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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타

하나의 트렌드, 전선 지중화

by R.E.F.17기 김민석 2020. 11. 30.

 하나의 트렌드, 전선 지중화

17기 김민석

 

 도시의 하늘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선들은 단순히 도시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공중에 뒤엉켜 있는 수많은 전선들을 지하에 묻거나 설치하고 전주를 없애는 것을 바로 ‘전선 지중화 사업’이라고 하는데 최근 전선 지중화 추진을 발표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꾸준히 추진해오던 전선 지중화가 지난 7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포함되고 재해에 따른 안전성 확보가 부각되며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전선 지중화의 현주소와 문제점 및 해결책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1924년 순화-을지로-종로-동대문간 11kV 지중선로가 국내 최초의 지중화 사업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는 도시계획단계부터 옥내345kV 변전소 대부분이 지중송전선로로 구상되고 있다.

이처럼 역사가 깊은 전선 지중화가 최근 떠오르는 데는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정책에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2025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해 학교 주변 통학로의 전선·통신선을 지중화하는 내용을 그린뉴딜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잦은 수해와 태풍으로 전선이 끊어지거나 전봇대가 넘어지는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복잡하게 얽힌 전선이 사라지며 도시 미관이 개선되는 점도 최근 전선 지중화의 유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자료1. 도봉구 도봉로 정비 전(좌) 정비 후(우)]

                                                                                                                               출처: 내손안에 서울

전선 지중화의 현재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전선 지중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해외에는 일찌감치 전선 지중화 사업을 진행해온 곳들이 많다. 서구 국가들의 경우 19세기 산업화·도시화를 추진할 당시, 처음부터 쾌적한 도시환경과 안전성을 고려한 지중화 작업을 포함시켜 전선 지중화율이 높다.

 여기에 20세기 후반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으로 설치된 통신선·케이블선도 설치 단계부터 대부분 지하로 매설됐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한참 발전이 이뤄질 당시에는 공사비가 큰 지중화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도시계획 단계에 전선 지중화를 포함시키고 지자체별 지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했을 때 OECD 가입국의 평균 지중화율은 39.62%로, 우리나라(17.45%)는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에도 전북 남원시가 총예산 210억원을 들여 지역 내 초등학교 8곳의 통학로 총 6648m 구간의 전선지중화에 나섰으며 강원 철원군 또한 터미널사거리∼철원등기소와 동철원농협∼공영주차장∼전통시장 2개 구간 총 2870m를 지중화 하는 데 45억 9300만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충북 음성군도 지난 8월 약 66억 원 규모의 전선지중화 계획을 발표했으며 충북 옥천군도 77억원 사업비로 중앙로 향수공원 오거리에서 옥천역 구간 1.1km의 전선지중화를 추진하는 등 현재 전국에서 전선 지중화 사업은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 지자체의 지중화 사업 담당자는 “전선 지중화 사업 후 거리가 깔끔해졌다며 주민들이 매우 만족해 했다”며 “전봇대로 전선을 연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단선이나 전봇대와의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가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전이 국민의 힘의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시)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지자체별 전선 지중화율은 서울이 58.6%로 가장 높으며 대전 54.4%, 부산 40.5% 인천 38.1%, 광주 34.4%의 순이었다. 그러나 경북의 전선 지중화율은 6.3%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았으며 전남 7.9%, 강원도 8.4%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지자체별 전선 지중화율의 편차가 심한 이유에 대해 지자체의 담당자들은 사업비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전선 이설 및 지중화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요청자(지자체)가 전액 부담하고 있지만 공익목적으로 요청한 경우 한전이 심사를 통해 50%를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십억 원이 훌쩍 넘는 전선지중화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지자체에게 부담 된다는 것이다. 지난 9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성환 의원(서울 노원구병)이 최근 지자체의 전선지중화 사업에 국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도시 미관과 시민들의 안전에 전선지중화 사업이 효과적이지만 수 십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부담으로 적극적인 추진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사업비 확보가 용이해지면 어느 지자체든 전선지중화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선 지중화의 걸림돌

 수도권과 지역을 떠나, 전선지중화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결국 예산(공사비)이 꼽힌다. 이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반대 또한 전선지중화 공사를 늦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선 지중화는 토지소유자(일반사업자, 개인) 등이 요청하는 경우와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하는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일반인이 필요에 따라 전선지중화를 한전에 요청할 경우 공사비의 100%를 자신이 부담해야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자체가 요청하면 한전은 검토를 거친 후 공사비의 50%를 지원한다. 결국 전선지중화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사업에 투자할 예산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전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월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에서 가장 지중화율이 높은(89.6%) 서울특별시의 경우 최근 5년간 한전과 분담해 진행한 전선지중화의 공사 비용이 483억 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인천광역시, 충청북도, 세종특별시, 대전광역시, 경상남도, 부산광역시 등에서 한전과 매칭해 진행한 지중화 공사는 0건이었다.

