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배터리가 대세!
15기 김혜림, 17기 변은지
최근 롤업(roll-up) 되는 디스플레이, 스마트 워치, 입을 수 있는 디바이스 등 사물인터넷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기계적 변형이 발생하는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성능 구현이 가능한 플렉시블 배터리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플렉시블 배터리가 반도체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고 있는 만큼 그 입지가 커지고 있다. 이에 차세대 먹거리인 플렉시블 배터리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1. 대세는 리튬이온전지
배터리는 크게 1차 전지와 2차 전지 두 분류로 나뉜다. 1차 전지는 반복 사용이 불가능한 전지로 AA 전지, AAA 전지가 있다. 2차 전지는 한 번 사용하고 폐기하는 일차전지와 달리 충전을 통해 재사용할 수 있는 전지로 납축전지, 리튬이온 전지 등이 있다. 특히 에너지 밀도가 높고 소형화에 유리한 리튬 이온전지는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전자기기에 많이 사용되며 현재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일반적으로 전기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양극과 음극, 두 전극의 기계적 단락을 방지하는 분리막과 이온을 전달할 수 있는 액체 전해질로 구성되어 있다. 충전을 통해 음극에 저장된 리튬 이온이 전해액을 따라 양극으로 이동하고, 동시에 전기화학평형을 이루기 위해 전자가 외부 도선을 통해 이동함으로써 에너지를 저장하였다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 상업화된 리튬이온전지에는 액체 형태의 전해질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열에 취약한 액체 상태 전해질은 형태 변형 시 누액, 단락으로 인해 폭발이 발생하는 등 안전성에 취약하다. 또한 액체 전해질의 특성상 고도의 패키징이 요구되는데, 이는 유연성이 필요한 전자기기의 모양과 크기에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형태의 변형이 크게 요구되는 플렉시블 기기용 전원 장치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렇듯 최근에는 유연성과 동시에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는 신형 2차 전지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플렉시블 리튬이온 전지이다. 이는 기존의 리튬이온전지와 동일한 전기화학반응을 기초로 하지만, 전지를 구성하는 소재와 구조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 자료 1. 1차 전지와 2차 전지 ]
출처 : 삼성 SDI 공식블로그
2. 플렉시블(flexible) 리튬이온전지
# 케이블 형태의 플렉시블 리튬이온전지
케이블 형태의 리튬이온전지는 전 방향 굽힘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플렉시블 리튬이온전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LG화학은 2014년에 이미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케이블형 플렉시블 배터리를 개발하였다. 니켈/주석(Ni/Sn)이 코팅된 구리 와이어 음극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alate, PET)를 분리막으로 이용하였으며, 나선형 알루미늄 와이어에 양극 활물질이 둘러싸인 케이블 모양의 플렉서블 리튬이온전지를 구현하였다. 이는 매듭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케이블 타입 리튬-이온 배터리이며 팔찌처럼 찰 수도 있고, 심지어는 직물로 짤 수도 있다. 속이 비어 있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닥을 꼬아둔 형태에서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직 낮은 수명 특성과 밀리미터 단위의 큰 크기로 인해 실제 플렉시블 전자 기기에 도입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 자료 2. LG화학의 케이블 형상 플렉서블 리튬이온전지]
출처 : engadget
