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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포항, 흔들리는 안전

by R.E.F. 11기 유지민 2018. 2. 9.

                                            흔들리는 포항, 흔들리는 안전 


 작년 9월과 11월 경주와 포항을 뒤흔든 규모 5 이상의 지진. 지진으로 인해 수능까지 일주일 연기되었다. 지진 안전지대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던 대한민국이었지만 이제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듯하다. 더군다나 지진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던 대한민국은 혼란스러워졌고, 이재민들은 지금까지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목소리가 들린다. 정말 사실일까? 그래서 이번 기사는 지진이 지열발전소가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측의 근거와 그렇지 않다고 보는 측의 근거를 살펴보도록 하자.

 20171115일 발생한 포항지진. 그 원인으로 지열발전소가 주목받았다. 단순히 포항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이나 지진이 일어날 만큼의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먼저, 기상청에서는 지진이 일어난 1115일 포항 지진의 진앙을 포항시 북구 북쪽 흥해읍 망천리 지역 9km 지점이라고 밝혔다. 이 지점은 지열발전소와 거리가 꽤 있는 곳이다. 그런데, 지진 관측망을 설치해 연구 중인 정부 공식 사업단의 분석 결과는 달랐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의 데이터 자료에는 진앙이 지열발전소와 불과500m 떨어진 곳이었다.

 23일 기상청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공동으로 정밀 분석하고 추가 자료를 활용해 지진위치를 조사하였는데 지난 15일 발표했던 지점보다 남동쪽으로 1.5km 떨어져 있었고, 지하 9km가 아닌 지하 3~7km 위치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진앙과 지열발전소의 거리가 불과 500m 이었던 것이다.


[사진 1. 15일 포항 지진 관련 언론 브리핑]

출처: 기상청 홈페이지

 

 또한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사업을 주관하는 넥스지오는 1018일 시추작업을 끝내고 파이프를 회수하던 중 파이프의 절반가량이 절단되어 이를 회수하기 위해 고압을 가했지만 실패했고, 한 달 뒤 연차 보고서에 사고에 대한 기록을 하지 않았다. 후에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잘못을 덮어 감추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후 넥스지오의 행보를 자료 그대로 쓰면, 2014년 사업연장을 신청해 중국회사 유니온 페트로에 외주작업을 맡겼다. 유니온 페트로 회사는 415일까지 물 주입 작업을 벌였고, 다음날인 16일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다. 관련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유니온 페트로 회사는 홈페이지에 89MPa의 수압을 가했으며 이정도 수압은 중국에서도 거의 볼 수 없었던 작업이라고 언급했다. 당시의 수압이 단순 자극 정도가 아니라 암반 파쇄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윤운상 개발단장은 지열 발전 현장은 지난9월에 모든 시험을 마치고 생산 준비를 위해서 지금 두 달간 운영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두 달 가까이 발생한 금번 포항 지진은 저희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Jtbc의 취재진이 입수한 데이터에 따르면 발전소의 시험 가동 직후부터 1115일 이전까지 포항 내륙에서 관측했던 지진 모두가 물 주입 직후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 공식 자료에도 1978년 관측 이후 이번 지진 이전까지 포항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은 총 8차례이다. 그리고 이 중 절반이 발전소의 물 주입 직후 발생했다.

 지열 발전소와 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하여 교수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신인수 지진연구센터 박사는 "포항 지진은 지표면 상으로는 추정도 되지 않던,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단층에서 활동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가 쌓인 단층에 물이 주입되면 발생할 지진의 시기가 당겨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열 발전소가 물이 통과될 수 있는 곳에 지어져야하는 건 맞지만 단층지역에 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포항 지진 원인이 지열 발전소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하는 측의 의견을 살펴보자.

