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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의 아름다움, 소수력발전

by R.E.F. 8기 신지민 2017. 7. 7.

작은 것의 아름다움, 소수력발전

 

, 지금, 신재생에너지일까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 에너지원 현황을 비유할 때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난 2004711일부터 틀린 표현이 되었습니다. 울산 앞바다 남동쪽 58km 지점 제 6-1 광구 고래 V구조에서 가스와 원유를 생산해내기 시작하면서 세계 95번째로 산유국 반열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사진 1. 동해-1 가스전 모습]              [그림 1. 동해-1 가스전 위치]

출처: 한국석유공사 홈페이지

 ‘동해-1 가스전으로 명명된 이곳에서는 천연가스와 이에 대한 부산물로 컨덴세이트라 불리는 초경질 원유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 생산 물량은 하루 평균 4600만 입방피트로 약 31만 가구가 도시가스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이며, 원유 생산 물량은 하루 평균 890배럴로 자동차 18000대를 운행할 수 있는 양입니다. 국외 시장에서 치열하게 벌어들인 외화의 대부분을 에너지원 수입에 쓰던 것을 생각하면 뜻밖의 쾌거일 수도 있습니다.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 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로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체계에 대해 위안을 얻어도 되는 것일까요? 2015년 기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보통계센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에너지원의 94.8%를 수입하는 에너지 빈국입니다. 또한 산업부에서는 동해 가스전 생산 종료 시점을 2019년까지로 전망하고 있어 원유와 천연가스를 해외에서 전량 수입할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그림 2. 2015년 기준 에너지정보통계]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홈페이지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경·사회적 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급되고 있는 1차 에너지 비율은 화력 및 원자력 발전 중심의 대규모 중앙 집중 공급방식이 고착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전력 수급 현황을 살펴보면, 유연탄 37.7%, 원자력 31.2%, LNG 19.1%, 석유 6.0%, 수력 및 신재생 5.1%, 무연탄 0.9%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 배출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화력발전소와 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와 비리 및 위조부품 문제로 투명성을 의심받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운용 및 증설 계획은 앞으로도 심각한 환경·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함으로써 2020년부터 신기후체제가 출범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신산업 육성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해 빠르고 바르게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 중 우리는 사회 구성원들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개발과 보급에 힘쓰는 것으로부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흐르는 물로 전기를? 수력발전의 위력!

 우리나라처럼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해야하는 나라에서는 국내 부존자원을 활용한 청정에너지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신재생에너지의 한 종류인 수력에너지는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발 가치가 큰 부존자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수력발전은 유량과 낙차가 발전량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력발전이란 물이 갖는 위치에너지를 수차를 통해 기계에너지로 변환하고, 이것을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발전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물이 떨어지는 힘으로 수차를 돌리면 수차의 축에 붙어있는 발전기가 돌아가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입니다.

[그림 3. 수력발전의 원리]

출처: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수력 발전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타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에 비해 기상의 영향을 적게 받아 공급 안정성이 우수하며, 물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발전연료 수입 대체효과, 양질의 전력공급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짧은 시간 내 전출력까지 송전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력 및 석탄 화력의 대용량기가 불시에 고장이 났을 때 상시대기 예비력으로 운용되어 전력공급 신뢰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크면 대수력, 작으면 소수력? 수력발전의 다양한 분류 기준!

 각 나라마다 수력발전을 분류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이 발전설비용량에 따른 기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규모별 구분

발전설비용량 기준

대수력(Large Hydropower)

1,000,000 KW 이상

중수력(Medium Hydropower)

10,000 KW ~ 100,000 KW

소수력(Small Hydropower)

1,000 KW ~ 10,000 KW

미니수력(Mini Hydropower)

100 KW ~ 1,000 KW

마이크로수력(Micro Hydropower)

5 KW ~ 100 KW

피코수력(Pico Hydropower)

5 KW 이하

 

 

