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용기 하나로 배터리를 재활용하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곽서영, 23기 김태현, 송태현
해마다 늘어나는 폐배터리
만들어진 직후 사용하지 않으면 에너지가 버려지는 세상이 있다. 극단적인 상황일 수 있지만, 배터리가 없던 시절 우리는 이와 비슷한 세상에 살고 있었다. 전자 기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배터리가 없는 세상은 이런 비효율성에서 상상하기도 싫은 세상이다. 이러한 배터리의 중요성으로 인해 배터리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Top 10에 속하는 기업이 세 곳이나 있고 비중국 배터리 시장에서는 1위가 한국 기업인 만큼 배터리 산업이 많이 발달한 상태이다. 이처럼 국내외 배터리의 수요 및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료 1. 해마다 증가하는 폐배터리의 양]
출처 : 철강금속신문
그러나, 배터리 수요 및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는 문제점이 있는데, 바로 폐배터리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평균 수명은 약 6년에서 10년 정도로, 배터리의 잔존 용량(State Of Charge)이 70~80% 정도로 떨어지면 해당 배터리를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러한 폐배터리의 양은 2021년 1,075개에서 2025년 38만 1,696개로 약 3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폐배터리는 다른 쓰레기와 달리 매립과 소각이 불가능하다. 니켈, 망간, 코발트 등의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으며, 전해질로 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폐배터리는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폭발과 화재 문제이다. 폐배터리는 폭발을 이유로 소각할 수 없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의 리튬이 공기나 물과 만나면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공기 중에 보관하기엔 위험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배터리는 매립시키거나 소각시킬 수 없다.
이로 인해 폐배터리는 일반적인 쓰레기와 다른 공정을 거친다. 폐배터리 중 일부는 보관함을 제작해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여 보관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는 배터리에서 리튬, 망간, 코발트 등의 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 공정을 거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 중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에 대하여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있어 이에 대해 다루어 보려고 한다.
기존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본격적으로 이 기술을 다루기 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폐배터리의 재활용 공정을 알아보도록 하자. 현재의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은 아래 사진과 같으며, 여기서 폐배터리 방전부터 파쇄 및 분쇄 단계까지를 폐배터리 전처리 공정이라고 하며, 이후 단계를 후처리 공정이라고 한다. 위의 연구 결과는 기존의 복잡한 후처리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에 관한 연구에 해당한다.
[자료 2.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출처 : 삼정 KPMG
후처리 공정은 블랙 파우더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공정으로, 습식 공정과 건식 공정, 다이렉트 리사이클링 과정으로 나뉘며 이 중 한 가지 과정을 수행한다. 습식 공정은 유기, 무기 용매나 산과 염기 등의 화학적 처리를 통해 금속을 침전시켜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 공정은 크게 침출 공정과 분리 및 회수(결정화) 공정으로 나뉜다. 침출 공정은 블랙 파우더를 무기산, 유기산, 염기 용액 등에 녹인 후 섞으면 이온 형태의 금속으로 침출 되는 공정을 뜻한다. 금속마다 추출할 수 있는 용매가 다르기에 추출하려고 하는 물질마다 다른 용매를 사용한다. 한 금속을 추출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 추출된 금속과 나머지 혼합 용액이 분리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필요한 모든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업마다 추출제를 개발하여 침출 되는 금속의 비율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침출 공정이 끝나면 분리 및 회수 공정에 들어가는데, 이는 침출 시킨 용액에서 금속을 결정화시켜 침출 공정으로 분리되지 않은 금속을 추가로 분리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순수한 금속 이온이나 황산니켈, 탄산리튬 등 화합물 형태의 배터리 소재를 추출할 수 있다.
[자료 3. 습식 공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물질]
출처 : 성일하이텍
습식 공정은 건식 공정과는 달리 낮은 온도에서 진행되며 침전의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공정 시간이 길며, 대량 제련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리튬, 망간 등 고가의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식 공정은 열 환원을 이용한 후처리 공정이다. 이 공정은 블랙 파우더를 열처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블랙 파우더가 아닌 배터리 셀 속 금속을 녹여 열처리하는 것도 상관없다. 열처리 도중 150~500℃에서 남아 있는 전해질과 유기 용매가 분리된다. 이후 1000℃ 이상의 고온에서 환원제를 첨가하면 녹는점과 밀도차에 따라 니켈, 코발트, 구리가 있는 하부 합금 층과 리튬, 알루미늄, 망간이 있는 상부 슬래그 층으로 구분되게 된다. 하부 합금 층은 녹는 점 차이로 인해 각각의 금속이 분리되어 나오고, 상부 슬래그 층은 포집이나 황산을 이용한 습식 공정을 통해 일부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건식 공정은 열처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공정이 단순하며,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온 조건으로 인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점과 리튬이나 망간 등 고가의 금속 추출률이 낮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배터리의 양극에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양극활물질을 재생 가능한 물질로 만드는 ‘다이렉트 리사이클링 방법’도 연구 단계를 밟고 있다. 양극활물질의 재사용이 가능하면 별도의 열처리, 용해 공정 없이 재사용할 수 있기에 배터리 재활용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배터리 제조 공정 도중의 철, 알루미늄, 주석 성분은 즉각적으로 회수해 주어야 다음 단계 공정의 효율이 높아진다.
