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빗물은 빗물받이에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길민석
올해도 또 기록적인 폭우···
최근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폭우에 따른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전북에는 최대 4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리면서 15일 오전 7시를 기준으로 농작물 7,457ha가 물에 잠기고 주택 23채가 침수됐다. 서울 강남역과 사당역 인근에서는 배수되지 못한 빗물이 맨홀을 통해 역류하면서 일부 도로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자료 1. 지난 16일 전북 익산시 용안면의 한 시설하우스 인근 논이 폭우로 물에 잠긴 모습]
출처 :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기록적인 폭우는 더 자주 발생할 것이고, 이로 인한 침수 피해도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빗물받이’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빗물받이’란 빗물이나 도로에 흘러내린 물을 하수관으로 흘려보내는 시설을 말하며 호우로 인한 침수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침수 사고 예방에 있어서 빗물받이가 막히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 빗물받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잘 관리되고 있을까?
침수 막는 중요한 빗물받이, 여전히 쓰레기통으로···
[자료 2. 경기도 안양시 안양로 일대에 위치한 빗물받이에 과자 봉지, 종이컵이 버려져있는 모습]
출처 : ⓒ21기 길민석
도로변에 있는 빗물받이의 관리상태를 직접 봤을 때, 비교적 여름철 장마에 대비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몇몇 빗물받이에는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이러한 빗물받이의 상태만 봐도 빗물받이는 호우 시 침수 피해 등의 안전사고를 막아줄 수 있는 중요한 의미가 있음에도 여전히 빗물받이가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쓰레기를 버릴 때는 자신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침수 피해를 키워 다른 누군가를 고립시키고, 불안에 떨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모를 것이다.
이렇게 한번 빗물받이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침수 피해에 있어서 생각보다 더 크게 영향을 주는데, 지난 2021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꽁초나 비닐 같은 쓰레기가 빗물받이를 막았을 경우 역류 현상이 나타나 침수가 3배 가까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빗물받이가 3분의 2 정도 가려진 상황일 때, 침수 피해 면적이 최대 3배가량 넓어졌다. 즉, 빗물받이가 막히면 침수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수도권 집중호우 당시 강남역 일대 침수 피해를 키웠던 건 꽉 막힌 배수구였다. 빗물받이에 담배꽁초가 쌓이거나 악취 방지용 덮개가 씌워지면서 빗물이 제때 하수도로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침수 피해가 더 커진 것이다.
[자료 3.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물에 잠긴 모습]
출처 : 한국일보
빗물받이·하수관로 청소 의무화
이에 따라 환경부는 도심 침수 주범인 빗물받이 막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의 하수관로 유지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하수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6월28일부터 시행했다. 앞으로 지자체는 하수관로 청소와 준설은 점검 결과에 따라 장마 전에 마쳐야 한다. 침수가 우려될 때는 추가로 청소하고 준설해야 하고, 빗물받이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에 막히거나 덮개로 덮인 경우가 없도록 상시 청소하고 관리해야 한다.
나아가, 환경부와 행정안전부는 6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빗물받이 막힘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해 도시 침수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료 4. 빗물받이 막힘 집중신고]
출처 : 환경부
빗물받이도 이제는 똑똑하게! '스마트 빗물받이'의 등장
행정적 측면에서 나아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위와 같은 빗물받이의 막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비가 오면 빗물받이의 덮개가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빗물받이’를 개발했다. 평상시에는 빗물받이 위에 덮개를 덮어 담배꽁초, 낙엽 등의 쓰레기가 빗물받이에 쌓이거나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다가, 비가 내리면 센서가 물을 인식해 덮개가 열린다.
[자료 5. 서울 성동구가 개발한 '친환경 스마트 빗물받이']
출처 : 뉴스1코리아
에너지원은 태양광으로 조달해 배터리가 따로 필요 없다는 점도 유용하다. 이 ‘스마트 빗물받이’는 빗물받이 막힘으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평소에는 덮개를 닫아 하수도의 악취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인다.