 최근 세계는 큰 댐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수력은 신재생가능에너지의 범주에서 제외하고, 10,000 KW 이하의 발전만을 신재생가능에너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발전시설 용량만 적은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조건과 조화를 이루고 대규모 발전설비에 비해 기술적으로 단순해야한다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사진 2.  일반적인 대규모 수력]                                                [사진 3. 미니수력]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이전 대체에너지 개발 촉진법적용 당시 10,000 KW 이하 수력 발전을 소수력으로 불렀으나, 이후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개정되면서 설비 용량 기준을 삭제하고 수력을 통합했습니다. 현재는 일부 지자체나 기관에서 수력, 소수력, 초소수력, 초초소수력 등으로 분류하거나, 전기사업 허가 관련 서류 제출 시 기준이 되는 3,000 KW를 기준으로 그 이하를 소수력, 그 이상을 수력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명시한 기준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발전 용량 10,000 KW 이하를 소수력’, 10,000 KW 초과를 일반 수력’, 야간이나 전력이 풍부할 때 펌프를 가동해 아래쪽 저수지의 물을 위쪽 저수지로 퍼 올렸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방수하여 발전하는 양수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국내 수력발전 현황과 추세

 

[그래프 1. 수력발전 설비 변화 추이 ]

출처: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연료별 발전설비 통계자료 추가 편집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더불어 본격적인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 발전설비 통계자료에 따르면, 1961년 수력발전 설비용량은 143,380 KW, 해당년도에 가장 많은 발전 설비용량을 차지한 화력발전의 뒤를 이은 수치입니다. 이후 1979년 양수발전, 1985년 소수력발전소 건설을 시작으로 꾸준히 총 수력발전 설비용량을 늘려갔습니다.

 최근에는 10,000 KW 이하의 소수력발전만을 신재생가능에너지로 간주하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소수력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 발전설비용량 변경 자료에 따르면, 수력발전소는 200728일 기준으로 전국 111, 총 발전 용량 65.000 KW였지만, 201721일 기준으로는 전국 244, 총 발전 용량 203,500 KW입니다. 지난 10년간 발전 대수와 용량이 모두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발전 대수 증가폭에 비해 발전 설비용량 증가폭이 적다는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역사로부터 살펴보는 수력발전, 그리고 그것의 이면

 인류 생활에 물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을 살펴보려면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합니다. 먼 옛날, 인류는 물과 함께 문명의 꽃을 피웠습니다. 강을 중심으로 농경과 목축을 시작했고 배를 띄워 생활에 필요한 식량과 물품을 교류했습니다. 그리고 기원원년 경, 물의 동력을 활용하여 곡식을 도정하는 물레방아를 개발했고, 19세기 말 윌리엄 암스트롱이 물레방아의 원리를 전기 생산에 접목하면서 세계 최초의 수력발전기를 발명했습니다.

 

[사진 4, 5. 물레방아와 수력발전은 물의 낙차를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

출처: economicpolicycentre

 한반도 최초의 수력발전소는 1905년 평안북도 운산군에 지어진 운산수력발전소입니다. 구한말 미국인 모스 소유의 동양합동광업회사가 운산금광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550 KW급의 소규모 발전입니다. 이후 1929년 함경남도 신흥군에 부전강수력발전소가 지어지면서 200,000 KW급의 대규모 발전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력발전을 떠올릴 때 댐과 같은 대규모 시설의 큰 낙차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수력발전을 생각합니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는 산과 계곡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이용한 대규모 발전방식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6. 1900 년대 운산 금광 모습]             [사진 7. 부전강수력발전소 건설현장]

출처: 한국수력원자력 블로그

 

 

 이에 따라 오래 전부터 이러한 수력발전 방식으로 인해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지자체, 정부 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표출했습니다. 일례로 1995년 전후로 경남 산청양수발전소를 둘러싸고 여러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인근 환경단체들과 수몰예정지 주민들은 수력발전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보다 환경파괴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고 주장하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범국민서명운동을 실시했었으나, 정부는 1995년 공사를 착수하여 2001년에 경남 산청군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에 댐과 양수발전소를 건설했습니다. 이후 댐 건설용 도로공사가 지리산의 생태계를 양분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발전소 건설 후 안개가 끼는 날이 크게 늘고 주변 습도가 올라가면서 지역 특산물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20013월 강원도에서는 강릉 수력발전소 발전 수원인 평창군 도암댐으로부터 각종 축산 및 생활 오·폐수가 방류되어 강릉 남대천의 수질이 악화된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수력발전을 반대하여 지금까지 가동 중지 상태입니다. 2005년 홍천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담수로 인해 안개가 많아져 주민들의 건강 문제가 우려되고 피서객 감소로 인해 주민소득에 피해를 유발하여 반대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유수량을 보존하고 주민들의 농사 피해 시 소득과 인건비, 경비 및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홍천군에 제출했었습니다.

