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전자 소자의 E-waste 탈출기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도영현
[E-waste를 아시나요?]
[자료1. 피부 부착형 유기 전자 제품 (Skin Display)]
출처 : IEEE SPECTRUM
유기 전자 소자. 탄소를 중심으로 한 유기물로 구성된 소자를 말한다. 어떤 이들에겐 낯선 나머지 일상과 멀게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연하게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구부러지는 스마트카드 속 RFID 태그와 직접 회로, 인공 시냅스, 건강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유기 전자 소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제법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이러한 전자 소자로 제작한 기기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시끄럽게 알람을 울려대는 폴더블폰과 당장 필자가 사용 중인 노트북, 'CES 2024'에서 LG 전자가 선보인 투명 OLED TV 등 공간적 배경의 전환도 전자 제품의 침투를 막을 순 없는 모양이다. 사용 시에는 너무나 편리하고 고마운 존재지만,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든다. 이 수많은 전자 기기를 버린 후에는 어떻게 될까?
E-waste는 'Electronic waste (전자·전기폐기물)'의 약자로, 수없이 폐기되는 전자 제품을 대변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이다. 문제는 전자 기기의 생산과 처리에서 유해 부산물이 생성되며, 환경적·경제적 비용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모름지기 에너지와 자원이 소비된다. 기존 재활용 기술이 무기물 소재에 집중되어 있던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유기 전자 소자 간 '폐쇄-루프 재활용 (closed-loop recycling)' 구현에 성공했다. 본 기사에서는 E-waste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와 UNIST 화학과 심교승 교수팀이 제시한 해결 방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재활용 기술이 필요한 이유]
세계 보건 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한 해당 약 5,360 만 톤의 전자 및 전기 기기가 버려진다. (2019년 기준) 문제 해결을 위해 e-cycling 운동이나 폐기물의 약 4분의 1 미만이 재활용되는 등의 노력이 이뤄지지만, 실상은 그리 밝지 않다. E-waste 규모의 성장 속도는 세계 인구 상승 속도보다 3배나 빠르다. 가장 큰 문제는 E-waste의 처리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전자 폐기물은 국제적 규제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개발도상국에 보내진다. 주민들은 E-waste에서 채집한 금이나 은 등 희소성 있는 부품을 판매해 돈을 번다. 그러나 규제나 시설이 자리 잡혀 있지 않기에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처리가 진행되는 것이다.
[자료2. 아프리카 아그보그블로시 전자폐기물 매립지 모습]
출처 : SK ecoplant NEWSROOM
대부분의 E-waste는 땅과 물에 버려지고, 일반폐기물과 함께 소각 및 매립되며 수동으로 해체된다. 그리고 이 행위는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독성 오염 물질을 야기한다. 유해 오염물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어린이다. 2021년 세계 보건 기구는 전 세계 어린이 1,800만 명이 전자 폐기물 처리에 이용된다고 발표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아동이 E-waste의 처리에 가담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인건비가 낮으며, 작은 손이 작업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호 장비 없이 폐기물을 접하고 유해 물질에 그대로 노출된다. 문제는 어린이들이 성장기에 있기에 E-waste에서 비롯된 각종 오염원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납과 수은 같은 신경독성 물질은 중추 신경계의 발달을 저해하고, 일부 유독 물질은 폐의 발달과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폐쇄-루프 재활용에 성공하다]
E-waste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계에서는 끊임없는 연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이 무기물 기반 전자 기기에 국한되었고, 플렉시블 기기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또한, 기존 플렉시블 재료의 재활용 기술은 고성능 유기 전자 재료의 재활용에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UNIST 화학과 심교승 교수팀은 모든 소재를 회수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폐쇄-루프 재활용(closed-loop recycling)* 방법을 개발했다.
*폐쇄-루프 재활용(closed-loop recycling): 제작된 전자기기가 수명이 다하면 그 소재를 재활용해 다른 전자기기로 재구성하는 방식
[자료3. 폐쇄-루프 재활용(closed-loop recylcling) 전체 과정 모식도]
출처 : UNIST
① 제작부터 처리까지 유해 물질을 최소한으로
연구팀이 개발한 ROF(recyclable organic flexible) 디바이스는 전도성 고분자인 poly(3, 4-ethylenedioxythiophene) : poly(styrene sulfonate) (PEDOT:PSS)로 구성된 유기 전도체를 사용한다. 유기 반도체에는 poly(3-hexylthiophene-2,5-diyl) (P3HT)가 사용됐다. 뛰어난 전기적 성능과 효율적인 선택적 분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제작과 재활용에 사용된 용매다. PEDOT:PSS의 경우 물, P3HT는 아니솔(anisole) 등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용매가 사용됐다. 일반적으로 유기 재료를 합성할 때 N-methylpyrrolidone (NMP), N, N’-dimethylformamide (DMF)나 toluene 같은 유해 용매를 이용해 축합 중합을 진행한다. 또한, 합성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부산물로 생성되곤 한다. 해당 연구는 유해 물질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드롭 캐스팅(drop casting)*을 활용해 물질 낭비를 최소화했다.
