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에너지 오아시스, 태양에너지
올해는 유독 더운 여름이었던 것 같다. 위로는 태양 빛이 내리쬐고, 아래로는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복날에 먹고 있는 내 삼계탕의 백숙 처지와 그리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닭은 삶아지는 이유라도 있지. 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 무의미하게 달궈져야 하는가? 하늘에서 내리쬐는 저 태양 빛은 그저 쓸데없이 우리를 괴롭히기만 할 뿐이고, 우리는 그저 마당에 푹 퍼져버린 진돗개처럼 혓바닥만 내놓고 헐떡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세상 모든 생명이 귀하다지만 지구상 모든 종의 정점에 서 있는 지적생명체인 우리 인간들이, 복날에 ‘의미 있게’ 끓여지는 닭보다도 못한 존재란 말인가?
다행히도 이 의미 없는 더위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우리보다 더욱 더위에 익숙하고 따갑기까지 한 태양 빛이 공기보다도 당연한 사람들. 바로 사막의 민족들이다. 달이 자취를 감추는 시간부터 다시 달이 뜰 때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햇볕을 받아내는 사막은 예로부터 갖가지 보석과 재화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비록 중동이 아니더라도, 사막은 역사 속에서 항상 부와 권력, 그리고 인간 문명의 상징이었다. 사막의 모래알 사이사이에는 천부적으로 이어져 온 부유함이 숨어있고 이는 아직도 유효하다. 숫자와 과학에 밝았던 아라비아인들의 실크로드가 이를 반증하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검은 보석이라 불리는 석유가 그들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다면 향후 그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뼛속까지 자본가의 피가 흐르는 사막의 자식들은 다가오는 미래에 무엇으로 그들의 재력을 불려 나갈 것인가?
[사진 1. 사막과 낙타]
출처: 테크홀릭-이번엔 사막...낙타 올라탄 스트리트뷰
본디 자본가라면 몇 수 앞을 내다봐야만 하는 법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큰돈은커녕, 밑천이나 안 까먹으면 다행이다. 검은 보석, 석유는 아직 지하에 충분히 매장되어 있다지만 이건 꽤 제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시추를 해야 하고, 그러다 석유가 고갈되면 다른 곳에 가서 또 시추하고, 없으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 하지만 이 석유라는 것은 캐내면 캐낼수록 더 큰 비용을 요구하는, 속칭 ‘연비가 안 좋은’ 사업이다. 한 곳의 석유가 다 떨어지면 그 근처의 다른 곳에 또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과연 이 두 번째 시추 굴에서 나오는 석유량이 첫 번째만 하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친환경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국가가 환경보호를 이유로 각종 규제를 계속 강화해가고 있는 상황에 석유 기반의 운송수단이 계속해서 호황이 지속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진 2. 석유 시추]
출처: CLINT JONES / TYLER MORNING TELEGRAPH / ASSOCIATED PRESS
그래서 그들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좀 더 값싸고 손쉬운 방법으로 돈 버는 방법, 바로 태양광 에너지이다. 하늘에서 공짜로 내려오는 태양에너지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이 사용전력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고 아직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듯 이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원자력이 위험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당연한 사실임에도, 그것이 또 전력생산에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는 없기에 원전폐쇄라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 원자력 발전이라는 것도, 여러 가지 입지 조건이 만족하여야만 건축되는 것이고 제한조건이 적은 편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것은 어떨까? 이 또한 각종 제한이 있긴 하겠지만 그건 어떤 대용량 발전소건 비슷할 것이다. 즉, 입지조건만 맞는다면 태양광 발전소가 원전과 대등한 지위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세계 각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대규모 태양광 플랜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중동 - 아부다비(스웨이한 사막)
[사진 3. 스웨이한 발전소]
출처: 녹색경제-사막에 세계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소 들어선다..."태양광 발전소 하나로 20만세대 전력 책임"
일단 가장 먼저 중동으로 가보자. 이미 아랍에 태양광 발전소가 있긴 하지만 이를 원전에 비교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현재 UAE에서 아부다비 근처에 있는 스웨이한 지역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예정에 있다. 이 사업은 아부다비 수전력청(DEWA)이 발주한 사업으로 한때, 한전과 한화 큐셀, GS건설이 컨소시엄을 맺고 사업입찰에 나섰었으나, 결국 스털링 앤 윌슨이 마루베니, 진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사업을 입찰한 것으로 보인다. 350MW 규모의 대용량 발전소는 적어도 19만 5천 세대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되며, 고리원전의 시설용량이 1호기 약 59만kW, 2호기 약 60만kW를 모두 합쳐 약 130만kW 용량임을 고려해볼 때, 이는 원전에 버금가는 발전용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태양광 에너지는 발전단가가 낮기에 원자력보다 더 낮은 가격에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고 안전성에서 또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위에 서 있다. 결과적으로 하늘에서 공짜로 내려오는 햇빛을 이용하여 생산해내는 청정에너지인 만큼 2.42센트/kWh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이 사업은 입찰 되었고, 화석연료가 5센트/kWh임을 고려해볼 때 엄청난 이득이다. 만약 이 발전소가 건설된다면 연간 탄소배출량을 약 700만 톤 정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거대한 발전소가 머지않은 미래, 2019년 1/4분기에 완공될 계획에 있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부다비에서는 무탄소 도시로 유명한 Masdar city가 있고 태양광 발전소를 비롯하여 다양한 각종 청정에너지 기반의 플랜트들이 더 들어설 예정임을 미루어 보아 앞으로도 계속 UAE는 태양광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여 정부의 확고한 주도 아래 친환경적인 행보를 거듭해가리라 예상된다.