[자료 4. CLiR]
출처 : 이로운넷
지금까지 현재 쓰이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에 대해 알아봤다. 하지만, 폐배터리의 후처리 공정에서 명백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습식 공정에서는 배터리의 주요 금속을 추출하기 위해서 여러 번의 공정을 거쳐야 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고, 건식 공정에서는 고가의 금속을 추출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회전 가능한 원통 형태의 반응기인 CLiR(Concentric-Liquid Reactor)이 개발되었다. 이에 대하여 더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새로운 폐배터리 재활용 방법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이 회전력 기반 반응기로 폐배터리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을 효율적으로 분리·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과거 개발한 화학 공정 기술을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기술에 적용하여 효율성을 높였다. 연구팀은 2020년 반응 용기 하나로 여러 화학 공정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화학 합성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밀도가 다른 용액은 서로 섞이지 않고 층별로 쌓인다는 사실에 착안해 회전 가능한 원통 안에 여러 용매를 넣고, 이 용매를 이용해 반응물을 이동하거나 분리시키는 기술이다. 이 방식으로 기존 화학 합성 과정에 드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자료 5. IBS가 개발한 회전하는 액체 반응기]
출처:신소재경제신문
이번에 개발한 회전하는 반응기는 수평 형태로 여러 용기를 거치지 않고도 한 번에 금속 혼합물을 분리하고 추출할 수 있다. 금속을 공급하는 층에 금속 혼합물을 넣고 강한 회전을 일으키면, 각 층은 물과 기름이 안 섞이는 것처럼 각각의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고, 중간층에 있는 추출제로 인해 리튬, 니켈은 남고 망간과 코발트만 금속을 수용하는 층으로 이동한다.
그림과 같이 내부 반지름이 35mm인 원통형 용기는 다섯개의 칸으로 나뉜다. 용기 안에는 금속 혼합물을 공급하는 층(feed층)과 분리된 금속을 수용하는 층(acceptor층), 두 층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는 층(shuttle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feed 층은 높은 산성을, acceptor 층은 낮은 산성을 띤다. shuttle 층에는 추출제(유기물질로 이루어진 용매)가 녹아있다. feed 및 acceptor 층은 각각 좌측의 (1)(2) 칸과 우측의 (2)(1) 칸에 한정되어 있다. 원통이 회전하면, 이러한 상향 계층은 원통의 내벽을 따라 토로이드(링 또는 도넛 형) 형태로 형성되지만 서로 접촉하지 않는다. 그런 다음 추출제가 추가되어 내부 용기의 벽에 구멍이 위치해 있어 전체 원통에 퍼지게 되는데 금속을 공급하는 층과 수용하는 층을 왕복하며 선택적으로 금속을 분리시킨다.
[자료 6. 분리 과정의 구조도]
이와 같은 방식은 기존의 금속 분리·추출 방법보다 훨씬 낮은 농도의 금속 추출제로 원하는 금속을 빠르게 걸러낼 수 있다. 또한,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 이외에도 다양한 금속을 분리하는 기술에 알맞게 적용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새로운 폐배터리 재활용 방법의 장점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폐배터리 재활용 방법은 크게 2가지의 장점을 가진다.
1. 반응 용기 하나로 폐리튬이온배터리에서 금속을 재활용할 수 있다.
