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걸어온 길, 배터리가 걸어갈 길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5기 김민서 16기 임상현 19기 김성민 서명근
전지가 바꿔 놓은 현대인의 삶
현대인인 우리는 휴대전화가 없는 일상, 블루투스 이어폰과 노트북이 가져온 편리함을 포기하기 어렵다. 무선기기가 가진 효율성과 편리성은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로봇이나 전기차 등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 혁신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무선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의 성능이 발전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배터리를 교체해가며 사용했던 휴대전화의 초기 모델을 생각하면 짧은 시간 안에 무게와 용량, 디자인 측면에서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렇듯 전지는 전기에너지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리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갖는다. 특히 충전과 방전이 가능하여 전지를 새로 구입하거나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이차전지는 그 강점이 부각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려는 시도가 언제부터 이루어졌는가? 어떤 점이 개선되고 개발되었기 때문에 현대인의 삶이 이렇게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었는가에 대하여 논해보려 한다.
전지는 화학적 에너지와 전기에너지의 상호변환이 가능한 기기를 말한다. 즉,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거나 전기를 사용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소재가 포함되어 있는 기기이다. 이러한 반응을 과학계에서는 전기화학 반응이라고 칭하는데, 이 전기화학 반응이 처음 활용되었다고 추측되는 시기는 무려 기원전 200여년 전이다. 1930년대, 이라크의 바그다드 부근의 고고학 발굴지에서 구리판, 쇠막대, 산성 물질 등을 담은 흔적이 있는 항아리가 발견되었다. 이 모형을 복원한 결과 0.5V 전압의 전기화학 반응이 발생했다고 한다. 전기도금을 하거나 전류를 의술에 활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자료 1. 바그다드 전지]
출처 : 기원전에도 전기를 만들어 썼다?
전지의 기본 - 일차전지 (Primary Cell)의 발전
1차 전지는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이 불가능한 배터리이다. 한 번 방전되고 나면 다시 충전해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전지, 알칼리 전지 등이 대표적인 1차 전지이다.
일차전지의 모토가 되는 실험은 1780년에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당시 해부학 교수였던 루이지 갈바니는 해부한 개구리 다리가 금속제의 해부칼에 닿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고 전기가 개구리의 신경 속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해 ‘동물 전기’ 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에 의문을 품은 알렉산드로 볼타가 전기는 종류가 다른 두 금속이 접촉하면 일어난다는 또 다른 사실을 발견하고 동물 전기라는 주장을 반박하였다. 이러한 주장들을 바탕으로 일차 전지들의 예시를 알아보도록 하자.
1) 볼타 전지
[자료 2. 볼타전지의 원리]
출처: 생각하는 공대생 :: 1차전지와 2차전지의 원리 (tistory.com)
아연과 구리를 수용액에서 반응 시켜 전자와 수소를 발생시키는 것이 볼타 전지의 모델이었다. 이 과정에서 전자의 이동이 일어나 도선에 흐르는 전류로 전기 에너지를 얻었다. 이 모델은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역반응은 불가능한 특징을 가졌다. 또한 반응에 참여하는 수소 이온이 반응을 저하시키는 문제점이 발생해 이를 개선한 다니엘 전지가 고안되었다.
2) 다니엘 전지
[자료 3. 다니엘전지의 구조]
출처:갈바니전지(galvanic cell)와 다니엘전지(daniell cell)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다니엘전지는 볼타전지와 다르게 염다리를 통해 이온의 이동을 조절하는 시도가 도입되었고 전극 표면의 반응을 개선할 수 있었다. 아연과 구리가 전기화학반응의 참여하는 금속으로 구성되었으며 이온이 선택적으로 이동하는 염다리가 요소로 추가되었다. 다니엘 전지는 염다리의 이온이 다 사용되기 전까지, 수용액의 금속 이온들이 다 소모되기 전까지 기전력 감소 없이 작동하는 최초의 상업성을 가진 1차 전지이다. 이 전지 모델을 통해 이온의 이동을 조절하는 것은 화학반응을 안정화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 이차전지의 기본 구조로 발전하게 된다.
이차전지(Secondary cell)의 발전
일차전지에서 발전된 2차 전지는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함께 전자 기기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3대 부문에 속하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2차 전지 시장에서 상위권을 다투고 있고 전지 소형화와 용량 개선 등에 힘쓰고 있다. 이차전지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자.