# 고체 전해질을 기반으로 한 플렉시블 리튬 이온 전지
리튬이온전지는 액체 형태의 전해질로 인한 문제 때문에 플렉시블한 배터리를 구현하기가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 상태 전해질 수준의 이온 전도도를 갖는 플렉서블 고체 전해질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고체 타입의 전해질은 크게 무기계 전해질과 유기계 고분자 전해질로 분류된다. 무기계 전해질로는 대표적으로 황화물, 산화물 및 인산염화물 등이 있는데 플렉시블 리튬이온전지에 활용하기 위해서 유연한 지지체를 이용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으나, 낮은 이온전도도와 조립성으로 인해 리튬이온전지에 도입하는 것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비해 유기계 고분자 전해질은 가공이 용이하고 우수한 유연성으로 인해 플렉시블 리튬이온전지 구현을 위한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유기계 고분자 전해질 역시 낮은 이온전도도로 인하여 전기화학 성능, 에너지 밀도, 기계적 강도 및 열적 안정성에 있어서 한계를 보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체 고분자 전해질에 나노 입자를 분산시킨 형태의 복합 고분자 전해질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복합 고분자 전해질은 기존의 고분자 전해질에 비해 이온전도도 및 전기화학적, 기계적 안정성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나노 입자의 종류로는 세라믹 전해질, 산화 그래핀 등이 있으며 상온에서 10-4 S/cm 이상의 이온전도도 확보가 가능하여 기존의 리튬이온전지의 액체 전해질을 대체할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연구된 대부분의 플렉시블 고체 전해질이 현재까지도 기존의 적층형 제조 방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전지 조립 후 액체 전해질을 주액하는 방식으로 제조되고 있다. 따라서 이는 아직까지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플렉시블 리튬이온전지 구현에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 종이처럼 얇게 찍어낼 수 있는 프린팅 기반 리튬 이온 전지
앞서 고체 전해질을 기반으로 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개발되었지만 여전히 액체 전해액을 주액하기 때문에 플렉시블 리튬 이온 전지로 사용하기에는 안전성 문제와 패키징 문제가 남아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프린팅 기법을 이용한 리튬이온전지 개발이 보고되고 있다. 프린팅 기법은 간편하고 저렴하며 적용 면적이나 위치에 따른 제약이 적기 때문에 디자인 제약이 최소화 되어야 하는 플렉시블 전자기기에 적합하다. 또한 연속 공정이 가능하므로 전지의 각 구성 요소 간 접착력이 우수하고, 이는 우수한 기계적 변형 특성에 기여한다.
UNIST 이상영 교수팀은 프린팅 공정을 통해 어떤 전자기기에나 원하는 모양으로 얇게 입힐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하였다. 이는 겔 상태의 전해질을 포함하는 전극 페이스트를 제조하고 원하는 곳에 프린팅 한 후 광중합 방식을 이용해 고체화한 것이다. 쉽게 말해 양극과 음극, 전해질 물질을 각각 ‘조청’ 같은 점성을 갖도록 만들고 배터리를 부착할 사물 위에 음극, 전해질, 양극의 순서대로 바르며 각 요소를 바를 때마다 1분 이내로 자외선에 노출시켜 배터리를 굳혔다. 이를 통해 기존 전지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해액 주입 공정 및 분리막이 필요 없어 전자기기를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다. 더불어 전극 및 전해질을 순차적 프린팅하여 도입하는 공정이기 때문에 각 구성 요소 간 계면 저항이 낮게 되고, 이는 기계적 물성 및 전기화학적 특성 안정화에 기여한다. 실제로 컵과 안경 및 자동차 모형 등 곡면이나 수직면에도 직접 전지 제조가 가능함을 보였으며, 제조된 전지는 우수한 전기화학적 특성을 보였다. 또한, 구성 성분의 다양한 설계를 통해 우수한 유연성 및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 자료 3. 프린팅 기반 플렉시블 리튬이온전지 ]
출처 : UNIST
이러한 프린팅 기반 리튬이온전지는 태양전지에도 접목시킬 수도 있다. 태양전지에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도선 연결을 통해 전지와 연결하는 기존 방식은 에너지 손실이 크고, 전지 위치의 공간적 제약이 있다. 반면 프린팅 기반 리튬이온 전지는 태양전지 후면에 직접 프린팅을 하여 구현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이처럼 프린팅 기반 리튬이온전지는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프린팅을 통해 전지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생성 시스템뿐만 아니라 센서 및 전자기기 등에도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가볍고 무한히 접을 수 있는 종이 기반 전극
전지의 구성 요소 중 전극은 전지 성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소재이다. 종이처럼 얇고 가벼우면서도 둥글게 감을 수 있으며 가로, 세로로 접어도 안정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배터리는 많은 응용 가능성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종이를 고효율 배터리 소재로 사용하는 꿈의 기술이 개발되었다.
