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시대를 마주하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8기 민지수
[자료 1. 대구 동산병원 의료진의 모습]
출처: 대구동산병원 제공
2020년,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 19이다. 예상치 못한 전염병의 등장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활동이 마비되었다. 우리는 코로나 19의 등장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코로나 19보다 더 거대한 미래의 그림자인 기후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19에 대응하며 생활방식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삶 자체를 바꿔야 한다.
[코로나의 역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우리가 누리는 만큼 탄소가 배출되고 환경에 유해한 것들이 계속 쌓여 지구를 몸살 나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간의 이동과 활동이 멈추자 공기가 맑아졌고 오염되었던 생태계가 돌아오고 있다.
[자료 2.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자 부화한 멸종위기 바다거북]
출처: 인사이트
활동이 줄어든 인간세상과 달리 자연 생태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살아나 ‘코로나의 역설’을 보이고 있다. 지난 29일 영국 매체 BBC는 멕시코 소로나주 세리 지역 해변에서 멸종위기 바다거북 2250마리가 기적적으로 부화했다고 보도했다. 매년 500마리 안팎의 수치를 보이던 것과 달리 올해는 4배 이상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프랑스 마르세유 앞바다에서는 희귀동물인 긴수염고래 한 쌍이 포착되고, 아르헨티나 항구 인근 거리에는 바다사자들이 올라왔다.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산에서 내려온 야생 퓨마 한 마리가 도심을 활보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렇게 코로나 19로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를 야생동물들이 채우고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제로의 시대란?]
코로나19 이후에 다가올 변화를 담은 책, <세계 미래보고서 2035-2055>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제로의 시대’로 표현한다. '제로의 시대'란 제로로 가는 혁신에 제품과 기술의 초점을 맞추고 개발을 진행함으로써 사회 혁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메가트렌드이다. 책의 저자는 제로의 시대를 탄소제로, 자동차사고 제로, 폐기물 제로, 3개로 분류하여 설명한다. '배출되는 가스가 없고, 사고가 없으며, 사망자가 제로인 자동차가 있다. 도시와 건물은 탄소중립이 되고자 하며, 신기술은 보안 위반, 사고 및 사망자를 제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설명한다. 오늘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처할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루기 위해 자동차사고 제로 대신 석유화학제품 제로를 넣어 설명하려고 한다.
[제로의 시대 1. 탄소 제로]
지난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목표시기를 2050년으로 밝혔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같게 해 결과적으로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게 한다는 개념이다. 즉, 늦어도 2050년 국내에서 배출되는 양만큼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날 시정연설에서 노후 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을 친환경 시설로 교체하고 도시공간, 생활 기반시설의 녹색전환에 2조 4000억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책 <세계 미래보고서 2035-2055>에서는 탄소 배출 제로에서도 탄소 제로 도시 및 건물에 초점을 맞췄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가 건축물에서 나오는 만큼 탄소 제로 건물이 마침내 중요한 기후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탄소 제로 도시 구축을 위해서는 교통, 건물, 에 너지, 산업, 바이오자원 분야에서 탄소감축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도시 지역은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교통과 건물 집약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교통 및 건물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탄소 제로 건물의 설계는 네 가지 주요 트렌드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전력망의 탈탄소화, 전기를 이용한 난방 및 온수 공급,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한 효율성 개선, 거주자의 요구와 에너지 그리드를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화, 이 네 가지 트렌드가 결합되어 건물과 지역사회가 저탄소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종합적인 경로를 제공한다.
[자료 3. 재생가능 에너지 법안을 발의한 케빈 드리온 의원이 축하받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대표적인 예시는 캘리포니아 주이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2045년까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공공건물 에너지 제로화 목표를 위해 모든 신규 주 소유의 건축물과 주요 개보수 공사는 2025년까지 에너지 제로화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하고, 기존에 주가 소유하고 있는 건축물의 경우에는 전체 면적 대비 50%는 2025년까지 에너지 제로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는 2025년까지 100% 재생 에너지 목표를 달성할 계획을 세웠다. 캠퍼스 건물의 효율성, 건물 개조를 통해 최대 50%, 평균 24%의 에너지를 절약한다. 재생 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캠퍼스는 오프사이드 중앙 태양광 발전소에서 5MW, 옥상 태양열로 68MW를 추가했다. 또한 증기난방시스템을 온수로 변환하는 새로운 중앙 에너지 시설로 캠퍼스 난방의 90%를 제공한다.
