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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수소-바이오

멍게, 이제는 센서에 양보하세요

by R.E.F. 21기 길민석 2024. 1. 31.

멍게, 이제는 센서에 양보하세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길민석

 

고분자에 전기 전도성이 있다고?

 

[자료 1. 전도성 고분자(Conductive Polymers)의 활용 분야]

출처 : RCS 

전기 전도성이 있는 플라스틱 및 고분자가 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는가? 우리가 아는 플라스틱은 단순히 포장재, PET 등을 생각할 것이고, 이러한 물품들과 전기 전도성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실제로 전기 전도성을 지닌 고분자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고분자를 '전도성 고분자(Conductive Polymer)'라고 한다. 고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 간에 단일 결합과 이중 결합이 번갈아 반복되는 사슬 구조를 갖고 있어서 파이(π)-전자밀도의 비편재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Conjugation 구조로 파이(π)-전자밀도의 비편재화가 일어나면서 전자가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여기서 나아가 도핑(doping)을 통해 전하량을 제어할 수 있으며, 전하량의 증가에 의해 전기 전도도 역시 증가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전도성 고분자의 예시로, Polypyrrole, Polyaniline, Polyacetylene, PEDOT : PSS (poly(3,4-ethylenedioxythiophene) : polystyrene sulfonate) 등이 있다. 

이 전도성 고분자는 수요공급 불균형, 가격 상승 등의 경제성 문제, 폐기 및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 문제, 안전성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는 금속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도성 고분자는 금속과 달리 가벼우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 센서 등의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셀룰로오스, 리그닌 등의 천연 산화환원 중합체와 전도성 고분자가 결합한 복합재료는 열적, 기계적으로 물성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친환경성도 확보할 수 있기에 복합체(Composite)에 대해서 특히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국내 연구팀이 멍게 껍질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 나노섬유(Cellulose Nanofiber)전도성 고분자인 PEDOT:PSS를 이용해 친환경 섬유형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는데,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전도성 고분자 PEDOT:PSS (poly(3,4-ethylenedioxythiophene) : polystyrene sulfonate))

[자료 2. PEDOT:PSS의 구조 및 결합]

출처 : hal.science

PEDOT 자체는 전도성이 양극 물질로 쓰이는 ITO보다는 못하지만 약 500 S/cm 정도의 전도도를 가지며 유기 활성층과 적합한 계면을 형성하여 ITO보다 나은 전기적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용해도가 높지 않고 대기 안정성 문제로 인해 PSS를 첨가하여 PEDOT:PSS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PEDOT:PSS 는 PEDOT 에 PSS 라는 음이온 dopant를 첨가하여 공정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든 물질이다. PEDOT 과 PSS 는 정전기적 인력에 의해 결합하며 PEDOT은 PSS에 의해 +전하를 띄게 되며 밴드갭을 작게 하여 금속성 전자 밴드 구조를 갖게 한다. PSS 의 비율의 변화에 따라 전기 전도도, 일함수 등의 특성이 변화하게 된다. PSS 이외에 나노 입자를 이용하게 되면 그 정전기적 인력에 의한 결합과 PEDOT 의 doping 정도를 조절, 나노 입자의 자체 특성 발현을 통해 복합체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 PEDOT : PSS는 높은 화학 안정성을 가지며 roll-to-roll과 같은 습식 코팅 공정이 적용 가능 하기 때문에 균일한 박막을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PEDOT : PSS의 전기 전도도를 다양한 방법으로 높이고, 이를 유기 전자 소자에 적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나무에서 얻는 천연 신소재 : 나노 셀룰로오스(Nanocellulose)

[자료 3. 나노 셀룰로오스(Nanocellulose)의 구조]

출처 : SpringerLink

셀룰로오스는 원재료로부터 화학적, 기계적, 생물학적 처리를 거쳐 분해하면 단계적으로 크게는 Microfibril Cellulose(MFC)와 미세하게는 Cellulose Nanofiber(CNF)를 제조할 수 있다. CNF는 보통 36개의 셀룰로오스 사슬로 구성되어 있는 소섬유이며, 직경은 약 5∼20㎚ 범위이고 길이는 약 500∼2000㎚의 범위이다. CNF는 100% 셀룰로오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비결정과 결정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CNF는 경량, 고강도, 고탄성률, 낮은 선팽창률 등의 특징 외에 셀룰로오스 자체의 특징인 재생 가능한 자원, 생분해성, 생체적합성, 내 유기 용제성 등을 가지고 있다. CNF를 마이크로피브릴(Microfibril)과 비교하면, 비표면적이 약 1,000배로 흡착성이 매우 향상되며, 나노 size이므로 기체 등의 유체와 접했을 때 압력손실이 상당히 작고, 섬유 직경이 가시광의 파장보다 짧기 때문에 빛을 난반사하지 않는다. 또한 섬유 고분자가 일렬로 배열되어 전기적, 역학적, 열적 물성이 우수하다. 그렇기 때문에 CNF는 복합수지에 첨가하여 수지 재료를 강화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이번 연구에서도 CNF는 전도성 고분자 PEDOT:PSS의 기계적 강도성과 유연성을 부여했다. 

