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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Water Risk:수자원 리스크] 일본의 수자원 리스크 대응 방법은?

by R.E.F 23기 김경훈 2024. 9. 30.

일본의 수자원 리스크 대응 방법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진희윤, 25기 김승현

 

태풍 '산산' 일본을 강타하다

 강풍과 호우를 동반한 ‘역대급’ 태풍 산산이 8월 29일 오전 일본 규슈 남부에 상륙했다. 일본 남부를 오가는 수백 편의 항공편은 결항했고, 113만 가구 225만여 명에게 대피 지시가 내려졌다. 태풍 산산은 이후 열도를 따라 시속 15km의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도쿄까지 큰 피해를 입혔다. 이틀 동안 600mm의 폭우가 쏟아진 오이타현의 논밭은 물에 잠기고, 도쿄의 도로가 침수돼 차량 통행은 금지됐다. 도쿠시마현의 80대 남성이 지붕에 깔려 숨지는 등 사망자가 6명으로 늘어났고, 100명 넘게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강 위력의 제10호 태풍 산산은 1960년 이후 일본에 상륙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자료 1. 태풍 산산의 이동경로]

출처 : NHK

 일본에서 ‘재난’이라는 개념은 익숙하다. 오래전부터 일본 국민들은 자연재해와 함께하며, 정부, 기업 등 주체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재난에 침착하게 대응해 왔다. 집중 호우를 몰고 오는 태풍과 해일로부터 매년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각종 수자원 리스크 대응의 우수 사례로 꼽히는 일본의 전략 및 시스템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한국의 수자원 리스크 대비책은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알아보자.

 

일본 물순환기본법의 제정 배경

[자료 2. 일본의 물순환 기본법]

출처: '한국과 일본의 물관리 정책 비교'

 1971년 환경청이 설립되면서 치수 분야는 국토교통성이 맡고, 수질관리 분야는 환경청이 맡도록 분리된 이래, 업무가 계속 세분화되어 왔다. 하지만 각 부처 간 분리⋅관리에 따른 예산의 낭비와 물관련 국가 계획의 중복, 비효율적인 물관리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전일본자치단체노동조합과 전일본수도노동조합이  물순환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참고로 전일본자치단체노동조합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으로 조직된 노동종합이고, 전일본수도노동조합은 수도, 하수도, 가스사업 등과 관련한 지방공영기업,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다.

 이후 초당파적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된 ‘물제도개혁국민회의’가 여론을 주도하면서, 2009년 12월 ‘물제도개혁국민회의’는 ‘물순환기본법요강안’을 제시했고, 2010년 2월, 여야의원 40여 명으로 구성된 ‘물제도개혁의원연명’이 발족하어, 물순환기본법 제정이 탄력받았다. 그리고 2014년 7월에 ‘건전한 물순환의 유지 및 회복’을 목표로 ‘물순환기본법’을 제정했다.

 

일본 물순환기본법 주요 내용

[자료 3. 일본의 물관리 행정체계]

출처: '한국과 일본의 물관리 정책 비교'

 물순환기본법은 4장 31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1장 총칙, 제2장 물순환기본계획, 제3장 기본적시책, 제4장 물순환정책본부로 구성된다. 총칙에서는 5가지 기본 이념(▲물의 공공성, ▲국민의 책무와 권리, ▲유역 관리, ▲지속가능한 물관리, ▲국제적 협력)을 제시했다. 제4장 물순환정책본부는 물과 관련된 행정조직체계의 사령탑이다. 조직 구조를 살펴보면 본부장은 총리가 맡고, 부본부장은 관방장관과 신설되는 물순환정책담당장관이 맡으며 나머지 장관들은 본부원이 되도록 한다.

 

일본의 물순환 행정체계

[자료 4. 일본의 물관리 행정시스템]

출처: 일본물순환정책사무국

 일본의 물관리 행정체계는 크게 국토 교통성, 후생노동성, 환경성,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으로 나뉘어져 상호 보완하는 체계이다. 한국에서는 순서대로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에 해당한다.

① 국토 교통성

 국토 교통성은 일본 전국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39기의 X-band 이중 편파 레이다를 설치해, 기상 정보를 수집⋅분석 역할을 담당한다. 국토교통성 산하 물관리국토보전국은 하수도⋅수자원⋅하천 관리 업무 등의 물관리 주요 기능을 담당한다.

 

[자료 5. 국토 교통성 기상 분석 자료]

출처: 국토 교통성 회의 자료

국토교통성 산하 기상청은 레이다 관측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간 강우예측 시스템을 갱신한다.