 지열발전은 심층의 고온 지열에너지를 시추공을 통하여 지열유체를 추출하거나 물을 인위적으로 주입하여 고온의 물이나 수증기를 생산한 후에 그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발전 방식인데 크게 자연 지하수열 시스템과 인공지열시스템으로 나눌 수 있다. 자연 지하수열시스템 발전은 화산활동이 많은 지역에 존재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이고, 인공 지열 시스템은 지하의 결정질 암반에 고압의 물을 주입하여 지열 저류층을 인공적으로 생성하며 그 지열 저류층을 통과 시킨 지열 유체를 회수하여 발전하는 방식이다.


[사진 2. 포항 지열발전소 공사 현장]

출처: 포항지열발전소, “지진이 우리 때문? 절대 아냐

 

 포항 지열발전은 EGS 지열발전시스템 방식을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EGS 지열발전시스템이 요즘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경상북도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이 지열발전소의 영향이라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EGS방식은 비화산지대이면서 지하에 충분한 지열수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약 4km이상을 굴착하여 수압으로 암반의 균열대를 활성화시킴으로써(수압파쇄 또는 수압자극) 지열 저류층을 생성한 후 물을 주입하고 160~180도로 가열된 증기를 생산정을 통해 끌어올려 터빈을 회전시킴으로서 발전하는 기술이다.


[그림 1. EGS지열발전 개념도]

출처: 서울경제 - ‘비화산지대국내서 지열발전시대 연다.

 

 지진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과 인간의 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지진이 있다.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행하는 지진은 유발지진이라 하며, 규모가 3미만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지진을 미소지진이나 미소진동이라고도 한다.


 

     [사진 3. 지진이 지나간 후 피해 모습]

출처: 한겨례 중대본 포항지진 부상자 57명으로 늘어이재민 1536

 

 이번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은 3가지 근거를 두고 이야기 한다. 

 첫 번째는 동일본 대지진(20113월 규모 9.0) 이후 한반도 지각 자체가 변했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이하 대지진)으로 인해 한반도 동부는 5cm, 서부는 2cm 이동하면서 3cm의 틈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 영향으로 지진 발생빈도가 잦아졌고 강도는 세졌다고 본다. 대지진 발생이전에는 규모 5.0이상의 지진은 33년 동안 총 5회에 불과했다면, 대지진 이후 약 7년 동안 5차례나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다 

 두 번째 근거는 지열발전소에 물 주입 시 속도와 양이 지진을 일으킬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경대 지구환경화학과 강태섭 교수는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려면 적어도 수백만t의 물이 주입되어야한다고 주장하며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공에는 ‘161월 말부터 ’179월 중순까지 4~5번에 걸쳐 12의 물이 주입되었다. ‘173월에는 물을 뽑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물 주입과 배출의 반복적인 과정으로 인해 땅속에 압력이 전달돼 지진을 일으키는 응력처럼 작용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기간에 포항 지열발전소에 63차례의 미소지진이 측정되었으며 이 가운데 규모 2.0이상의 지진 10, 규모 3.1의 비교적 큰 지진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넥스지오는 지난 92개월 동안 현장 작업을 중단을 하였는데 그 동안 현장주변에 설치한 정밀 지진 관측시스템에서 뚜렷한 지진활동이 관측된 바가 없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포항지열발전소는 진앙지로부터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였으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준기 교수는 지진파를 발생시키는 현상들을 힘의 조합으로 나타내는 모멘트텐서로 분석해보면 포항지진은 일반적인 지진과 달리 복잡한 단층면에서 발생한 지진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고압유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주장하였다. 

 의견을 종합해보면 경주지진의 여파로 인해 응축된 지진에너지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변화된 한반도의 지각이 포항지진 유발 가능성으로도 볼 수 있으므로 지열 발전소를 주요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열발전소에서 벌인 고압 물 주입작업은 지진 유발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지질 관측을 통해 깊은 땅속 활성단층이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활발하게 진행해야한다. 정부에서는 지열발전소에 대한 정밀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를 중단시켰지만 지열발전소에서 얻는 대체에너지는 탈핵의 교두보가 된다. 따라서 포항지열발전소에 대해 안전을 바탕으로 시간을 두어 검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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