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지열발전소 이대로 괜찮은가?
: 인공저류층 생성기술(EGS)의 미래
15기 최명근
[사진1. 포항 지진피해]
출처 : 연합뉴스
2017년 11월 15일, 경상북도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진앙은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점인 홍해읍 남송리이며, 진원지는 지표에서 7km 떨어진 지점이다. 규모 5.4의 지진 규모는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으로 기록되었다. 규모가 컸던만큼 피해는 막대했다. 당시 지진으로 135명의 인명피해, 1800여명의 이재민, 약 850억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사고일 다음날로 예정되어있던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며, 많은 여파가 발생했다. 포항지진이 수능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약 17개월이 지난 지금도 집을 잃은 많은 이재민들이 흥해체육관에 텐트를 치며 머물고 있다.
그런데 2019년 3월 20일, 정부는 반년 간의 정밀조사를 통해 포항지진의 원인이 ‘포항 지열발전소’라는 결과를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지진은 천재지변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포항 지진은 인재에 의해 발생되었다는 것이 정부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포항 지열발전소가 무엇이며, 발전소에서 어떻게 지진이 발생했을까? 지금부터 그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자.
지열 발전이란?
지열 발전은 땅속 깊은 곳의 열을 전기로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지표면 아래의 온도는 깊이에 비례하여 점점 올라간다. 지하 1m일 때는 연중 15도 내외를 유지하며, 5m 부터는 40도 내외의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 지열발전은 깊은 지층에서 나타나는 뜨거운 열로 인한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화산대에 위치한 지형은 지구 내부의 핵이 타오르며 뜨겁게 달궈진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 올라와 지하수를 수증기로 만들어 낸다. 이러한 지형 특성은 지열발전에 매우 유리하다. 지열발전은 지하의 열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후와 일기에 관계없이 1년 365일 꾸준한 에너지 생성이 가능하고, 미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등 환태평양 화산대 지역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발전량도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크기 때문에 미래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림1. 인공저류층 생성기술 기본 개념도]
출처 : 이투뉴스
인공 저류층 생성기술(EGS)
비 화산대 지역은 지열을 이용할 수 없는 지질학적 지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열발전소를 건설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인공저류층 생성기술’(EGS(Enhanced Geothermal System))이다. 비 화산대 지형에서 지표 아래의 지층은 뜨거운 온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수증기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 기존의 문제점이었다. 하지만 인공저류층 생성기술은 땅을 시추하여 지표면에서 저류층까지 파이프를 연결하여 물을 주입하고, 이로 인해 저류층에서 생성된 수증기는 다시 파이프를 타고 지표면으로 올라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러한 기술은 화산 지형이 아니라도 지열 발전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게 한다.
[사진2. 국내 최초의 포항 지열발전소]
출처 : 한겨레
포항 지열발전소
비 화산대 지역에 속하는 우리나라 역시 지열발전을 하기 위해 인공저류층 생성기술(EGS)을 도입했다. 그 첫번째 시작이 문제의 포항 지열발전소이다. 포항 발전소는 160~180도를 유지하는 지하 4km의 화강암 지대를 이용하였다. 이 저류층에 파이프를 연결하여 물을 흘려주어 생성되는 수증기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인공저류층 생성기술을 포항 지열발전소에 도입한 것이다. 정부는 2010년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포항 지열발전소를 추진하였고, 2012년 착공에 들어가, 2016년 6월 시험발전에 들어갔다. 당초 2017년 12월부터 약 4000가구가 사용가능한 6.2MW 규모의 상업발전을 목표로 하였으나, 포항지진 발생 이후 범시민대책본부가 낸 운영중단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현재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그림2. 포항지진 발생 원인 분석 개념도]
출처 : 서울경제
포항지진 발생의 원인
비 화산 지대에서도 지열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저류층 생성기술(EGS)은 인공적으로 저류층을 생성하고 물을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건설 전 정밀한 지질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그림2]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인공저류층에 물을 주입하려면, 땅속 깊은 곳의 압력을 버틸 수 있는 수압이 필요하다. 이러한 높은 수압의 물이 저류층 부근까지 내려가면, 저류층 주위의 암석이 수압으로 인하여 조금씩 부서지게 된다. 이렇게 부서진 단층이 조금씩 축적되면서 인공적인 지진이 일어나게 된다.