 이 가운데 인천(72.8%), 부산(46.6%)처럼 비교적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 나은 곳들은 30~40%의 지중화율을 보였지만 재정이 여유롭지 않은 충남, 강원, 경북은 1%대의 지중화율을 보였다. 즉, 지자체별 전선 지중화율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영향을 받고 있다. 지중화율이 높았던 서울, 대전, 부산 인천, 광주의 재정자립도는 2018년 기준으로 각각 84.3%, 54.4%, 58.7%, 67.0%, 49.0%였다. 반면 경북, 전라, 강원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33.3%, 26.4%, 28.7%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13년~2015년 지자체별 지중화 사업 미승인 사유’에서도 ‘지자체의 예산 미확보’가 전체 미승인 142건 중 94건으로 가장 많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전선지중화 사업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과 부산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기준으로 각각 54.02%, 49.16%였으나 충남, 강원, 경북은 34.8%, 25.75%, 27.13%로 차이를 보였다.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76.08%였다.

[자료2. 지자체별 전선 지중화율 및 재정자립도 현황]

                                                                                                            출처: 한전, 2018 행정안전계통연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선지중화 공사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전과 매칭하는 구조로 진행해야 부담을 덜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공사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만 재정이 넉넉지 않은 지자체에게는 그 마저도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주민들의 반대 또한 지중화사업을 늦추는 원인이다. 전선지중화는 기본적으로 전선을 땅속에 묻는 작업이지만 관리가 필요한 변압기와 개폐기 등은 지상에 설치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미관상의 이유로 자신의 집 앞에 변압기와 개폐기 설치를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그린뉴딜에 따라 전선지중화가 추진되는 통학로의 경우 좁은 이면도로들이 많아 주민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업계 관계자는 “전선지중화 공사시 자신의 집이나 건물 앞에는 변압기와 개폐기 등 지상기기 설치에 난색하는 주민들이 있다”며 “지중화를 통해 집 앞 미관이 개선되는 것은 반기면서도 기기 설치는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사 구간에 부득이하게 일반인의 토지가 포함될 경우 도로공사, 가스공사의 사례처럼 토지보상 문제로 공사가 늦춰지기도 한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토지보상을 진행해도 땅 주인이 싫다고 버티면 답이 없다”며 “땅 밑으로 전선이 지나가면서 전자파를 발산한다고 믿으며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전관계자는 “전선지중화로 인해 22,900Ⅴ의 전력선이 흐르고 있으나 전자파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 사실이 현재까지 보고된 바 없으며, 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대기 중에 있는 통신, 방송 등의 전자파 수준에 비하여 미미하다”며 주민들의 피해 주장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하였다.

 

선진국들의 사례

 선진국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전체 배전선로 중 약 20%가 지중배전선로로 구성됐는데, 특히 대도시 위주로 지중화가 진행됐다.

미국전력사업자 별 지중화율을 보면 뉴욕의 ‘Consolidated Edison of New York’은 72.5%에 달하는 반면 캘리포니아의 ‘California(CPUC)’는 36.55%로 절반 수준이다.

호주는 넓은 국토면적으로 인해 지중화율이 높진 않다. 호주의 배전선로 지중화율은 약 12.596%이며 약 7%의 가구가 지중배전선로로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영국의 지중화율은 2012년 기준 63%로 높은 수준이며 이 가운데 런던은 모든 배전선로가 지중선로로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는 1999년 12월 말 세기의 태풍이라 불리는 ‘로타’와 ‘마틴’으로 전력망에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전력공급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대중적으로 이슈화되며 위기 발생 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정부의 개선정책과 함께 지중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2016년 기준으로 프랑스의 지중화율은 42.41%이며 파리는 배전선로가 모두 지중 선로로 운영되고 있다.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예산 마련 방안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공사비는 지중화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기 때문이다.

