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 플라스틱, 골칫덩어리에서 환경문제 해결의 열쇠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이태환
우리 앞에 닥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누군가 당신에게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지구 온난화 문제나 플라스틱 폐기물을 답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설문이 있었다.
[자료 1. 환경문제 인식 조사]
출처 : 연합뉴스
생활용품 기업 한국P&G는 지난 4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을 포함한 10개국 성인 1만 6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결과 한국 소비자의 69%(복수 응답)는 심각한 환경 문제로 기후 변화 및 온난화를 꼽았고,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66%로 뒤를 이었다. 또한 가장 활발히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 활동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86%의 응답자가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꼽았다. 국내 소비자는 환경 문제 중 특히 기후 변화나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이오가스법과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이들이 무엇인지, 관련된 갈등은 무엇인지, 전혀 무관해 보이는 두 개념을 통합한 생분해 플라스틱 통합 혐기성 소화까지 본 기사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골칫덩어리 생분해 플라스틱?
생분해 플라스틱은 무분별한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재앙을 막고자 등장한 대체재이다. 흔히 ‘썩는 플라스틱’으로 인지하고 있는데, 바이오 플라스틱과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있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자료 2. 사용 원료 등에 따른 바이오플라스틱의 분류]
출처 : 중앙일보
먼저 생분해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자체가 박테리아, 조류, 곰팡이와 같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또는 물과 메탄가스로 완전히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위 자료에서는 파란색 부분에 해당한다. 반면 빨간색 부분은 바이오 플라스틱에 해당하는데, 이는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성분이 자연에서 유래한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즉, 생분해 플라스틱 중에서는 화석연료 기반인 것도 있고, 바이오 플라스틱 중에서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도 있는 것이다. 본 기사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해결책으로서의 플라스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자료 3. 다양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들]
출처 : 중앙일보
생분해 플라스틱의 취지는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분해 플라스틱은 오히려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처리 문제에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현재 재활용이 아닌 종량제 봉투를 통해 ‘매립’으로 처리되고 있다. 문제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생분해 물질 함량에 있다. 생분해 물질이 100%인 것부터 중간 단계인 것까지 함량이 천차만별인데, 모두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통칭하고 있는 것이다. 이 플라스틱들은 재활용 과정에서 기존 플라스틱과 혼합된다면 플라스틱의 물성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어 매립으로 처리되는 것인데, 국내 매립지 용량이 한계가 다다른 현시점에서 매립을 지향하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좋은 대안이 아니다. 따라서 생분해 플라스틱 전문 퇴비화 시설을 통해 퇴비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한데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과 일반 비닐을 분류해 폐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처리 방안도 어려운 실정이다.
탄소중립을 향하여, 바이오가스법
[자료 4. 바이오가스법 하위법령(안) 입법 예고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출처 : 세계일보
생분해 플라스틱 처리 문제는 뒤에서 다시 다뤄보도록 하고, 서론의 통계에서 폐플라스틱에 더해 국민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것이 기후 변화였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새롭게 공포된 법안이 있는데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촉진법(이하 바이오가스법)’ 바로 그것이다. 먼저 바이오가스의 개념에 대해 알고 가자면, 바이오가스는 하수 슬러지,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자원을 이용해 생성한 가스를 말한다. 폐자원의 성상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바이오가스는 메탄, 이산화탄소가 주를 이루고 이산화황이나 수증기 등 미량의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다.
