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로부터 전기를, 유기 태양전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도영현
[유기 태양전지란 무엇인가]
[자료 1. 실리콘 태양전지]
출처 : 세계일보
눈을 감고 태양전지를 떠올려 보라. 어떤 모습이 그려지는가? 아마 대부분은 어두운 색깔의 실리콘(Si) 태양전지를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태양전지에는 실리콘 기반 무기 태양전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태양전지는 크게 실리콘 등의 무기물을 기반으로 하는 무기 태양전지와 탄소 화합물 기반의 유기 태양전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오랜 기간 활발히 연구된 분야로 높은 광 변환 효율을 가지지만, 높은 공정 단가와 고온 공정이 요구된다. 반면, 유기 태양전지는 유연하고 저온 공정이 가능하며, 저렴한 공정 단가 등 여러 장점이 있다. 본 기사에서는 유기 태양전지의 구조와 종류, 최신 연구 동향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유기 태양전지의 구조 및 작동 원리]
태양전지는 일반적으로 양극(Cathode), 활성층(Active layer), 음극(Anode)으로 구성된다. 양극은 일함수가 커서 정공(hole)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Indium Tin Oxide(ITO)가 주로 사용되며, 음극은 전자를 전기도선으로 잘 이동시킬 수 있는 알루미늄(Al)이나 칼슘(Ca)이 주로 사용되는 편이다. 활성층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에 따라 무기 태양전지와 유기 태양전지로 구분된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활성층이 실리콘으로 이뤄지며, 유기 태양전지는 그 자리에 유기물이 있다.
[자료 2. 유기 태양전지의 구조]
출처 : 한국태양광발전학회
태양광이 입사하면 활성층 내에서 여기자(exciton)가 생성된다. 전기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여기자가 전자와 정공으로 분리되고 각각 음극과 양극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활성층이다. 유기 태양전지의 경우, 활성층은 p형 유기 반도체와 n형 유기 반도체로 구성된다. 그러나 여기자는 클롱 상호작용(Coulombic interaction)에 의해 함께 이동하려고 하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효과적인 분리를 위해서는 p형 유기 반도체와 n형 유기 반도체 사이에 0.3 eV 이상의 에너지 준위 차이가 필요하다. 일함수 차이가 있는 두 전극 물질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면, 두 물질의 페르미 레벨(Fermi level)이 평준화되면서 두 전극 사이에 놓인 활성층 내에 내부확산전위(built-in potential)가 형성된다. 분리된 전자와 정공은 이 내부확산전위에 의해 양극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유기 태양전지는 활성층의 종류에 따라 이층박막(bilayer)과 벌크 이종접합(Bulk-HetroJunction)으로 나눌 수 있다. 개발 순서는 단층 박막형에서 이층 박막, BHJ 순이다. 단층 박막형 태양전지는 1960년 처음 개발됐다. 그러나 여기자는 재결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ps로 짧으며, 이동 가능한 여기자 확산 거리(exciton diffustion length)가 약 10nm 밖에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여기자의 분리 효율이 0.01% 이하로 낮았다. 그 후 C.W.Tang이 1986년 이층 박막형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이때의 태양전지는 진공증착을 통해 p형과 n형을 각각 전자주개물질(donor)과 전자받개물질(acceptor)인 별개의 층으로 만든 경우이다. 광전효율은 1%로 향상됐으나, p형과 n형 물질 간 접촉 면적의 한계가 있었다. 계면 먼 곳에서 생성된 여기자는 전하 생성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벌크 이종접합 구조이다. 1995년 A. J. Heeger 교수팀과 Yoshino 교수팀에 의해 구현됐다. 벌크 이종접합은 전자주개 역할인 전도성 고분자와 풀러렌(fullerene)을 혼합한 박막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박막 전체에 계면을 형성하고 여기자의 분리효율을 100%에 가깝게 만들 수 있었다. 현재로서는 벌크 이종접합 형태의 유기 태양전지를 흔히 사용하고 있다.
[정구조 유기 태양전지와 역구조 유기 태양전지]
[자료 3. 정구조 유기 태양전지(a)와 역구조 유기태양전지(b)]
출처 : AIMS Press
전하의 이동에 따라 유기 태양전지는 크게 두 가지 구조로 구분할 수 있다. 바로 정구조(Conventional OSC)와 역구조 유기 태양전지(Inverted OSC)이다. 활성층에서 분리된 전자가 금속 전극으로 이동하고 정공이 ITO 전극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정구조 유기 태양전지라고 한다. 반대로, 정공이 금속 전극으로 이동하고 전자가 ITO 전극으로 이동하는 경우를 역구조 유기 태양전지라고 한다.
