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수소경제사회, 액체수소를 주목하라!
15기 김혜림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수소’다. 이에 기존의 탄소경제사회에서 수소에너지 수급 시스템에 기반한 수소경제사회로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적인 노력이 이뤄지는 등 수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수소는 상온·상압이라는 보통의 저장 및 수송 조건에서 부피가 매우 큰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수소에너지는 저장 또는 수송 문제가 실용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수소를 생산하고 생산한 수소를 사용처까지 효율적으로 저장하여 운송하는 기술은 실용적인 수소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으며 수소경제 사회 기반 구축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다.
[자료1. 탄소경제사회, 수소경제사회 주요 특징]
출처 :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1. 수소의 저장˙운송 방식 개발의 필요성
수소는 체적 당 에너지 밀도가 낮아(천연가스의 1/3 정도) 높은 밀도를 유지하면서 저장ㆍ운송하는 것이 과제이다. 이는 수소의 제조나 이용 방법, 공급지와 수요지의 거리 등에 따라 여러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수소의 저장 방식은 고압 기체수소 방식과 액체수소 방식, 고체수소 방식(수소저장합금), 물질변환 방식(LOHC 저장, 암모니아 저장) 등이 있다. 현재 국내 기술로서 상용화되어 있는 저장 방식은 ‘고압 기체수소’ 방식으로 이에 대한 장단점을 통해 현재 국내 수소 저장, 운송 방식이 다가오는 수소경제사회에 맞게 적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고압 기체수소 방식은 수소 저장 기술 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수소기체를 고압으로 압축하여 제한된 체적의 용기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압력용기내의 수소 저장 밀도를 높이기 위해 높은 압력으로 가압하는데, 저장 압력이 높아질수록 용기의 두께가 두꺼워져 무게가 증가하게 되므로 다른 저장 기술보다 질량 효율(용기를 포함한 질량당 수소의 질량비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즉, 저장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용량 저장이 불가능하다. 또 고압을 견뎌낼 수 있는 압력장비의 설계 및 개발이 필요하며, 약간의 충격에도 높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수소 운송 방식은 현지 생산, 파이프라인 운송, 도로 및 선박을 이용한 운송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Type 1 용기(금속 재질의 원통형 저장탱크)에 고압으로 압축된 수소 기체를 튜브트레일러(수소가스 저장용기가 장착된 차량)와 배관을 이용하여 운송하고 있다. 배관을 이용한 수송은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울산, 여수, 대산에 약 200km의 배관이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Type 1 용기는 중량대비 수소 저장량이 매우 작기에, 수소 운송량 대비 운송 비용이 과다한 문제점이 있다. 이는 울산, 여수의 수소생산지역에서 생산원가가 수소 kg당 2~3천 원 정도인데 비해 서울, 경기 수도권 지역으로 수소를 튜브트레일러로 운송하면 원가 7천 원 수준으로 상승하는 원인이 된다.
또한 충전소에서 고압의 가스를 보관, 주입하는 데 높은 시설비용과 넓은 부지 면적을 필요로 한다. 기본적으로 고압가스를 충전하는데 12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이를 위해 트레일러를 상주시킬 100평방미터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대도시 지역에서의 충전소 확장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요인이 된다. 또 기존의 주유소나 LPG충전소를 손쉽게 수소충전이 가능한 형태의 주유소나 충전소로 전환하기 어려운 원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고압 기체수소 방식만을 사용하고 있다. 수소의 사용량이 많지 않은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방식이 훨씬 간편하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경제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수소의 활용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수송부분에서의 수소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아 국내에 대용량 수소 저장 및 운송 효율과 안전성의 측면에서 기존의 수소 저장·운송방식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수소 저장 방식 중 하나인 '액체수소'가 미래 수소 에너지 사회의 유망한 대용량 수소 저장 및 수송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2. 액체수소가 주목받는 이유는?
