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이루어도 문제입니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태현
[탄소중립 실천에 가려진 부작용]
현재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과 관련된 가장 큰 이슈는 탄소중립은 가능한 과제인가, 탄소중립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등 탄소중립 달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과정이나 달성한 이후에 생길 수 있는 문제점과 부작용은 거의 이슈화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 중 하나로 전력 과부하가 걸려 출력 제한이 일어나는 등 전력 계통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심한 경우 화재 등 여러 종류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자료 1. 송전선 화재 사고]
출처 : 머니투데이
[그리드포밍: 전선 내부의 전력을 스스로 조정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그리드포밍이다. 그리드포밍이란,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압과 주파수를 자체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인버터를 그리드포밍 인버터라고 한다.
태양광, 풍력 등 인버터를 사용하여 발전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전기를 움직이는 힘이 부족하여 전류의 방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류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으며 이는 전력 과부하 및 계통 이탈을 초래한다. 또한, 탄소중립을 이루는 과정에서 교류 전력망에 연결된 전원의 수가 증가하게 되어 하나의 전선이 감당해야 할 전력량이 많아진다. 이는 전력의 관성을 줄여 전류가 방향성을 상실하는 데 일조하며, 작은 외부의 충격에도 전력망이 민감하게 반응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그리드포밍 인버터는 크게 2가지 역할을 한다. 첫 번째는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동기 발전기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동기 발전기란, 기계 출력을 전기출력으로 변환하는 발전기를 의미한다. 동기 발전기는 패러데이 법칙, 즉 전자기 유도 현상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아래 그림과 같이 서로 다른 3종류의 코일(그림에서는 회전자에 감겨 있는 코일을 제외한 3종류의 코일)을 120도의 각도차를 두고 감아 놓는다. 이 상태에서 내부 자석이 회전하면 120도의 위상차가 있는 3개의 교류가 발생한다. 각 전류가 120도씩의 위상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성된 세 종류의 전류는 서로 다른 세 경로로 이동한다.
[자료 2. 동기 발전기의 구조]
출처 : Circuit Globe
화력 발전에서는 동기 발전기를 이용하여 발전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일반적으로 동기발전기를 이용해 발전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많은 곳의 전력 계통이 불안정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속 인버터에도 자석과 120도의 각도차를 둔 3종류의 코일을 배치하여 동기 발전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드포밍의 이런 기능은 사고 발생 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선 손상, 발전 설비 파손 등 전력 계통에 문자가 발생하면 전력 손실량이 늘어나거나 전력 수송이 완전히 끊겨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존 인버터는 외부 전압을 기준으로 동기화되기 때문에 기준 전압인 외부 전압이 전력 계통망의 손상 및 변화로 인해 변동하거나 사라지면 인버터의 전압이 사라지고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리드포밍 인버터는 외부 전압을 기준으로 동기화하는 것이 아니며, 자체적으로 전압 및 전류를 생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전선에 전류가 갑자기 끊겨버려도 인버터 내부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하여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드포밍의 두 번째 역할은 전력을 제어하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그리드포밍 인버터의 제어 블록도를 살펴보도록 하자. 그리드포밍 인버터에는 전력을 제어하기 위한 전압 제어기(자료 3의 Voltage Control Loop)와 전류 제어기(자료 3의 Current Control Loop)가 존재한다. 전압 제어기는 전압을 제어하기 위해 필요한 전류를 설정한다. 그 이후 전압 제어기는 전선 내 전류를 여기서 설정한 수치로 제어하도록 전류 제어기에 지령을 내린다. 전류 제어기는 이를 수행하고 사고 발생 시 전선을 통해 이동하는 전류를 차단한다.
[자료 3. 그리드포밍 인버터 제어 블록도]
출처 : 대한전기학회
[그리드포밍의 한계점과 이에 대한 해결 방안]
하지만, 그리드포밍 인버터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병렬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리드포밍 인버터는 한 번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3종류의 전류를 생산한다. 그리드포밍 인버터를 병렬로 사용할 경우 서로 다른 인버터에서 만들어진 전류가 같은 전선 내에 흐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많은 수의 인버터를 병렬로 사용하면 한 전선 너무 많은 전류가 흐를 수 있어 오히려 전력 계통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과부하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복수의 그리드포밍 인버터를 병렬로 연결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드포밍 인버터에 전력 분배 장치를 도입하였다. 전력 분배 장치를 통해 그리드포밍 인버터에서 생산된 전력에 방향성을 두어 전력 과부하로 인한 계통 불안정화를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전력 분배 장치에는 중앙 집중식 제어 방법과 분산식 제어 방법이 있다. 중앙 집중식 제어 방법은 중앙 시스템이 각 인버터와 통신하여 전력을 분배하는 방법이며, 분산식 제어 방법은 통신을 이용하지 않고 전력을 분배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부하를 막을 수 있도록 전력 생산 속도나 전압을 낮추는 방식의 드룹 제어와 계통 불안정성이 예상되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전류 제어기를 사용하는 동기 전력 제어가 있다.