[자료 4. 유기 태양전지의 메커니즘]
출처 : AIMS Press
최근 연구되는 정구조 유기 태양전지는 최소 5개의 요소로 구성된다. 정공을 받아들이는 역할의 투명 ITO 층, HTL층, 활성층, ETL층, 작은 일함수를 가지는 금속 전극이 그것이다. 그림에서 ‘HTL’로 표시된 층은 ‘Hole Transport Layer’의 약자로, 양극과 활성층 사이에서 정공의 원활한 수송을 돕는다. ‘ETL’로 표시된 층은 ‘Electron Transport Layer’로 음극과 활성층 사이 전자의 원활한 수송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활성층의 경우, 일반적으로 1:1의 질량비인 전자 수용 물질과 복합 전자 주개 고분자로 구성된다. 이때 활성층은 풀러렌 또는 n형 반도체에서 유도된 것이다. ETL은 에너지 준위를 조절하기 위해 Ca 또는 LiF를 주로 사용하며, 금속 전극의 경우 Al이나 Ca를 주로 사용한다.
[유기 태양전지 고효율 전략]
고효율 광전변환 유기 태양전지를 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하는 것은 다량의 광 흡수를 통해 많은 수의 여기자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생성되는 여기자의 수는 물질의 흡광 계수와 큰 관련이 있다. 흡광 계수가 낮은 실리콘과 달리, 유기물은 높은 흡광계수를 자랑한다. 그렇기에 태양전지 소자를 약 100 나노미터 두께로 얇게 만들 수 있다. 예로, 유기 태양전지에서 널리 사용되는 poly(3-hexylthiophene)(P3HT)는 약 10^4 /cm의 흡광계수를 가진다. 물질의 태양광 흡수 범위도 주목해야 할 요소다. 흡수 영역이 넓어질 수록 더 많은 여기자의 생성이 가능하다.
[자료 5. 세 가지 유기 태양전지 구조]
출처 : ACS Publications
또한, 여기자가 전자주개물질과 전자 받개 물질 사이의 계면에서 분리되는 양이 많아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p형과 n형 유기 반도체 간 에너지 준위 차이가 0.3eV 이상일 때 효과적으로 여기자를 분리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에너지 준위 배열을 가지는 n형, p형 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다량의 계면을 형성함으로써 분리 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존재한다. 정형 이종접합(ordered bulk-heterojunction)은 단위 체적 당 계면의 면적을 증가시 한 예이다. 이러한 과정을 종합해 최종적으로 많은 양의 전자와 정공이 전극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기 태양전지 분야 최신 연구]
① 전자 빔 활용 박막 물성 향상
[자료 6. 전자 빔 처리 ZnO층 유기 태양전지의 공정 과정]
출처 : Solar RRL
한국세라믹기술원 허수원 박사 연구팀은 전자빔을 이용해 용액공정용 ZnO층의 결함 감소에 성공했다. 전자빔 장비를 활용한 저온 열처리 기술을 통해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를 개발한 것이다. 해당 연구 성과는 세계적 태양전지 전문저널 ‘Solar RRL’의 2023년 6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기존 용액공정으로 도입된 ZnO층은 180도에서 1시간 정도의 열처리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전자빔 처리는 150도에서 2분 이내의 처리로도 고품질의 박막을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탄소·수소 등의 불순물이 ZnO층에서 크게 감소하였으며 아연(Zn)과 산소(O)의 결합도는 약 19% 향상됐다. 또한 ZnO층의 박막밀도와 전자의 이동도가 증가해 유기태양전지의 효율이 15.8%로 상승했다. 그뿐만 아니라 개발된 태양전지는 잔존 효율과 안정성 면에서 큰 발전을 보였다. 이 전자빔 처리 기술은 저온 공정을 통해 ZnO 박막 물성을 향상한 것으로, 향후 대면적 태양전지와 반도체 소자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②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의 혼합성 조절
[자료 7. a) asymmetric NFA와 b) 전자 주개 고분자의 화학 구조적 합성법]
출처 : ADVANCED FUNCTIONAL MATERIAL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김봉수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센터 손해정 박사 연구팀은 고효율 대면적 유기 태양전지 소재를 개발했다.
