롭게 생성된 다회용 응원 도구들은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응원 도구 자체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생분해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진다. 현재 폐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폐기되는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고 쌓인다. 3, 4만 원 이상의 LED 응원봉도 플라스틱이 들어간 부분이 존재한다. 해당 응원봉에 쓰이는 플라스틱은 주로 PC(polycarbonate), ABS(Acylonitrile Butadiene Styrene)다. 플라스틱의 분리배출 표시는 크게 6가지로 구분된다. HDPE, LDPE, PP, PS, PVC 그리고 Other다. 앞 5가지가 아닌 다른 플라스틱이나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인 복합 플라스틱은 Other로 분류된다. 이 플라스틱은 성분을 하나로 정할 수 없거나 무엇인지 불분명하거나 알 수 없어 대부분 폐기된다. 그런데 고가의 응원봉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Other에 해당하는 종류의 플라스틱이자 복합 플라스틱이어서 재활용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 응원봉이 완전히 친환경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자료 5. 페이퍼 스틱스에 나와 있는 응원법 관련 주의사항]

출처 : ⓒ23기 김태현

페이퍼 스틱스는 종이로만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첫 번째 문제는 내구성이다. 페이퍼 스틱스를 치는 것이 제품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아타이거즈가 만든 페이퍼 스틱스에는 일자가 아닌 엑스자 모양으로 치면 파손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럼에도 페이퍼 스틱스가 파손되는 상황은 종종 발생한다. 또한, 페이퍼 스틱스를 넣고 빼는 과정에서 가장자리 부분이 파손되기도 한다. 프로야구에서 수비 시 공격보다 상대적으로 응원을 적게 해 페이퍼 스틱스를 넣어 1개의 봉으로 만든다. 이후 공격 때 빼고 수비 때 다시 넣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자리 부분이 파손되는 것이다. 필자는 KIA 타이거즈의 팬이어서 KIA 타이거즈의 페이퍼 스틱스를 들고 야구장에 3회 방문했다. 3번째 방문 후 상대적으로 가장자리가 가운데 부분보다 많이 파손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페이퍼 스틱스는 내구성 문제가 있다.

또한, 페이퍼 스틱스는 종이로 만들어져 물에 약하다. 종이 빨대를 음료 안에 오래 두면 빨대가 흐물흐물해지는 것처럼 페이퍼 스틱스도 물에 젖어 손상되는 것이다. 이때 막대기를 치면 소리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관상에도 좋지 않아 소비자들은 이를 버릴 수밖에 다. 이외에도 LCA 관련 문제도 있다. 페이퍼 스틱스는 종이를 여러 번 압축해 내구성을 높였는데 이 압축이나 페이퍼 스틱스 제작 과정에서 친환경적이지 않은 요소가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버려지는 멀쩡한 페이퍼 스틱스]

[자료 6. 버려진 페이퍼 스틱스]

출처 : ⓒ23기 김태현

그런데, 이 페이퍼 스틱스가 경기 끝나고 버려지는 쓰레기들에 섞여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3월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를 보러 갔었는데 경기 종료 후 멀쩡한 KIA 타이거즈 페이퍼 스틱스가 쓰레기 속에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월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쓰레기봉투 속에 여러 개의 페이퍼스틱스를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몇 번 쓰고 버리는 지는 알 수 없지만 페이퍼 스틱스가 지닌 여러 불편한 점과 응원할 때마다 미관상 변하는 모습이 원인일 것으로 생각한다.

페이퍼 스틱스는 다회용 응원 도구다. 두 구단 모두 이를 강조하며 판매한다. 하지만 이것이 다회용 응원 도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막대풍선을 사용할 때보다 버려진 응원 도구를 더 많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막대도 2개에서 1개로 줄었고 막대풍선보다 길이도 짧아 더 오래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

작년 5월에 잠실야구장에 방문했을 때는 페이퍼 스틱스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으며, 응원 배트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았던 시기였다. 그때는 버려진 페이퍼 스틱스를 찾아볼 수 없었고 응원 배트가 단종된 지 1년이 넘은 2024년, 버려지는 페이퍼 스틱스의 양은 급격히 증가했다.

저렴한 가격 역시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3~5만 원대의 LED 응원봉은 소비자가 구매하며 몇 년은 쓸 생각을 하고 구매한다. 그럼에도 건전지에 수명이 존재해 이에 따라 주기적인 가격 부담으로 응원봉을 더 오래 사용하려고 한다. 낮은 가격이 페이퍼 스틱스를 버리는 데 부담이 없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다회용 응원 도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응원 도구가 출시되고 관중이 썼을 때 한두 번 쓰고 버리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회용 응원 도구로의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에 대해 피드백할 필요가 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다회용기 도입]

친환경에 의문점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은 응원뿐이 아니다. 다회용기 도입도 아쉬운 점이 많다. 2022년에 야구장에 다회용기 도입 시범 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23년에는 음료수를 다회용기에 담아 제공하는 수원KT위즈파크의 여러 음식점들을 볼 수 있었다. 2024년 4월 잠실야구장의 일회용기를 사용하는 38개 매장은 다회용기를 본격 도입했다.

이 다회용기는 야구장 곳곳에 설치된 다회용기 수거함을 통해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이 다회용기 반납함은 야구장 내 모든 쓰레기통에 설치되지 않았다. 야구팬들은 보통 경기 후 처음 보이는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에 다회용기를 다회용기 수거함이 아닌 쓰레기통에 버릴 가능성이 높다. 청소 노동자가 이를 발견해 처리할 수 있지만, 이는 청소 노동자의 부담을 가중하는 일이다. 또, 봉투 안에 들어 있거나 보이지 않는 다회용기는 그대로 버려진다. 제작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 때문에 플라스틱 다회용 컵이 50회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품보다 친환경적이다.

또한, 일회용품과 다회용기의 경계를 모르는 팬들도 있다. 잠실야구장의 다회용기 반납함에는 일회용 컵들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수원KT위즈파크에서는 다회용기인 ‘야구방망이 슬러시’ 통을 일회용 쓰레기와 같이 버린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정한 친환경 야구를 바라며]

야구에도 친환경과 ESG가 유행하며 구단 측에서도 조금이나마 더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응원 측면에서는 플라스틱 응원 배트를 보완할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고 출시하고 있으며, 야구장 내 다회용기 사용 매장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의도한 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회용기가 이상한 데 버려지지 않는지, 응원 도구가 다회용 응원 도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느 관중이든 쓰레기와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야구를 보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야구를 관람하는 것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넘어 환경친화적인 행동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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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전 기사] "치고!달려라! 야구의 녹색 물결", 23기 김태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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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플라스틱을 탈피한 페이퍼 스틱스]

1) 류한준, "KIA, 친환경 응원도구 페이퍼 스틱스 선보여", 아이뉴스 24, 2023.03.27, https://www.inews24.com/view/1579335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다회용기 도입]

1) 이설영, “잠실야구장에 다회용기 도입한다”, 파이낸셜뉴스, 2024.04.11, https://www.fnnews.com/news/20240411090721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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