이번 포항지진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조사연구단은 진원의 깊이가 지열발전소에서 저류층까지 파이프로 연결한 깊이와 정확히 일치 한다는 점과 저류층 부근에서 시추한 암석파편에서 단층 활동에서만 발견되는 형태의 점토가 발견되었다는 점을 이유의 근거로 들었다. 2016년 지열 발전소 시험 가동 당시 물을 주입했을 때마다 소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 그 근거를 뒷받침한다. 2016년 12월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지하4km까지 3600t의 물을 주입한 후, 23일 포항 북구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관측되었고, 2017년 3월 16일부터 한 달 동안 2800t의 물을 주입한 후에도 같은 곳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관측되었다. 정보 조사연구단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는 “땅 위에서 주입한 수백t의 물에 의해 발생한 높은 압력이 지진이 일어난 단층면에 소규모의 미소(微小) 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일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해외사례
지열발전으로 인한 지진사례는 해외에서도 적지 않았다. 오는 2034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기하기로 한 스위스의 대체에너지 사업으로 지열발전을 시작하였으나, 지진으로 인하여 발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위스 바젤에서는 2006년 12월 지열발전소가 시추를 시작한지 불과 엿새만에 이 지역에서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 후, 발전소 개발이 중단되었고, 그 이후에도 2~3차례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또한, 2013년 7월 20일 스위스 북동부 지역에서도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취리히 연방 폴리테크 대학 지진학부는 스위스 상트 갈렌(St Gallen)시 지열발전 시험이 지진을 유발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지열 발전 시설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더 가이저스 지열발전소 부근에서 1970년대부터의 유발지진으로 의심되는 지진이 보고되었으며, 최근 들어 그 빈도는 늘고 있다. 이 외에도, 독일 란다우인데어팔츠(규모 2.7), 프랑스 슐츠(규모 2.9), 호주 쿠퍼 분지(규모 3.7) 등 지열발전소의 지진 발생사례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결론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라는 정부 조사연구단의 발표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해외사례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지열발전에 의한 지진의 규모는 4.0이상 기록한 적이 없었고, 이론적으로도 큰 규모의 지진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강근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연관성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 충분한 압력과 임계점을 뛰어넘는 응력이 형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서 포항 지열발전소가 지진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지열발전소가 지진 발생의 방아쇠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포항 지열발전소 건설 계획 전, 충분한 지질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었다. 지열발전은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24시간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래 핵심 에너지원이다. 이러한 지열발전이 미래 신재생에너지 자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충분한 지질조사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지열발전이 다시 미래 에너지원의 핵심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1. 지열발전에서의 인공저류층생성 기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12
2. EGS 지열발전 기술의 최근 동향,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2014
3. 포항에 국내 첫 지열발전소 착공, 이투뉴스, 2012
4. 지열발전소 포항지진 진범인가, 누명 쓴 마녀인가, 한겨레, 2017
5. 10개월 주입 물 1만t에 단층 뒤틀려… 학계도 놀라게 한 포항지진, 조선일보, 2019
6. 지진 위험 있는데도 물 부었다, 포항 人災, 조선일보, 2019
7. [KISTI과학향기]지열발전이 지진을 일으켰다고?, etnews, 2019
8. 스위스서 지열발전 시험하다 지진 발생, 연합뉴스, 2013
9. [팩트체크] 포항지진 보상·책임론만 펄펄… 한국형 신재생기술 '사망선고', 한국경제, 2019
10. 외국도 ‘유발지진’ 의심사례 잦아…지열발전소·유정 영향, TheScienceTimes, 2019
11. ‘지열발전소’,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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