액체수소는 말 그대로 수소 기체를 물처럼 ‘액화’ 시킨 것을 의미한다. 액체수소 저장 방식은 수소를 극저온 상태(영하 253도)로 냉각하여 저장하는 방식으로 대기압 기준, 기체 수소대비 약 240배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기체수소 저장 능력 0.3g/ L, 액체수소 저장 능력 71g/L). 단위부피, 단위 무게당 에너지 저장밀도가 가장 높고, 활용을 위해 다른 공정 필요 없이 단순 기화만으로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 기체수소의 부피를 1/800로 감소시킬 수 있어 대용량 저장에 유리하며 액체 수소를 활용한 충전소를 구축할 경우 기체 수소를 활용한 충전소의 설비 면적(127평)보다 21배나 적은 설비 면적(6평)을 필요로 한다.
운송에도 이점이 있다. 고압이 필요한 압축 방식과는 달리 대기압(2bar)에서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장용기와 운송의 안정성 부분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수소 공급 시 25톤급의 액화수소 탱크로리(각종 액체 물질을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량)를 이용하면 200기압의 고압가스 튜브 트레일러에 비해 1회에 약 10배 이상인 4톤의 운송이 가능해져 운송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이렇듯 액화수소가 수소 수요가 많은 도심지의 대규모 수소 운송 측면에서 최적의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자료2. 수소 운송 방식별 개념도]
출처 :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수소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액체수소의 이용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액체수소의 이용분야로 가장 잘 알려진 로켓의 연료뿐만 아니라 액체수소 기반의 선박 연료저장시스템, 드론, 친환경 항공기의 연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연료 등 앞으로 액체수소가 여러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 현재 압축 수소 저장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데, 저장밀도를 높이고 초고압에서도 견딜 수 있는 수소탱크를 만들 때 탱크가 무거워져 주행거리와 연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액체수소를 연료전지 자동차에 적용한다면 밀도가 800배나 높아져 연료로서 효율이 많이 증가한다. 더불어 고압 기체수소 저장 방식보다 빠른 충전시간, 차량충돌 시 예상되는 안정성 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대한 응용성이 대단히 높다.
다음은 국내에서 제안되고 있는 향후 액체수소 활용기반 구축 모델이다.
△고속도로 및 주요 국도 휴게소에 액체수소 기반 수소 전기차 충전소 건설(소용량 액체수소 저장,1000kg) △5대 권역 내륙물류기지 및 물류단지(액체수소 운송에 의한 대용량 액체수소 저장, 물류트럭 및 지게차 활용) △철도 물류단지에 대용량 액체수소 저장(수소열차, 수소트럭 활용) △전국 고속버스, 시외버스 터미널 액체수소 스테이션 건설(수소도시 포함), △택시차고지 및 시내버스 차고지 액체수소 스테이션 건설(수소도시 포함) △국내 조선산업의 신성장 동력(수소추진선박 건조)의 인프라로 활용(액체수소 벙커링) △대용량 액체수소 생산(물류 항만 인접 LNG인수기지)과 액체수소 수입(물류 항만 주변, 대용량 액체수소 저장탱크)을 통한 전국적인 액체수소 이송 등
3. 액체수소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할 장벽
고압 기체수소 대비 안전성이 높고 대용량 저장 및 운송의 효율성이 좋은 액체수소도 상용화를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존재한다. 먼저 높은 수소 액화 비용과 운송 중 영하 253도를 유지하는 기술적 어려움, 증발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액화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액체수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액체수소의 가장 큰 걸림돌인 액화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으로 버려지는 냉열을 이용하여 액화공정에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LNG 상온화 과정에서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 -160℃ 극저온의 냉열에너지를 수소 액화 공정에 활용하여 1차 냉각을 하면 액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LNG 냉열을 활용해 수소를 저장공급할 수 있는 상용급(5ton/day) 액체수소 플랜트를 작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사업에는 2023년까지 5년간 총 사업비 485억 원이 투입된다.