[자료 5. 바이오가스 생산 공정 및 활용]
출처 : 이투데이
바이오가스법은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2월 30일 공포된 법안으로, 간단히 얘기하면 유기성 폐기물을 배출하는 공공 및 민간사업자에게 이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공공의무 생산자는 2025년 1월 1일, 민간의무 생산자는 2026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적용 범위를 알아보면, 민간 의무생산자 범위에는 돼지 사육두수 2만 마리 이상인 가축분뇨 배출자, 국가 또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하루 처리용량 100t(톤) 이상의 가축분뇨 처리시설, 연간 1,000t 이상의 음식물류 폐기물 배출자가 포함된다. 아직 미정인 구체적 민간 의무생산자는 2025년부터 매년 환경부 장관이 지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바이오가스법의 하위 법령과 이를 둘러싼 갈등
지금부터는 하위 법령들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바이오가스 생산목표제 도입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이오가스 생산이 의무화됨에 따라 각각 바이오가스 생산 목표가 부여되는데, 생산 목표 달성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직접 시설을 설치하여 가스를 생산하는 방법 하나, 다른 시설에 폐자원 처리를 위탁해 가스를 생산하는 방법 둘, 마지막은 다른 시설에서 생산한 ‘실적’을 구입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 관련해서 추가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를 통해 바이오가스 실적거래 시장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료 6.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내 바이오가스 관련 시설]
출처 : 포인트데일리
다른 생산자의 실적을 구입해 생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의무공급량을 충당하기 위한 공급인증서 제도, REC 제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바이오가스 생산자는 가스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것 외에 인증받은 ‘생산실적’까지 판매함으로써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목표 부여 대상자의 시설 설치 부담은 낮추고, 바이오가스 생산자의 수익성은 높여주는 취지에서 고안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자료 7. 대한한돈협회의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화 철회 성명서]
출처 : 대한한돈협회
위와 같은 제도적 지원에도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자로 지목된 축산농가의 반발은 강하다. “국민들에게 양질의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바이오가스 생산하겠다고 약속한 바도 없는데 왜 축산농가가 바이오가스를 의무 생산해야 하고, 생산하지 않으면 범법자에게나 부과되는 과징금을 납부해야 하느냐”면서 “이는 명백한 축산농가에 대한 핍박이며, 부당한 행정규제”라고 성토했다. 이어 “바이오가스 촉진법에 따른 과징금은 탄소세”라며 “1개소당 시설비가 100억이 넘게 들어가는 바이오가스 시설을 축산농가가 설치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결국 과징금을 납부받아 바이오가스 설치 지원비용으로 쓰겠다는 얄팍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도 상생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절충안이 발표되지 않아 시행 시작인 2025년까지 관련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생분해 플라스틱의 처리 문제에 더해 가스 생산에 부담을 느끼는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자가 국내 환경 이슈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두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고안되었는데, 바로 생분해 플라스틱과 유기성 폐자원을 통합 소화하는 것이다.
혐기성 소화란?
[자료 8. 혐기성 소화의 반응식, 유기물 분해 단계 개념도]
출처 : 가스신문
통합 소화 방식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통합 소화의 기본이 되는 혐기성 소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혐기성 소화란 말 그대로 혐기 조건(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미생물의 소화 과정을 통해 메탄 등의 부산물을 얻어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혐기성 소화의 기본 반응식은 유기물을 분해해서 최종적으로 탄소 중 가장 환원된 형태인 메탄(CH4)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개념도를 통해 이해하자면, 유입된 성분들이 가수분해를 통해 단순 유기물로 분해되고 분해된 단순 유기물은 다시 산 생성 과정을 통해 휘발성 유기산인 Propionate나 부티레이트 등으로 분해된다. 이때 메카니즘이 달라지는데, 아세트산염이나 수소,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두 분자의 상호작용으로 메탄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메탄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이오가스로써 연료, 전력 생산 등의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떠오르는 대안, 생분해 플라스틱 유기성 폐자원 통합소화
[자료 9. 유기성 폐기물, 생분해 플라스틱 통합소화 가안]
출처 : 건설기술정보시스템
유기성 폐기물, 생분해 플라스틱 통합소화는 쉽게 말해 앞서 설명한 혐기성 소화 공정에 폐기물과 플라스틱을 혼합해 반응을 일으켜서 메탄을 생성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결국 생분해도 미생물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비슷한 온도, 습도와 같은 생장 환경에서 플라스틱도 분해하고, 폐기물도 자원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수거, 이송을 마친 음식물 쓰레기와 생분해 플라스틱이 각각 투입이 되는데, 먼저 전처리 과정을 통해 효율성을 최대로 향상하고자 한다. 이렇게 저장조로 투입된 물질들은 고온 혐기성 소화 과정을 통해 메탄이 생성되고 기타 불순물 처리와 정제 과정을 통해 필요한 물질들을 저장하게 된다.