 

우리나라 수력발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

 발전소를 짓는 이유는 전력과 에너지를 생산하여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삶의 권리와 행복을 위함입니다. 따라서 앞선 사례처럼 발전 시설이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거나 주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지 못한다면, 악영향은 최소화하고 효율은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개선되어야 합니다. 또한 수력발전이 가지고 있는 양날의 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적절한 장소에 도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수력발전이 국내 부존자원을 활용하고 전력 공급 안정성에 도움을 주는 등의 분명한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초기 설비 투자비용이 높고 생태계를 변화시킨다는 현실적인 한계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소수력발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농업용 저수지, ·하수처리장 등의 기존 시설물을 활용한 소수력발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4, 서울시는 중랑, 난지, 탄천, 서남 물재생센터 방류수로에 전기를 생산하는 초소용량 소수력 발전기를 설치해 2,900 MWh의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805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생산량이며, 연간 55천만원의 석유사용 대체효과 및 온실가스 1,200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곳에 설치된 2m 이하 저낙차 흐름식 발전기는 국내에선 아직 보급단계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타 지자체 물재생센터 및 국내외 유사 입지조건의 장소에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 이노마드는 수력발전의 또 다른 잠재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이노마드는 20148월 청계천에 흐르는 물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청계천 스마트 충전소(청마소) 프로젝트를 선보인 이후, 길이 24cm, 무게 800g, 6400mAH 배터리 용량을 가진 휴대용 수력발전소 이스트림을 출시했습니다. 더 이상 수력발전이 멀리에 있지 않음을 말해주는 사례입니다.

 

                    [사진 8. 청마소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있는 시민]  [사진 9. 휴대용 수력발전기 이스트림 ]

출처: 이노마드 홈페이지

소수력발전이 넘어야 할 산

 이처럼 소수력발전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투자비 회수 기간이 길고 저낙차용 국산 수차의 효율이 저조하기 때문에 타 발전 방식에 비해 경제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관련 시장이 협소하고 수요가 적다보니 발전 가능성에 비해 소수력발전이 가지고 있는 힘이 낮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안정적인 제반 여건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소수력발전에 뛰어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큽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소수력발전의 개발 및 보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자체에서 수력발전 잠재성이 있는 기존 시설물에 적극적으로 설치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천적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에른스트 슈마허는 말했습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제는 큰 하나보다 수많은 작은 것들이 모여 만들 위대함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소수력발전이 우리나라 주류 에너지원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합니다.

 

참고 문헌

1. 동해-1 가스전 관련 이미지 및 정보: 한국석유공사 (http://www.knoc.co.kr/)

2. 2015년 에너지통계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www.keei.re.kr)

3. 수력발전 이점: 한국수력원자력 (www.khnp.co.kr)

4. 수력발전 원리 이미지: 한국전력공사 (home.kepco.co.kr)

5. 대수력 이미지: POWER TODAY, 'Hydro power yet to take off' (http://www.powertoday.in/)

6. 미니수력 이미지: ENCO (http://minihydro.co/)

5. 발전설비용량에 따른 수력발전 분류 기준: Renewablesfirst,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micro, mini and small hydro?’ (http://www.renewablesfirst.co.uk/)

6. 수력발전 설비 변화 추이 :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연료별 발전설비 통계자료 인용, 이후 작성자 추가 편집 (epsis.kpx.or.kr)

7. 2005년 전후 수력발전 명칭 변경 정보: 대체에너지개발 및 이용·보급 촉진법,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8. 2007, 2017년 소수력 발전대수 및 설비용량: 전력거래소 발전설비용량 변경 자료 (www.kpx.or.kr)

9. 수력발전 역사: 한국전력 전기박물관

(http://home.kepco.co.kr/kepco/PR/F/htmlView/PRFAHP001.do?menuCd=FN060501)

10. 물레방아 사진: Economic Policy Centre, ‘Micro-hydro huge potential for the UK?’

(http://www.economicpolicycentre.com/)

11. 휴대용 수력발전기 이스트림’: 이노마드 (www.energynom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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