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패널의 그림자: 폐패널의 재활용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김채윤, 23기 김예진
[그 많던 태양광 패널은 어디로 갔을까]
탄소 배출량 감소와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는 가운데, 재생 에너지원 중 보급, 경제성 등의 조건을 고려했을 때 가장 현실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단연 태양광일 것이다. 국내의 경우 2000년대 이후 태양광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신재생 에너지원 중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의 태양광 설비 역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2021년 대비 풍력 및 태양광 발전량이 16% 증가하기도 했다.
[자료1. 미국의 태양광 패널 설치량]
출처: 한국환경연구원
하지만 이처럼 태양광 산업이 성장하는 동안 발생하는 태양광 폐패널 처리는 적절히 관리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태양광 설비의 손상, 폐기 시 발생하는 폐패널은 그대로 방치되거나 단순 매립되는 등 그 관리체계가 미흡하거나 처리가 부적절하게 이루어진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태양광 폐패널은 크게 1) 사용 후 발생된 폐패널과 2)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부산물로 나눌 수 있다. 1번의 경우 가정 주택, 공공기관,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며, 2번의 경우 태양광 셀, 패널 제조업체에서 발생된다. 폐패널은 고장 등으로 인한 교체, 사용 만료, 철거 등으로 인한 폐기로 인해 발생한다. 태양광발전설비의 사용 만료 등으로 패널을 다량 철거해야 하거나, 가정용 임대 사업을 통해 설치된 발전설비 같은 경우는 제품 보증기간이 25년 정도 되기 때문에 철거 사례가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태양광 사업이 가속화되면 설치 후 25년 이상 된 초기 패널이 폐기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또한 현재 제조업체에서의 폐패널은 파·분쇄된 후 매립 처분되고 있으며, 폐패널의 와이어에는 구리 함유량이 80%나 되지만 구리를 별도로 분리할 수 없어 함께 폐기된다.
[자료2. 태양광 폐패널의 발생 형태 및 배출 경로]
출처: 한국환경연구원
[패널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
한국환경연구원은 연구 보고서에 태양광 폐패널의 현황을 조사하여 문제점을 도출했다. 첫째,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체계 및 통계 관리가 미흡하다. 현행 법률 상 태양광발전설비는 건설폐기물로 처리되면 안되지만 업체에서는 이를 혼합건설폐기물로 처리해 매립하고 있으며, 폐기물의 배출, 운반 및 재활용 과정에 대한 정보처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둘째, 재사용에 대한 국내 인증기준이 뚜렷하게 마련되지 않았다. 재사용 패널 인증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미국, 일본, 독일,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대부분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간 시장 상황에 따라 재사용 패널의 수출이 불안하고, 국내 재사용 시장을 활성화해야 자국의 제품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인증기준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적 문제 외에도 폐패널의 처리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재활용의 경제성이 낮기 때문이다. 재사용이 가능해 해외로 수출되는 패널 외의 것들은 폐패널에서 알루미늄, 유리, 구리와 같은 재료 회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다른 고부가가치 재료의 회수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낮다. 폐패널 재활용 사업을 통해 알루미늄과 폴리실리콘을 재활용할 경우 두 제품의 초기 제조 감소에 따라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실리콘, 은과 같은 고부가가치 재료의 회수 및 재활용 기술과 회수 자원에 대한 평가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PV패널 구조와 재활용 기술의 등장]
[자료3. PV패널의 구조 및 자재]
출처: 한국전지학회지 논문
폐패널의 재활용 비율은 패널의 면적 증가에 비례하는데, 이는 패널에 있는 구성 원소 간의 영향과 일사량, 태양광 효율 등의 매개변수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패널의 구성을 이해하면 폐기물의 구성과 효율을 예측할 수 있다. 가장 큰 질량을 차지하는 것은 유리(67.8%)이고 다음으로는 AlMg3(16.9%)이다. EVA는 습기, 먼지 등의 환경으로부터 태양 전지를 보호하는 고분자층이며 7% 정도를 차지하는데, Si 계 PV에서의 재활용 과정에서 유리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이 EVA 층을 박리(delamination) 하여 제거해야 한다. 그 후 물질을 분리하기 위해 금속표면의 일부에 산성 약액을 사용해 화학적으로 용해 제거하는데, 이를 chemical etching이라고 부른다. PV에서는 유리와 금속화합물, 혹은 Si와 금속화합물을 분리하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상당량의 산성 etching 물질이 남아있어 처리 후 폐기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태양광 Si에서 이차전지 음극 소재 Si로]
위와 같은 회수공정을 거친 Si는 리튬이온전지 음극 소재로 재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음극 소재인 흑연은 6개의 C에 1개의 Li+이온이 삽입되어 372mAh/g의 이온 용량을 가지는 반면에 Li-Si 합금은 Li4.4Si 조성을 가지며 이론적 비용량은 4200mAh/g으로 흑연뿐 아니라 Li 금속(3860mAh/g)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단점도 존재한다. 합금-탈 합금 반응으로 Li+가 충방전 되어 기존보다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충전-방전 사이에 ~300% 이상의 부피 변화를 일으켜 SEI 층을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Si의 크랙 및 분해가 발생하여 입자 간 전기적 접촉이 차단되어 용량을 감소시킨다. SEI(Solid Electrolyte Interface) 이란 음극 표면과 전해질이 닿으면 음극 표면에 얇게 형성되는 보호막이다. 이러한 SEI 층 형성을 위해 리튬이 소비가 되어 배터리 용량의 감소를 초래한다. 낮은 Li+ 확산뿐 아니라 높은 전기 저항도 Si 음극의 실용화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료4. Li-Si합금 구조]
출처 : e-koreatech
[자료5. SEI층 형성과 크랙 발생 과정]
출처 : e-koreatech
낮은 전도성과 부피 변화에 대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나노 Si/C 복합소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진 Si/rGo 복합 소재와 Si/탄화 리그닌 복합 소재를 소개한다.