1) 납축전지
우리가 사용하는 2차 전지의 시초는 19세기 프랑스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Gaston plante)에 의해 만들어진 플랑테전지(납축전지)이다. 플랑테는 실험 중 납을 묽은 황산 속에 넣어 전류를 통하면 충전과 방전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여 전지를 설계하였다. 납축전지는 음극을 납(Pb), 양극을 이산화납(PbO2), 전해액으로 묽은 황산(H2SO4)을 사용하는데 두 개의 납 판이 서로 접촉되지 않도록 사이에 절연 밴드를 끼워 말아놓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전지 용량 대비 무겁고 중금속인 납을 사용하는 것과 위험한 물질인 황산을 사용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으나 다른 이차전지들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었다. 현재도 주로 자동차나 대형 전자기기의 전원 등 무게가 중요하지 않은 곳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무거운 무게 때문에 휴대용 기기에서 적용이 어려워 소형 전지에는 다른 전지 모델이 고안되기 시작했다.
2) 니켈-카드뮴 배터리
1899년 스웨덴의 융거가 양극으로 옥시수산화니켈(NiOOH) 음극으로 카드뮴, 전해질로 수산화칼륨(KOH)를 사용하는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는 납축전지와 달리 소형화시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였다. 그러나 비싼 가격과 기억효과(memory effect) 그리고 중금속인 카드뮴의 사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1901년에는 같은 원리에서 소재만 바꾼 니켈-철 배터리가 개발되기도 했다.
3) 니켈-수소 배터리
1970년 Comsat에서 개발된 니켈 수소 배터리는 니켈 카드뮴 배터리를 개선한 배터리로 음극에는 니켈, 양극에는 수소 흡장 합금을 사용하고 전해질로는 80bar(약 80기압) 이상의 압력으로 압축된 수소를 사용하는 전지이다. 지나치게 방전되거나 충전되더라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자연적으로 충전 용량이 줄어드는 기억효과(memory effect)도 적어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에 널리 사용되어 왔다. 또한, 단위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니켈 카드뮴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두 배에 가까워 고용량으로 제작할 수 있어 부피당 용량이 큰 장점이 있어 초창기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두루 쓰였다. 그러나 기억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완전히 방전하고 충전하지 않으면 용량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방전되기도 한다는 점은 큰 문제였다.
4) 리튬이온배터리
1970년 영국의 휘팅엄 박사가 가볍고 이온화에 용이한 리튬을 이용한 리튬금속배터리를 개발하였으나 부족한 안정성으로 상용화가 힘들었다. 1980년 미국의 굿이너프 박사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음극을 리튬-코발트 산화물을 이용한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안정성 문제가 대두되었고 1985년 일본의 요시노 아키라 박사가 석유 코크스를 음극으로 사용하여 안정성이 뛰어난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들었고 1992년 상품화 시켰다. 리튬이온전지는 기존의 전지들에 비해 부피와 무게가 작고 고용량이 가능하고 중금속을 쓰지 않아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차세대 전지
리튬이온전지는 고용량, 고전압이라는 장점이 있었으나 안전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고, 용량의 증가의 요구에 따라 더 진보된 형태의 배터리가 연구되고 있다.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전고체전지, 대용량 구현이 가능한 리튬황전지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 기사에서는 위 모델과 다른 차세대 전지 2가지 모델을 소개하려 한다.
1)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Vanadium Redox Flow Battery, VRFB)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는 양극과 음극 모두 변형과 손상이 적은 바나듐을 사용하고 다른 이차전지와 다르게 전해질이 2개의 저장탱크에 나뉘어 따로 저장되며 전해질 내의 활물질이 산화-환원되면서 충방전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실제 전기화학 반응은 스택(Stack)에서 일어나고 펌프를 통해 전해질이 스택 내부에 지속적으로 순환됨으로써 작동한다.
* 스택(Stack) : 배터리 소재를 차곡차곡 쌓는 구조
[자료 4.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의 충방전 과정]
출처 : 전기에너지저장 기술 현황 및 전망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는 분리된 탱크에 양극의 전해질이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 맞닿을 우려가 없어 화재 위험이 낮다. 게다가 물을 이용한 수계 전해액을 사용하므로 폭발로부터 안전하다. 또한 출력은 스택의 개수와 크기에 의해 결정되고, 에너지 용량은 전해액의 양에 따라 결정되어 출력과 용량을 독립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출력과 용량의 요구가 다양한 ESS에도 적합한 전지이다. 추가로 다른 이차전지보다 월등한 수명을 가지고 있어서 가격 경쟁력 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지이다. 하지만 전해질 탱크가 따로 2개가 필요하므로 상대적으로 많은 공간을 차지하여 설치시에 필요 조건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충방전 속도 및 출력에서의 효율이 낮아 아직까지 상용화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동서발전과 에이치투가 함께 VRFB 제어시스템을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재생에너지 연계 흐름전지 실증설비의 상업운전을 진행하면서 최고 수준의 운영기술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2) 리튬공기전지
리튬공기전지는 공기(산소)를 양극활물질로 사용하여 높은 용량을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전지이다. 비교적 가벼운 산소를 활물질로 사용하기 때문에 무거운 전이금속을 사용하는 다른 전지에 비해 수배에 달하는 용량을 얻을 수 있다.
