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한파에는 방전차?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박도원
한파에 전기차 ‘나 홀로 집에’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한파로 인해 테슬라의 전기차가 충전이 안 돼 크리스마스 이브를 망쳤다는 미국인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유명 라디오 진행자인 도미닉 나티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에 “테슬라가 충전이 안 돼 크리스마스 이브에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영하 7도의 날씨에 배터리가 40%까지 떨어진 자신의 테슬라S 차를 급속 충전(슈퍼차저)에 연결했는데, 2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충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음날 다른 슈퍼차저로 재시도 했지만 충전이 제대로 안 돼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말했다.
한파에 전기차 작동 문제로 차주가 고립된 사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3월 강원 영동지방에 내린 기습 폭설로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배터리 소모량이 급증한 전기차가 도로 한복판에 방전된 사례가 있다. 당시 차량 수백 대가 동해고속도로에 8시간가량 고립됐는데, 방전된 전기차가 정체현상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전기차는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걸까?
[자료 1. 한파에 전기차 충전이 안 돼 크리스마스 이브 계획을 망쳤다는 도미닉 나티]
출처 : 틱톡
낮은 기온에 취약한 전기차
전기차의 동력이 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겨울철에 효율이 떨어진다. 배터리에서 리튬 이온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액체 전해질 사이를 오가며 전기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온도가 낮아지면 전해질이 굳거나 얼면서 저항이 증가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진다. 전기차의 히터와 공조장치(공기 장치) 등도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력을 활용한다는 점 역시 겨울철 전기차의 약점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난방에 활용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전력을 소모해 난방을 가동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료 2. 리튬이온 배터리 구조]
출처: 삼성SDI
상온과 영하 7도에서 전기차 주행거리는 크게 차이 난다. KBS가 자동차 업계의 말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최대 주행거리는 상온일 때보다 영하 7도일 때 20~3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차의 경우 최대 주행거리가 544km에서 428km로 21% 줄어들었고 수입 차의 경우 414km에서 273km로 31% 줄어들었다. 실제 한 기자가 영하 7도의 기온에서 전기차로 서울과 강원도 평창을 오갔을 때 충전이 완전히 된 상태에서 실제 주행 거리(316km)는 공식 주행거리(368km)보다 52km나 적었다.
[자료 3. 상온과 영하 7도일 때의 전기차 최대 주행거리]
출처: KBS
전기차의 열 관리 기술
겨울철에도 전기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열 관리 기술이 중요하다. 전기차의 열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로는 ‘신개념 난방 시스템’, ‘외부 열 관리 배터리 충전 스테이션’ 등이 있다.
신개념 난방 시스템인 ‘복사열 워머’ 기술은 기존의 히터 대신 복사열 방식으로 인체에 열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전통 난방 방식인 온돌과 유사하다. 복사열 워머는 신규 발열체 소재인 탄소 나노튜브 필름을 활용해 온도 분포를 균일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존 공조 시스템의 출력을 줄이고 전력 소모가 낮은 워머 시스템을 통해 난방을 보조함으로써 배터리 전력 사용량을 낮춰 전체 효율을 높인다. 이러한 방식은 배터리 전력 사용량을 1인 탑승 기준 20% 이상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4. 복사열 워머 기술을 활용한 전기차]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외부 열 관리 배터리 충전 스테이션은 배터리를 급속 충전할 때 전기차 내부 대신 외부 충전 스테이션에서 열을 관리하는 개념이다. 외부 온도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기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냉각수와 차가운 냉각수가 모두 필요한데, 외부 열 관리 스테이션은 두 가지 냉각수를 내부에 모두 갖췄다. 해당 방식은 전기차가 충전될 때마다 배터리 상태를 파악해 필요한 온도의 냉각수를 차량 내부에 주입한다. 외부에서 냉각수를 주입 받음으로써 전기차는 냉각수 온도 조절에 내부 전력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며 이는 기존 열 관리 방식과 비교해 충전 속도를 최대 40%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료 5. 외부 열 관리 배터리 충전 스테이션]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이외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전고체 배터리로 교체하려는 시도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발열 및 인화 위험이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고 전기차 효율 면에서도 효과적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낮은 온도에서 전해질이 굳거나 얼어 배터리 성능이 낮아지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자료 6. 전고체 배터리]
출처: 삼성SDI
증가하는 전기차, 추워지는 겨울
기업의 전기차 개발은 계속되고 있고 전기차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80만 7180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차지하는 비율이 5.8%다. 2021년 3.2%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누적등록된 전기차는 258,253대다. 2021년 12월 누적등록된 전기차량은 231,443대로 약 3개월 동안 11.6% 증가했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온에 영향을 받는 배터리에 의해 차량 작동 여부와 주행가능 거리가 결정된다는 점이 전기차의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각광받고 있는 전기차가 되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해 도래한 기후 위기로 제 기능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매 겨울마다 발생하고 있다. 환경을 위해 개발된 전기차가 환경으로 인해 먹통이 되기 않기 위해서는 기술이 더욱 발전돼야 하는 부분이다.