 

멍게껍질에서 추출한 CNF와 전도성 고분자 PEDOT:PSS의 복합화

[자료 4. PEDOT:PSS 섬유(a)/멍게 껍질에서 추출한 CNF와 전도성 고분자 PEDOT:PSS를 복합한 섬유(b)]

출처 :  ScienceDirect

일반적으로 전도성 고분자 소재의 기계적 및 전기적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두 물질을 혼합하는 복합화 방법이 사용되고 있지만, 두 물질이 서로 잘 혼합되지 않거나 한 물질의 특성을 강화하려고 하면 다른 물질의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연구팀은 앞서 언급했듯이 높은 결정성과 방향성을 갖는 멍게껍질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 나노섬유(CNF)와 전도성 고분자 물질(PEDOT:PSS)을 복합화해 분자 수준에서 한 방향으로 고도로 정렬시킴으로써 기계적 유연성과 우수한 전기·전기화학적 특성을 겸비한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서 친환경 소재인 멍게껍질에서 추출된 나노셀룰로오스를 사용했으며, 이 나노셀룰로오스는 재생 가능하고, 지구상에서 풍부한 자원이며, 생분해 또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친환경적인 웨어러블 또는 이식형 섬유 기반 전자기기 및 센서 개발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을 위한 연구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필자는 현재 학부 연구생으로서 실험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위 연구를 통해 하나의 큰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친환경을 위한 연구의 시작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위 연구에서도 횟집에서 자주 보는 멍게로부터 나노셀룰로오스(CNF)를 추출한 것이 연구의 시작이 됐다. 물론, 그 후의 전도성 고분자와 실험 프로토콜 세팅에 있어서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지만, 연구의 시작이 멍게와 같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에서 영감을 얻고 이루어졌다는 점은 필자에게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됐다. 다른 한 사례로, 영국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배양 실험 중 실수로 세균 배양액을 푸른곰팡이로 오염시켰는데, 이를 관찰하다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우연한 발견은 의학의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위 연구와 사례처럼, 때로는 사소한 것에서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어쩌면 당신만의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나온 아이디어가 사회를 바꿀지 모른다.

 


전도성 고분자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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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고분자에 전기전도도가 있다고?]

1) Namsheer K., Chandra Sekhar Rout., Conducting polymers: a comprehensive review on recent advances in synthesis, properties and applications, ROYAL SOCIETY OF CHEMISTRY, 2021.

2) LG케미토피아, "폴리머 인사이트#22 금속이 된 플라스틱, 전기전도성 플라스틱", 2020.01.13, https://blog.lgchem.com/2020/01/13_electro_conductive_plastic/

3) 임소은, 김소연, 김세열, 김선주 and 김중현. (2015). 전도성 고분자의 전기전도도 향상 연구 및 이를 이용한 투명전극 응용. 공업화학, 26(6), 640-647.

[전도성 고분자 PEDOT:PSS (poly(3,4-ethylenedioxythiophene) : polystyrene sulfonate))]

1) Anna Shirinskaya, Physical modelling of bio sensors based on Organic Electrochemical Transistors,Chemical Physics [physics.chem-ph], 2017.

2) 왕석주. "나노 입자를 첨가한 PEDOT:PSS 전도성 고분자의 특성 변화 연구." 국내박사학위논문 연세대학교 대학원, 2009. 서울

3) 임소은, 김소연, 김세열, 김선주 and 김중현. (2015). 전도성 고분자의 전기전도도 향상 연구 및 이를 이용한 투명전극 응용. 공업화학, 26(6), 640-647.

[나무에서 얻는 천연 신소재 : 나노 셀룰로오스(Nanocellulose)]

1) Kai Zhang, Ahmed Barhoum, Chen Xiaoqing, Haoyi Li, Pieter Samyn, Cellulose Nanofibers: Fabrication and Surface Functionalization Techniques, Handbook of Nanofibers, 2019.

2) 이용우 기자, "나노 셀룰로오스의 응용분야와 최근 동향", HANDLER, 2022.04.13, http://www.ihandler.co.kr/sub.php?contents=board&load=board_view&usemode=view&board=newtech&no=388&range=8&keyword=&keymode=

[멍게껍질에서 추출한 CNF와 전도성 고분자 PEDOT:PSS의 복합화]

1) 오덕환 기자, "GIST, 멍게 껍질 추출물로 전자소자 개발", AI타임스, 2023.11.21,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5322

2) Minhu Huang, Seunghyeon Lee, Il-Young Jo, Hyunbeen Park, Bong Sup Shim, Myung-Han Yoon, One-step wet-spinning of conducting polymer and cellulose nanofiber composites for fiber-type organic electrochemical transistors, Carbohydrate Polymers, Volume 3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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