2. 남미 - 칠레(아타카마 사막)
[사진 4. 아타카마 사막의 ‘달의 계곡’]
출처: Daum 블로그 – Blue’s photo gallery
사막이 항상 중동 아시아에만 있는 법은 아니다. 사막은 중국에도 있고, 터키에도 있고, 북미와 남미에도 사막은 넘쳐난다. 그중 태양광 플랜트가 들어서기에 손으로 꼽을 만큼 이상적이라는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도 대용량의 플랜트가 이미 완공되어 작동 중이다. 이는 2016년 8월에 완공되었고, 120MW급의 발전소로 위에서 설명한 아부다비의 플랜트에 비교하면 발전용량이 1/3밖에 되지 않지만, 발전단가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2.91센트/kWh이다. 아무래도 입지조건은 아부다비보다 좀 더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
칠레의 경우는 태양광 발전소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바람에, 오히려 전기의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는데 덕분에 지역 주민들은 몇 달째 공짜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의 칠레는 중앙전력망과 북부 전력망이 서로 연결되어있지 않아 버려지는 전기가 많았다고 하는데 이를 해결한다면 아타카마 사막의 넘쳐나는 공짜 전기가 칠레 전역으로 공급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공짜와 다른 바 없는 가격으로 인간 문명의 혜택을 편리하게 누리면서도 환경보호를 동시에 이뤄내는 날이 오리라 믿었었는데, 아무래도 칠레가 가장 빨리 꿈같은 미래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3. 북미 - 미국(모하비 사막)
[사진 5. 모하비에 위치한 ‘이반파 태양열 발전소’]
출처: Morocco news – 모로코 정보 사이트
[사진 6. 태양열 발전의 준비 모습]
출처: 브라이트소스 에너지 홈페이지
서부영화라 하면 머릿 속에 무엇이 떠오르는가? 황량한 모래벌판, 뜨거운 햇빛, 선인장, 그리고 카우보이와 총. 이 정도가 떠오를 것 같다. 그렇다. 미국 서부에도 거대한 사막지대가 있다. 바로 모하비 사막이다. 이 모하비 사막은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는데,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현재 태양광 국제박람회가 열릴만큼 태양에너지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이미지 변신에는 당시 오바마 정부의 지대한 지원도 한 몫했다. 상당한 열과 성을 들인 사업인 라스베이거스의 이반파 태양열 발전소는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이 아닌, 태양열 발전소이다. 따라서 태양전지를 쓰지 않고, 헬리오스타트(Heliostat : 태양에너지를 반사시키는 장치)를 통해 3개의 거대한 솔라타워(Solar tower : 반사된 태양에너지를 모으는 탑)에서 모인 열로 증기를 만든다. 즉, 이 증기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태양열 발전소는 스페인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둘 다 상당히 큰 면적을 요구로 한다. 특히나 이반파 태양열 발전소의 경우는 35만개나 되는 거울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또한 조금이라도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받기 위해 헬리오스타트는 컴퓨터에 의해 각도를 조정한다.
이반파 발전소는 400MW의 용량의 발전소이며, 연간 대략 40만톤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최대 14만개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를 만약 향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송전한다고 하면 약 2/3을 충당할 수 있을만큼의 전력이라고 한다. 상상해보라, 낮에 뜨는 태양이 해가 진 라스베이거스의 밤까지 밝힌다니 그야말로 해가 지지 않는 도시라 할 만 하다.