규제, 기술로 침수피해를 막기에는 여전히 한계···
그러나, 위와 같은 해결책에도 한계점은 있다. ‘스마트 빗물받이’의 경우 장기간 흐린 날씨가 이어져 태양광 충전이 부족하거나, 빗물받이 센서에 쓰레기가 쌓이면 작동이 잘 안될 수 있다. 빗물받이 과태료 규제와 같은 정책적인 측면에도 한계가 있다. 지자체는 빗물받이 관리가 의무화됨에 따라 주기적으로 장마철을 대비해 관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단투기로 인한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더 빨리 차고 있다.
빗물받이 관리주체인 지자체가 아무리 관리해도 위와 같은 빗물받이 막힘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위의 두 해결책 모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도심 침수 예방의 시작은 '우리의 올바른 인식 및 행동'으로부터
결국, 이러한 빗물받이 막힘으로 인한 침수 피해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로 개인에게 있다. 우리는 흔히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요즈음 자주 언급되는 ‘기후변화’, ‘빗물받이 및 배수구 관리 미흡’, ‘문제 관련 정책 실패’에서 찾고는 한다. 물론, 기후변화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잦아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빗물받이 관리가 미흡할 수 있고,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 봐야 하지 않을까? 무심코 쓰레기를 빗물받이에 버리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 위와 같이 원인을 ‘기후변화’, ‘정책 및 관리 미흡’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과연 우리가 빗물받이에 버린 쓰레기가 침수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환경 문제에 있어서 어떠한 규제나 기술보다 문제 해결에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올바른 인식 및 행동’이기 때문이다.
폭우 및 침수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2022년 폭우, 내년에도 반복될까?", 20기 서범석 외 4명,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798
2. "폭우, 지금은 이상 기후지만 미래엔···?", 20기 이주선 외 3명,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796
참고문헌
[올해도 또 기록적인 폭우···]
1) 백도인 기자, "전북 폭우 피해 속출…농작물 7천㏊·주택 23채 침수", 연합뉴스, 2023.07.15., https://www.yna.co.kr/view/AKR20230715020200055
2) 임채두 기자, "전북 농작물 침수 피해 1만5천여㏊로 늘어…760여명 대피", 연합뉴스, 2023.07.18., https://www.yna.co.kr/view/AKR20230718012800055
3) 장유진 기자, "강남 또 물난리…발목까지 물 차고 맨홀 역류", 이투데이, 2023.07.14., https://www.etoday.co.kr/news/view/2266008
[침수 막는 중요한 빗물받이, 여전히 쓰레기통으로···]
1) 홍혜림 기자, "빗물받이 막히면 침수 면적 최대 3배 증가", KBS 뉴스, 2015.08.26.,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3136516
[빗물받이·하수관로 청소 의무화]
1) 손덕호 기자, "폭우 때 침수 원인 '낙엽 가득한 빗물받이' ···이제 지자체에 청소 의무", 조선비즈, 2023.06.27.,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3/06/27/5OGBEWFQFBCJXGYEIVIK3IFO6Q/
2)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막힌 빗물받이' 안전신문고로 신고하세요", 2023.07.05., https://m.me.go.kr/ysg/web/board/read.do;jsessionid=jjeOCCZ3jyU8Q7UFEMobHW7Z.mehome2?pagerOffset=0&maxPageItems=6&maxIndexPages=10&searchKey=&searchValue=&menuId=4523&orgCd=&boardId=1611550&boardMasterId=280&boardCategoryId=&rn=1
[빗물받이도 이제는 똑똑하게! '스마트 빗물받이'의 등장]
1) 윤다정 기자, ""비 오면 열려요"…성동구 '친환경 스마트 빗물받이' 시범설치", 뉴스1코리아, 2022.10.25., https://www.news1.kr/articles/?4842709
[규제, 기술로 침수피해를 막기에는 여전히 한계···]
1) 김지현 기자, "[이래도 버리시겠습니까] “빗물받이에 제발 그만 버리세요”", 금강일보, 2023.07.10.,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83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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