(1) Si/rGo 복합 소재
최근 차세대 전극 물질로 많이 연구되고 있는 그래핀은 높은 전자이동도와 열전도성, 넓은 비표면적을 가지는 등 좋은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해질과의 계면에서 산화-환원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낮은 에너지밀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원을 하여 에너지 밀도를 올려서 캐패시터, 투명전극 등에 활용한다. 저자는 재활용된 실리콘 분말을 환원된 그래핀 옥사이드(rGO, reduced Graphene Oxide)와 합성하여 실리콘의 전력 성능을 향상시켰다. 과정을 설명해 보자면, PV 패널 산업 슬러리에서 재활용된 실리콘 분말을 Jet-milling 시스템을 이용하여 입자의 크기를 줄인다. 그 후, rGO를 스폰지 형태로 제조한 후 일정 질량비로 혼합하여 Si/rGO 복합체를 만든다. 아래의 사진이 스펀지 형태의 rGO와 Si가 합성된 형태이다.
*jet-milling : 공기의 압력에 의한 노즐에서의 분사에너지로 분쇄물의 상호충돌에 의한 분쇄방법
[그림6. Si/rGo 복합체의 SEM 사진]
출처: 한국전지학회지 논문
Si/rGO의 전기화학 성능 평가 결과, 특정 전류값(500mA/g)에서 안정적인 수명을, 그보다 낮은 전류값(200mA/g)에서 높은 전지의 용량을 확인했다. 이는 높은 전력 성능을 필요로 하는 EV(전기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에 적합다는 것을 나타냈으며 스펀지 형태의 rGO를 포함한 간단한 계면활성제 보조 복합 소재 합성으로 산업 폐기물에서 재활용된 Si이 리튬 이차전지에 적합할 수 있다고 한다.
(2) Si/탄화 리그닌(Si/C) 복합 소재
리그닌은 여러 종류의 공유결합으로 연결된 불규칙한 구조의 이질성으로 인해 화학적 그물망이라 불리며 생물학적 분해에 매우 강하여 펄프 폐수와 함께 배출되어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고분자 물질이다. 저자는 탄화 리그닌을 Si 입자의 부피 팽창 수축 문제를 해결하는 완충 매트릭스로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리그닌과 재활용 Si를 합성시키기 위해서 Si 입자 주변에 리그닌 기반 비정질 탄소로 캡슐화하는 공침 공정을 이용했다. 합성 결과, 리그닌의 탄소 매트릭스는 충방전 공정 동한 Si의 부피 변화로 인한 응력을 효과적으로 완화하였고 활성 Si와 전해질 사이의 직접 접촉을 감소시켜 SEI의 양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SEI의 양의 감소는 트랙 발생을 방지할 수 있으며 배터리 용량의 감소 문제로 이어지지 않게 한다.
[결론]
태양광 폐패널 처리에 대한 미흡한 대처는 환경 오염 문제로 직결되고 있으며, 적절한 방안 없이 지켜만 본다면 걷잡을 수 없는 양의 태양광 폐패널이 발생할 것이다. 이에 본 기사는 태양광 폐패널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이차전지용 음극 소재로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았다. 재활용 공정은 아직 비용적 한계가 존재하며 회수한 금속 Si를 활용하는 기술 또한 아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고에너지 밀도의 리튬 이차전지 수요가 급증하여 Si의 높은 이론 에너지 밀도는 차세대 음극 소재로 떠오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Si 재활용의 경제성도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전기차의 음극소재 보다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Si 재활용 기술은 계속해서 연구하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 패널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버려진 태양광 패널, 처리는 ‘나몰라라’", 17기 김희진, 이유림 18기 오연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129
2. "새로운 책임, 태양광 폐모듈 리파워링",16기 김미림, 16기 전예지, 17기 이지윤",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009
참고문헌
[그 많던 태양광 패널은 어디로 갔을까]
1. 조지혜,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한국환경연구원, 2018.05.31,
수시_2018_01_조지혜.pdf (kei.re.kr)
[패널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
1. 조지혜,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한국환경연구원, 2018.05.31,
수시_2018_01_조지혜.pdf (kei.re.kr)
2. 모정윤 외 1명, “폐태양광 재활용 사업의 경제성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한국산학기술학회, 2020
3. 박진수 외 1명, “폐 태양광(PV) 패널 실리콘을 이용한 첨단 리튬이온전지 음극소재 재활용 개발 동향”, 한국전지학회지, Vol2, p.182~189, 2023.01.06
[PV패널 구조와 재활용 기술의 등장]
1. 박진수 외 1명, “폐 태양광(PV) 패널 실리콘을 이용한 첨단 리튬이온전지 음극소재 재활용 개발 동향”, 한국전지학회지, Vol2, p.182~189, 2023.01.06
[태양광 Si에서 이차전지 음극 소재 Si로]
1. 박진수 외 1명, “폐 태양광(PV) 패널 실리콘을 이용한 첨단 리튬이온전지 음극소재 재활용 개발 동향”, 한국전지학회지, Vol2, p.182~189,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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