[자료 5. 리튬공기전지의 구조]
출처 : 한양뉴스
리튬공기전지는 양극에는 탄소, 음극에는 리튬을 사용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리튬공기전지의 방전과정에서는 음극인 리튬 금속의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통하여 양극으로 이동하고 공기중에 있는 산소와 만나 과산화 리튬(Li2O2)을 생성한다. 충전과정은 이와 정반대로 과산화 리튬이 분해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리튬공기전지는 양극의 재료로 공기(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전지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셀 구조가 단순하여 가벼운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자기기에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방전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산화 리튬이 충전과정에서 완전하게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과산화 리튬은 전기전도성이 거의 없어 이를 분해시키기 위해 과전압이 필요하며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들로 인하여 에너지 이동에도 방해를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는 리튬공기전지 내부의 유기물질을 세라믹 소재로 바꾸어 전지 수명을 크게 늘리는 효과를 얻어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서동화 교수는 이를 전기자동차에 사용했을 때 리튬이온전지의 주행거리인 400km보다 2배 이상인 1000km의 용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목표를 잡고 있으며 세라믹 소재가 전지 분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결론
이처럼 이차전지는 소재와 구조의 개선에 따라 발전해왔다. 납축전지부터 리튬이온전지를 넘어 연구되고 있는 차세대 전지까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왔고, 진보된 에너지의 활용 방식을 통해 인류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휴대전화와 전기차를 넘어 전기선박, 전기 항공기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단으로 배터리의 미래는 밝다. 하지만 개발역사에서 보듯 지금까지도 많은 기술적 장애물을 넘어왔던 것처럼,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산재해 있다. 다음 이차전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전지는 무엇일지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전지의 기본 - 일차전지 (Primary Cell)의 발전]
1) 대한민국 교육부 공식블로그, “화학 전지의 원리”, 2015.11.20
2) Samsung SDI, “[배터리 여행]1차전지와 2차전지”,2017.08.11
[배터리 여행] 1차 전지와 2차 전지 | SDI STORY
3)한국순환학회,인아랑,순환법칙,사상물리학/화학, “갈바니전지(galvanic cell)와 다니엘전지(Daniel cell), 2020.1.30
갈바니전지(galvanic cell)와 다니엘전지(daniell cell)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이차 전지(Secondary Cell)의 발전]
1)NAVER-KPS physics dictionary, https://naverkpsdictionary.miraheze.org/wiki/%EB%8B%88%EC%BC%88-%EC%88%98%EC%86%8C%EC%A0%84%EC%A7%80
2)이성정, 배터리의 역사와 종류, 타고, 2020.12.01, https://tago.kr/story/battery.htm
3)최신자동차공학시리즈: 첨단자동차전기전자,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982087&cid=42331&categoryId=42334#TABLE_OF_CONTENT9
4)삼성SDI, 배터리의 역사ㅣ최초의 배터리부터 지금의 전지까지ㅣ바그다드 전지, 동물 전기, 볼타, 스디의 비밀 #3, youtube, 21.04.15, https://www.youtube.com/watch?v=Q0gjIRlsXPk
[차세대 전지]
1) Sciencetimes, “화재 없고 가벼운 차세대 배터리가 몰려온다”, 2021.04.29,
2) NEWS1, “국내 최초 재생에너지 연계 흐름전지 상업운전 개시”, 2021.01.13,
https://www.news1.kr/articles/?4179870
3) 최진혁, “전기에너지저장 기술 현황 및 전망”, SCIENCEON, 전기의 세계 = The proceedings of
KIEE v.65 no.7, pp.25-32, 2016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JAKO201622341792169&dbt=NART
4) PRVD, “리튬에어 배터리”, 2021.02.28, https://blog.naver.com/latorre4157/222259399004
5) 박용준, “리튬-공기 이차전지의 원리 및 연구동향”, Kiss, 공업화학전망 20권 3호, 1-14, 2017.06
http://kiss.kstudy.com/thesis/thesis-view.asp?key=3524863
6) 동아사이언스, “1회 충전 1000km 달리는 리튬공기전지 수명 10배 늘리는 기술 나왔다”, 2020.10.15,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657
'News > 전기차-연료전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착한 전기자동차를 팝니다?'...천만의 말씀 (16) | 2021.08.30 |
---|---|
전기차 폐배터리 버리지 말고 다시쓰자. 이제는 자원순환시대! (15) | 2021.06.28 |
수소, 차를 넘어 열차까지 수소열차의 개발 (5) | 2021.04.26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전기자동차, 겨울 계절학기 결과는? (5) | 2021.03.29 |
수소차? 이제는 수소 선박의 시대 (1) | 2021.03.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