 또한 침수예측정보를 생산하기 위한 기법 개발뿐만 아니라 침수예측정보의 정확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강수예측자료의 정확도 향상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2020년 9월 11일 ‘제3회 기후변화 적응추진회의’에서는 “기상관측과 기후모델 개발 성과로 전국 대상으로 기후변화 감시⋅예측 정보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일본에서는 1시간 동안 50mm 이상의 강수량의 연간 발생 횟수가 증가했고, 향후 21세기 말까지 일 강수량 200mm 이상의 폭우 발생 횟수가 전국적으로 평균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② 후생노동성

[자료 6. 재해별 대응 대책]

출처: 후생노동성 회의 자료

 상수도를 관리하고 있으며, 2020년 9월 11일에 개최된 ‘제3회 기후변화 적응추진회의’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중요도가 높은 수도 시설의 재해 대응 상황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정전⋅토사 재해⋅침수⋅지진에 의해 대규모 단수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것이 판명된 시설에 대해서는 대책을 수립했다. 정전에는 자가 발전 설비 설치, 토사 재해에는 토사 유입 방지벽의 설치, 침수 재해에는 방수문의 설치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③ 환경성

 환경성은 물환경을 관리하고 일반 하천의 수질을 규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2020년 3월 26일에 열린 제2회 기후변화 적응추진회의에서 “수자원 대응 기본 시책으로 도시용수 공급의 안정도와 빗물 이용 시설을 늘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물환경 사업으로 수질 모니터링 조사, 합류식 하수도와 고도 처리 실시율을 늘리고 있다.

④ 경제산업성

 경제산업성은 공업용수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2018년 12월에는 TCFD 권고안의 해설서인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를 위한 가이던스 ‘TCFD 가이던스’를 책정했다. 그리고 TCFD 컨소시엄은 경제산업성이 작성한 ‘TCFD 가이던스’ 4개 항목에 기타 항목을 추가하고, 항목별로 일본 기업의 정보공시 사례 47건을 제시한 ‘TCFD 가이던스 2.0’을 발표했다. 식품 업종에서는 원료와 수자원의 공급 위험을 언급했고,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방재⋅감재 대응, 손보 분야의 위험 관리를 언급했다.

[자료 7. ‘A-PLAT’]

출처: A-PLAT

 일본 정부는 수자원 리스크를 포함한 종합적인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추진을 위해 2018년 기후변동적응법을 제정하고, 법률 제50호에 따라 국립환경연구소 기후변화 적응센터는 기후변화 적응 정보 플랫폼인 ‘A-PLAT(Adaptation Platform)’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서 지방공공단체, 사업자 등이 기후적응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일본 기업의 수자원 리스크 대응 현황

 일본은 수자원에 대해 종합적인 관리를 추진하고 있기에 정부의 역할과 함께 다양한 자연환경, 상황을 고려한 기업들도 연계하여 활동하고 있다. 섬의 특성상 대지진과 홍수에 취약한 일본은 선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자연재해를 대비한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기후변화적응 및 재난대응을 위한 기술개발, 사회시스템 개혁을 과학기술 혁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로 인식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기후 리스크 대응은 지속가능 경영과 기업가치 평가의 중요한 요소가 되며 기업의 대응을 크게 다섯 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일본 기업인 미쓰이물산과 미쓰비시상사는 투자 규모가 큰 회사나 중요한 자산을 선정해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를 운영한다. 선정된 대상을 기반으로 미래 기후 리스크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이 결과를 해석, 대응 방안을 수립한다.

② 사업 연속성에 필요한 잉여 역량 확보

 사업 연속성 관리 체계는 기업이 각종 재해와 재난 등으로 인해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해도 그 영향을 최소화하고 최단 시간 내에 핵심 업무를 복구해 사업을 정상화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일본 기업인 오바야시구미는 95년 한신 고베 대지진 이후로 ‘종합방재시스템’을 구축하여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종업원 안부 확인 등 추가 피해를 대비하고 있다. 회사 건물이나 종업원 거주지, 건축 시공 현장 등 장소의 지반 정보, 과거 지진기록, 하천 및 도로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피해 상황을 예측하여 스마트폰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 시스템은 이후 2016년 구마모토지진과 2018년 서일본 집중 호우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됐다. 또한 재난 발생 시 복구 작업에 필요한 거점은 사전에 구축하여 사업 연속성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

[자료 8. 지진피해예측시스템 화면- 좌: 이미지, 우: 스마트폰 화면]