스웨덴 린셰핑대(LiU) 매그너스 버그렌 교수팀은 전력을 공급하는 종이의 주재료로 나무에서 추출한 셀룰로스를 이용하였다. 셀룰로스 섬유에 고압의 물을 쏴서 지름 20nm까지 얇게 만든 다음 여기에 전기적으로 대전시킨 고분자 화합물을 가했다. 그 결과 섬유 주변에 아주 얇은 코팅 막이 생기면서 전기가 잘 흐르는 소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헝클어진 코팅 섬유 사이에는 작은 구멍이 많이 뚫려 있고 이 빈 공간에 든 액체가 전해질 역할을 한다.
종이 한 장 크기의 이 배터리는 마음대로 접어도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유연성이 뛰어나다. 심지어 일부를 잘라내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서 그 활용 폭이 매우 넓다. 게다가 배터리 충전 용량을 종전의 3배로 늘릴 수 있어서 기존 전지보다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에 최근 IT 선진국들이 종이 배터리에 많은 도전을 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페이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데, 스마트 페이퍼는 단순히 정보를 적어 놓는 데 그치지 않고 대용량의 정보를 저장하거나 제공하는 종이를 말한다. 스마트 페이퍼의 개발이 완료되면 종이의 가장 큰 매력인 ‘자유로운 접힘’과 ‘가벼움’을 통해 삶의 질은 한층 더 개선될 것이다.
3. 차세대 배터리로서 남은 과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디바이스, 무선기기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전자제품에는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형태 및 기계적 변형이 제한적인 기존 리튬이온전지와는 달리, 모양 및 치수가 다양하며 쉽게 구부러지거나 접힐 수 있는 플렉시블 리튬이온전지는 등장만으로도 큰 충격을 준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플렉시블 배터리 제품은 기존 배터리에 비해 충전량과 전압이 떨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또 전원 지속 시간이 짧고 제작비용이 너무 비싸 상용화가 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존의 딱딱한 배터리에서 ‘플렉시블(flexible)’화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다양한 형태 변형에서도 소재의 각 구성 요소들 간 물리적/전기적 상호 접촉을 유지하는 동시에 고에너지 밀도, 우수한 수명 특성 및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향후 지속적인 전지 성능 향상과 함께 ESS 분야, 전자피부(Electronic Skin), 바이오메디컬(Biomedical), 소프트 로봇(Soft Robots),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BMI) 등 신규 응용 분야들과의 기술적 융합을 통해 미래 웨어러블 및 IoT 기기의 핵심 전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1) UNIST 이상영 교수 외 3인, "BoT 시대를 여는 플렉서블 리튬이온전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융합연구정책센터, 2018.07
2) 이철호, “자유자재로 구부리는 배터리의 시대가 온다! 차세대 IT기기의 심장, 플렉서블 배터리”, 스마트PC사랑, 2020.04.08.
3) 정태희 (HGST), "플렉시블 에너지-저장 디바이스: 설계 및 최근의 진전 상황", KOSEN, 2014
4) 박태진, "“굿바이 네모!”… 발라서 만들면 배터리도 예뻐진다" , UNIST, 2018.05.12, news.unist.ac.kr/kor/20150812-01/
5) Jon Fingas, "LG Chem develops very flexible cable batteries, may leave mobile devices tied up in knots", ENGADET, 2012.12.02, www.engadget.com/2012-09-02-lg-chem-develops-very-flexible-cable-batteries.html
6) 김형자, "접어도 되는 ‘종이 배터리’ 시대 열린다", JTA Journal, 201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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