[제로의 시대 2. 폐기물 제로]
2015년 여름, 해양학자들이 바다거북의 코에서 빨대를 제거하는 영상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거북이의 코에서 빼낸 빨대는 우리가 하루에 2-3개도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였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된 이후, 지구 곳곳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캠페인이 일어났다.
[자료 4. 제주바다정화 봉사활동 '세이브 제주바다']
출처: 세이브 제주바다 홈페이지
이후 전 세계 서퍼들이 서핑 중 바다에서 발견한 쓰레기들을 해시태그로 알리는 #surfriderfound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12월부터 제주에서 활동하는 서퍼들을 중심으로 '세이브 제주바다' 바다정화 봉사활동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작년 환경부가 밝힌 수치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4억 6000만 톤, 대한민국 폐플라스틱 양은 하루 4232톤이다. 그중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250억 개가 사용된다. 5초 만에 만들어져 짧게는 5분 동안 사용되지만 분해되는 데는 500년이 소요된다. 재활용을 하지 않으면 크기가 작은 탓에 선별이 어려워 일반폐기물과 함께 배출되며 이는 그대로 매립되어 자연 생태계를 위협한다. 플라스틱 빨대를 섭취해 죽어가는 바다새는 연간 100만 마리이다.
유럽 연합 | 2021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
미국 |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나 금속으로 대체하도록 법안 발의 &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
영국 | 2019년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
캐나다 | 식당과 술집에서 일회용 빨대 사용 금지 법안 의결 |
한국 | 2027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단계적 퇴출 |
[자료 5. 세계 각국의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
출처: 환경부 유튜브
세계 각국에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럽 연합, 미국, 영국, 캐나다에 비하면 한국의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규제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이 쉬운 단일 소재의 스테인리스나 유리로 제작된 빨대를 사용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더 확실한 규제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선글라스
[자료 6. 오션 클린업 비영리단체에서 해양폐기물로 만든 선글라스]
출처: hey news
태평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오션 클린업 비영리단체. 태평양에서 건져 올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선글라스를 만들었다. 하나의 선글라스를 판매하면 축구장 면적 24배에 달하는 쓰레기를 치울 수 있다. 선글라스 보관함까지 재활용하여 만들었다. '폐기물 제로'는 위의 예시처럼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단순 매장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의미이다. 세계 곳곳의 비영리단체가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폐기물 제로에 먼저 발을 내디뎌야 하는 것은 확실한 규제를 내놓을 수 있는 정부와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대기업이다.
-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1위' 코카콜라의 변화
[자료 7.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만든 코카콜라 페트병]
출처: 코카콜라
코카콜라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연간 300만 톤으로 밝혀지면서 플라스틱 사용량 1위 기업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는 500ml 페트병을 1초에 20만 개, 1년에 1천80억 개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이후
2018년부터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음료 패키지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지속 가능한 패키지 world without waste'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저품질 혹은 유색 플라스틱,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등을 고품질의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다양한 파트너들과 꾸준히 재활용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 지난해 10월엔 “세계 최초”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코카-콜라 페트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중해 해변과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을 25% 사용하여 페트병 샘플 300개를 만든 것이다. 상용화 단계까지 더 많은 노력과 파트너 협업이 필요하지만, 작지만 의미 있는 시작을 알렸다. 이를 발판 삼아 코카-콜라 사는 2030년까지 모든 음료 패키지에 최소 50%의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로의 시대 3. 석유화학제품 제로]
탄소 주범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석유와 천연가스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의 이미지로 자리 잡혀있다. 하지만 사실 '석유화학제품'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우리 일상 속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며 플라스틱, 모자, 가방, 의류, 타이어, 세제, 화장품 등의 형태로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폐기물 제로'는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거나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생태계에 매립되는 폐플라스틱의 양을 감소시키는 것을 뜻한다면, 석유화학제품 제로는 제품 생산 과정을 바꿔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감소시키고 플라스틱의 대체하는 재료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 미생물로 플라스틱을 만들어?