[자료 10. 높은 온도 환경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종류에 따른 생분해율 비교]
출처 : ScienceDirect
새로운 기술이 적용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어느 정도의 효율을 낼 수 있는가일 것이다. 물론 어떤 생분해 플라스틱이 많이 유입되는지, 폐기물의 성상이 어떻게 다른지에 따라 효율의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LA와 PBAT를 비교했을 때 자료 9에서 볼 수 있듯 분해도의 양상이 크게 차이난다. 연구 중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실은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폐기물의 중온 병합 혐기소화를 통해 메탄 순도 70% 이상의 바이오가스 생산량 25%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25%가 극적인 수치로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자원화 시설에서 하루 처리하는 폐기물 용량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효율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들
물론 통합 소화 방식은 아직 한계점이 많다. 아직 랩 스케일에서 이뤄진 실험에 불과하고, 국내외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혐기성 소화해 바이오가스로 생산한 사례가 전무하다. 국내에서는 일단 혐기성 소화 시설 자체의 구축이 많이 미비한 상태이다. 국외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포함된 바이오 폐기물을 별로 분리해 혐기성 소화보다는 호기성 퇴비화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랩 스케일에서는 효율이 어느 정도 입증이 되었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플랜트로 스케일 업 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과제로 통합소화 플랜트 실증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플랜트를 짓기까지 보통 5년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5년이 지나 다시 본다면 어느 정도 상용화가 되어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법안 상정 시에 있었던 한돈협회와의 갈등처럼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과도하고 성급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럴수록 환경부는 부담 대상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생 방안을 모색하며 기술 발전에 더욱 집중을 해야 한다.
생분해 플라스틱, 바이오가스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맥주의 변신, 수소 생산을 위하여!", 작성자(21기 김수현, 21기 김채윤, 21기 이태환, 22기 박주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00
2. "친환경 플라스틱, 어디까지가 친환경일까?", 작성자(20기 황지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670
참고문헌
[우리 앞에 닥친 가장 심각한 문제]
1) 신선미, “P&G "한국 소비자, 기후변화·플라스틱 폐기물 환경문제 우려"”, 2023.04.25.,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30425074500003?input=1195m
[골칫덩어리 생분해 플라스틱?]
1) 정종훈 등 4명, “'친환경 대안' '또다른 쓰레기' 어디에 가까울까…생분해 플라스틱의 진실”, 2021.09.13.,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6774#home
2) 조은비, “환경부도 '난감'... 생분해 플라스틱 한국 상황 A to Z”, 2021.06.19., 뉴스펭귄,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800
3) 이신혜, ““PLA 생분해성 봉투 생산 독려해 놓고”...돌연 금지한 환경부”, 2022.01.29.,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channel/2022/01/29/6HLUW77RNVF5TB35NZTHV4WTZ4/
[탄소중립을 향하여, 바이오가스법]
1) 이민경, “2050년까지 가축분뇨·음식물쓰레기 바이오가스로 80% 의무생산”, 세계일보, 2023.04.27.,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427511824?OutUrl=naver
2) 노승길, “가축분뇨·음식물쓰레기 동시 해결…정부·현대건설, 321억 들여 바이오가스 에너지 시설 짓는다”, 이투데이, 2023.05.02., https://www.etoday.co.kr/news/view/2245607
3) 한정희, “[월요칼럼] 우려가 현실로…유기성 폐자원법 통과”, 2022.12.15., 축산경제신문, http://www.chukky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989
4) 옥미영, “축산농가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화 즉각 철회하라”, 한국농어민신문, 2023.05.02.,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885
5) 송형근, “‘바이오가스 촉진법’ 축산농가 규제로 작용하나”, 포인트데일리, 2023.05.02., https://www.thekpm.com/news/articleView.html?idxno=154395
[혐기성 소화란?]
1) 양인범, “미생물 활용, 혐기성 소화 통해 50% 이상의 메탄 생산”, 2022.05.09., 가스신문, http://www.ga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792
2) 권용철, “실증운전에 의한 음식물류폐기물의 혐기성소화시설 운영인자 연구”, 인천대학교 일반대학원, 2020
[떠오르는 대안, 생분해 플라스틱 유기성 폐자원 통합소화]
1) ㈜에으페으세이치코리아, “탄소중립도시형 생분해 플라스틱 자원화 플랜트 실증 연구 기획 최종보고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2022.10.14., https://www.codil.or.kr/viewDtlConRpt.do?gubun=rpt&pMetaCode=OTKCRK221092
2) G.Cazaudehore et al, “Active microbial communities during biodegradation of biodegradable plastics by mesophilic and thermophilic anaerobic digestio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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