[자료 4. 전력 분배 장치]
출처 : electropages
최근에는 전력의 방향성을 가하는 방법으로 인버터 내부 전력 분배 장치와 더불어 ESS를 통해 전류의 관성을 줌으로써 방향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드포밍 기술은 2020년대 들어서 처음으로 탐구하기 시작한 기술로,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전력의 수송량이 많아지면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니, 이를 높이는 그리드포밍 역시 전력 생산량을 높이는 기술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
[전력 중개 사업: 전력량 예측을 통해 안정적인 계통을 만들다]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전력 중개 사업이 있다. 전력 중개 사업이란, 중개 사업자가 발전소의 전력 생산량을 예측한 후 이 예측값이 실제 발전량과 비슷한 경우 전력거래소에서 중개 사업자와 발전소 보유자 또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자원 보유자는 발전소 보유자 및 기업을 의미하며 중개 산업자는 자원 보유자의 요청으로 전력거래소에 예상 발전량을 제출하는 과정의 중개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아래 사진과 같이 전력 중개 사업은 총 6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자원 보유자나 기업이 중개 사업자가 운영하는 중개서비스에 가입한다. 그 이후 두 번째 단계로 중개 사업자가 관리할 발전기의 범위를 설정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세 번째 단계는 중개 사업자가 자신들이 관리하기로 한 발전기의 발전량을 직접 측정하는 단계이다. 네 번째 단계에서 중개 사업자는 IT 및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발전량을 최종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예측하여 전력거래소에 통보한다. 시간이 지나고 예측 기간이 모두 지나가면 다섯 번째 단계와 여섯 번째 단계로 들어간다.
[자료 5. 전력 중개 사업 진행 절차]
출처 : 에이원파워(한국중부발전 사진 제공)
다섯 번째는 전력거래소가 중개 사업자에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정산금을 지급하는 단계이다. 이때 전력거래소는 오차율과 발전량에 따라 정산금을 다르게 책정한다. 중개 사업자는 6% 이하의 오차율로 예측했을 경우 kWh(킬로와트시)당 4원, 6~8% 이하의 오차율로 예측했을 경우에는 kWh당 3원의 정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중개 사업자가 정산금 중 일부를 자원 보유자에게 분배하는 단계이다. 이는 중개서비스 가입 시 진행되는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
전력 중개 사업은 자원 보유자, 중개 사업자, 전력 거래소 이 세 단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혁신적인 사업이다. 자원 보유자와 중개 사업자는 금전적으로 이익이 된다. 또한, 자원 보유자에게는 자신이 소유한 발전기에 대한 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되며, 중개 사업자는 사업 분야 중 하나로 설정하여 기업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전력 거래소는 계통 내 전력 수송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어 전력을 관리하기가 더 용이해진다. 전력 수송량의 정확한 예측으로 전력 과부하 및 계통 불안정화의 요인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어 전력 계통의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중개사업자를 이용한 모델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2016년, 중개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ESS, 전기자동차 보유자를 모집하여 전력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거래 권한을 위탁받아 대신 거래해주는 소규모 전력중개시장 형성을 추진하였다. 2020년대에는 전력 계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에 언급된 전력중개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추후 전기차와 ESS에 중개 사업자 모델을 이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중개사업자가 자신이 관리하는 소규모 지역에 있는 전기차의 충전 방식 분석하여 해당 차가 충전소에 들어왔을 때 이에 최적화된 충전 방식으로 충전해주는 중개 사업자 모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중개 사업자 모델은 전력계통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고 전력 수송의 효율성 및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자료 6. 전기자동차 충전 중개 사업자 모델]
출처 : 한국자동차공학회
[함께 나아가야 하는 탄소중립 실천과 계통 안정화]
지금까지 전력 계통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았다. 이러한 방안들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전력 계통 안정화 수단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2050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는지의 여부와 이를 이루기 위한 방안에만 관심을 갖고 있지 이를 이루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전력 과부 및 불안정화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는 이에 대한 관심과 함께 탄소중립을 막기 위한 투자와 전력 계통을 안정화를 위한 투자가 함께 발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전력계통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제주도에서 전기가 남아서 버린다고요?", 20기 윤진수, 이주선,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56
2. "새로운 에너지 수급 시스템, 분산에너지를 아시나요?", 21기 정형인,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652
참고문헌
[탄소중립 실천에 가려진 부작용]
1) 윤대원, “재생에너지 증가…전력계통 과제는?(상)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전기신문, 2023.03.30,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7704
2) 이재호, “[탄소중립과 재생e | ③ 전력계통 안전성] 송전망 확보없이 재생에너지만 늘리면 대규모 정전 우려”, 내일신문, 2022.06.13,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426014
[그리드포밍: 전선 내부의 전력을 스스로 조정하다!]
1) 강지성, 김상민, 나종서, 김희진, “그리드포밍 인버터 하드웨어 개발 및 시험”, 한국전자학회지, 28권 1호, 46-52(7 pages), 2023
2) 유형준, 전진홍, “그리드포밍 인버터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제어”, 전기의 세계, 71권 9호, 7-13(7 pages), 대한전기학회, 2022
3) 이상복, “재생에너지 100% 전력망의 열쇠 ‘그리드포밍’”, 이투뉴스, 2022.05.02,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1625
[그리드포밍의 한계점과 이에 대한 해결 방안]
1) 이상복, “전력망 갈수록 약체화…닥쳐서야 허둥지둥”, 이투뉴스, 2022.04.03, https://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52369
[전력 중개 사업: 전력량 예측을 통해 안정적인 계통을 만들다]
1) 박대현, 박종배, 노재형, 김명수, 조호진, “국내외 전력중개사업 현황 조사”, 대한전기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832-834(3 pages), 대한민국, 2019
2) 이건오, “서울에너지공사, 태양광 기반 가상발전소 50MW 구축… 스마트 전력시스템 집중”, 인더스트리뉴스, 2023.03.28, http://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307
3) 진태환, 신기열, “전기자동차 충전 중개사업자 모델의 전력계통 안정화 서비스 시장에서의 잠재성”, 한국자동차공학회논문집, 27권 11호, 839-846(8 pages), 한국자동차공학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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