미생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시스템 대사공학'이 좋은 예시이다. 미생물을 이용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화학물질을 만드는 생명공학적 방법이다. 미생물 등의 생물연료 즉 바이오매스와 공기 속 탄소(C)와 수소(H)ㆍ산소(O)ㆍ질소(N) 등이 미생물의 대사반응을 통해 인류가 원하는 에너지 및 화학물질을 내어놓는 원리를 이용한다. 시스템 대사공학을 통해 미생물로 휘발유와 디젤과 같은 연료는 물론 플라스틱 등 다양한 화학원료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생분해성 신소재 산업의 발달
[자료 8. 빠르게 성장하는 생분해성 소재 시장]
출처: 매일경제
생분해의 사전적인 의미는 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현상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환경 중에 방출된 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있다. 쉽게 말해 ‘자연적으로 썩는다’는 의미다. 지구 곳곳에 쌓여가는 플라스틱과 비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자료 9. LG화학이 개발한 신소재]
출처:조선일보
또한 지난 10월 19일 LG화학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100% 바이오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배터리산업의 선두로 인정받은 LG화학은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합성수지와 같은 성질을 구현한 신소재를 개발하였다. 생분해성 소재는 전 세계 친환경 트렌드와 함께 각광받으며 현재 음식물 포장 필름과 용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기존 생분해성 소재는 유연성과 물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플라스틱 소재 첨가제를 섞어야 했지만, LG화학이 이번에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는 바이오 함량 100%에 단일 소재라는 점이 기존 소재와 차별화된 부분이다.
[제로의 시대를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큰 여파를 불러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또 적응해왔다. 코로나 19와 함께 드러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실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외면할 수는 없다. 코로나 19에 맞춰 변화해온 것보다도 더 많은 생활방식과 정책이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살아갈 지구 환경에 대한 개인 의식, 개인의식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있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 미래처럼 여겨졌던 지구의 변화가 '내일' 마주할 현실이 되고 이제는 '내 일'이 되었다. 이제는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을 조금씩 줄여가며 '환경오염 제로', '기후변화 제로'를 만들기 위해 '제로의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
참고문헌
[코로나의 역설]
1) 박영숙, 제롬 글렌, “세계 미래보고서 2035-2055”, 교보문고, 592, 2020.06.05
2) 김나영, "코로나로 인간들 발길 끊기자 멸종위기 바다거북 2,250마리 태어났다", 인사이트, 2020.10.31, https://m.insight.co.kr/news/310198
['제로의 시대'란?]
1) 박영숙, 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교보문고, 592, 2020.06.05
[제로의 시대 1. 탄소 제로]
1) 박영숙, 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교보문고, 592, 2020.06.05
2) 김윤구, "美캘리포니아 의회, '2045년 탄소제로 발전' 법안 통과", 연합뉴스, 2018.08.30,
www.yna.co.kr/view/AKR20180830074400009
[제로의 시대 2. 폐기물 제로]
1) 박영숙, 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교보문고, 592, 2020.06.05
2) 박수진, "지금 세계가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자고 하는 이유", 한겨레, 2018.06.06, http://m.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47921.html
3) "바다쓰레기로 만들었다", heynews, 2020.10.30, https://hey.news.co.kr/article/Now/2020102900535440
4) 배문규,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1위는 ‘코카콜라’", 경향신문, 2018.10.09,
https://www.google.co.kr/amp/s/m.khan.co.kr/amp/view.html%3fart_id=201810091429001&sec_id=940100
5) 환경부, "내가 버린 빨대가 바다거북이 코에 박힐 확률은?", 2019.01.09, youtu.be/qJ1MfUxHUxo
[제로의 시대 3. 석유화학제품 제로]
1) 박영숙, 제롬 글렌, “세계 미래보고서 2035-2055”, 교보문고, 592, 2020.06.05
2) 이연호, "대장균으로 플라스틱 만드는 '시스템 대사공학", 이데일리, 2019.05.01,
https://www.google.co.kr/amp/s/m.edaily.co.kr/amp/read%3fnewsId=01243126622484656&mediaCodeNo=257
3) 안재광, "LG화학, 넉 달 후 사라지는 생분해 소재 개발", 한국경제, 2020.10.27,
https://www.google.co.kr/amp/s/www.hankyung.com/economy/amp/2020101952131
4) 이윤재, "플라스틱 대체할 신소재…LG화학 세계 첫 개발", 매일경제, 2020.10.19, www.mk.co.kr/news/business/view/2020/10/1070881/
[제로의 시대를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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