4. 동아시아 - 중국(안후이성 차오호)
[사진 7. 안후이성의 차오호에 건설된 수상 태양광 발전소]
출처: 선그로우
이번에 살펴볼 태양광 플랜트는 사막이 아니다. 중국에도 분명히 타클라마칸 사막이나 고비 사막 같은 유명한 사막들이 즐비하지만 이번에는 다소 색다른 태양광 발전소를 설명해보려고 한다. 중국이 태양광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 만큼 중국은 태양에너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오고 있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수상 태양광 발전소이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소인데 발전용량은 40MW로 지상에 비하면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인근 도시의 조명을 밝히고 에어컨을 가동하기에는 충분히 많은 양의 발전량이다. 패널이 물에 젖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방수패널을 이용하였고, 이제 차오호 위에는 총 16만 6천 개의 태양전지가 전기를 생산해낼 수 있다. 물론 수상 태양광 발전소가 갖는 여러 가지 한계점도 있겠지만 만약 수상 태양광 발전이 좀 더 상용화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곳곳에 있는 하천과 호수에서 이러한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현재 중국은 환경 오염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한다던가, 혹은 이와 같은 태양광발전소를 약 10곳 정도 더 만들어서 원전을 대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직은 미비하지만, 중국의 노력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
5. 그 외
[사진 8. 한화큐셀이 터키의 1GW급 태양광 발전소 건설사업을 따냈다]
출처: 허리예트 데일리뉴스
이 외에도, 호주나 터키, 유럽 각국에 수많은 태양광 발전소들이 세워져 있고, 개중에는 위에서 언급한 만큼의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들이 있다. 일사량, 습도 등 여러 가지 기후조건이 잘 맞아 떨어진다면 청정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금 터키 카라프나르 지방에서는 한화큐셀과 터키의 칼리온 社가 각각 지분 50%를 투자하여 터키 최대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뛰어든다. 이 플랜트는 1GW급인데 3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발전량이다. 한화큐셀은 올해 3월 이 사업의 수주를 따냈으며 투자금액만 해도 1조 5천억에 달한다. 여기 카라프나르 지방은 일사량이 좋고 연 강수량이 낮아 태양광 플랜트를 건설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고 있으므로 건설되기만 한다면 지역 전력공급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9. 호주에 건설된 브로큰 힐 태양광 발전소]
출처: AGL Energy
세계의 배꼽이라 불리는 울룰루가 있는 호주 또한 거대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대륙이다. 동식물들이 잘 보전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의 개발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한 호주는 자신이 가진 이점을 잘 이용하여 진즉에 여러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2016년에는 Moree Solar Farm라는 단방향 추적식 대용량 태양광 플랜트가 건설되었다.
정리
트럼프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많이 두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상 그의 행보가 완전한 반(反) 청정에너지도 아닐뿐더러, 전 세계의 흐름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계속해서 청정에너지에 대한 갈망은 커질 것이다. 좀 더 값싸고, 좀 더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아서 우리는 계속 진보해 나갈 것이고 맑은 하늘과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에서 우리 자식들이 살게 되리라 믿는다. 물론 아직도 청정에너지에 냉소적인 웃음을 짓거나, 청정에너지를 마치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망상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항상 상상 속에 살았고, 앞으로도 상상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과거 우리 조상이 꿈꿨던 상상은 지금 우리에게 공기만큼이나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꿈이 현실로 이어지기까지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인류는 언제나 과거 세대의 상상 속에 산다.
기술개발의 속도는 이미 충분한 가속이 붙었지만, 계속해서 더 많은 가속을 요구하며 더 빨리 우리를 미래로 나아가게 채찍질한다. 인간은 절대 불편한 것을 억지로 하려 들지 않고, 자신의 목을 죄는 행위는 더더욱 피한다. 따라서 화석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는 인간 DNA에 새겨진 본능에 어긋나는 행위임이 틀림없다. 다만 마땅한 대책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일 뿐. 우리는 반드시 청정에너지를 향해 나아가도록 설계되어있다. 이게 우리 본능이고 수천 년을 걸치는 동안 우리가 지구상에 존속되어 올 수 있었던 이유이다. 나는 믿는다. 편리하면서도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청정에너지의 시대가 머지않은 시대에 도래할 것임을. 그리고 지금 냉소를 짓는 사람들조차 언젠간 자신이 자각하지도 못 하는 사이에 청정에너지의 혜택 아래 활짝 웃으며 살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는다.
[사진 10. 미국 작가 윌리엄 깁슨]
출처: 인디위크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 - 윌리엄 깁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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