*드롭 캐스팅: 용액을 기판 위에 떨어트린 다음 열처리를 통해 막을 형성하는 방법
② 폐쇄-루프 재활용(closed-loop recycling)
ROF 소자를 구성하는 유기 성분은 물리적 분리와 선택적 용해를 통해 이온 젤, P3HT 및 PEDOT:PSS의 순서로 다시 얻을 수 있으며, 재사용 가능하다.
[자료4. ROF 기기의 재활용 과정; b, Recycling process of PEDOT:PSS electrodes. c, Recycling process of P3HT semiconductor. d, Recycling process of ion gel.]
출처 : Nature Electronics
P3HT 반도체의 재활용 과정은 온도에 따른 물질의 선택적 용해를 이용한 결과다. P3HT는 상온에서는 아니솔(anisole)에 대해 용해도가 낮지만 80°C 이상에서는 높은 용해도를 보인다. 따라서 온도를 조절해 P3HT 나노 섬유 (P3HT-NFs)를 형성할 수 있다. 그 후, PEDOT:PSS 패턴에 반도체층을 형성하기 위해 드롭 캐스팅을 사용한다. 기존 스핀 코팅을 비롯한 재활용 불가 유기 반도체 형성에서는 상당한 양의 물질 손실이 있었다. 그러나 드롭 캐스팅을 통해 효율적인 물질 재사용이 가능했고, 이는 유기 반도체의 폐쇄-루프 재활용 성공으로 이어졌다. PEDOT:PSS 패턴의 반도체층은 같은 온도에서 아니솔(anisole) 용매에 대해 P3HT와 PEDOT:PSS의 용해도 차이로 분리 가능하다. 로터리 증발기를 통해 P3HT와 용매를 분리함에 따라 아니솔(anisole)까지 재사용할 수 있다.
③ 재활용성 평가 결과
제작된 유기 전도체, 절연 겔, 반도체 등의 재활용성 평가 결과, 유기 전도체의 경우 5번 이상 재활용이 가능했다. 유기 절연겔은 30번 이상, 유기 반도체는 약 1번 재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연구 결과는 ECG나 EMG 같은 전기생리학적 기기나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 온도 센서 등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플렉시블 디바이스, OLED, 인공 피부 등의 수요는 점점 더 많은 양의 유기 전자 폐기물 발생으로 이어질 것이다. 본 기사에서 소개한 연구는 경제적이며 유해 물질을 최소화했다는 장점이 있으나, PEDOT:PSS 기반 ROF 디바이스에만 활용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를 통한 적용 범위 다양화는 중요한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E-waste는 과학계만이 아닌, 모두가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제 사회의 폐기물 거래 규정 강화와 개발도상국의 처리 시설 조성 및 교육 등 해결법을 생각하다 보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작디작은 개인의 의지가 모여 큰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여러 번 경험했고, 지켜봐 왔다. 필요 없는 전자 제품의 구매를 줄이고 e-cycling*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일상생활에서부터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분명 E-waste 해결에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다.
*e-cycling: 전자 장비 및 부품을 수명이 다 되어도 폐기하지 않고 재사용하는 것.
유기 전자 소자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멍게, 이제는 센서에 양보하세요", 21기 길민석,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353
2. "OLED? mini-LED? 디스플레이의 고민, 어쩔티비?", 20기 김지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28
참고문헌
[E-waste를 아시나요?]
1) Liu, K., Ouyang, B., Guo, X. et al. "Advances in flexible organic field-effect transistors and their applications for flexible electronics", npj Flex Electron 6, 1 (2022)
2) Park, H., Kim, S., Lee, J. et al. "Organic flexible electronics with closed-loop recycling for sustainable wearable technology", Nat Electron (2023).
[재활용 기술이 필요한 이유]
1) SK ecoplant 뉴스룸, "어서 와, E-Waste 시장은 처음이지?", 2022.02.21, https://news.skecoplant.com/for-earth/2151/
2) World Health Orgaization, "Electronic wate (e-waste)", 2023.10.18,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electronic-waste-(e-waste)
[폐쇄-루프 재활용에 성공하다]
1) Park, H., Kim, S., Lee, J. et al. "Organic flexible electronics with closed-loop recycling for sustainable wearable technology", Nat Electron (2023).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1) 네이버 지식백과, "e-사이클링",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864941&cid=42346&categoryId=42346
'News > 기술-산업-정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make, 취재] 네이버를 등에 업은 탄소중립포인트, 기자들이 직접 사용해봤다. (2) | 2024.03.01 |
---|---|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파괴적 혁신 기술, 기후테크 (13) | 2024.02.29 |
배터리 재사용, 이제는 안전성 검사를 거쳐야 한다 (12) | 2024.01.31 |
겨울이 잡아먹는 배터리 효율 (10) | 2024.01.31 |
[도시침수 시리즈] 20년 걸린 단 하나의 법안, '도시침수방지법' (2) | 2024.01.31 |
댓글