[자료3.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핵심기술 개발 연구과제]
출처 :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또 정부는 수소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하여 기술 개발 지원을 통해 액체수소의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액체수소 대량 저장공급에 필요한 핵심기술 국산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수소기술개발 로드맵에서는 현재 상용화된 고압 기체수소저장 · 운송 기술을 고도화하여 수소 운송량을 증대하고, 수소를 대량으로 안정성 있게 저장 · 운송할 수 있는 액체수소·액상수소화물 저장 · 운송 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국내의 경우, 대용량 수소액화 플랜트가 전무하다. 액화플랜트뿐만 아니라 운용기술, 활용기술 등의 확보도 필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대형 수소액화 플랜트를 설계 및 제작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Air Products 등), 독일(Linde), 프랑스(Air Liquide) 등이고 이들로부터 기술을 전수 받은 일본과 중국 등이 중형급 플랜트를 제작하고 운영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수소 육로운송의 약 80% 정도를 액체수소가 차지하고 있고, 신규 수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하루 30톤 규모의 액체수소 플랜트 4기를 건설하고 있다. 일본의 이와타니사는 일본 수소유통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고, 액체수소를 통한 유통이 전체 유통의 40% 이상이며 현재도 액체수소 기반의 수소 공급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한국 같은 경우 액체수소 기술 개발에 이제 막 발을 뗀 상황인 만큼 국내 수소에너지 흐름과 수요에 맞게 학교, 연구소, 기업 등이 다양한 실증 연구 및 운용 테스트를 진행하며 입지를 다지고, 이와 함께 액체수소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차근차근 액체수소 상용화를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수소에 대한 수요가 비교적 적은 수소 활용 초기에는 현재 인프라가 일부 구축되어 있는 기체수소 기반 저장운송 시스템이 적절한 편이다. 그러나 수소 활용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는 대용량 저장, 도심지에서의 안전 측면, 인프라 구축비용을 포함한 경제성 측면에서 액체수소 기반 인프라가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 즉, 액체수소는 수소 인프라 구축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소에너지 패러다임의 한 축인 만큼 한국이 수소에너지 기술의 선두주자가 되려면 액체수소 기술의 확실한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수소의 저장․운송은 활용수단 및 수소가격에 있어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액체수소를 뛰어넘을 수 있는 효율적·경제적인 저장·운송을 위한 기술개발이 끊임없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다양한 저장 운송 핵심기술을 확보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수소의 저장˙운송 방식 개발 필요성]
1) 김서영, "수도권에 대규모 수소 공급...액화수소가 효율적이다", NEWSTOF, 2019.05.08, 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553
2) 김수현, "수소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저장 및 운송 기술 동향", Auto Journal, 25-26, 2019.02
3) 하드, hard님의 블로그, "차량용 수소저장기술 (I)", 2011.07.15,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ard&logNo=70113594641&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2. 액체수소가 주목받는 이유는?]
1) 국토교통부·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상용급 액체수소 플랜트 핵심기술 개발 사업", 2-53
2) 이종수, "걸음마 수준 '액화수소' 핵심기술 개발 나선다", 월간수소경제, 2019.03.04, www.h2news.kr/mobile/article.html?no=7340
3) 오인환, "[기고] 액화수소 제조 및 저장 기술", i가스저널, 2012.01.25, m.igasnet.com/news/articleView.html?idxno=6946
[3. 액체수소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할 장벽]
1) 이의정, "[뉴스핫라인] 이제 수소경제다. 수소경제 발맞춰 액체수소플랜트 부상 ③", 환경경찰뉴스, 2019.05.23, www.ep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75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 2019.10.31
3)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2019.01.17
4) 최준호, "[인사이트] 수소 액체로 바꾸면 효율 좋은데 … 영하 253도까지 내리는 게 숙제", 중앙일보, 2017.09.07, https://news.joins.com/article/21913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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