기존 유기 태양전지는 소자의 제작과정에서 유기 소재의 뭉침 현상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태양전지의 효율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다. 연구팀은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가 섞이는 혼합성을 조절해 유기 소재의 뭉침 현상을 해결했다. 박막의 거칠기를 수 나노미터 단위에서 제어할 수 있는 균일한 광활성층 필름을 제작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대면적 유기 태양전지는 58.5㎠의 큰 면적에서도 11.28%의 높은 전력 변환 효율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비슷한 크기의 유기 태양전지의 평균 전력 변환 효율이 6.69% 임을 고려하면 큰 성과다. 해당 연구는 2023년 7월 14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③ 셀프 코팅을 통한 수명, 효율 향상
[자료 8. 유기 태양전지 구조, 광활성 물질 및 C60-SAM 물질의 분자구조 및 수직 자기조립 메커니즘 모식도]
출처 : 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강홍규 박사와 영국 임페리얼컬리지 런던 공동 연구팀은 셀프 코팅이 가능한 유기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단분자 물질인 ‘풀러렌 기반 자기 조립 소재(C60-SAM)’를 산화아연 위에 도포해 스스로 얇은 보호층을 형성하게끔 했다. 이를 통해 유기 태양전지의 코팅 공정을 간소화하고 효율 및 수명을 향상했다.
산화아연은 역구조 유기 태양전지에 널리 사용되지만 자외선을 흡수하면 광촉매현상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는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광활성층을 분해했고, 곧 전기 생산 효율 저하로 이어졌다. 해당 연구 이전에도 산화아연 위에 보호층을 씌우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복잡한 코팅 공정으로 비용이 상승하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C60-SAM의 카르복실산 말단기와 산화아연 표면의 하이드록실기 사이에서 축합반응이 일어나 보호층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었다. 해당 연구 성과는 2023년 4월 25일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에너지 연구의 등불, 유기 태양전지]
유기 태양전지는 유기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의 대표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유기 반도체는 차세대 반도체 재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가볍고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 특징을 물려받은 유기 태양전지 또한 롤투롤(roll-to-roll) 공정이 가능해 저렴한 생산 단가를 가지며, 저온 공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효율과 내구성, 수분 안정성 면에서는 여전히 기존 무기 반도체가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희소식은, 유기 태양전지 연구가 시작된 지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플렉시블(flexible), 스트레처블(stretchable) 유기 태양전지의 발전은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자동차 창문, 유리온실, 자가발전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한 일상생활 곳곳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생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유기 태양전지의 미래를 기대한다.
유기 태양전지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실리콘 태양전지를 넘어설 수 있을까? 주목할 만한 태양전지들", 11기 임형규, 손권찬, 최원창,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2159
2. "BIPV란 무엇일까? 태양전지로 건물을 디자인하다.", 12기 김정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2394
참고문헌
[유기 태양전지란 무엇인가]
1) 김강민, 정부영, 김우철, “나노기반 유기태양전지”, 기계저널, p.30-34, 2012.06,
2) 이종진, “인쇄형 유기 태양전지의 연구”, 고분자 과학과 기술, p. 354-360, 2012.08,
[유기 태양전지의 구조 및 작동 원리]
1) 김강민, 정부영, 김우철, “나노기반 유기태양전지”, 기계저널, p.30-34, 2012.06,
2) 김경곤, “유기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태양전지”, 한국태양광발전학회, p.17-24, 2017.06,
[정구조 유기 태양전지와 역구조 유기 태양전지]
1) 김경곤, “유기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태양전지”, 한국태양광발전학회, p.17-24, 2017.06,
2) 임동찬, 강재욱, 박선영, “특집: 유기광•전자 소재 및 소자 기술 - 유기태양전지 소재 및 소자 기술”, 기계와 재료, p.6-17, 2011,
3) Taihana Paula , Maria de Fatima Marques, ”Recent advances in polymer structures for organic solar cells: A review”, AIMS Energy, 2022.03.28,
https://www.aimspress.com/article/doi/10.3934/energy.2022009?viewType=HTML
[유기 태양전지 고효율 전략]
1) 김강민, 정부영, 김우철, “나노기반 유기태양전지”, 기계저널, p.30-34, 2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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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태양전지 분야 최신 연구]
1) 이종현, “효율 두배 높인 대면적 유기 태양전지 나왔다”, chosunbiz, 2023.08.1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924845?
2) 정경규, “안정성 30%↑…전자빔 활용,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개발”, NEWSIS, 2023.06.29,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1942307?sid=102
3) GIST 홍보팀, “강홍규 박사 공동연구팀, "효율·수명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유기 태양전지 공정 간소화 기술 개발”, GIST Excellence, 2023.05.30,
https://www.gist.ac.kr/kr/html/sub07/070102.html?mode=V&no=209472
[에너지 연구의 등불, 유기 태양전지 ]
1) 이상면, “우연이 만든 혁명, 유기 태양전지”, 과학동아, 2019.02.08,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186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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