[자료 7. 지난해 크리스마스 미국 뉴욕주 버펄로를 강타한 최악의 눈 폭풍]
출처: 로이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전기자동차, 겨울 계절학기 결과는?", 작성자(19기 문서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295
2. "전기차의 한계를 뛰어넘다, 전고체 배터리", 작성자(18기 최별, 19기 권승호 김수정 이수연 임하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284
참고문헌
[한파에 전기차 '나 홀로 집에']
1) 김태종, ""테슬라, 한파에 충전 안 돼 크리스마스이브 망쳤다"", 연합뉴스, 2022.12.26., https://www.yna.co.kr/view/AKR20221226002400091?input=1195m
2) 이배운, "강원 폭설에 '꽉'막힌 도로, 주범은 전기차?", 데일리안, 2021.03.03., https://www.dailian.co.kr/news/view/968800/?sc=Naver
[낮은 기온에 취약한 전기차]
1) 박진영, "충전·유지비·화재…한파에 드러난 전기차 3대 민낯", KBS, 2022.12.2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6245809&ref=A
2) 삼성SDI,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요소", 2018.01.18., https://www.samsungsdi.co.kr/column/technology/detail/55269.html?pageIndex=1&idx=55269&brdCode=001&listType=list&searchKeyword=
3) 이배운, "강원 폭설에 '꽉'막힌 도로, 주범은 전기차?", 데일리안, 2021.03.03., https://www.dailian.co.kr/news/view/968800/?sc=Naver
4) 정한결, "'-7℃' 기온 뚝 떨어지니 전기차 주행거리 '52㎞' 사라졌다", 머니투데이, 2022.12.30.,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122909224669338&vgb=autom
[전기차의 열 관리 기술]
1) 삼성SDI, "리튬이온을 위한 베스트 드라이버 ‘전해액’", 2020.11.04., https://www.samsungsdi.co.kr/column/technology/detail/56541.html?pageIndex=1&idx=56541&brdCode=001&listType=list&searchKeyword=
2) 현대자동차그룹, "미래 전기차 열 관리 기술, 어디까지 왔나", 2022.11.09., https://www.hyundai.co.kr/story/CONT0000000000036930
[증가하는 전기차, 추워지는 겨울]
1)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대수 2,500만대 돌파… 2명당 1대 보유", 2022.04.13., http://www.molit.go.kr/USR/NEWS/m_71/dtl.jsp?id=95086640
2) 최지희, "“작년 美 전기차 판매 급증… 현대차·기아 약진”", 조선비즈, 2023.01.07.,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01/07/RZVJDBVCZFB2LGQ7WXUTHASMOY/
'News > 전기차-연료전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터리의 환경문제 해결, 그 답을 나무에서 찾다! (4) | 2023.03.27 |
---|---|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으는 전기차? (1) | 2023.03.15 |
스마트한 폐배터리 재활용 (7) | 2023.01.30 |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전기차 화재 사태,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2) | 2023.01.30 |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를 소개합니다. (4) | 2023.01.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