[자료 7. 고려아연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과정]
출처: 한국일보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재활용률이 높지 않다. 기존 공정은 폐배터리를 잘게 쪼개고 분쇄해 검은색 덩어리(블랙 파우더)로 만들고, 화학처리 등으로 원재료인 금속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친다. 먼저 블랙 파우더를 화학적 공정을 위해 원통형 탱크로 옮기고, 산이나 특정 금속과 결합하는 추출제를 넣어 섞어준다. 물과 기름이 위아래로 분리되듯 특정 금속이 녹아든 추출제는 나머지 금속이 녹아 있는 용액과 분리되고, 이후 특정 금속만 품은 추출제를 빼내어 금속을 추출한다. 이 순서를 반복하며 각 원재료용 추출제로 금속을 분리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 사용한 회전하는 반응기는 수평 형태로 여러 용기를 거치지 않고도 한 번에 금속 혼합물을 분리하고 추출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회전 가능한 원통에서 빠르게 높은 강도로 섞어도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과정을 단축시키기 위해 분리막을 사용하여 하나의 원통에서 금속을 분리, 추출하고자 하는 연구가 있었지만, 강하게 섞을 때 분리막이 파열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분리막을 사용하지 않고 하나의 용기에서 밀도 차를 이용해 금속을 분리 및 추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회전시켜 높은 강도로 섞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앞으로의 폐배터리 재활용의 방향성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는 탄소 저감이 취지인 만큼 폐배터리 재활용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주요 배터리 업체뿐만 아니라 현대글로비스, SK 에코플랜트, LG화학, 포스코 등 다양한 기업이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기업들도 적지 않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복잡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로 인해 기업들은 주로 스타트업이나 배터리 재활용 전문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잡했던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과정을 단순화시킬 수 있는 본 연구 방법은 기업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이다. 앞으로 본 연구 방법을 바탕으로 더 연구를 진행한다면 기업에서의 실제 폐배터리 공정 과정에서 본 연구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 리더는 “이번 기술은 배터리에 사용되는 금속 이외에도 다양한 금속을 분리하는 기술에 알맞게 적용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라고 의미를 밝혔다. 따라서 본 연구 방법은 폐배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사용되는 금속들도 분리 및 추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곳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스마트한 폐배터리 재활용", 작성자(22기 박주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899
2. "전기차 폐배터리 버리지 말고 다시 쓰자. 이제는 자원 순환시대!!", 작성자(19기 김수정),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381
참고문헌
해마다 늘어나는 폐배터리
1. 김진주, "전기차시대 골칫거리 '폐배터리' 재활용 서두른다”, 한국일보, 2021.06.29, https://hankookilbo.com/News/Read/A2021062910040005832?did=NA
2. 홍예지, “잔존용량 70~80% 땐 전기차엔 못써... 고출력 아닌 용도로는 10년 더 사용 [길잃은 ‘사용후 배터리시장’]”, 파이낸셜뉴스, 2021.11.28, https://www.fnnews.com/news/202111281838515698
기존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1. 삼정 KMPG 경제연구원, “배터리 순환경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과 기업의 대응 전략”, Business Focus, 2022년 3월
2. 허진석, “최적 설비로 리튬 대량 ‘채굴’… “이산화탄소까지 없애 1석 2조”[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동아일보, 2023.05.1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497101?sid=105
3. 나동욱, “연세대 박종혁 교수팀 초고로딩 전극 제작을 위한 신규 건식 전극 공정 개발”, 베리타스 알파, 2023.04.20,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453939
새로운 폐배터리 재활용 방법
1. 김봉수, “'배터리 1등' 韓, 폐배터리 재활용도 앞서 간다”, 아시아경제, 2023.05.03, https://view.asiae.co.kr/article/2023050312091002901
2. 유혜리, “IBS, 회전 반응기로 폐배터리 금속 추출”, 신소재경제, 2023.05.04, http://amenews.kr/news/view.php?idx=53527
3. Quintana, C., Cybulski, O., Mikulak-Klucznik, B., Klucznik, T. and Grzybowski, B.A. (2023), “One-Pot, Three-Phase Recycling of Metals from Li-Ion Batteries in Rotating, Concentric-Liquid Reactors.” Adv. Mater. 2211946. https://doi.org/10.1002/adma.202211946
새로운 폐배터리 재활용 방법의 장점
1. 유혜리, “IBS, 회전 반응기로 폐배터리 금속 추출”, 신소재경제, 2023.05.04, http://amenews.kr/news/view.php?idx=53527
2. 이건오, “IBS, 폐배터리서 금속만 쏙쏙… 반응 용기로 재활용 금속 분리·추출”, 인더스트리뉴스, 2023.05.05, http://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726
3. Quintana, C., Cybulski, O., Mikulak-Klucznik, B., Klucznik, T. and Grzybowski, B.A. (2023), “One-Pot, Three-Phase Recycling of Metals from Li-Ion Batteries in Rotating, Concentric-Liquid Reactors.” Adv. Mater. 2211946. https://doi.org/10.1002/adma.202211946
앞으로의 폐배터리 재활용의 방향성
1) 유혜리, “IBS, 회전 반응기로 폐배터리 금속 추출”, 신소재경제, 2023.05.04, http://amenews.kr/news/view.php?idx=53527
2) 조은비, “폐배터리 재활용시장 선점 나선 빅3…"안전성 평가기준 필요"”, 쿠키뉴스, 2023.05.10,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3051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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