출처: 포스코경영연구원

③ 기후 기술 솔루션 개발

 타이세이건설은 대규모 지진 발생에 대비한 건물 안전 점검 및 침수 리스크 진단 시스템인 ‘건물 안전성 감시 시스템(T-iAlert® Structure)’과 ‘건물 침수 리스크 평가·진단 시스템(T-Flood® Analyzer)’ 을 자체 개발했다. 건물 안전성 감시 시스템은 초소형 센서와 무선통신망에 기반해 구조물의 안전 여부를 3단계로 진단한다. 초기 도입 비용이 많이 드는 가속도 센서를 소량만 설치하고 과거의 계측, 분석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축적하는 방식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한다. 또한 건물 침수 리스크 평가·진단 시스템은 특정 지역의 침수 상황을 단시간 해석해 3차원으로 침수위험지도를 표시하며, 이는 침수 예상 상황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도시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

[자료 9. 건물 안전성 감시 시스템 개념도]

출처: 포스코경영연구원

④ 기후 대응 솔루션으로 수익 창출

 각 기업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제시하는 동시에 이를 수익 창출의 방안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소프트웨어 ‘DioVISTA/Flood’를 개발해 홍수 발생 시 하천 범람 속도, 침수 예상 시간, 침수 방향, 복구 예상 시간 등을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이 프로그램을 ‘침수피해예측시스템’ 으로 개발하여 판매하기 시작해 수익을 창출했다. 이 시스템은 국토지리원의 지도 데이터, 항공기 레이저로 측량한 3차원 지형 데이터 등을 이용해 수문 개폐의 정확한 타이밍을 계산하고 주민 대피 루트를 제공하는 등 유용한 정보를 지원하고 있다. 

[자료 10. 아오모리현 집중 호우 피해 지역의 침수 시뮬레이션 이미지]

출처: 포스코경영연구원

⑤ 기후 리스크 대응에 체화된 조직문화 정착

 다이와하우스(Daiwa House)는 ‘재해·기후 변동을 전제로 한 사업을 실시하며 체계 확립’을 지속가능성 핵심 과제로 수행한다. ‘자연재해에 강한 기업’을 목표로 삼아 전국 사업소에서 태풍, 수해 등 재해 대비 훈련을 실시며 재해 대응 체제는 지자체와 재해 대응 연계 협정을 맺어 포괄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또한 기업 회사 내에서는 전체 부서에서  BCMS 구축 실천 프로세스별 자체 평가를 실시하고 매년 지속가능 보고서에 수록하여 사내외 공유를 실천한다. 평가를 처음 시작한 2019년의 점수는 44점이었으나 2022년 목표를 100점으로 설정할 만큼 효과적인 BCMS를 구축하고 있다.

[자료 11. 재해·이상기후 대비 사업실시체계 확립 평가]

출처: 포스코경영연구원

 

선제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재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정부는 물순환기본법을 통해 통합적인 물관리 행정체계를 구축하고, 재해에 신속하고 일관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법률과 정보 플랫폼을 통해 재해에 대한 예측과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기업들도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재난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등 자체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후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조직 문화에 기후 리스크 대응을 내재화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일본의 대응 방안을 참고하여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먼저,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해 정부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기후 리스크 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이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적응 정보 플랫폼을 마련해 공공기관과 기업이 신속하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기후 리스크 관리와 사업 연속성 계획을 강화해 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도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복원력을 높이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수자원 리스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폭풍, 집중호우 등 수자원 리스크는 이미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으며,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국가와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한국도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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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태풍 '산산' 일본을 강타하다]

1) "초강력 태풍 '산산' 일본 상륙...수백만 명 대피령", 닉 마쉬, 켈리 응, BBC NEWS, 2024.08.30,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3d9zn2r7r5o

2) "10호 태풍 '산산', 27일 이후 서일본과 동일본에 접근 예상", NHK WORD JAPAN, 2024.08.24, https://www3.nhk.or.jp/nhkworld/ko/news/k10014557511000/

[일본 물순환기본법의 제정 배경]

1) '한국과 일본의 물관리 정책 비교', 권혁준·이태관·오현정·이희수, 2020.02.17

[일본의 물순환 행정체계]

1) '일본의 홍수 예·경보 체계 및 기술 현황', 김선민·이동률·노희성, KSCE magazine 특집기사 2-2, 2020.09

[일본 기업의 수자원 리스크 대응 현황]

1) 도계훈, 일본의 기후변화대응 혁신전략 동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19,12

2) 류희숙, “일본 기업의 기후 리스크 대응 전략”, 포스코경영연구원, 2024,02,29

3) 이경선, “일본의 물 순환 정책 현황”,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20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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