[자료3. 선진국의 전선지중화 사업비 마련 방안]

                                                                                                                                      출처: 전기신문

 먼저 미국은 지중화 사업비용을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수혜자가 분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혜자에는 주정부, 지자체와 함께 지역 주민이 포함되는데 지중배전선로 건설 후 사용자의 전력요금을 인상함으로써 사업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또한 지중화 사업비용을 고려한 펀드 및 기금을 조성해 운영하기도 한다.

 호주는 개인, 지역사회, 신규택지 개발자의 요청의 경우 일반적으로 요청자가 배전선로 지중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또 주정부, 지방의회, 전력사업자 간의 협의를 통해 지원된 선로지중화 사업의 경우에도 반 이상의 비용을 수혜자인 지방사회가 요금인상을 통해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은 지중배전선로 신설과 이설비용을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한다. 특히 경관 지역에서의 기존 가공선의 지중화 비용의 일정액을 수요자가 부담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의 전기 요금에는 ‘전력시스템 요금(System charge)’이 포함되는데 여기에는 전력기반 시설 향상을 위해 향후 투자될 비용과 함께 과거 공사에 투자한 비용이 담겨 있다.

 프랑스는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은 지자체 에너지 협의회의 예산으로 집행한다. 이후 전력망으로부터 전력망 양도세, 전기 최종소비세 등의 수익을 충당한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 관계자는 “호주, 미국, 일본은 도시환경 개선, 신뢰성 향상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중화 사업의 일부 비용을 기금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며 “또 지중화 관련 기금 조성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비를 확보하고 사업의 중단·축소 등을 막는 등 중장기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선 지중화 사업은 그린뉴딜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퍼져가는 추세이며 도시환경과 주민 생활환경의 개선, 안전성의 증대와 사고위험의 감소 등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지자체의 재정적인 문제와 지역주민들의 협조와 관련된 문제들로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보다 앞서 전선 지중화를 이뤄낸 국가들을 좋은 예시로 삼아서 우리나라에 맞는 치밀한 관리표준과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하여 지자체별 전선 지중화 양극화를 해결하고 전선 지중화의 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전선지중화의 붐]

1. 전기신문, 대한민국 전선지중화 붐, 2020. 10.08 http://www.electimes.com/article.asp?aid=1602039326206023010

2. EPJ, 통신선도 전선과 함께 지중화한다, 2010.07.09 http://www.epj.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08

3.내 손안에 서울, 전선 묻고 전봇대 없애는 지중화 사업올해 40곳 추진, 2020.02.14 15:42 http://mediahub.seoul.go.kr/archives/1269163,

4. [한국전력 블로그 굿모닝 KEPCO!], 지중화 사업의 핵심, 지하터널 굴착속도 예측모델 개발! https://blog.kepco.co.kr/1918

[전선 지중화의 현재]

1. 전기신문, 김정재 의원, “경북, 배전선 지중화율 6.89% 전국 최저”, 2020.10.15 https://www.electimes.com/article.asp?aid=1602716522206409120

2. 광주일보, 도농간 전선 지중화 격차 최대 70배…광주 42.9%·전남 5.5%, 2020.09.30 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601472873705204005

[전선 지중화의 걸림돌]

1. 대가야신문, 고령군, 전선지중화사업 주민반대로 난항, 2009.03.16 http://www.daegayanews.com/News/default.asp?g_code=2011080416134262926

2. 뉴스핌, 전선 지중화 하면 좋은데…막대한 예산이 관건, 2019.04.12 ,https://www.newspim.com/news/view/20190411000668, 

[선진국들의 사례]

1. 전기신문, 대한민국 전선지중화 붐, 2020.10.16 http://www.electimes.com/article.asp?aid=1602735074206440007

댓글3

  • 기사 잘 읽었습니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인데 기사를 통해 떠올려보니 지나쳤던 전선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전선이 지중화되면 이점이 많은 것 같은데, 이번에도 역시나 주민수용성이 문제가 많은 것 같네요ㅠ NIMBY 현상에 대한 주민들의 양해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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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내용의 기사 잘 읽었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전력요금 인상으로 사업 비용을 충당하는게 신선하게 다가오네요! 우리나라도 주민들과 협의가 잘 되고, 예산 문제도 해결되서 어서 지중화가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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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선지중화에 관하여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잘못된 지식으로 반대하는 행동만은 나타나지않으며 토지보상에관한 정부의 주도적인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도시의 경우의 지자체들은 찬성하지만 현재 많은 건물들로 가득채워져있는 도시들의 경우 지자체들이 좀 더 나서서 주민들의 안전을위한것이라는 홍보를 많이 해줬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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