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업계에 부는 녹색채권 바람: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는 지난 3월 19일 약 43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유니레버의 폐기물과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 그리고 물 사용 절약 활동에 사용된다. 이런 대형 녹색채권 발행이 최근 계속 이어지면서 녹색채권이 틈새 시장에서 주류 금융 상품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녹색채권(Green Bond)은 채권 발행의 수익이 친환경 프로젝트에 전적으로 이용되는 채권을 가리킨다. 녹색 채권의 역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은행(The World Bank)은 이 해에 처음으로 채권을 통해 이 은행 주도의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최근까지 녹색채권은 주로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금융 기관들에 의해 발행되어 왔으며, 발행 물양과 그것에 투자하는 투자자 모두 소수였다.
<설명: 세계은행은 녹색채권을 통해서 전세계 각국의 친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해 왔다>
이런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세계 은행의 민간 부분을 담당하는 국제금융공사(International Financial Corporation, IFC)가 약 1조원에 달하는 양의 녹색채권(Green Bond)을 발행한 것이다. 그해 11월, 프랑스의 에너지 기업 EDF는 약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찬가지로 녹색채권을 통해 조달했다. 당초 계획의 두 배 이상을 모금한 것이다. 이는 유럽의 대기업으로부터 발행된 최초의 녹색채권으로 기록되면서, 녹색채권의 주 발행처가 국제 금융 기관에서 민간기업으로 넘어오는 계기가 된다. 일본의 도요타 역시 1조8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이 녹색채권을 통해서 얻은 재원으로는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 등의 친환경자동차 관련 대출 및 리스를 지원한다. 이 채권은 EDF 경우 때보다 더 크게 초과 모집했다.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자동차 같은 친환경 프로젝트를 지원 위한 것이었던 EDF와 토요타의 채권에 비해 유니레버의 채권이 다르고도 특별한 점은 이 채권이 다른 것이 아닌 유니레버 경영활동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유니레버의 선례를 따라 각 회사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폐기물이나 수자원 사용 절감과 같은 활동의 경우 환경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영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돈을 빌리는 측과 빌려주는 측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것이다.
<설명: 전 세계 두 번째로 큰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 이들의 친환경 경영활동이 전세계 산업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출처: http://convergencealimentaire.info>
이렇게 녹색채권 발행 기관이 변화되었듯, 이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 역시 변화되었다. 처음에는 세계 각국의 연금 기금과 같은 공공 기관들이었지만, 2013년 11월에는 보험화사 Zurich가 녹색채권에 약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보험회사는 거대 투자관리기업인 블랙록(BlackRock)에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임했고, 다른 자산관리회사들도 이 채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2년 당시 95%의 투자자가 연기금과 같은 자산소유주들이었다면, 현재는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자산관리회사들이다. 국가들도 이 채권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자국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Green Investment Bank의 채권을 포함함으로써,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 등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사립 대학교의 막강한 재원 역시 이런 투자 상품에 유입되고 있는데, 최근 하버드 대학교는 미국과 유럽의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불고있는 The Campus Divestment Movement에 동참하기로 선언했다. 500여 개의 대학과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화석연료에 관련된 투자를 철회하고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자는 운동이다.
<설명: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녹색채권 시장,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녹색채권의 기준 설정과 같은 사소한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 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 녹색채권의 총 시장 규모는 12조원이었지만, HSBC의 추산에 따르면 이 시장은 올해 25조원까지 성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는 내년까지 이 규모가 52조원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 정도 수치면 2020년까지 녹색채권이 전체 회사채 시장의 10~1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조차도 부족해 보인다.
끝으로 함께 살펴보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왜 갑자기 녹색채권에 투자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인가’하는 점이다. 이는 이 채권이 친환경이라는 취지에 동조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모두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토요타에서 발행한 친환경 자동차관련 채권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업체는 소비자와 할부 계약을 채결하면, 이 채권을 금융업체에 저가에 팔아넘긴다. 직접 장기간에 걸쳐 돈을 거둬 들이는 것에 비해서는 적은 수익을 얻지만 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구매하는 금융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율이 낮지만 투자회수가 거의 확실하다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산을 담보로하는 채권 중에서도 자동차를 담보로 하는 채권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공황 당시 주택을 담보로 했던 많은 채권이 대거 파산했지만,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했던 채권들은 증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성과를 보여 주었다. 즉, 녹색채권은 도요타의 친환경자동차 사업에 가속도를 붙혀주면서 동시에 채권자들에게는 안전한 투자 수단이 되는 것이다.
<토요타의 녹색채권이 지원하는 차종: Toyota Avalon Hybrid, Camry Hybrid, Prius, Prius c, Prius Plug-in, Prius v and RAV4 EV; Lexus CT 200h and Lexus ES 300h, 사진출처: Toyota Motor Sales U.S.A>
마찬가지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100% 친환경 기업으로 바뀌기 때문에 녹색채권을 발행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녹색 채권이 분명 이들 기업의 친환경 활동을 촉진시키겠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활동들을 이어갈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3,000억원 규모의 윤리적 투자 기금을 운영하는 Rathbone Brothers의 매니저 Bryn Jones는 EDF의 녹색 채권에 투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DF가 핵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채권 발행 기업들 역시 기존 사업에서의 이익과 친환경 경영활동을 통한 이익 모두를 추구하고 있다.
이럼 녹색 채권 붐의 본질은 이 채권이 친환경적인 활동을 진흥시킬 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자와 투자자 모두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것에 있다. 이는 친환경 테마를 띈 어떤 프로젝트 혹은 상품이든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참고
1) “Spring in the air: Bonds tied to green investments are booming,” TheEconomist, 2014/3/22,
2) “Toyota Financial Services Claims The Industry's First,” Forbes, 2014/3/31,
3) “Mark Carney boosts green investment hopes,” FinancialTimes, 2014/3/18,
4) “Investors Warm to Green Bonds,” TheWallStreetJournal, 2014/4/2,
5) “Carbon divestment activists claim victory as Harvard adopts green code,” TheGuardian, 2014/4/8,
6) “Greening the bond market,” FinancialPost, 20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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